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 rate samurai with a carreer break RAW novel - Chapter 148
00121 황금광 시대 =========================================================================
준학은 책상 앞에 앉아 자기 앞에 놓인 종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종이에는 세 글자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박소화. 해경이 찾아와 몰핀을 맞은 소화를 구해 가는 것을 보았으니 아마도 별 일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학은 팔짱을 낀 채 긴 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산화를 낼 생각까지는 없었으나 덕완이 이 정도로 집요하게 자신을 좇을 줄은 몰랐기에 일이 너무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미리암여학교의 학생 명부에서 소화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 몹시 놀랐던 것이 사실이었다. 매우 짧은 기간 등록되었다가 전학을 간 것으로 되어 있어, 교장인 영순을 불러 이에 관해 물었다가 소화가 교내에서 일어난 모종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학생으로 위장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준학이었다.
다만 준학은 그 일을 주도한 것이 해경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사건의 내용도 내용이었거니와 금남의 구역인 여학교에 외부의 남자를 끌어들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혹여 준학이 더욱 나쁘게 생각할까 싶어 영순이 의도적으로 해경에 대한 이야기를 피한 탓이었다.
어쨌든 준학은 소화가 이 시기에 사무회에 찾아온 데는 분명 목적이 있으리라 생각했고, 소화가 덕완에게 고용된 흥신소 직원 같은 것이 아닌가 짐작했던 것이다. 있지도 않은 금맥을 찾겠다며 집요하게 땅을 팔기를 권하는 덕완의 제안을 여러 차례 거절했고, 그 때문에 덕완이 무슨 약점이라도 잡겠다고 사람을 붙여 자신의 뒤를 캐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어린 소녀를 시켜 사무회까지 보낸 것은 아무래도 악질이었다.
때문에 이덕완의 끈질긴 추적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소화를 채용했고, 채용한 뒤 뒷조사를 하다 소화가 오라비라고 데려왔던 이가 사실은 사설탐정인 정해경이라는 것도 알게 된 터였다. 준학은 해경과 소화가 오누이 행세를 하며 김석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연극을 벌이고 있음을 눈치 챘다.
어쨌든 그러기 위해 하녀로 들어온 것이니, 김석란이 암종 환자인 것을 확인하면 하루 이틀 사이에 도망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소화가 보름 이상 환자를 간병한 것은 뜻밖이었다. 소화가 거의 매일 해경에게 이곳의 동태를 전하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자신이 없는 사이 방이라도 뒤지는 것인가 싶어 서재나 자신의 방 바닥에 아주 얇게 분 따위를 뿌려 두기도 했으나 소화가 들어온 흔적은 전혀 없었다.
도무지 모를 일이었으나 시간을 길게 끌수록 좋을 것은 없다는 생각에 일부러 공책을 침대 밑에 집어넣고 소화가 발견하게 했고, 소화가 전화를 거는 것을 보고는 전화선을 끊은 뒤 소화를 협박했던 것이다. 준학은 이 일련의 사건을 처음부터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중간에 무슨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보는 중이었다.
“무얼 그리 보십니까?”
준학은 뜻밖의 목소리에 멈칫하며 눈을 들었다. 언제 들어온 것인지, 소리도 없이 열린 문가에 한 청년이 팔짱을 끼고 기대선 채 준학을 보고 있었다. 석란의 주치의였다. 준학은 서둘러 책상 위의 종이를 구겨 발치의 휴지통에 집어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나저나 고모님께서는 좀 어떠신지요?”
“아무래도 긴 시간 이동은 많이 힘드셨던 모양이에요. 진통제를 맞고 잠이 드셨습니다.”
그의 대답에 준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연극을 위해 거의 열흘 가까이 시체를 수배하러 다녔던 것이다. 물론 진짜 김석란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진 뒤였다. 무연고자이며 오륙십 대의 체구가 작은 여자 시신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뒤에 일부러 불을 내고, 시신이 발견되기를 기다려 신원을 확인한 뒤 바로 장의사에게 맡겨 염을 하고는 매장하는 일은 일사천리였지만 준학의 입장에서는 여러 번 할 만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그 아가씨를 살려 보낸 것이 잘한 일인지 잘 모르겠군요.”
청년의 말에 준학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선생께서는 너무 냉정하신 것이 아닙니까? 죽이면 일이 더 골치 아프게 되어요. 추적을 피하려고 그 일을 벌인 것인데, 도리어 추적을 당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장 선생님은 여자에게 지나치게 무르시니까요.”
“그렇지요. 제가 그렇다는 걸 가장 잘 아시는 분이 아닙니까?”
준학이 웃으며 되물은 말에 청년이 단정한 입매를 슬쩍 비틀어 웃었다. 그리고는 준학의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았다. 준학은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이곳은 광주 인근의 한적한 마을로, 이 집은 한때 준학이 고모와 함께 살았던 곳이었고 지금은 비어 있는 채였다. 사람이 살지 않은 지 꽤 되기는 했으나 급한 대로 쌓인 먼지를 치우고 환자를 간병할 정도는 되는 장소였다. 청년이 창 밖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물었다.
“여기에 얼마 정도 있을 수 있겠습니까?”
