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2
12. 황충, 나에게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다
그렇게 나는 왕평을 주부로 삼았으나, 당장 일을 맡기지는 않고 글을 잘 아는 믿을 만한 하인을 붙여 사서삼경과 병서 등을 왕평에게 읽어 주게 하여 왕평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유비는 지난번 나의 진언대로 이엄을 영창 태수로 삼고 그에게 수천의 병사를 주어 남쪽으로 파견하여 남방의 근심부터 해결했다.
나는 마량과 장완을 부른 후 주위를 물리고 내가 지난번 마량에게 말했던 것을 장완에게 설명한 다음, 나의 제2군 보급 부책임자가 될 것을 장완에게 통보하듯이 말했다.
장완은 지난날 유비의 명으로 군량과 무기를 빼돌린 일로 나에게 빚이 있었기에 나의 이러한 요청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만큼 상사인 내가 뒷끝이 장난이 아님을 장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량,왕평,장완 등까지 나의 제2군 대원으로 합류를 마쳤고, 이번에는 제2군의 선봉장이 될 가장 중요한 인물을 포섭할 차례였으니, 그는 바로 장비였다.
하나, 장비는 우장군 신정후로서 파서 태수(巴西 太守)를 겸직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장비는 작금 성도에는 없었으니 내가 시간을 내어 장비을 찾아가야 했다.
그런데 내가 그러한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펼쳐졌으니…
* * *
그날도 나는 밀린 산더미처럼 쌓인 죽편들을 보면서 빨리 시급한 공무를 마치고 장비를 찾아갈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관청 밖에서 다급하게 누군가 나를 찾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상서령! 상서령!”
상서대의 관원이 곧 나를 찾아온 이가 누구인지 확인하러 갔고, 얼마 있지 않아 관원이 그와 함께 나의 청사로 들어와 말했다.
“상서령, 이 사람은 후장군(後將軍, 황충) 댁의 집사인데 후장군이 지금 급히 상서령을 만나뵙기를 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후장군? 후장군이라면 혹 황충?’
나는 곧바로 집사에게 물었다.
“황 장군 댁에서 온 것인가?”
“예, 상서령.”
황충은 지난 한중공방전에서 대활약을 펼쳤으나 병을 얻어 병상에 눕게 되었던 것이다.
촉의 지존인 유비를 포함한 군신은 황충이 어서 병을 이기고 무탈히 일어나기를 바랐으나 황충의 병환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중병을 앓고 있는 황충이 갑자기 기운을 차린 것인지 나를 찾다니…
“후장군의 환후가 많이 나아지신 것인가?”
“아닙니다. 그것이… 사실은 후장군의 병환이 너무 깊어 오늘 내일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어찌 후장군께서 나를 찾으시는 것인가?”
“예, 상서령. 그것이 오늘 아침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의식이 거의 없이 누워만 계시던 후장군께서 갑자기 기운을 차리시는 것 같더니 눈에 안광을 뿜어내셨습니다. 그러더니 곧바로 상서령을 만나뵈야겠다며 저를 이곳으로 보내신 것입니다.”
회광반조(回光返照)로구나…
사람은 죽기 전에 한차례 온몸의 기운을 모아 삶의 마지막 빛이 반짝하는 순간이 있다.
이때 자기 유언을 남기게 되는데 황충은 나에게 유언을 남기려 하는 모양이었다.
“알겠네. 어서… 어서 후장군을 뵈러 가세나.”
나는 곧장 차비를 하고 황충의 집사와 함께 황충을 찾아갔던 것이다.
* * *
– 황충의 자택.
황충은 병을 얻은 지 거의 10여 개월이 되도록 심하게 앓고 있었다.
원래 나 또한 꽤 오래 와병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는데 황충도 그리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삼국지연의에서 황충은 노익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황충은 아직 40대의 맹장이었다.
그리하여 나이도 많아야 나보다 서너살 위였다.
이 후한 말은 40대를 넘기는 것도 힘든 시대였기 때문에 황충이 지금 생을 마감한다 하더라도 결코 이른 나이는 아니었다.
집사가 내가 왔음을 알렸다.
“후장군, 상서령께서 오셨습니다.”
