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58
58화
재환은 집으로 돌아와 넥타이를 풀었다. 전쟁터의 갑옷과 같은 옷을 벗으니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냉수를 들이켜고 방으로 들어가니 소이와 소율이와 같이 잠든 아내가 보였다. 한 명 보는 것도 힘든데 둘을 보려니 더 힘들 것이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 예희의 머리를 매만지니 부스스한 눈을 떴다.
“왔어? 늦었네.”
“좀 바빴어.”
“하긴 바쁠 만 하지. 스캔들은 잘 마무리 됐어?”
스캔들 얘기가 예희 입에서 흘러나오니 괜히 뜨끔했다. 물론 예희는 재환이 그럴 인물이 아니란 걸 알기에 콧방귀 뀌고 넘어갔지만, 재환은 괜히 죄지은 느낌이었다.
“일단락된 거 같아.”
“다시는 그런 일 없었으면 좋겠네.”
으스스한 예희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여 답했다. 회장 직책이 되어도 마나님을 거스를 순 없다.
예희는 하품을 쩍 하고 재환과 같이 거실로 나왔다. 피곤한 건 그녀도 마찬가지일 텐데 부지런히 어지러진 집을 정리해 나갔다. 재환도 손을 보태는데 예희가 손을 찰싹 때렸다.
“앉아 있어. 밖에서 열심히 돈 벌어왔으면 쉬어.”
“애 보는 것도 일이지 뭐. 차라리 가정부를 들일까?”
“그게 다 돈이야.”
“나 돈 이제 많아. 생각해보니 당신도 이제 회장 사모님인데, 가정부 하나는 두고 있어야지.”
KG 회장이 되면서 억 단위의 돈이 통장에 꽂혀 들어왔다. 상속세는 구정혁 전 회장이 전부 냈기에 문제 될 부분도 없었다.
예희는 정확한 액수는 몰라도 상당한 액수의 돈이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다.
사모님 소리에 예희는 풋하고 가볍게 웃었다. 허리를 가볍게 문지르고 답했다.
“그럼 부탁 좀 할게.”
“그래, 필요한 거 있으면 말만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다 해 줄게.”
전생에서 고생만 시켰던 게 미안했기에 해줄 수 있는 건 전부 해주고 싶었다. 재환만 아는 전생일지라도.
“근데 높은 자리에 올라가니까 잡음이 많이 생기긴 한다. 또 같은 일 생기는 거 아냐?”
“안 생기게 잘 대처해야지. 그게 어렵긴 하지만 말야.”
카르텔이 본격적으로 재환을 적대하고 배제하려고 나선 이상 이 정도는 작은 잡음에 불과하다. 아마 트럭으로 치이게 만든 녀석을 이용해서 더 위험한 일을 벌일지 모른다.
가정부를 엄선해서 고르고 경호원도 따로 구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런 일에는 서진이 제 격인데 아직 서진이 복귀하려면 일 이주는 더 있어야 한다.
“그래도 다 잘 될 거야.”
“요즘 당신하는 거 보면 그럴 거 같긴 해.”
재환의 거침없는 행보에서 예희는 알 수 없는 확신이 들었다.
“위험한 일은 하지 말고.”
“하하, 알았어.”
차마 재환은 더 위험한 놈들과 맞서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 * * * *
류진혁의 보고를 들은 이한철은 인상을 썼다. 이번에야 말로 뭉게버릴 수 있다 여겼다. 그렇기에 한성의 여론 조작 팀도 이용해서 재환의 평판을 깎아냈다. 하지만 재환은 가볍게 난관을 넘어설 뿐 아니라, 한성의 패 중 하나인 조선 신문을 무너트렸다.
“강재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재수없던 그 면상이 떠오르자 화가 치밀었다. 위스키로 속을 달래고 있는 중에 불현듯 의아함이 치밀었다.
검찰은 카르텔이 꽉 쥐고 있을 터인데, 누가 세무 조사를 진행했단 말인가.
‘이강철인가?’
동생의 짓이라면 납득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강재환이란 패를 지키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운다? 그건 동생답지 않다.
더군다나 자신의 정보망에 의하면 동생과 재환의 관계는 협력 관계라 보기에 문제가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재환이란 야생마를 길들이려 하지만 실패하고 있단 느낌.
