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67
169화
“추가적인 조사 결과, 자국 내의 일부 급진적인 인물들이 독단적으로 일을 벌였던 것으로….”
다음 날 중국은 전 날 했던 말을 전부 뒤엎는 발언을 했다.
누가 봐도 꼬리 자르기 했단 게 분명했기에 추가적인 질문이 있어야 했지만, 그 자리에는 공산당에 충실한 기자들만 모아뒀기에 그런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의 연구소는 깨끗하다는 걸 어필하는 동문서답만이 진행됐다.
“쟤들도 참 고생한다. 어쩌다 너 한테 물려서는.”
한결이 그 발표를 보며 혀를 쯧쯧 차자 옆에 있던 재환이 헛웃음을 지었다.
한결의 말만 듣자면 자신이 나쁜 놈이 된 것만 같다.
“아니, 내가 잘못했냐. 처음부터 그런 짓을 하질 말았어야지.”
“그건 교과서적인 대답이지. 임마 까놓고 말해서 너 아니었으면 어제 중국이 내놓은 패 보고 다들 물러났을걸?”
한결의 말에 재환은 반박하지 못했다.
중국이 제법 큰 패를 내놨지만, 모든 나라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은 데에는 재환의 뒷공작이 컸다.
재환은 커피를 홀짝이며 화제를 돌렸다.
“아직 안 끝났어. 좀 더 패야지.”
“아직도 두들겨 팰 거리가 남았어?”
“쟤네가 뭐라 했어. 자국 내의 급진적 인물들이 독단적으로 일을 벌였다고 했지?”
“그랬지.”
“근데 사실은 주석의 명령으로 진행된 거라면?”
재환은 품에서 USB를 꺼내 흔들었다.
이 안에는 루 왕이 비밀리에 가져온 연구소 자료를 은폐하는 영상이 담겨있다.
디지털화를 마치고 백업까지 수차례 해놓은 영상에는 누구의 지시로 이뤄졌는지, 어떤 자료들이 파기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전부 기록되어 있다.
“쟤들에게 또 한 번 똥 뿌려주는 거지.”
“진짜, 넌 그런 정보를 어떻게 그렇게 잘 얻냐.”
“다 발로 뛰고 고생한 보람이지.”
KG 그룹의 회장이란 직책의 영향도 있었다.
돈을 이용해서 아담과 거래하지 않았다면 이런 정보는 얻을 수 없었을 테니까.
한결은 재환의 능력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앞에 놓인 서류들을 다시 봤다.
“그나저나 기자 애들 전부 긴장하고 있겠네. 외국 언론사가 전부 지켜보고 있잖아.”
TBS는 이제 국내에서 최고의 언론사가 아니라 국제적인 규모의 언론사로 발돋움했다.
아직 터트린 사건이 이것 하나 밖에 없어서 입지는 작지만 재환은 가장 큰 방송사로 만들 계획을 짜고 있다.
“이 참에 해외 지부 쪽도 많이 늘려봐. 해외쪽 기사도 많이 다뤄야지, 이제.”
“안 그래도 기자 확충하려고 공고 냈다. 근데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더라.”
TBS의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기자에 뜻을 둔 이들은 전부 지원했다.
지원서의 몇몇은 꽤 큰 언론사에서 일을 한 이들도 있었다.
“기자 경쟁률이 500대 1이다. 근데 아직 공고 시기 끝난 것도 아니라서 더 늘어날걸.”
“우리나라에 기자하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많았나.”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잖냐. 그리고 지금 우리 위상이 좀 높냐. 기레기는 절대 기용하지 않는 언론사란 이미지를 제대로 달았지.”
소식이 조금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정확한 정보만을 전달한다는 점이 TBS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때문에 TBS에서 기레기란 멸칭을 받는 기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런 멸칭을 받는 기자는 전부 퇴출 됐으니까.
“또 뽑아두고 거지같은 기사 썼다고 자르지 말고, 처음부터 잘 뽑아.”
“그게 쉽냐. 에휴.”
한결은 서류를 대충 던져두고 시간을 확인했다.
워낙 사건이 많이 터지다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너 인터뷰 잡혀 있다며.”
“어. 이제 가봐야지.”