“쿨럭! 어서 모시게…”
나는 집사의 안내받아 안으로 들어서니 병상에서 일어나 앉아 있는 황충이 눈에 들어왔다.
황충은 오랜 와병으로 상당히 쇠약해진 상태였고, 머리는 온통 하얗게 쇠어 있었다.
황충을 묘사할 때 그의 흰 머리가 나오는 부분은 분명 황충이 와병으로 인해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 모습을 나타낸 것이리라.
그리고 이로 인해 황충은 노인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겠지…
황충은 이렇게 병으로 몸은 쇠약해졌을지는 몰라도 눈빛만큼은 아직 강궁을 쏘던 그 용맹한 장군의 그것이었다.
황충은 내가 왔음을 알고는 아픈 와중에도 크게 기뻐하였다.
“오오…! 상서령께서 오셨소이까. 내 상서령이 병을 이겨 내고 쾌차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꼭 한번 만나 보고 싶었소이다.”
나는 황충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아프신 와중에 저를 걱정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황 장군께서는 병환이 많이 차도가 있으십니까?”
나의 물음에 황충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상서령이 보다시피 내 몸이 많이 상했소.”
“황 장군이 아직 많이 아프다니 내 인사만 하고 가야겠군요.”
내가 이리 말을 하며 일어서려 하자, 황충은 당황하며 내 손을 덥썩 잡고는 말리듯 말했다.
“아… 아니오! 내가 잠시 기운이 돌아왔기에 상서령을 부른 것인데 이리 간다면 내가 상서령을 부른 연유가 없지. 어서 여기 앉아 내 이야기를 들어 주었으면 좋겠소.”
나는 황충의 청대로 그의 옆으로 가 앉았다.
황충은 곧장 본론을 꺼내지는 않고 지난날 한중공방전에서 하후연을 척살한 일부터 회상했다.
“상서령 기억하시오?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한중에서 위나라 놈들과 맞서 싸웠던 그때를 말이오. 그때 위놈들의 병력이 꽤 많아 아군이 어찌 상대해야 할지 모를 때, 상서령은 적장 하후연의 진영을 한번 보고는 ‘가히 공격할 만 합니다.’라고 말한 것이 나는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오이다.”
그랬다.
원래의 법정은 실제 전장의 상황을 살펴 아군이 공격할지 말지를 곧바로 판단했으니 뛰어난 책사라 할 수 있었다.
한중공방전에서 법정의 뛰어난 책략은 그대로 적중하여 황충이 적장 하후연을 척살하니 이로써 한중땅은 유비의 것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책사 법정의 계책을 충실히 수행한 장수가 바로 황충이었다.
나는 황충의 이런 한중 공방전에 대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황 장군이 그때의 일을 말하니 황 장군의 용맹한 모습이 나 또한 방금 전처럼 눈에 선 한 것 같습니다.”
“그렇소이다. 상서령이 계책을 내고 내가 이를 수행하니 적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소이다. 그만큼 우리들의 합이 좋았던 것이오. 이는 우리들의 마음이 서로 통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이외다.”
그러면서 황충은 이제 꺼내야 할 본론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마음이 통하는 이를 만나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오. 그리고 나에게 그 사람은 바로 상서령이오. 내가 오랜 와병에 말할 힘도 없어 상서령을 만나지 못했는데 오늘 이렇게 나에게 잠시나마 기운이 돌아와서 상서령을 부르게 된 것이오.”
거기서 황충은 잠시 슬픈 눈빛이 흐르더니 나의 손을 다시금 꼭 잡고는 이글거리는 마지막 불꽃의 안광으로 나의 눈을 똑똑히 바라보고는 나의 자를 부르며 말했다.
“효직, 효직도 알겠지만 나는 나의 아들 서(황서)를 너무나 일찍 잃게 되었소. 그리하여 나의 후사가 없으니 내가 죽게 된다면 나의 장례를 주관할 상주가 없소이다.”
그랬다.
황충은 후사가 없었기에 자신이 장례식 상주를 나에게 맡기려 하는 것이었다.
“하여… 하여… 그대 효직이 내가 죽거든 내 장례의 상주가 되어 주었으면 해서 오늘 이렇게 바쁜 효직을 부르게 된 것이오.”