턱을 슬슬 쓸던 이한철은 이 판단이 꽤 옳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재환을 배제함에 있어서 그 거지같은 상판대기를 지닌 이강철과 손을 잡아 보는 게 어떨까.
‘아니지, 그 놈은 믿을 게 못 돼.’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손해다. 재환을 없애면 TBS 뿐 아니라 KG 그룹의 일부를 먹어치울 수 있다. 그 공을 인정받으면 한성의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다질 수 있다.
그 미래를 상상했다가 다시 표정을 굳혔다. 재환을 죽이기 위해 이미 히트맨은 고용했다. 하지만 영 행동거지가 심심하다.
재환이 알고 대처하고 있기 때문도 있지만, 히트맨이 상당히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이한철은 불만이어도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 괜히 요란하게 움직였다가 뒤에 자신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 더 곤란하다.
“일단 검찰 쪽부터 들쑤셔야겠군.”
카르텔을 등지고 재환과 손을 잡은 이를 찾아서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하나로는 부족하다. 재환의 신뢰도를 보다 확실하게 떨어트릴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배신자다.
* * * * *
재환은 출근하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좀 더 쉬셔야 하잖아요.”
“회장님이 계신데 제가 어떻게 쉬겠습니까.”
병실에서 요양을 해야 할 서진이 출근해 있는 탓이었다. 재환은 한 마디 할까 하다가 말았다. 저렇게 나오는 걸로 봐선 더 말해봐야 안 들어먹을 거 같았다. 차라리 하고 싶은 대로 두는 게 더 나았다.
“아프면 바로 들어가세요.”
“그러겠습니다.”
재환의 포기 선언에 서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이 정리한 보고서를 내밀었다. 병실에 있는 동안 자신 나름대로 이번 사건의 배후를 조사해서 정리한 보고서였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YK 그룹의 자회사 쪽에서 자금 유출이 있었던 걸로 봐서 그 쪽을 통해서 사람을 고용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YK 쪽에서 지시한 게 아니라 따로 지시를 내린 사람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 배후를 숨기기 위해서 YK를 거쳐서 고용한 걸로 보입니다.”
YK 그룹 역시 카르텔에 속한 그룹 중 하나로 전생에서는 하이닉스를 인수해서 반도체 산업도 크게 성장시켰다. 그 뒤에는 카르텔의 수작이 있었다. 지금은 KG 화학에 밀려 2인자 신세에 경쟁 분야에서도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당연히 KG 그룹이 마음에 들 리 없다.
“깡패인가요?”
“제 생각에는 그보다 더 실력 있는 전문가를 고용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전에 깡패를 한 번 고용했다가 실패했기 때문인가. 상황이 한층 더 위험해진 느낌이다. 차라리 전생에 깡패들에게 위협 받던 게 더 안전하다 느낄 정도니.
“실력있고 검증된 경호원을 고용해 주세요. 저보다 가족들에게 딱 붙여 주시고요. 아이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됩니다.”
“빠르게 손쓰겠습니다.”
“그리고 자금 흐름 따라서 최종적으로 지시한 게 누군지 알아봐 주세요.”
카르텔 중 누가 이런 잔혹한 지시를 내렸는가. 어렴풋이 짐작은 하지만 확신을 위한 정보가 필요했다. 서진이 알아내기에 힘들 수도 있지만 아마 힘닿는 데까지는 알아봐주리라.
재환의 지시를 메모한 뒤 서진은 하나의 쪽지를 더 건넸다.
“뭐죠?”
“중앙 신문 쪽입니다. 편집국장에게서 받아왔습니다.”
이른 아침에 회사로 바로 온 것으로도 모자라서, 중앙 신문에 들렸다 왔다는 점은 놀라웠으나 서진답기도 했다. 쪽지를 확인하고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은 손을 털었네요.”
“믿을 수 있겠습니까?”
“믿을 수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뒤통수치려고 다시 수를 쓰면 먼저 잘라내 버리면 그만입니다.”
일단 중앙이 재환의 손을 잡겠다고 나섰으니 작은 언덕 하나는 넘은 셈이다.
“조선 쪽은 별 얘기 없었죠?”
“네. 오히려 TBS를 저격하는 뉴스를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하라고 하세요.”
