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42
144화
재환이 VIP와 만나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자마자 날이 잡혔다.
다른 이들이 몇 번이나 연락을 하고, 일정을 확인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빨리 일이 진행된 셈이다.
재환이 청와대의 응접실에 들어온 건 이로써 두 번째였다.
“강재환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공사가 다망하신 와중에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재환 회장님인 걸요.”
재환은 마주 앉은 VIP를 차분히 바라봤다.
예정대로면 이번 대선에서 탈락하고 다음 대선에서 VIP가 됐어야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부정 선거라는 있어선 안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한국당의 위신은 추락했고, 국민당이 여당이 되는 결과가 발생했다.
“생각해보면 먼저 연락을 드렸어야 하는 건 제 쪽인데 말입니다.”
“바쁘다보면 어쩔 수 없죠. 정권 교체시기가 항상 그렇지 않습니까.”
대선 자체도 원래 일정보다 빨리 일어났기에 지금 정국은 혼란 그 자체라 봐야했다.
그가 자신을 못 찾아온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넘길 수만은 없었다.
‘우리나라에 보수 정당은 따로 없다. 여당이 곧 보수정당이다.’
진보를 외치던 이들도 여당이란 자리에 앉으면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걸 비꼬는 말이다.
재환도 그 말에 어느 정도 동감을 한다.
권력이란 건 사람을 홀리는 선악과니까.
지금 VIP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멍청한 생각이다.
“그래서 어쩐 일로 절 찾으셨나요?”
“조만간 TBS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할 기사가 있습니다.”
TBS라는 말이 나오자 앞에 앉은 VIP는 경계하는 기색이 짙어졌다.
자신에게 도움이 됐던 언론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잃을게 없던 때와는 달리 손에 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가 상체를 뒤로 살짝 빼니 재환이 손을 내저었다.
“대통령님과 관련된 사안이 아닙니다. 한성과 관련된 사안이죠.”
“한성. 아, 지금 매각 건으로 떠들썩하죠. 안 그래도 그 부분에 관해서 당 내에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재환은 정부에서도 한성의 매각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정계와 재계는 따로 떼어놓고 봐야 하는 것이니까.
이게 엮이면 카르텔과 같은 집단이 만들어 지는 거다.
재환은 또 다른 카르텔이 생기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하며 물었다.
“어떤 얘기가 오가고 있는 지 알 수 있을까요.”
“세금 때문이죠. 다른 기업도 아니고 한성이니 양도세만 해도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상대가 국외기업이라고 해도 세금을 내야만 한다.
그걸 어떻게 쓸지 고민해야 하니 정부에서 한성의 추이를 지켜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재환은 마침 잘 됐다 여겼다.
“안 그래도 TBS에서 집중 보도하려는 부분이 그 부분입니다.”
“흐음?”
관심이 보일만한 떡밥이었는지 VIP는 다시 상체를 앞으로 내밀었다.
재환은 이강철이 나인센트와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거기에 공산당이 어떻게 연루되었는지를 말했다.
“사실상 반 정부세력이라 보셔야겠죠.”
“허어.”
VIP는 그제야 사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걸 인지했다. 일이 이렇게 커지게 되면 자신도 펼치려던 정책을 제대로 못 펼치게 된다.
그건 자신에게도 악재다.
“그건 어떻게 조사하셨습니까.”
“KG 전자도 스마트폰 중국 진출을 염두해 두고 있지 않습니까.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입니다.”
적당히 정보 세탁을 한 내용을 일러주니 그는 턱을 슬슬 쓸었다.
재환은 잠시 생각할 시간을 줬다.
그도 어느 정도 판을 그려야 얘기가 잘 통할 테니까.
“그럼 강재환 회장님이 바라는 건 제가 한성의 움직임을 막아두는 거군요.”
“방법이야 많지 않습니까. 무대는 충분히 마련해 드릴 겁니다.”
진보 쪽에 서 있는 VIP기에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한성을 압박하는 게 가능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KG 그룹에도 영향을 끼치겠지만, 바로 앞의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다.
“좋습니다. TBS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움직여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 같으니까요.”
확실히 재환의 제안은 그로써도 나쁠 게 없었다.
지금 중소기업을 견제하는 것보다 대기업을 견제하는 게 국민들의 여론에도 맞고, 국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니까.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재환은 일어나려는 VIP를 말로써 붙잡았다.
그는 재환의 말에 다시금 가슴이 철렁했다. 분명 손을 잡은 사이지만 은연 중에 두렵다고 느끼고 있는 탓이다.
“세금을 받고 난 뒤에, 그 세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가는지 확인해 주세요.”
“그건 예산 기획서를 보시면….”
“임시 편성을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 사람들이 이번 일들과 관련 있는 사람들입니다.”
재환은 잠시 숨을 고르고 화끈하게 말을 내질렀다.
“그 사람들이 중국에 나라 팔아먹으려는 사람들입니다.”
“흐음…. 한국당 쪽 사람일 확률이 크군요.”
그건 너무 편협한 사고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당의 목표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이들도 많을 테니까.
“국민당 내부에도 있을 겁니다. 주의 깊게 살펴보시죠.”
재환의 경고에 그는 살짝 인상을 썼다.
아무리 그래도 내부 배신자를 의심하라는 건 좀 그랬다.
“일단 생각해 보겠습니다.”
“고민 많이 해보셔야 할 겁니다.”
재환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응접실을 나왔다.
재환을 기다리던 서진은 응접실에서 재환의 등을 바라보는 VIP를 바라봤다.
인자한 인상이지만 싸늘한 눈길을 내보내는 게 어쩐지 섬뜩했다.
