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6
16. 나, 장비와 약속 그리고 미축 방문
“상서령이 나에게 그런 제2군의 선봉장이라는 큰 역할을 맡겨 준다면 당연히 따를 뿐이외다!”
이렇게 장비가 나의 제안을 선뜻 받아주니, 나는 크게 기뻐하며 장비의 두 손을 꼭 잡고는 고마움을 표하였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우장군.”
나는 그러면서 현재까지 제2군에 합류한 인물들을 장비에게 소개하였다.
바로 제2군의 보급을 책임지게 될 마량, 장완, 그리고 작금 나의 주부로 있는 왕평 등이었다.
장비는 나의 말을 듣고는 이미 내가 제2군 구성을 위해 사전 작업을 하고 있던 것에 감탄을 하였는데, 특히 마량 등을 영입한 것의 의미를 높게 쳤다.
즉, 장비는 오랜 기간 전장에 있어 왔기에 누구보다 보급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내가 마량 등을 영입한 것이 바로 이 보급 때문임을 간파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보급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에 장비는 상당히 놀란 것이었다.
“역시 상서령은 보통 사람이 아니구려… 맞소이다! 전쟁에서 보급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법이오. 상서령이 말한 이들이라면 분명 제2군의 보급 문제는 없을 것이외다! 역시 대왕께서 왜 상서령을 가장 총애하시는지 알 것 같소이다! 이렇듯 미리 준비를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으니 만사 불여 튼튼이 아니오이까!”
“장군 과찬이십니다. 장군의 말씀처럼 보급이 중요하지만, 역시 제2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우장군이 선뜻 선봉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제2군의 구성은 크게 난항을 겪었을 것입니다.”
나의 말에 장비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에이. 상서령은 이미 내가 요청만 하면 ‘얼씨구나’ 하고 받아들일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구려.”
“하하하 그런가요?”
내가 웃자 장비도 따라 웃었으니 의외로 나와 장비는 마음이 맞을지도 몰랐다.
나는 그러면서 내가 데리고 온 왕평의 제2군에서의 역할에 대해 장비에게 말했다.
“우장군 오늘 제가 함께 데리고 온 왕 주부는 심지가 굳고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하여, 제가 우장군께 왕 주부를 장군의 부장으로 천거하고자 하는데 장군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내가 이리 왕평을 장비의 부장으로 추천하자 장비는 별 거부감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대왕이 발탁하고 상서령 또한 능력을 인정하는 왕 주부이니 나의 부장으로 삼는 것을 내 어찌 마다할 수 있겠소이까?”
이에 나는 왕평에게 직속상관이 될 장비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라 명하였다.
“왕 주부 앞으로 전장에서 자네의 직속상관이 되실 우장군께 제대로 인사를 올리게.”
“예, 상서령.”
왕평의 나의 명에 따라 즉시 장비에게 군례를 올리며 다짐을 하듯이 말했다.
“우장군, 소장이 우장군을 성심을 다해 보좌하도록 하겠습니다!”
장비는 왕평을 손수 일으키며 말했다.
“왕 부장은 대왕께서 손수 발탁하시고 상서령이 이렇게 중히 쓰는 사람인데 나의 부장을 하겠다고 하니 이 사람은 그저 고마울 뿐이네. 앞으로 잘 부탁하네.”
“예, 장군!”
내가 왕평을 이리 장비의 부장으로 두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장비의 평소 성정 때문이었는데, 장비는 군자를 흠모하는 대신에 부하를 혹독하게 다루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유비에게 여러 차례 부하를 가혹하게 다루지 말라 경고를 받은 바 있었다.
장비는 이러한 수 차의 유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부하를 매섭게 다루었으니, 부하들이 장비를 두려워하는 것을 둘째치고 언제든 장비의 병사들이 장비에 대한 반기를 들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
전장에서 아무리 장수가 뛰어나다 한들 장수가 이끄는 부하 병사들이 장수를 따르지 않는다면 그 군대는 절대 적을 이길 수가 없다.
왕평은 유비가 발탁하고 내가 보증하는 인재이니 장비의 부장이 되더라도 장비는 절대 왕평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병사들이 장비를 따르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부장인 왕평이 이를 수습할 수 있었기에 나는 작금 나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왕평을 장비에게 보내려는 것이었다.
하나, 바로 왕평을 보내는 것은 아니고 왕평이 좀 더 내 일을 도운 다음에 장비의 휘하로 들어가게 될 터였다.
그리하여 나는 장비에게 왕평을 잠시 동안은 더 내 휘하에 두어도 되는지 물었다.
“우장군 죄송하지만 자균(왕평의 자)이 나의 주부로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마무리가 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하여, 얼마 동안 자균에게 주부의 일을 계속 맡기고자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이에 장비는 왜 안 되느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럼요. 상서령의 큰일이 먼저인데 당연히 왕 주부를 더 쓰셔야지요.”
“감사합니다 장군. 내가 왕 주부와 함께 일을 마친 연후에 장군의 진영으로 직접 왕 주부를 데리고 가겠습니다.”
이렇게 내가 장비의 군영으로 직접 방문을 한다고 하자, 장비의 눈이 커지더니 나에게 재차 확인을 하였다.
“상서령께서 내 군영에 직접 찾아온다는 말씀이오?”
“예, 그렇습니다.”
장비는 나의 대답을 듣고는 이것을 내가 장비의 파서군을 사열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상서령 알겠소. 내가 상서령이 절대 실망하지 않도록 병사들을 잘 조련해 놓겠소이다!”
나는 그것이 절대 사열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 싶었으나, 이왕 장비 군을 찾아가는 김에 군의 준비 상태를 확인하는 계기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장비에게 장비가 임지로 돌아가거든 되도록 빨리 내가 방문할 수 있는 날짜를 골라 알려달라 말했다.
