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최양락은 재환의 말에 심기가 불편했다.
“지금 갑질하시는 겁니까?”
“갑질이 아니라 수사를 제대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셔도 이미 검찰로 사건 송치해서 저희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왜 없으시죠?”
재환은 자신이 가져온 자료를 향해 고개를 까딱했다.
“조직 폭력배가 서울에 활개를 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고요?”
“저희는 일이 발생하기 전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사람 여럿 다치고 죽어야 움직일 수 있다는 말로 들리네요. 그게 대한민국 경찰입니까?”
그 말에 최양락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 자리에 앉아서 자존심을 굽히고 싶지 않았다.
“암만 그렇게 말해봐야 저희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전 바빠서 이만.”
재환은 자리로 돌아가는 최양락을 보다가 앞에 펼쳐둔 서류를 챙겨서 일어났다. 경찰이 직접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걸로 충분하다.
경찰에 관한 기사를 낼 당위성이 마련되었다.
경찰서에서 나오니 서진이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얘기는 잘 됐습니까?”
“안 될 거 알고 있었잖아요.”
“흐음, 그럼 플랜 B로 가는 겁니까.”
“그렇죠. 기사는 준비됐죠?”
“네, 오늘의 신문과 TBS에 회장님 이름으로 관련 자료 보내놨습니다. 오늘 녹취록을 추가로 보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죠.”
서진이 열어준 차에 올라탄 재환은 흠칫했다. 차에는 재환이 모르는 남자 한 명이 먼저 타고 있었다. 덩치가 꽤 있어보이는 그는 재환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경호를 맡게 된 안재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성과 경력을 꼼꼼히 확인하고 고용한 경호원입니다. 앞으로 회장님 옆에서 수행할 겁니다.”
재환은 그를 빤히 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할게요.”
“네, 제가 있는 한 회장님은 털끝하나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좋겠네요.”
악수를 하고 난 뒤 재환은 서진에게 KG 전자로 차를 몰도록 지시했다. TBS로 갈 줄 알았기에 서진은 약간 의외였다.
“가서 기사 준비를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기사는 대필을 맡겨 놨어요. 내일 가서 기사 한 번 훑으면 돼요. 그보다 다음 세대 스마트폰 개발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거 같아서요.”
“연락 해두겠습니다.”
“불시 검문이 좋긴 한데, 멀지도 않으니까 괜찮겠죠.”
KG를 집어 삼킨 이유는 카르텔에 대응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여서였다. 하지만 KG를 삼킨 지금도 그들을 상대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여겼다. 그러니 조금 더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KG의 부피를 키우는 데에는 스마트폰 만한 게 없다.
KG 전자에 도착하니 박학도 사장이 직접 나와서 재환을 맞았다.
“먼 길 오셨네요. 그냥 KG 본사에 계셔도 될 텐데 말이죠.”
“스마트폰 개발이 잘 되어가나 한 번 보려고요. 저희 KG 그룹의 대표 사업이니까요.”
“……안으로 들어가시죠.”
박학도 사장은 여전히 재환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나 협박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여전히 치가 떨렸다. 하지만 재환의 사업적인 안목에 대해서는 조금씩 인정을 해 나갔다.
“스마트폰의 새로운 보안 방법을 개발해서 접목하고 있고, 기존의 속도 문제도 개선 중입니다.”
“이번에 소프트웨어 팀을 KG 전자 자회사로 흡수 시킬 테니 스마트폰에 딱 맞는 어플을 개발하세요. 아, 그리고 기존 가전제품도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조작할 수 있도록 연구해보고요.”
지금 시기에 IOT 시스템은 선진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에 적용하고 있다. 이 기술이 대중적으로 자리잡게 되는 건 몇 년 뒤지만 지금부터 개발을 집중해서 저작권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이런 좋은 기술들을 해외에 뺏길 수는 없으니까.
‘어쩌면 고글을 따라 잡을 수 있을 지도 모르지.’
아이디어는 충분하다. 개발자들은 그걸 개발만 하면 된다. 어떻게 할지는 고민을 좀 많이 해야겠지만.
박학도 사장은 비서에게 메모하라 지시하면서 되물었다.