나는 황충이 너무나도 서글픈 부탁하는 것에 저절로 마음이 아파졌다.
“황 장군 어찌 그런 말씀을… 황 장군께서 돌아가시다니요. 저에게 그런 부탁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병을 이겨 내고 이렇게 건강히 회복이 되었으니 황 장군 또한 병을 훌훌 떨치고 일어서실수 있습니다.”
이러한 나의 말에 황충이 눈을 감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오. 아니오 효직. 이미 나는 내가 이제 곧 이승과 작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 것을 알고 있소.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마지막이라는 것을 나는 직감을 하고 있소. 그리하여 내 마지막 기운을 짜내어 내 유언을 남길 믿을 만한 사람을 부른 것이니 바로 효직이오.”
황충에 말에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황 장군…”
그때였다.
황충은 심하게 기침을 하였다.
“쿨럭! 쿨럭쿨럭!!”
나는 즉시 황충을 부측하였다.
“화… 황 장군 괜찮으십니까?”
이에 황충은 간신히 기침을 참더니 서서히 감겨 오는 눈을 억지로 뜨고는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면서 황충은 마지막 남아 있는 그의 힘을 모두 모아 나의 손을 꼭 부여 잡더니 최후의 유언을 남겼다.
“하….아… 효직… 부디… 부디 대왕을 잘 보좌하여 대왕이 원하시는 웅대한 대계를 반드시 실현하도록 해주시오.”
그렇게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황충은 눈을 감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를 잡았던 황충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그대로 그의 손이 침상 위로 힘없이 떨어졌고 그의 몸은 나에게로 쓰러지며 안겨 왔다.
“황 장군! 황 장군!! 황 장군!!!”
그렇게 나는 황충을 부둥켜안고는 그를 부르며 그의 죽음에 목놓아 울었던 것이다.
* * *
황충은 그렇게 나의 품에 안겨 세상을 떠났다.
나는 황충의 유언을 받들어 그의 장례식 상주가 되었다.
곧 황충의 저택에서 장례를 치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고, 나는 나의 아들 막과 함께 차질 없이 조문객을 맞을 준비를 하였다.
황충이 죽었다는 소식은 촉 전역에 빠르게 전해졌다.
지존인 한중왕 유비는 친위 군을 이끌고 있는 조운(조자룡)과 진도의 호위 속에 군사 제갈량과 함께 가장 먼저 달려왔는데, 그의 얼굴에는 비통한 심정이 가득해 보였다.
나는 상주로서 유비를 맞았고, 유비는 애통한 심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상서령, 상서령이 한승(漢升, 황충의 자)의 마지막을 함께하였다는데 사실이오?”
“예, 대왕 그렇사옵니다.”
“아… 한승이 이 세상을 떠나다니… 어찌 하늘은 이리도 과인에게 잔인할 수 있다는 말인가…”
유비는 눈물을 흘리며 황충의 위패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위패를 보던 유비가 나에게 물었다.
“혹 한승이 남긴 유언이 있소?”
이에 나는 두 손을 모으며 유비에게 말했다.
“황 장군은 유언으로 저에게 대왕을 도와 대왕의 대업을 반드시 이루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아… 아…! 그렇구려! 한승, 떠날 때마저도 과인을 걱정하다니 그대는 만고의 충신이오.”
유비에 이어 제갈량도 상주인 나에게 말을 건넸다.
“상서령이 상주를 하는 것을 보니 후사가 없는 황 장군이 상서령에게 상주를 부탁한 모양이구려.”
“예 군사.”
이어 제갈량은 상주인 나에게 부탁을 하나 하였다.
그리고 나는 제갈량의 부탁을 듣고는 흔쾌히 그것을 승낙했다.
황충의 장례에는 유비와 제갈량과 함께 이 나라 촉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이 모두 모였다.
작금 이 나라를 이끄는 별들이었다.
바로 유비 제갈량을 위시하여 장비, 마초, 조자룡 등의 기라성 같은 촉의 인물들이 빠짐없이 황충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모였다.
특히 파서 태수를 겸직하고 있던 장비는 황충의 죽음을 알리는 급보를 전달받고는 그 즉시 말을 쉬지 않고 몰아 성도로 달려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