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59
59화
검찰청은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정연 부장 검사의 지시로 이행했던 세무조사가 윗분들의 심기를 건드렸고, 그로 인한 징계 소식이 돌았기 때문이다. 징계라고 해도 크진 않았다, 3개월 감봉.
똥 밟았네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검찰청에서 완전히 나가리 됐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이 사건을 본 검사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이게 내가 그토록 되고 싶어했던 검사인가.’
신입 검사들은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회의감을 표출하고,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 가를 고민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눈 밖에 난 김정연 부장 검사를 보고 혀를 찼다.
‘왜 굳이 삐져나온 못이 되어서 망치질을 당했는가.’
그들은 뒤에서 김정연을 비난하면서도 의문을 가졌다. 그는 처음부터 정의감 투철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는데, 왜 자진해서 튀어나온 못이 되었는가.
덕분에 진작 찍혔다던가, 버림말이 되었다던가 하는 카더라 정보가 검찰청 내를 떠돌아다녔다.
김정연은 사직서를 준비해서 품 안에 넣어두고 검찰청을 돌아다녔다. 재환은 김정연에게 KG 그룹의 법무팀으로 이직할 것을 제안했고, 그걸 받아들였다. 검찰청을 떠나게 되었지만, 이 판을 뜨는 건 아니기에 마지막으로 얼굴 도장을 찍어두는 중이었다.
구설수가 있다보니 가는 곳마다 자신을 두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렇지도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크게 가슴 아프지도 않았다. 저 중 버림말로 쓰였다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정연아.”
다른 동료에게 인사를 남기고 돌아서는 순간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같은 날에 검사 옷을 입은 동기, 이주혁이다. 서로 바쁘고 맡은 일이 다르다보니 검사가 되고도 자주 마주치진 못했다. 그렇다보니 지인 이상 친구 미만 수준의 관계로 남았다.
“어, 왜?”
“너 진짜 검사 그만 두게? 고작해야 감봉 3개월이잖아.”
어깨를 붙잡고 지나치게 친근하게 물어오니 이 녀석이 왜 이러나 싶다. 그 뜨거운 팔을 떼어내고 질문에 수긍했다.
“말이 좋아 감봉 3개월이지. 출셋길 막히고, 위에서 골칫덩어리로 찍은 상황에서 이 상황에서 더 버티고 있어서 되겠냐. 윗분들 심기 거스른 상황에서 검사 일을 계속 할 수도 없을 거고.”
“근데 못할 짓을 한 건 아니잖아.”
이주혁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작게 운을 뗐다.
“세 신문사가 작당하고 여론 조작한 건 사실이잖아. 댓글 조작 한 정황이랑 증거물도 발견했다며.”
어떻게 알았는지 조사한 내용의 일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김정연은 입을 달싹거리다가 주변을 둘러봤다. 눈을 마주치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기는 귀가 너무 많다.
“나가서 얘기해.”
담배로 그를 꼬아낸 김정연은 사람이 잘 오지 않는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습관적으로 담배 곽을 꺼내 들었다가 피식 웃었다. 자신은 담배를 안 피지만 윗분들 맞춰 다니려면 어쩔 수 없이 담배를 들고 다녀야 했다.
담배곽을 보다가 이주혁이 라이터를 내밀자 번뜩 정신을 차렸다.
“안 펴?”
“그래, 안 펴.”
“후우. 그럼 얘기나 해 봐. 너 확신을 가지고 긴급체포권도 쓴 거 아냐. 자금이 흘러나간 정황이라도 잡았냐?”
“맞아.”
“허 참. 근데 그걸 가지고 징계를 받았단 말이지….”
이주혁은 담배를 한 번 쭉 빨고 자기 딴에는 슬쩍 묻는다고 물었다.
“대체 그 정보는 어디서 얻었냐?”
그 말에 이 녀석이 왜 이리 친한 척 다가왔는가, 하는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녀석은 김정연의 정보망이 탐났던 거다. 하긴 김정연이 빠지면 이주혁이 더 높게 올라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데, 이번 정보망에 대해 알게 되면 거기에 날개를 단 격이 될 테니까.
“다 방법이 있지.”