“회장님, 굳이 냉장고와 TV, 세탁기를 휴대폰으로 조작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박학도 사장님, 틀에 갇힌 생각을 하지 말고 넓게 보세요. 단언컨대 저희 스마트폰은 3세대, 4세대 즈음 가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겁니다. 그 사람들이 KG 전자 제품을 추가로 사면 판매량이 얼마나 뛰겠어요? 단순 계산해도 몇 십조 단위겠네요.”
“으음…, 그렇지만 지금도 개발비에 상당한 자금을 쏟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제안하신 혁신 기술들을 실현시키는데 제법 난황을 겪고 있으니까요. 그에 따른 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야겠습니까.”
“간단히 가시죠.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서 자금을 마련하세요. 대신 올해가 가기 전에 차세대 스마트폰을 발표하시고요. 아, 연구원들에게는 인센티브 걸고, 휴가도 넉넉하게 주세요. KG 이름 걸고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사람답게 일을 해야 합니다.”
“음…. 빡빡하긴 하지만 해보겠습니다.”
“해외로도 판매 루트 확장하고요. 공장 라인 추가하시는데 중국보다 동아시아 쪽으로 추가하세요.”
박학도 사장은 재환의 아이디어를 적당히 걸러들으면서 사업을 확장할 방법을 구상해 나갔다. 재환에게 부족한 디테일을 박학도 사장이 커버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두 사람은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제법 손발이 맞았다.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지음, 박학도 사장이 편지 하나를 건넸다.
“이건 뭡니까?”
“정보준 국회의원이 보내왔습니다. 회장님께 전해드리라더군요.”
정보준이면 시민당 3선 국회의원이다. 카르텔에 속한 이인데 무슨 꿍꿍이인지 바로 감이 오진 않았다. 직접 보내 온 것도 아니고 굳이 박학도 사장을 거친 이유가 뭘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좋은 의도는 아닐 거라는 거다.
편지를 바로 보지 않고 품 안에 갈무리한 뒤 KG 전자를 나왔다. 먼저 차에 올라탄 뒤 편지를 뜯어봤다.
-얘기를 좀 나누고 싶으니 오늘 저녁 9시에 뵀으면 합니다. 도착하셔서 웨이터에게 이 편지를 보여주면 됩니다.
짤막한 내용과 함께 약도가 담겨 있었다. 자신의 흔적을 최소한으로 남기려는 게 뭔가 음습한 계획이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함정일 수도 있고.
“안재범씨.”
“네, 회장님.”
“오늘 저녁에 추가 근무 가능하시겠어요?”
* * * * *
재환은 약도에 그려진 건물을 실제로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미쳤나, 진짜.’
정보준이 그려준 약도를 처음 봐선 어디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와보니 어딘지 알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음식점이지만 실제로는 카르텔의 인사들이 모여서 회동을 가지는 장소다. 중요한 문제를 논할 때면 모이는 곳인데, 그곳으로 재환을 부른 것이다.
전생에서는 이 음식점이 그런 장소란 것까진 알았지만 회동을 볼 수는 없었다. 방 안에 은밀히 숨겨진 탓이다.
“안재범씨, 무슨 일이 생겨도 잘 지켜주셔야 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간 재환은 웨이터에게 받은 편지 봉투를 보여줬다. 웨이터는 편지지와 재환을 번갈아 보고는 뒤에 선 안재범을 바라봤다.
“죄송하지만 예약이 한 분만 되어 있으셔서요. 다른 자리 나면 그 쪽으로 안내 도와 드릴게요.”
동행인 없이 안 된다는 말을 저렇게 돌려하는 걸 보니 여기 직원도 범상찮다. 안재범이 한 발 앞으로 나서서 강경하게 대응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제가 항상 붙어있어야 합니다.”
“저희 점내 규칙이라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점내 규칙이 사람의 목숨보다 우선시 되진 않겠죠.”
안재범에 비하면 웨이터는 왜소한 편이기에 잘못 보면 악질 손님이 웨이터를 괴롭히는 걸로 비춰질 것 같다. 일반 손님도 있기에 이 이상 소란 피우는 건 재환에게 곤란했다.
“그럼 최대한 가까운 곳에 안내해 주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그 편이 저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웨이터가 앞서 가고 안재범이 불안한 듯 재환의 어깨를 붙잡았다.
“회장님.”
“제 예상이 맞으면 위험한 일은 안 생길 겁니다. 일단 따라가죠.”