“비서실장님?”
“아, 네. 타시죠.”
재환을 태운 뒤 서진은 KG 본사를 향해 액셀을 밟았다.
“이야기는 잘 풀리셨습니까?”
“일단 의도대로 움직여주긴 하는데, 나중에 VIP 통해서 얻는 정보는 의심을 해보세요.”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 부분이야 잘못 줘도 밑에 사람들이 실수했다거나 예산 편성 과정에 오차가 있었다는 식으로 말을 얼버무리면 되니까.
제 식구 감싸기는 언제나 있어온 일이다.
“그럼 절반의 성공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그렇죠.”
재환은 다소 시큰둥한 표정으로 답했다.
절반의 성공.
이강철이 빡빡한 상대임을 생각하면 절반으로 충분할까 싶다.
“그래도 해봐야죠. 한결 선배한테 작업 진행하라고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강철의 움직임을 주목해 주시고요. 누구를 만나는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하나도 빼먹지 않고 알아야 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스토킹을 하라는 말과 다름없었지만, 지금 재환에겐 쓸 수 있는 수단을 전부 써야 했다.
재환의 지시가 떨어지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TBS에서는 특집 다큐 프로가 마련되었다.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경제 교육프로그램의 탈을 썼지만, 실상은 한성의 매각이 가져올 사태를 논하고 있었다.
이전의 TBS 프로그램과 달리 상당히 편향적인 정보를 전달했다는 점이 의외였지만, 사람들은 그 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편향된 정보란 점보다 한성이 매각되면 국내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점에 주목한 탓이다.
“뭐야, 그럼 한성이 매각되면 우리나라 기업들 하나씩 중국에 팔려 가는 거야?”
“말이 되냐. 맨날 짝퉁이나 만들어 대는 놈들이 그게 되겠어.”
재환은 이번 프로그램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혀를 찼다.
중국이 상당히 몸을 웅크리고 있고, 야망을 두드러지게 드러내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중국에 기업이 팔리는 걸 크게 위험하다 여기지 않았다.
한성이란 대기업이 쪼개지는 건 걱정이 됐지만, 그래봤자 중국인데 란 생각인 거다.
‘이 시기에 중국의 이미지가 그랬지. 그게 역전되는 건 한순간이었지만.’
이미 중국 기업들이 공룡이 되어가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에 VIP가 나서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일부 엘리트 계급만이 잘 사고 특혜를 받는 게 아닌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외치며 그는 대기업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외치며 관련 법안을 상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재환이 원하는 대로 한성에 대한 압박을 넣을 수 있었다.
“너 나도 죽이려고 그러는 거지?”
“이렇게라도 안하면 이강철을 잡을 수 있을 거 같나.”
이 움직임에는 재환이 연루되어 있다는 걸 안 이한철이 볼멘소리를 냈지만, 재환의 말이 타당했기에 크게 불만을 재기 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재환에게 쓴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강철에 대해 아는 정보는 아직도 없어?”
“집에서도 나왔고, 임원진 회의도 다시 안 열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무능한 놈. 우리 본사의 비서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너보단 더 유능할 거다.”
그 말이 진심이었기에 이한철의 속을 더 긁어놨다.
재환은 이한철의 속을 계속 긁으며 이강철의 움직임을 주목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의외의 정보가 들어왔다.
“강재환 회장님. 잠시 전화 가능하십니까.”
다른 이도 아닌 이정진 회장의 전화에 재환은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이번 정권의 움직임과 자신이 관련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러는 건가.
SJ그룹도 대기업이니 정권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재환은 그 부분에 대해선 시치미를 한 번 떼고 말했다.
“말씀하시죠.”
“장 치엔을 믿지 마세요.”
이건 정말 예상 못한 정보다.
“장 치엔을요?”
“제가 소개시켜 드려놓고 이런 말 하는 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장 치엔이 이강철과 얘기를 나눈 거 같아요.”
“이번 일의 주축이 된 공산당 일원이 장 치엔이었다는 거군요.”
재환은 장 치엔과의 지난 만남을 떠올려 봤다.
대답을 자꾸 회피하고, 중국 쪽에 서만 이야기를 하는 게 불안하다 싶었더니 이런 배경이 있었던 모양이다.
재환은 턱을 한 번 쓸고 물었다.
“혹시 SJ 그룹에서 장 치엔을 통해 한 거래가 있습니까?”
“네, 지금 그 중 일부분을 눈탱이 쳐 맞았죠.”
SJ 그룹의 직원을 돈으로 회유해서 계약서 상에 이익을 취했다고 전했다. 돈에 눈이 먼 직원의 잘못이 컸지만, 중국이 그런 제안을 했다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이럴 때 전생에선 중국이 중국했다고 말하곤 했다.
재환은 혀를 차고 이정진 회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아닙니다. 활로를 잘못 뚫을 뻔 하셨는데, 이 일은 다음에 갚도록 하죠.”
전화를 끊고 재환은 곧바로 KG 전자로 연락을 넣었다.
“박학도 사장님, 지금 중국 건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계약 진행하는 직원의 움직임 잘 살펴보시고요. 계약서도 사장님이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재환의 경고에 박학도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진출을 가장 걱정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박학도 사장이다. 재환이 이 정도만 말해도 그가 알아서 잘 해결할 터였다.
“그러니까 중국 진출은 다음에 하자고….”
“끊습니다.”
괜히 박학도 사장이 잔소리를 하기 전에 재환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회장님, 이제 어쩌실 겁니까.”
“뭘 어째요.”
재환은 지금까지 고민하던 사안에 대해 확실하게 결정을 내렸다.
“중국을 쳐야죠.”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