“뭔데, 나도 좀 같이 먹고 살자. 임마, 우리가 그래도 동기 아니냐. 동기 좋다는 게 뭐냐?”
이주혁의 말에 그는 애매모호한 미소만 지었다. 사실 김정연도 그런 정보망은 가지고 있지 않다. 이번 여론 조작 건은 재환이 전부 정보를 제공했고, 자신이 한 거라곤 그 정보들을 적당히 먹기 좋기 비빈 것뿐이니까.
김정연은 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라고 남 좋은 일을 해줄 이유는 없으니까.
김정연이 입을 열지 않으니 이주혁은 혀를 차고 가래침을 뱉었다.
“새끼, 입 무겁기는. 그러면 이것만 물어보자. 진짜로 그만둘 거야? 부장 검사 자리가 초등학생 반장, 부반장 자리도 아니고 이렇게 쉽게 포기해?”
“그러면. 이미 출셋길 다 막혔는데 여기 버티고 앉아 있으면 내가 뭘 할 수 있냐.”
“그래도 좀 버티고 있다가 라인 다시 잡으면 되잖아.”
“그게 될 거 같냐? 현실적으로?”
김정연이 강압적으로 물으니 그는 눈을 돌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의지는 잘 알겠다. 나가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변호사 사무실 차리든 할 거 아냐. 법정에서 또 보자.”
자기 할 말만 마치고 뜨는 녀석의 뒤를 보며 김정연은 고개를 내저었다. 다음에는 법정의 반대편에 서서 마주보지 않을까 싶다.
남은 인사를 마저 하러 가볼까 싶은데 재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네, 강회장님.”
“사직서 제출 하셨어요?”
“지금 제출하러 가는 길입니다.”
“그래요?”
말 꼬리가 올라가는 게 묘했다. 마치 뭔가 시킬 게 있는 것처럼.
“나오기 전에 개판치라는 말을 하시는 건 아니겠죠?”
“에이, 제가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김정연 검사님 인생 말아먹을 짓은 안 시킵니다. 방향이 조금 달라지게 만들 수는 있어도요.”
재환이 본론으로 안 들어가고 말을 계속 돌리니 괜히 가슴께가 묵직해졌다. 뭔가 또 평범하지 않은 일을 시킬 것 같은데….
“일단 그 얘길 하기 전에 검사 생활 마무리 하는 거 아쉽진 않으세요?”
“아주 안 아쉽다면 거짓말이겠죠. 10년 넘게 몸 담았던 곳이니까요.”
“그럼 검사 생활 계속해 보실래요?”
김정연의 머릿속에서 의문이 피어나기도 전에 재환이 바로 뒷말을 던졌다.
“누구 하나를 고소하려고 하는데요.”
“고소요? 그게 제 검사 생활과 무슨 상관이….”
“거기 검사장, 김정연 부장 검사님 상사를 고소하려고 하거든요.”
그 말에 김정연은 등골이 오싹했다. 사람의 그릇이 참 크다는 생각했지만, 판을 벌리는 스케일자체가 남다르다.
“이번 조사가 막힌 것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그거 때문이라면 잘못된 판단입니다. 이번 일은 검사장보다 더 위, 총장님도 엮여 있을 거에요.”
“그럼 같이 고소, 고발하면 되겠군요. 감자 캐듯이 줄기 하나 잡아당기면 줄줄이 딸려 나오니 고소하는 맛이 있겠어요.”
말이 씨알도 안 먹힌다고 느낀 김정연은 마른세수를 하고 되물었다.
“확실한 증거와 고소할 만한 상황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아니면 필패입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제가 누군데요?”
이번 스캔들 사건으로 인해 재환의 신뢰도에 약간의 흠집이 났지만, 여전히 TBS와 오늘의 신문, 그리고 재환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는 높다. 더군다나 재환은 중앙과 동아 쪽에도 비슷한 류의 기사를 내라고 지시를 내려둔 상태다.
세 언론사에서 같은 기사가 나오면 다른 신문사들도 뒤따라 움직일 거고, 결국 누군가는 나서서 사태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
“판은 깔아둘테니, 위에서 칼춤 한 번 추실래요? 안되겠으면 그냥 이전의 계획대로 사직서 제출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을 구하면 되니까요.”
