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70
70화
래리는 재환의 질문에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그는 브란이 저돌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추진하는 게 영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여기서 말을 잘못해서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되면 그건 그거대로 화가 날 거다.
“스마트폰 사업은 괜찮은 사업이죠. 차후에 얻게 될 이익을 생각하면 초기의 손실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런데 이번 일을 브란에게만 맡긴 이유가 있나요?”
“브란이 적극적이었으니까요. 지금 고글에서 진행 중인 사업이 한 두 개가 아니기에 전부 제가 체크하고 피드백 할 수는 없습니다. 브란이 그저 고글의 설립에 관여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믿고 맡겼을 뿐입니다.”
재환은 톱니바퀴 사이에 끼인 이물질이 느껴졌다. 어쩌면 래리도 브란의 태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여기서 슬쩍 돌을 던져 볼까.
“제가 궁금한 점은 브란이 계속 얘기하는 긍정적인 측면의 부분이 아닙니다. 정말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죠.”
살짝 타는 목을 침으로 적시고 말을 이어나갔다.
“브란은 스마트폰 제작 기술과 공정까지 전부 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조금 과격한 표현이긴 합니다만 저희가 어렵게 일궈둔 스마트폰 시장을 낼름하겠다는 얌체같은 말로 밖에 안 들렸습니다. 그러고도 저희가 받는 건 판매 수익의 20%라고 했죠.”
진실과 거짓을 교묘히 섞어 재환은 래리의 속내를 떠보기 시작했다. 여기서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근데 저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용이도 있긴 합니다.”
“그건 꽤 반가운 말이네요.”
“문제는 판매 수익의 20%가 저희가 만든 생산 라인을 내주고도 남느냐는 거겠죠. 그런 의미에서 다시 처음의 질문을 드리자면 스마트폰 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래리는 돌아가는 판이 뭔가 묘하다는 걸 그제야 느꼈다. 자신이 생각한 건 그저 고글 전용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한 개발 인력을 얻는 것과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홀라당 먹으려 했다?
‘브란, 무슨 짓거릴 한 거야.’
말이 되는 사업을 벌여야 인정해주지. 이건 터무니없는 짓이다. 이 일을 진행하려면 얼마나 큰 액수의 돈이 필요할 것인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백 번 양보해서 래리는 브란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고글 맞춤형 스마트폰을 제작한다 고해도 그걸 양산하기 위한 공장 라인을 갖추는 건 또 시간과 돈이 드는 일이다. 그것도 적지 않은. 그렇게 생각하면 브란이 과하게 일을 키운 이유가 납득이 됐다.
웃기는 건 앞에 앉은 재환이었다.
‘자기 사업 하나를 통째로 넘겨? 망한 사업도 고집 때문에 그럴까 말까 고민을 엄청 하는데, 잘 나가는 사업을 그냥 넘기겠다고? 이후 발생할 매출의 20%만 받고?’
전에 대충 듣기로는 한국의 거대 기업의 회장이라 들었는데, 어떻게 회장직까지 올라갔는지 의문이다. 그냥 돈 많은 머저리인가.
“래리?”
“아, 죄송합니다. 미스터 강. 잠시 미스터 강의 질문에 어떤 답을 하면 좋을 지 고민이 됐거든요.”
“생각나는 대로 말해주시죠.”
래리는 재환에 대한 생각을 머리 한 켠에 두고 이 판을 유리하게 끌고 갈 방법을 생각해봤다.
“제가 봤을 땐, 이후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필수품 중 하나가 될 겁니다. 당장 저희 회사에만 봐도 애플폰을 쓰는 직원이 제법 되니까요. 쓰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삶의 질이 올라갔다고도 하죠. 그런 제품에 IT기업인 저희가 뛰어들면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겠죠.”
“애플폰이 선점한 시장이고, 다른 휴대폰 회사도 뛰어들려고 준비 중인 시장에서 말이죠?”