재환을 죽일 목적이었다면 여기 보다는 다른 안전 가옥을 택했을 것이다. 굳이 이 음식점을 택했다는 게,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웨이터는 재환을 데리고 주방을 통과해서 뒷문으로 나갔다. 그리고 가게에서 벗어나 좁은 골목을 앞서 나갔다. 재환은 별 생각 없이 따라가면서도 주위를 꼼꼼히 살폈다.
‘CCTV 없고. 사람도 없고. 으스스하네.’
증거를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지만 으스스했다.
작은 골목을 지난 뒤 웨이터는 한 건물 앞에 섰다. 그리고 금속 탐지기를 꺼내 재환의 몸을 쭉 훑었다. 가슴께를 탐지기가 지나갈 때 경고음이 울렸다.
“주시죠.”
“깐깐하네.”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과 녹음기를 맡겨둬야만 했다. 그렇다고 누군지도 모를 웨이터에게 맡길 수는 없기에 안재범에게 맡겨뒀다. 녹음기라도 가져간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여기부터는 회장님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경호원은 여기서 기다려 주시죠.”
“알겠습니다.”
안재범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준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니 자욱한 담배 연기가 먼저 재환을 맞이했다. 손부채질로 연기를 밀어내니 상석에 앉은 이재명 회장이 보였다.
“어서오게, 강재환 회장.”
“반갑습니다. 이재명 회장님.”
재환은 이재명을 보고 눈을 굴려 옆에 앉은 이들을 쭉 확인했다. 국회의원에 경찰청장, 검찰총장까지 나란히 앉아 있는 게 여기가 카르텔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게 느껴졌다. 한국을 썩어 빠지게 만드는 악의 축 같은 놈들.
“다들 만나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이번에 KG 그룹의 회장직을 맡게 된 강재환입니다.”
속마음과는 달리 최대한 인상이 유해보이도록 저자세로 나갔다. 당장 싸우자는 태도로 나가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못 얻게 된다.
“유명하지.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이재명의 의도에 재환은 싱긋 웃었다. 빈자리에 앉으니 이재명이 운을 뗐다.
“스마트폰으로 재미 좀 봤던데, 회장 자리에 앉자마자 호재가 있어서 좋겠어.”
“다 직원들이 열심히 해준 덕 아니겠습니까.”
“뭐, 차세대 스마트폰에 보안 성능도 올라가면 매출도 올라가겠지.”
그 말에 재환의 눈가가 꿈틀했다.
보안 성능을 높이자는 이야기는 KG 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의 기밀 중의 기밀이다. 그 사안을 알고 있다고 운을 떼는 건 명백한 도발이었다.
‘산업 스파이라….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네.’
카르텔에서 산업 스파이를 운용할 것도 생각은 했는데, 생각보다 더 빨랐다. 오늘 돌아가자마자 대응책을 짜야겠다. 그것과는 별개로.
맞았으면 돌려줘야지.
“한성에서도 스마트폰 사업 확장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꽤 거액의 돈을 투자하셨다고 들었는데요. 5000억이던가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니 이번에는 이재명 회장의 눈가가 꿈틀했다. 저쪽에서 스파이를 운용한다면 이 쪽에서는 미래의 정보가 있다. 여기 있는 이들의 성격과 행동 방식 정도는 진작 꿰뚫고 있다.
“잘 되셨으면 좋겠네요. 좋은 경쟁자가 있어야 더 좋은 제품이 나올 테니까요.”
원래 후진 제품이 옆에 있어야 잘난 제품이 더 돋보이는 법이다.
재환의 의도에 이재명은 입가를 비틀어 말아 올리며 나지막이 말을 씹어 뱉었다.
“구정혁이나 너나 비슷하구만. 자기 그릇 크기도 모르고 배짱만 부리지.”
“배짱을 부릴만 하니까요. 그나저나 이런 잡담이나 하려고 부르신 건 아니죠? 오늘 공장에 벌레가 꼬인 것 같아서 처리해야 할 거 같은데요.”
재환의 공격적인 어투에 이재명이 받아치려는 순간, 정보준 의원이 말을 치고 나왔다. 가만 있으면 두 사람의 말싸움만 보다 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안이요?”
“네. 강 회장님에게도 꽤 마음에 들어 할 제안이죠.”
정보준은 마치 귀한 물건이라도 내놓는 것처럼 거들먹거리며 말을 꺼냈다.
“저희와 손을 잡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