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87
87화
재환과 서진이 거래를 하는 그 시간 경찰 본청은 기레기들로 인해 한바탕 소란을 겪고 있었다.
“폭행 신고를 받고도 묵인했다는 게 진실입니까?”
“지금 깡패 조직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게 아니냔 말이 있는데 이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부 심사 중이라고 하셨는데, 언제까지 심사가 진행되나요.”
대다수의 언론이 카르텔의 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카르텔이 원하는 기사를 써줬다.
서로 윈윈하는 관계이지만 이번 사항은 조금 달랐다. 안 그래도 무리해서 TBS와 재환을 비난하는 기사를 연속해서 뽑아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을 보도하지 않는다면 공정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상당수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어쩔 수 없이 팀킬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1층에 모여있는 기레기들을 본 경찰 청장은 짜증을 토로했다.
“일처리를 어떻게 한 거야!”
이번에 청장 자리에 오른 그는 이번 상황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카르텔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그는 이번 일을 자신의 선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묘한 압박감을 받았다.
그렇기에 직접 나서서 그들을 다그쳤다.
“죄송합니다. 조금 더 신경쓰겠습니다.”
청장에게 불려온 특수범죄 수사팀은 단체로 조인트를 까여야만 했다. 청장은 그들의 머리를 내려치면서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이번 일 잘못 되서 한 번 더 뉴스에 오르면 단체로 옷 벗을 각오해야 할 거야.”
“네, 잘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팀장만 남고 나가봐.”
수사팀원들은 팀장을 슬쩍 보고 청장실을 빠져나왔다. 홀로 남을 팀장이 걱정됐지만, 경찰의 최고 직책에게 개길 정도로 배짱 있는 이는 없었다.
모두가 나간 뒤 청장은 의자에 앉아서 물었다.
“깡패 새끼들한테 말해서 몇 놈 넘기라 해.”
“그 놈들이 배째라고 나오면 어쩌죠.”
“싹 다 깜빵에 쳐들어가기 싫으면 하라 해! 우리가 써먹을 깡패 놈들이 그놈들 뿐이야? 그런 것 까지 일일이 내가 가르쳐 줘야 돼!”
“죄송합니다.”
연신 머리를 숙이는 팀장은 이 상황이 굉장히 엿 같았지만 속으로 곱씹으며 참았다. 이 라인을 붙잡고 버텨야지만 더 위로 올라 갈 수 있으니까. 더 높은 지위와 연봉을 생각하면 이 정도 모욕은 참을 수 있었다.
“그리고 깡패들한테 말해서 사리라 해. 책잡힐 짓 하지 말고 조용히 숨만 쉬라고.”
“알겠습니다.”
“이틀 내로 끝내. 나가봐.”
다소 무리한 지시였지만 팀장은 까라면 까는 수밖에 없었다. 홀로 남은 청장은 뻐근한 뒷목을 주물렀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상념에 잠겼다.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앞길이 가시밭길이 될지, 평탄한 고속도로가 될 지 결정 될 터다.
‘전 청장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지.’
전 청장이 어떤 방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는지 들어서 알고 있다. 그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청장 자리라는 건 자신이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다. 이 자리에 있는 건 그저 시작으로 경찰들의 입을 막고, 힘을 통제함으로서 의원님들과 재벌들의 심기를 맞추는 게 주 업무였다. 가진 자들의 개가 되기 위해 그 고생을 했다 생각하면 기분이 더러웠지만 그 기분을 풀고도 남을 정도의 돈이 들어왔기에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든 꼬리 자르기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차라리… 아냐, 아무래도 그건 아니지.”
머릿속에 작은 유혹이 스쳐지나갔지만, 머리를 흔들어 털어버렸다. 아무리 돈만 보고 다니는 게 자신이라지만 그건 너무 리스크가 큰 행동이었다.
“일단 이번만 넘기면….”
작게 혼자 중얼거리며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하고 있는데, 청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청장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무슨 손님.”