“글쎄요. 우선 저는 해외로 나간 것으로 되어 있으니 몇 달 정도는 충분히 숨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이 근방에는 민가도 드물고, 선생의 얼굴을 아는 자도 없지요.”
“이덕완이 더 이상 우리를 좇지는 않을까요?”
청년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준학은 잠시 그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선이 가는 얼굴은 마치 소년처럼 느껴졌으나, 입을 다물고 있을 때 눈매며 입매에 어리는 냉기는 누구라도 절로 주춤하게 만들 만한 것이었다. 준학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
“그가 두렵습니까?”
준학의 물음에 청년이 웃는 소리를 내었다.
“아니오.”
대답은 단호했다. 준학은 사이를 두었다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러면?”
“내가 두려운 건 겨우 그런 자 때문에 복수를 할 기회를 잃는 겁니다.”
차분한 목소리였고 거기에는 약간의 웃음기조차 느껴졌으나, 준학은 그 안에 서린 분노를 쉽게 눈치챘다. 소년 같은 얼굴로 말하는 복수라는 단어는 이질적이었으나 준학은 더 이상 거기에 관해서는 묻지 않았다. 준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든 일은 내가 알아서 합니다. 일이 잘못되어 이덕완이 추적해 들어온다 해도 선생의 정체가 탄로 날 가능성은 없습니다.”
준학의 말에 청년은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들은 양 쿡쿡거리며 준학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일이 잘못된다는 건 가정하지 않도록 하지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그 아가씨를 안 죽인 걸 몹시 후회할 것 같으니까요.”
“그 손에 피를 묻히는 건 환자들만으로 족하지 않습니까?”
이번에 입을 다문 쪽은 청년이었다. 준학은 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이번 일에서 그를 철저히 배제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긴 세월 단 한 가지의 목표를 향해 살아 왔기에, 그것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이라는 것을 잘 아는 탓이었다. 준학은 그가 남에게 해를 끼치고, 그 때문에 스스로 지옥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것을 두고 볼 마음은 없었다.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도록 합시다. 그나저나 상해 쪽에서 최근에 지원되던 자금 일부가 중단되었다는 소식이 왔더군요. 권중만을 통해 보내던 자금 중 일부라는데 이유는 아직 모른다 합니다.”
준학이 말을 돌리자 청년이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자금 운용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 겁니다.”
“그러면 자금을 제공하던 이 중 누군가가 원조를 중단했을 가능성도 있겠군요.”
“아마도. 이덕완이 놈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지 우선 지켜보고 차후의 행동을 결정하는 편이 낫겠지요.”
청년은 피곤한 듯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눈꺼풀 위를 꾹 눌렀다. 준학은 그를 가만히 마주보다 부드럽게 웃었다.
“둘만 있을 때는 적어도 콧수염 정도는 떼어 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주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농담하지 말라는 듯 받아치면서도 청년은 코 밑을 손끝으로 긁었다. 접착제로 붙인 짧은 콧수염이 떨어져 나오며 흰 얼굴에 붉게 자국을 남겼다. 수염 자국 그대로 남은 흔적을 마주본 준학은 짐짓 진지한 얼굴을 하며 팔짱을 끼었다.
“그 자가 어느 날 갑자기 벼락을 맞아 그냥 죽어 버린다든지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놈이 무어라고 미인을 타고난 대로 살지 못하게 하는지 몹시 원망스럽단 말이지요.”
준학의 말을 들은 청년이 입꼬리를 당겼다. 아까와는 달리 분명 비웃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 시대에 미인으로 나면 타고나는 팔자가 겁탈당하고 애 낳아 기르는 여자 되는 것 이외에 또 있답니까?”
“정 선생,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준학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며 말했다. 청년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준학은 그의 눈을 물끄러미 마주보았다. 서늘한 눈매 안의 눈동자에 문득 파랗게 불꽃이 일었다. 준학은 아무 말도 않고 있다가 짧은 정적을 깨고 운을 떼었다.
“나와 정 선생은,”
준학은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곧 정정했다.
“우리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대화가 그에게 불편하다는 것을 준학은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청년은 다시 안경을 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미안합니다. 선생께서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아경 씨.”
따라 일어난 준학은 나지막하게 그를 불렀다. 평소에는 거의 입에 담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들은 그가 멈칫하더니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준학은 그 표정을 잘 알고 있었다. 정 선생이 아닌 정아경의 얼굴이었다. 준학은 그가 온전히 한 여자로 있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여기, 자신의 앞 외에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미안한 건 내 쪽입니다. 아무 걱정 말고 쉬도록 해요.”
아경은 대답 대신 가벼운 목례를 건네며 방을 나갔다. 준학은 닫힌 문 너머로 복도를 울리며 점차 희미해지는 아경의 발소리를 들었다. 마침내 그 소리가 모두 사라졌을 때에서야 준학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손을 깍지 끼어 거기에 이마를 대었다. 지금처럼, 몹시 드물게 아경의 고통을 엿볼 때면 준학은 일종의 부채감 같은 것을 느꼈다.
“정아경, 정아경…….”