조선 신문은 이미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이 어느 정도 붙어버린 상황이다. 어제 TBS 저녁 뉴스에서 밝힌 오보만 해도 20개가 넘어갔다. 그 피해자들의 진술을 모조리 취합해서 오늘 또 나가면 조선 신문의 지위는 한층 더 격하 될 거다.
그들의 방송사 역시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고, 인사이동을 시작하게 될 거다.
물론 한성에서 조선 신문에 지원을 하면 숨통이 다시 트이겠지만, 한성이 원하던 건 어디까지나 입김이 세고 민심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신문사지, 거짓말쟁이 신문사가 아니다.
철저히 계산적인 그들이 조선에 다시 줄을 댈 리 없다.
재환은 이어서 KG 그룹 주가 변동 얘기를 듣고 잊고 있던 일을 떠올렸다.
“참, 회사 하나를 KG 전자 밑에 자회사로 넣으려고 하는데 준비해주세요.”
“어떤 회사죠?”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전에 제가 작게 하던 회사인데, KG 이름 달아줘야 할 거 같아서요.”
“음…. 혹시 까톡을 개발한 그 회사입니까?”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정혁 회장이 탐냈던 사업이기에 서진이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영호를 중심으로 주먹구구식으로 개발해나갔다면 앞으로는 KG의 인재들을 배치해서 더 크게 키워볼 생각이다.
대기업이 되길 원하고 있었으니 이 소식을 들으면 좋아할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여유 자금 있으면 이동훈 대표에게 지원 좀 해주세요. 그 쪽 산업도 크게 키워야 될 때에요.”
노이즈 마케팅이란 말이 있듯이 이동훈 대표와 장미래가 본의 아니게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됐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 연예계 쪽에도 힘을 실어 볼 요량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사람들의 이목도 끌 수 있을 거야.’
3대 연예기획사와 이동훈 기획사를 같이 끼워서 실력파 가수를 대거 기용할 기회를 제공할 계획도 짰다. 기회를 낚아채느냐 마느냐는 이동훈 대표의 실력에 달렸지만, 이번 일은 제법 승률이 높은 기획이다.
“최대한 자금을 빠르게 순환시켜 주세요. 돈의 흐름이 빠를수록 불어나는 법이니까요.”
“노력해보겠습니다.”
재환이 서진에게 대부분의 일을 지시했지만, 아직 할 일은 많이 남아 있었다. 계획의 세부적인 부분을 점검해야했고, 밑에서 올라온 기획서를 검토해야 했다. 미래의 지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대부분이었기에 조금은 수월하게 대처가 가능했다.
‘기자와 사업가는 다르지만 비슷하다.’
결국 모든 건 정보전이다. 이 물건이 팔릴 것인가, 아닌가. 이 계획이 성공할 것인가 아닌가. 돈을 얼마만큼 투자해야 흑자로 돌아설 것인가 등. 기자가 정보를 이용해서 대중들을 선도했다면 사업가는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 뿐이다.
‘어렵지 않아.’
재환이 KG 전자에서 올라온 서류를 검토하는 중에 전화가 울렸다. 자신에게 직통으로 연결되는 번호는 몇 몇만이 알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부장 검사 김정연이다.
“무슨 일이죠?”
“위에서 알아차렸습니다. 도와주십쇼.”
카르텔에서 움직이는 게 빠르긴 하다. 밤 사이에 안 걸린 걸 생각하면 늦은 편인가.
“일단 위에서 시키는 대로 손 떼고 사직서 준비하세요. 저희 쪽 법무팀으로 이직 도와드리겠습니다만, 몇 개월 정도 텀을 가지는 게 좋겠습니다. 관련 서류는 나중에 전달해 드리죠.”
“회장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재환은 전화를 끊고 눈가를 문질렀다. 이번 한 번 쓰고 말기엔 아쉽지만, 한 번 걸렸으면 다음에 쓸 수 없다. 곧바로 김정연과 KG의 연관 관계를 특집 기사로 다룰 테니까.
검찰 쪽에 끈이 떨어졌다.
“새로운 끈을… 아니야.”
전에는 힘이 없었지만 이제는 KG 그룹을 아래에 두고 있다. 검찰에 끈을 넣어서 이용할 게 아니라 반대로 카르텔에 붙은 끈을 잘라내면 된다. 그러기 위해 만든 힘이니까.
“누구부터 시작할까.”
재환은 수첩을 펼쳐서 적절한 상대를 물색했고, 목표를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