“그게….”
비서는 우물쭈물하면서 손님이라는 사람의 안색을 살폈다. 비서가 신경 쓸 사람이라는 점에서 청장은 상대의 직위가 적잖이 높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들여보내라 지시했다.
청장실을 찾아온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서진이었다.
서진을 실눈으로 본 청장은 곧 그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이거 KG 그룹의 비서실장님 아니십니까.”
“알아봐주시니 기쁘군요.”
“유명인사시니까요.”
그 유명인사라는 게 어떤 방향인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저 두루뭉술하게 웃을 뿐인데 이미 서진이 어떤 인간인지 다 아는 것처럼 굴었다.
서진은 그 정도는 각오했다.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이라 하심은… 개인적인 것에 관한 건가요? 아니면 기업 차원에서 인가요.”
“……개인적인 겁니다.”
“흐음….”
청장은 턱을 슬슬 쓸면서 비릿하게 웃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고압적인 눈빛에 여러 사람이 얼어붙곤 했지만, 서진은 담담했다. 감정 변화가 조금도 없어 마치 석상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영 반응이 없으니 청장은 머쓱한 지 헛기침을 한 번하고 물었다.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지간하면 들어드리겠습니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내용은 이들을 전부 잡아 넣어달라는 겁니다.”
서진은 품에서 깡패 조직도를 꺼내 내밀었다. 서울에 퍼져 있는 깡패 조직을 전부 담아낸 조직도를 본 청장의 눈가가 꿈틀했다. 자신도 깡패 조직이 다섯 개가 넘어간다는 것만 알았지만 구체적인 숫자가 얼마나 되고, 조직도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정보의 우위에서 졌다고 생각하니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흐음…, 이 정보는 확실한 정보입니까?”
“네. 검증을 마친 정보입니다.”
“허허, 조직 폭력단을 잡을 수 있는 귀중한 정보로군요.”
청장이 조직도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려는 찰나 서진이 그걸 막았다. 맡아 달라 해놓고 막았기에 청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십니까?”
“약속이 필요합니다.”
“약속이요? 허허.”
청장은 조직도에서 손을 떼고 의자에 기댔다. 다리를 꼬고 앉아 삐딱하게 서진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아까 팀장에게 보였던 멸시가 가득했다.
“KG 그룹의 비서실장님 수준은 이거 밖에 안 되는 겁니까.”
“무슨 의미죠?”
“이런 일은 당연히 조용히 처리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약속을 받겠다는 건 좀 이치에 맞지 않다 생각드는 군요.”
“제 입장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저 맡겨놓고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서진의 의견을 타당했다. 하지만 청장으로서는 껄끄러웠다. 그냥 해주는 척이나 하고 생색을 내면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재환에게 붙을 가능성도 만들어 두려 했다.
그런데 이렇게 나오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좋습니다. 대신 자그마한 성의를 보여주셨으면 하는 군요. 아시다시피 손이 많이 가는 일 아닙니까.”
손을 비비는 동작으로 돈을 요구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고위 공직자가 당당히 뇌물을 요구하는 장면은 누가 봐도 불쾌할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이 정도는 예상한 바다.
“알겠습니다. 경찰 측에서는 이 사안을 처리할 마음이 없으신 거군요.”
“허 참, 말이 이상하군요. 약간의 성의만 보여주시면 얼마든지 상황을 넘어갈 수 있다고….”
“그 약간의 성의로 이건 어떻습니까.”
서진은 품에서 녹음기를 꺼내 흔들어 보였다. 청장의 표정에서 여유로움이 사라지며 조금씩 굳어갔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던가. 말실수를 했던가.
그런 말은 안한 것 같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확신이 안 들었다. 괜한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 서진은 말을 덧 붙였다.
“전 청장님이 어떤 죄로 물러나셨는지 들으신 바가 없으신가요? 그럴 린 없을 텐데 말이죠.”
“허, 허허. 거 사람이 농담 조금 한 걸로….”