“일단 저희가 가진 네임밸류가 있고, OS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자부합니다.”
재환은 래리의 자신감에 비릿하게 웃었다.
초창기 미국의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독주였다. 모토로라나 블랙베리, 델사가 그 독주를 멈추기 위해 여러 제품들을 내놨지만 모조리 침체되어 사라졌다.
그만큼 애플폰이 가진 그 감성은 강력한 무기였다.
“답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애매해서요.”
“애매하다뇨?”
“그렇게 자신만만한데, 왜 이제야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려는 겁니까? 진작 뛰어들어서 시장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렸어야 맞지 않나요?”
“그건….”
래리는 그 질문에 쉬이 답할 수 없었다.
이전엔 그리 좋아보이는 시장이 아니었다고 답한다면 사업적인 판단이 느리다는 힐난이 날아올 거고, 최근에야 시장에 진출할 여유가 생겼다고 답한다면 그런 태도로 도전해서 성공할 수 있냐는 날 선 질문이 날아올 터다.
재환의 외통수였다.
래리가 입을 다물고 있으니 재환이 침묵을 유지하다가 재차 질문했다.
“제가 사실 제일 궁금한 부분은 그 부분입니다. 왜 이제야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생각을 하였는가. 이 애매한 시기에 말이죠.”
“미스터 강,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이번 스마트폰 시장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닙니까?”
래리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목적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
사업을 시작하는데에 돈을 버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있다고?
“그렇게 말해도 잘 모르겠군요. 저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가령 말이죠. 저희가 가진 기술이 고글을 통해서 다른 회사로 빠져나가게 되면…. 시장에서 독과점이 형성될 수도 있단 말이죠. 독과점이 불러오는 폐해에 대해선 잘 아시죠?”
기업들만큼 독과점을 원하면서도 증오하는 이가 있을까. 내가 하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고, 남이 하면 속 터지는 게 독과점이다.
“현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OS를 고글에서 맡고 있는데, 스마트폰 자체가 독과점이 형성되면 지금 개발하신 OS가 사장될 수 있겠죠.”
“하….”
“한 번 알아보시는 게 좋겠네요. 부르투스 너마저, 같은 상황이 안 생기려면요.”
재환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에서 나와 고글 본사를 나오는 동안 재환은 자신이 세운 억측과도 같은 가설을 돌이켜봤다.
사실 브란이 파인애플 사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은 반반이었다. 나머지 반은 정말로 스마트폰 시장을 전부 손에 넣기 위해 기반을 닦는 것일 수도 있고.
팩트가 후자라고 해도 재환은 전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래리에게 던진 돌이 파장을 일으키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스터 강, 잠시 얘기 좀 할까요?”
다음 날 회의에 들어가기 전 브란은 재환을 잠시 따로 보자고 했다. 브란의 개인 사무실로 들어가니 그는 마른 세수를 하며 재환을 매섭게 바라봤다.
“미스터 강, 어제 래리와 저녁을 먹으며 얘기를 나눠봤는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더군요.”
“오해요?”
“네. 마치, 제가 제 이익만을 위해 시장의 독점을 초래하려는 것 같다는 그런 말말이죠.”
브란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차분히 설명했다.
“이번에 KG 전자에서 만든 스마트폰의 OS를 개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OS로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걸 넘어서 맞춤형 스마트폰을 만들어 보려는 것이었고요. 그러니 파인애플 사에 기술을 팔아넘긴다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그걸 제가 확신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겠죠.”
재환은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판은 기울어졌다.
“담보나 확신이 필요합니다. 서로를 신뢰하기 위해선 말이죠.”
“그 담보라는 게 뭡니까.”
원하는 판이 어느 정도 깔리니 재환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걸 불렀다.
“매출의 10%, 그리고 고글의 검색 엔진. 그거면 됩니다.”
“하….”