“안전 문제는 괜찮냐? 중국 정부의 암살 대상 1위가 너일 거라던데.”
“부정할 수가 없네.”
형사 팀장이 은밀히 경호를 붙여주면서 들은 소식인데, 재환의 주변을 배회하는 중국인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그들의 목적은 모르겠지만, 다들 좋은 의도는 아닐 거라 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서진은 재환의 경호를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지금도 사무실 밖에 네 사람의 경호 인력이 지키고 서 있다.
재환으로선 과하지 않은가 싶었지만, 서진은 과한 게 부족한 것보단 낫다며 양보하지 않았다.
“하여간 몸조심해라. 지금 예희랑 애들은?”
“친정에. 장인어른하고 장모님하고 같이 여행 보내놨어.”
물 좋고 공기 좋은 괌으로 여행을 보내드렸다.
거기 보내드린다고 걱정을 덜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바로 옆에서 위험에 노출될 일은 없다.
“참, 제수씨도 무슨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너 같은 놈을 만났나 몰라.”
“선배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결혼도 안 해.”
“아, 이씨.”
한결을 놀린 뒤 재환은 웃으며 사무실을 벗어났다.
경호원은 재환의 양옆과 앞뒤에 서서 혹여나 생길 불상사에 대비했다.
재환은 껄끄러웠지만, 다 자신을 위한 거라 생각하고 감내했다.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기니 이미 인터뷰 준비는 끝나 있었다.
미국 CNN의 아나운서도 미리 도착해 있었는데, 그는 재환을 보고 눈을 크게 뜨며 반겼다.
“강재환 회장님, 만나뵈서 영광입니다. 제가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반겨주시니 감사하네요.”
두 사람은 마주 앉은 뒤 생방송에 들어가기 전까지 간단한 사담을 나눴다.
“이번 인터뷰는 한국과 미국에 동시 송출되는데 긴장되시진 않나요?”
“더 큰 일들을 많이 겪어서 이 정도 일로는 긴장이 안 되네요.”
“담이 크신데요?”
“아나운서님도 대기업들을 상대로 딜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면 담이 커지실 겁니다.”
적당히 분위기가 풀린 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며 인터뷰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기의 특종을 보도하신 기분이 어떠신가요.”
“특종을 보도했다는 기쁨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비밀리에 자행되어 온 실험에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하면 기뻐할 수가 없더군요.”
재환은 미리 준비된 답변들을 하며 인터뷰를 무난하게 진행해 나갔다.
무난하다고는 했지만, 재환의 본성이 담겨있는 말들이 담긴 인터뷰여서인지 상당히 높은 시청률이 나왔다.
실시간 검색어도 상위권에 전부 재환의 이름이 찍혀 있었다.
한결이 그 소식을 듣고 배가 조금 아팠다는 건 나중에 들어 알게 됐다.
“인터뷰 시간이 거의 끝나가는데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질문 드려도 될까요.”
“네. 말씀하시죠.”
“강재환 회장님은 이번 이슈가 어떻게 끝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재환은 질문을 듣고 미간을 살짝 좁혔다. 이 질문은 예상 질문지에 존재하지 않았던 질문이다.
아나운서가 갑자기 만들어서 했다고 보기엔 질문에 담긴 의도가 너무나도 명확했다.
중국을 계속 공격할거냐. 아니면 여기서 만족하고 물러날 거냐.
이 질문을 시킨 건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이라는 걸 추측할 수 있었다.
재환은 빙긋 웃으며 그들이 원하는 답을 내놨다.
“중국의 말이 맞다면 여기서 더 보도할 건 없겠죠. 하지만, 그들이 팩트가 아닌 거짓을 말했고, 감춰진 진실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감춰진 진실요?”
아나운서는 눈을 빛내며 되물었다.
어쩌면 특종의 단편을 물 수 있다는 희망에 찬 그 눈을 보고 재환은 묘하게 웃었다.
이 아나운서를 쥐고 흔드는 것도 충분히 재미난 일이지만, 잠깐의 재미를 위해 큰 그림을 망칠 순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조금 더 확신을 얻은 다음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 뭔가 있으시긴 있으시단 거군요?”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말하지 않았지만 대답한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나운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와, 지금 또 폭탄 터트린다고 예고한 거잖아.”