준학은 혼잣말처럼 그 이름을 입 안으로 되풀이하며 책상 위의 종이에 펜으로 아경의 이름을 써 보았다. 아경 자신조차도 잊은 듯한 그 이름을 불러 볼 때면 준학은 아경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리곤 했다.
간도 땅에 가면 지금보다는 먹고 살 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보 과정을 마치기 무섭게 유일한 가족인 고모와 함께 간도로 떠나왔던 준학이었다. 척박하고 추운 간도 땅에서 자리를 잡기는 쉽지 않았으나, 준학은 운이 좋게도 외국 선교사가 만든 학교의 교사로 취직할 수 있었다. 덕분에 생활은 어렵지 않았으나 그 와중 낯선 땅에서 고모가 병을 얻고 말았다.
그때 찾아간 곳이 바로 제창병원이었고, 당시 아경은 김석란이라는 이름의 어린 간호부였다. 고모를 간호하는 동안 준학은 그 어린 간호부가 매일 밤마다 잠잘 시간을 아껴 환자들에 대한 일지를 적고 마치 의사처럼 꼼꼼하게 공부를 하며 환자를 살피는 것을 지켜보았다.
간호부로 있기는 아까운 인재라는 생각이 들어 아경의 공부를 도와주던 준학은 제창병원 원장인 마틴 선교사에게 아경의 이야기를 꺼냈다. 준학의 이야기를 들은 마틴은 아경에게 당시 카나다 선교회에서 파견한 모리(Murray: 머레이)라는 여의사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했고, 모리는 그녀가 경성여자의학교(京城女子醫學校)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것이다.
준학은 그 사이 내내 아경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인간적인 호감이었고 이후에는 보다 발전한 감정이 있었다. 아경 역시 준학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의사 시험에 합격한 직후 아경이 준학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는 준학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아경은 어릴 적 남의 집 하녀로 있다가 주인집 아들에게 겁탈을 당했고, 그 뒤 도망쳐 간도까지 흘러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아경에게는 자신을 겁탈한 자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이 있었다. 준학은 그에 대한 사정을 자세히 듣지는 못했으나, 그 복수심이 단순히 겁탈당한 기억 이외에도 아경의 부모와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당시 아경의 전 재산은 금광 출원증 한 장이었다. 겁탈을 당한 뒤 도망쳐 여러 곳을 전전하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우연히 사금이 나는 마을 인근에서 금점판 꾼들의 이야기를 주워듣고 당시 가진 돈을 모두 털어 낸 것이라 했다. 출원자의 이름은 이지순이었는데 준학은 그것이 아경에 이전에 쓰던 이름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아경은 그것을 학비 대신으로 준학에게 주었고, 준학은 큰 기대 없이 인부 몇을 사 출원증을 낸 곳을 파 보다 금맥을 발견했다. 이십 만원에 출원증을 판 준학은 그 출원증이 본래 아경의 것이었으므로 그 돈을 아경에게 돌려주려 했으나, 아경은 그것은 이미 준학에게 준 것이라며 받지 않았고 그 때문에 자신의 이름이 밝혀지는 것 역시 극도로 꺼렸다. 김석란이라는 이름을 쓴 것은 그 때문이었다.
아경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던 고모는 자신이 김석란의 대역이 되기를 자처했다. 간호부 출신의 말기 암종 환자인 김석란의 모습은 그렇게 만들어졌던 것이다.
“……살 것인가, 살지 않을 것인가. 이것이 문제이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마음 아프게 참는 것과 무기를 들어 고난의 물결에 항거하며 이를 종식케 하는 것, 어느 쪽이 더 고상한 태도인가.”
준학은 섹스피어 의 한 구절을 입 안으로 뇌었다. 준학은 아경을 볼 때마다 하물레트의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복수심에 미쳐 결국 자기 자신마저도 파멸로 몰아가는 젊은 왕자. 그녀가 하물레트라면 자신은 오피리아(Ophelia: 오필리어)인 것인가. 그러나 결코 자신은 오피리아처럼 그의 복수를 막지 못하고 희생자가 되어 죽을 생각은 없었다. 물론 아경을 하물레트가 되도록 놓아 둘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그건 그녀의 복수를 막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준학은 아경이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던질 준비가 이미 되어 있었다. 아경이 복수하고자 하는 이가 젊은 사업가로 이름을 날리는 권중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준학은 처음으로 아경을 말렸다.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경의 결심은 확고했다. 준학은 자신이 아경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더 이상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준학은 종이에 쓴 아경의 이름을 가만히 보았다. 정아경. 그때 문득 해경의 이름을 떠올린 준학은 낮게 웃었다. 마치 형제처럼 비슷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도 어쩌면 재미있는 인연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서로 다시는 만나지 않는 편이 좋을 터였다. 소화를 살려서 돌려보낸 뜻을 부디 해경이 알아차렸기를 바라며, 준학은 아경의 이름을 썼던 종이를 이름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게 찢은 뒤 휴지통에 쑤셔넣었다.
아경이 가려는 길은 아직도 멀게 뻗어 있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경의 등 뒤를 지키는 것밖에는 없었다. 그것이 사랑에 빠진 남자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