“알겠소이다 내 그럼 내일이라도 당장 임지로 돌아가 병사들을 점검하여 상서령의 사열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놓겠소이다!”
이렇게 장비의 군영을 방문하는 것을 확정한 나는 이어서 아직 제2군으로 영입할 인재가 있음을 장비에게 말했다.
“우장군 사실 오늘 장군 이외에 제2군으로 데려올 사람이 있습니다. 하여,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고자 하는데 장군께서 양해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장비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상서령 그게 누구이오이까?”
이에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우장군을 만나고 바로 만날 사람은 바로 안한장군(安漢將軍, 미축)입니다.”
“안한장군이라면… 자중(子仲, 미축의 자), 미 장군 말이오?”
“그렇습니다.”
나의 입에서 또 다른 영입 대상으로 미축이 언급되자 장비는 조금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 후장군(황충)의 장례식에서 미 장군을 보니 의욕을 많이 잃은 표정이던데… 상서령의 방문을 반길지 모르겠소이다.”
이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장군이 나중에 보시면 내가 왜 안한장군을 직접 찾아가 영입하려 했는지 아시게 되실 것입니다.”
“알겠소이다. 상서령이 미 장군을 찾아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그렇게 나는 장비에게 조만간 왕평을 데리고 장비의 파서 진영으로 찾아가겠다고 약속하고 장비의 저택을 나왔던 것이다.
* * *
이어서 나는 왕평과 함께 미축을 찾아 나섰다.
나는 장비와 미축에게 연통을 넣어 우선 제2군에서 가장 핵심이 될 장비를 만난 연후에 이어서 미축을 만났던 것이다.
미축은 나의 연통을 받은 상태였기에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의 저택에 나와 왕평이 당도하자 곧바로 기다리고 있던 집사가 우리를 미축에게 안내했다.
“상서령 어서 오시지요. 안한장군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집사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서자,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미축이 환대하며 말했다.
“상서령께서 이리 제집에 어려운 걸음을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안한장군께서 갑작스러운 저의 방문 요청을 받아주신 것에 고마울 뿐입니다.”
나는 미축과 이렇게 인사를 하면서 미축의 안색을 살폈다.
미축은 지난 황충의 장례식에서 보았을 때의 생기를 잃은 눈에서 조금은 나아진 모습이었다.
즉, 누군가 자신을 방문한다는 이유만으로 미축의 삶에 자그마한 변화가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이 나라의 고관대작 중 한 명인 나 상서령 법정이었으니 미축은 나를 만날 기대로 들떴을 것이다.
또 내가 무슨 말을 하기 위해 자신을 방문하는 것인지도 미축은 궁금할 터였다.
미축과 인사를 한 나는 이어서 그에게 왕평을 소개했다.
“안한장군 이쪽은 제 주부로 있는 왕평 자균입니다.”
그러자 미축이 왕평에게 인사를 하였다.
“나는 미축이라는 사람이오. 상서령의 주부라니 왕 주부 그대는 보통 인재가 아니겠구려…”
그러자 왕평이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안한장군께서 과찬의 말씀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늘 소장은 명망 높은 안한장군을 이렇게 직접 뵈오니 그저 영광일 뿐입니다.”
왕평의 인사를 받은 미축은 ‘명망 높은’이라는 부분에서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이를 놓치지 않았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동생인 미방이 관우를 배신하고 오의 손권에 투항한 일로 인해 미축이 그동안 이 촉에서 쌓아왔던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지존인 대왕 유비는 이 일로 미축을 전혀 탓하지 않았으나, 미축은 이를 크게 부끄러워하며 두문불출 했던 것이다.
즉, 미축은 자신의 명성에 큰 오점이 남겨진 것에 크게 상심하고 있던 상태였기에 왕평의 이러한 말에 얼굴이 그렇게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눈치챈 나는 왕평에게 눈짓을 보냈고, 왕평은 ‘아차’ 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미축의 관심을 돌리는 말을 하였으니…
“안한장군, 오늘 제가 안한장군이 들으면 관심이 갈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내가 ‘관심이 갈만한 이야기’라고 말하자 미축은 그것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한 모양이었다.
“상서령께서 나를 찾아온 데는 분명 무언가의 연유가 있을 것인데… 내가 관심이 갈만한 이야기라니… 어디 그것이 무엇인지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전에 나는 예의 그랬던 것처럼 미축에게 주위를 물려달라 요청했고, 미축은 내가 무언가 대사를 논하고자 찾아온 것을 직감하고는 즉시 이를 행하였다.
* * *
여기서 잠깐 내가 왜 미축을 영입하려 하는지 이유를 밝혀야겠는데, 그전에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과거나 현재나 정보의 중요성은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정보를 많이 확보하게 되면 어느 분야에서고 우위를 점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내가 비록 미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그것이 확실한지 아닌지는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또한 내가 알지 못하는 위와 오의 정보를 더 알아낼 수만 있다면 더 확실한 정보를 얻게 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위나 오보다 한 발짝 먼저 움직이게 된다면 분명 작금의 아국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을 터였다.
이 후한 말의 시대에서 정보를 가장 잘 취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역시 장사꾼들일 것이다.
왜냐하면 장사꾼들은 삼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무역을 하기 때문에 각국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나의 뇌리에 스쳐가며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미축이었다.
미축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거부로 인망 또한 높았다.
미축이 장사를 그만 둔지 꽤 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전국을 주름 잡고 있는 장사꾼들과도 교류를 이어가고 있었으니, 작금 촉에서 각국의 정보를 얻는 것에서 미축보다 나은 사람이 없을 터였다.
그리하여 나는 미축을 찾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