“무슨 만화에 나오는 괴도도 아니고, 폭탄 터트린다고 예고를 해버리네.”
“근데 중국이 이거 못 막지 않나? 무슨 정보를 들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인터뷰가 끝난 뒤 사람들은 소란스러워졌다. 단지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 역시 재환이 또 다른 키 카드를 들고 있단 사실에 경악하면서도 놀랐다.
“대체 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길래.”
“한국의 CEO라는데.”
“아, 나 저 사람 회사가 만든 휴대폰 쓰잖아.”
KG 전자의 물건을 쓰는 이들은 재환에게 묘한 호감을 가지며 그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반대로 적의를 가지고 경계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 다른 정보가 있다고?”
중국은 재환의 인터뷰를 보고 혈압이 올라 쓰러지는 이들이 발생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지금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줬다. 살기 위해 모든 수를 다 취했다고 봐도 무방한데, 아직 재환은 자신들을 때릴 거리가 남았다고 했다.
“이번 발표문에 의심가는 항목 있어?”
“발표문 자체는 없습니다.”
“외부적으로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문제는 남은 공산당원들도 뭐가 터질지 가늠을 못 잡고 있었다.
“환장하겠군.”
“주석님, 차라리 강재환과 직접 딜을 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절대로 취하지 않을 행동까지 하자는 말이 나왔다.
적에게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자는 말에 주석은 당장이라도 그의 머리를 날려버리고 싶었다.
“지금 우리가 잘못했다는 걸 시인하고, 패배를 인정하자?”
“상대는 사업가입니다. 자신에게 이익이 될 거리가 있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그 쪽 손을 들게 될 겁니다.”
그는 미리 준비한 리스트를 주석에게 건넸다.
재환을 회유하기 위한 상품들이었는데, 이로 인해 중국이 입을 손해액이 만만치 않았다.
“29억 위안?”
한화로 따지면 5000억에 해당하는 금액에 다른 공산당원들은 억소리가 절로 나왔다.
29억 위안이면 중국의 1년 예산안을 보더라도 상당한 금액인데, 그 금액을 오롯이 한 명에게 바쳐야 한다.
이 제안을 대체 누가 받아들인단 말인가.
“제정신인가?”
“주석, 잘 보십시오. 만약, 만약에 강재환이 가진 패가 주석이 이 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증거라면. 저희가 입을 피해액은 숫자로 매길 수 없습니다.”
전쟁을 일으킬 각오를 하거나 나라가 쪼개질 각오를 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쉬운 결정은 아니기에 그는 차라리 돈을 주고 이 일을 끝내자고 말하고 있었다.
“저희 선에서 처리가 안 된다는 건 이미 보셨지 않습니까. 결국 그 자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하….”
29억 위안이냐, 중국이냐.
저울에 달린 두 가치의 무게차이는 너무나도 컸지만, 고민할 여지가 많았다.
“문제는 그 자가 저희 제안을 받아들이느냐는 겁니다.”
“지금 거기 목록에 적어두신 걸 보시죠. 이만한 거래를 걷어찬다? 사업가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내용인데 말입니다!”
“그가 특종을 보도했을 때 얻는 이익을 생각해 보란 말입니다. 그가 그 이상의 이익을 얻는다면….”
당원들은 하나의 주제를 두고 양 편으로 갈라져 논쟁하기 시작했다.
언성이 점차 높아지며 서로의 부모님 안부를 물어가는 상황이 오자 주석은 한숨을 내쉬고 손을 저었다.
“일단 지켜보는 걸로 하지.”
“주석! 제궤의혈(堤潰蟻穴)이 될 수 있습니다!”
가래로 막을 걸 호미로 막는다의 중국식 격언을 들며 주석의 생각을 바꾸려 했지만, 그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현상 유지를 하면서 계속 다른 나라들과 접촉해보고, 강재환 그 놈을 죽일 기회가 생기면 바로 죽일 수 있도록 움직여.”
그는 그리 최종 결정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훗날 주석은 이 때가 중국을 구할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이었지 않을까 여기게 된다.
하지만 이건 많은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