“거기에 공장은 못 빌려드립니다. 이 정도면 어떠십니까. 이후 자문이 필요한 부분은 적절히 도와드리겠습니다.”
매출의 10%에 고글의 검색 엔진을 얻어낼 수 있다면 상당한 이익이다. 고글의 스마트폰이 성공하지 못하리란 사실도 알기 때문에 더욱 이익이었다.
브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래선 저희의 손해가 막심합니다.”
“어째서죠? 스마트폰 사업을 진행하는 중에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하지 않으니 나쁠 것도 없을 텐데요.”
“저희 검색 엔진 기술은 그걸 상회하고도 남으니까요. KG 전자에서 스마트폰 기술이 유출되면 곤란한 것처럼 저희 기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계획서 내에 명시해 두도록 하죠. 기업차원에서 개발을 하고 사업화 하는 건 괜찮지만 기술 자체를 판매하는 건 안 되는 걸로요.”
“그러면 저희도 그러면 되는 거 아닙니까.”
“어제 브란이 직접 말하셨지 않습니까. 스마트폰 기술이 더 상위 기술이라고요. 그럼 같은 조항도 리스크가 더 큰 건 저희라는 거 아닙니까.”
재환을 압박하기 위해 했던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서 자신에게 돌아온 상황에 브란은 두통이 밀려왔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계약서에 그 사안을 명시해둔다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다.
“좋습니다. 세부적인 사안은 회의에서 결정하도록 하죠. 그리고 래리한테는 말 좀 잘 해주시죠.”
“탁월한 선택입니다.”
큰 틀이 잡혔기 때문인지 이후 거래는 수월하게 흘러나갔다. 세세한 비율적인 부분은 KG 전자 직원이 나서서 마진을 남길 수 있도록 조율했다.
그 뒤에서 브란이 떫은 표정을 짓고 있긴 했지만 그 나름대로 얻어간 이익도 많기에 볼멘 소리를 내진 않았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죠.”
“불미스러운 일로 이 계약이 파기되는 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미스터 강, 그건….”
“농담입니다.”
재환은 브란과 악수를 하고 난 뒤 회의실을 나왔다.
KG 전자에서 내놓는 스마트폰의 OS가 고글에서 나오는 거니 맞춤형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받으려면 고글과도 좋은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 외에도 좋은 서비스들을 제공 받아 활용 해야 하니.
“회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참, 여러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할 일이 조금 더 있는 건 아시죠?”
“듣기는 들었습니다만….”
직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난색을 표했다. 고글이야 OS 건으로 교류가 있었지만 이번엔 그런 게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조사를 해주시고, 다른 휴대폰 업체들과 접촉해서 스마트폰을 대리 판매할 의사가 있는 지 확인해 주세요. 마진이나 이런 건 일단은 신경쓰지 마시고요.”
“발품을 팔아 보겠습니다.”
“자세한 건 나중에 KG 전자 사업팀에서 조율하겠지만 기본적인 조사만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재환은 글로벌 시장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면서 한국에 있는 KG 전자 산하 소프트 웨어 팀에 연락을 넣었다.
“회장님?”
“이제 출근했나요?”
“네, 무슨 일이십니까?”
“조만간 고글의 검색 엔진 기술을 얻을 수 있을 거에요. 기간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그 사이 고글의 검색 기술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준비해 주세요.”
소프트웨어팀에 있는 신영호는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알겠다며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전화를 끊기 전 재환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좀 된 일인데, 포털 사이트인 D사에서 까톡 인수하려고 했던 거 기억나세요?”
“네. 그 땐 제가 뭘 몰랐죠.”
“그 제안을 조만간 돌려줄 겁니다.”
이번엔 역으로 우리가 D사를 인수한다.
“KG 산하에 소프트 웨어팀을 하나의 사업으로 분리할 생각이니 준비해두세요. 신영호 사장.”
신영호는 그 말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통하는 번개를 맞은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재환에 대한 열렬한 신도가 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