김정연은 고민에 빠졌다. 여기서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문제 될 건 없다. KG그룹의 법무팀에서 일한다는 게 확정되어 있으니까.
그럼에도 고민이 되는 이유는 하나다. 검사 일을 계속 할 수 있고, 잘하면 더 위를 노려볼 수 있으니까, 리턴 값이 꽤 큰일이다.
“……뭘 하면 되겠습니까.”
“하신다고 하면 바로 움직여 주셔야 됩니다. 퇴직한다는 얘기는 계속하시고 관련 자료는 메일로 보내드릴 테니 서류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잠깐 기다리자마자 메일로 관련 자료가 쭉 도착했다. 김정혁은 슬쩍 보고 숨을 멈췄다. 어디서 이런 정보들을 구했는지, 따로 흥신소를 운영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세한 정보들이었다.
“현장 자체를 급습하시려면 지도 하나 보내드릴 테니 내일 8시 즈음에 수사관들과 그리로 가보세요.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전 가끔가다 강 회장님이 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체 어떻게 그런 정보들을 얻는 겁니까?”
“영업 비밀이죠. 그럼 내일 뉴스를 신호로 바로 행동 시작해 주시면 됩니다.”
재환의 전화가 끊기고 김정연은 묘한 고양감을 느꼈다. 들고 있던 담배곽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자신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짐 정리 하는 척 하면서 서류 준비하려면 꽤 빠듯할 테니까.
그 시각 재환은 전화를 끊고 잠시 기다리니 무궁화 세 개를 어깨에 단 경정이 다가왔다.
“강재환 회장님 맞으시죠? 특수범죄 수사팀 과장 최양락입니다.”
“반갑습니다. 강재환입니다.”
재환의 명함을 받아든 그는 짧게 헛기침을 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알고 싶으신 게 있으시다고….”
“제가 전에 폭력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정확히는 살인 미수였죠.”
재환은 흉터가 남은 상처를 보여줬다. 직접 만든 것이지만 진술상으로는 그 깡패에 의해 생긴 자상이었다.
최양락은 그걸 보고 이맛팍을 좁혔다. 살인 미수 사건이라면 꽤 전에 접수됐었던 걸로 기억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시간 간격이 너무 길었던 탓에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사건이기도 했다.
‘윗선에서는 단독범으로 만들어서 검찰로 넘기라했지.’
사건이 발생되기 전, 신고가 접수된 후, 모든 게 이상했지만 중간에 끼인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렇게 잊어가던 중에 재환이 경찰서로 찾아온 것이다.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 지 알 수 있을까요? 피해자니까 얘기 들을 수 있겠죠?”
“흠…, 잠시만요.”
자리로 가서 관련 정보를 가져온 최양락은 머리를 긁적였다.
“검찰로 넘겨서 자세한 건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폭행, 협박, 살인 미수가 적용되어 형량을 세게 받을 겁니다.”
“그게 다입니까?”
재환의 낮은 목소리에 최양락은 순간 등줄기가 오싹했다. 범이 아가리를 벌리기 직전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제가 듣기로 사주한 사람이 있다고 했거든요. 경찰서에 갔을 때도 그리 진술했었습니다.”
“저희 조사 결과로는 단독 범행으로….”
“조사 똑바로 하신 거 맞으세요?”
“……네?”
재환은 삐딱하게 앉아서 최양락을 노려봤다.
“일부러 범인을 단독범으로 만들어서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는 게 아니냐, 묻는 겁니다.”
“……강재환 회장님 원래 기자셨다고 했죠? 그래서인지 참 자극적인 질문을 하시는 군요.”
경찰들이 기자들을 모욕하는 건 일상다반사다. 그걸 이용해 에둘러 재환을 비꼬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과장님, 제가 직접 자료를 드려야 조사할 겁니까?”
“무슨 말을….”
재환은 가져온 서류를 책상에 올려놨다. 일전에 그 깡패에게서 들은 정보를 베이스로 깔고 자신의 정보를 추가해서 만든 서울 내의 조직 폭력배들의 세력도다.
“제대로 조사해 주시죠. 이들하고 연루되어서 부패 경찰 소리 듣고 옷 벗기 싫으시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