“누가 이런 농담을 합니까. 공직자가 말이죠.”
서진은 싸늘하게 그를 바라봤다. 그 눈빛을 본 청장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다행스럽게도 전 오늘 개인적으로 찾아뵈러 온 겁니다. 제 소중한 사람이 그들에게 납치당했거든요.”
“아, 그런….”
“당신들이 눈감아 주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어.”
서진의 태도 변화에 청장은 괜히 목이 콱 졸리는 느낌이었다. 서진에게서 재환이 겹쳐 보였지만 묘하게 달랐다. 재환은 협박을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불법적인 선을 넘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진은 달랐다. 그 일선을 넘어버릴 수 있는 흉악함이 내제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조용히 잠들어 있던 구씨 일가의 본성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 사람을 무사하지 못하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난 우리 회장님과 달라.”
“겁을 모르는……, 윽….”
서진이 일어나서 한 걸음 다가오자 그는 숨이 턱턱 막혔다. 맹수의 발톱이 눈앞에서 어른 거리는 게 이런 느낌일까.
“생각 잘해.”
서진은 그 말을 남기고 청장실을 벗어났다.
청장은 서진이 나간 뒤 소매로 식은땀을 훔쳤다. 한 고비를 넘겨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자신이 그런 놈에게 휘둘렸다는 생각이 휘몰아쳐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어차피 KG도 내일이면 끝이라 했지.”
자신이야 한 방 먹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우세하다. 굳이 자신이 서진에게 휘둘릴 일 일은 없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 * * * *
다음날 재환은 TBS로 출근했다. 얼핏 보면 뉴스를 위해 나온 것 같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 기사를 보도해주세요.”
뉴스룸에 내려온 재환은 자신이 준비한 기사를 넘겨줬다. 한 꼭지 정도 되는 분량의 기사에는 국회의원들이 소속된 봉사단체 의혹이라 적힌 내용이었다.
구체적인 자료가 없기에 언뜻 보면 기레기가 위조한 기사가 아닐까 의심이 들 내용이었다.
평소 재환이 써낸 기사와는 다른 모습이기에 아나운서들은 당황스러웠다.
“회장님, 이거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데 괜찮을까요? 아마 비난 여론이 쏟아질 것 같은데요.”
“요즘 다른 언론사들이 저희를 죽이려고 난리기도 하니까요.”
“걱정마세요. 대응책은 다 준비해 뒀습니다. 아마 잘 풀리면 두 분 다 소소한 용돈 정도는 챙겨가실 수 있을 겁니다. 아, 이 기사는 오늘 아침 뉴스의 마지막에 보도해주시면 됩니다.”
소소한 용돈이란 말에 두 아나운서는 묘한 기분을 받았다. 이건 마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약 배달원이 된 것만 같은 느낌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안 한다고 잡아 뗄 수도 없었다. 상대는 KG 그룹의 회장이자 TBS의 사장이었으니까.
“알겠습니다. 아침 뉴스에 보도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재환은 웃으며 뉴스룸을 나온 뒤 최연호에게 연락했다.
“네, 회장님.”
“준비는 됐나요?”
“네, 필요한 인력은 전부 준비 마쳤습니다. 기사가 나오는 대로 움직일 거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재환은 TBS에 마련된 사장실로 올라갔다. 오늘 뉴스는 여기서 감상할 생각이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아침 뉴스의 시간이 되었다.
“오늘의 첫 뉴스입니다. 한국당과 국민당의 국회의원들이 소속된 봉사단체가 사실상 골프 클럽이 아니냐는 의혹이 재기됐습니다.”
아나운서가 뉴스를 보도하기 시작했고, 그 기사의 보도가 끝나갈 즈음 인터넷에는 반박 기사가 연달아 올라왔다. 피냄새를 맡은 상어들처럼 빠른 속도였다.
재환은 그들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들이 물어뜯는 건 맛있는 먹잇감이 아닌 독이 든 미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