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5
05. 나, 피 토하는 심정으로 유비를 설득하다
“대왕! 대왕께서 현재 준비하고 계신 관공에 대한 복수를 잠시 뒤로 미루어주십시오!“
유비는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동공이 커질 대로 커질 대로 놀라더니 대전이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상서령!! 지금 과인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그렇게 소리치는 유비의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역시 관우의 복수 문제가 나오니 그동안 억지로 눌러왔던 유비의 분노가 터지는구나…
내가 대답을 곧장 하지 않자, 유비가 용상에서 성큼성큼 내려와 내 양팔을 꽉 잡아 일으키며 분노의 눈으로 나를 바로 보며 말했다.
“상서령! 관우에 대한 복수를 뒤로 미루라니! 그게 무슨 뜻이오?! 어서 말해 보시오! 어서!!”
나는 유비가 화를 낼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이리도 격렬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유비에게 관우의 일은 너무나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대왕, 대왕께서 분명 신에게 말씀하시길 신이 어떠한 말씀을 올리더라도 화를 내지 않으신다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이 말에 그제야 유비는 꽉 쥐었던 나의 양팔을 놓았다.
“그렇지… 과인이 그런 약조를 했지… 알겠소… 과인이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을 테니 방금 상서령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어서 말해 보시오.”
나는 차분한 어조로 유비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소신은 대왕께서 관공에 대한 복수하기 위해 이미 상당한 무기와 군량을 확보하시고 대왕께서 친히 이끌 친위군을 육성하고 계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상서령이 어떻게…”
그랬다.
나는 상당기간 병석에 있었고, 그 기간에 유비가 준비했던 것이기에 당연히 내가 모를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나, 현대의 말단 공무원이라도 공무원으로서 공무를 보았던 나였다.
고대의 공무를 파악하는 것은 나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었고, 지난번 보았던 것처럼 나는 단번에 유비가 관우의 복수를 준비하는 것을 알아냈던 것이다.
“대왕께서 신을 상서령에 임명하시어 행정의 총괄을 맡기셨습니다. 어찌 나라의 곳간이 비는 일을 신이 모를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군량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 조금이라도 살피게 된다면 대왕께서 군량을 어디에 쓰시려 하는지 쉽사리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나의 대답에 유비가 나는 도저히 속일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효직을 속일 수는 없었군… 맞소. 과인이 관우의 복수를 위해 친위군을 육성하고 있었소.”
그러면서 유비는 이는 비단 관우의 복수만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음을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역설했다.
“동오의 쥐 새끼(손권)가 내 아우 관우를 죽이고 형주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익주까지 빼앗기 위해 유장(劉璋)의 아들 유천(劉闡)을 익주자사로 임명하였소. 거기다 옹개라는 토호를 구워삶아 과인이 임명한 익주군 태수 정앙을 죽이고 장예(張裔)를 사로잡아 손권에게 바쳤소. 이렇듯 손권 놈이 과인을 능멸하는데 과인이 이를 묵과한다면 어찌 천하 사람들 앞에서 과인이 얼굴을 들 수 있겠소!”
그랬다.
손권은 남형주를 모두 점거하게 되자 때마침 익주에서 형주로 와 있던 유장을 익주자사로 임명하였고, 유장이 죽자 그의 아들 유천을 익주자사로 삼아 교주와 익주의 경계 되는 곳에 머물도록 하였다.
거기다 남부가 유비의 촉 정권의 통치가 제대로 미치지 못 하는 것을 십분 활용하여 교주태수 사섭을 통해 익주군의 토호 옹개를 포섭했다.
이리하여 익주군의 토호 옹개는 익주군의 태수 정앙을 살해하고 손권에게 귀부를 하였으며, 후임 익주군 태수로 임명되었던 장예까지 사로잡아 손권에게 바쳤던 것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얄미운 손권을 유비는 손 봐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유비도 손권을 쥐 새끼라 표현하는군…
이렇듯 유비가 손권을 쥐 새끼로 칭하는 것을 보니 유비 형제들이 평소에도 손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군…
나는 유비가 익주 남부의 상황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파악하는 것을 알고는 이를 지적하였다.
“대왕, 손권이 아국의 후방을 혼란하게 하는 것은 마땅히 경계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후방이 불안 하면 어떠한 정벌도 쉽게 할 수 없는 법입니다. 차라리 대왕께서 육성한 정예군으로 대왕을 배신하고 손권에게 붙은 옹개를 토벌하여 남방을 안정시키고 후환을 없애는 것이 어떨까 하옵니다.”
이는 제갈량이 북벌을 하기 전에 남만원정을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이러한 지적에 유비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쉽지 않을 것 같소. 남만 지역은 덥고 습하여 수풀이 우거지고 거기다 독천이 흐르는 곳이라 대군을 보내더라도 쉽게 이긴다는 보장이 없소.”
고대인들은 오염된 물로 인한 수인성 질병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독이 흐르는 것으로 생각했다.
거기다 고대 시대는 먼 지역에 대한 정보가 왜곡되고 과장된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유비는 남만 지역을 독천이 흐르는 열대우림 지역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유비가 이리 말하는 데에는 작금 유비의 관심사에는 익주 남부 따위는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말이렷다.
유비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형주…
형주만을 되찾을 일념 뿐이었다.
이는 형주의 지정학적 위치와 중요성 때문이기도 했다.
즉, 형주는 병가필쟁지(兵家必爭地)로 비옥한 토지와 많은 인구에 장강 남북의 교류의 중심지였고, 또한 이로 인해 강북을 장악한 세력과 강남 세력이 필연적으로 충돌하는 곳이었다.
따라서 이곳을 차지한다면 작금 강북 세력인 위와 강남 세력인 오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나, 이는 바꿔 말하면 이곳을 차지하게 된다면 강북, 강북 세력으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이것이 바로 관우의 형주공방전에서 발생한 상황이었다.
유비는 형주를 공격할 일단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는 있었다.
의제의 복수와 요충지 형주를 되찾는 것.
하나, 그 방향이 틀렸다.
내 생각에 형주를 공격하려면 강북, 강남 그리고 아국인 촉의 유일한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양양을 노려야 하는 것이다.
또한 양양을 노리기 위해서는 맹달의 배신으로 잃어 버린 상용을 먼저 되찾아야 한다.
나의 뇌리에 이러한 생각이 순식간에 스쳐 갔고, 나는 계속하여 유비를 설득하려 애썼다.
그리고 고대인이면 통할 수밖에 없는 방법을 꺼냈던 것이다.
바로 제갈량에게도 말했던 천문으로 본 조비의 제위 찬탈이었다.
“대왕, 신이 천문을 보았는데 북쪽 제왕의 성의 빛이 점점 그 힘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왕의 성 옆 신하를 뜻하는 별이 빛을 얻더니 이제는 제왕의 성을 침범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조만간 위왕 조비가 금상 황제 폐하의 제위를 찬탈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나의 말에 유비는 몹시도 놀라며 말했다.
“상서령! 그… 그것이 참말이오?! 조비가 조만간 제위를 찬탈한다는 것이?!”
“예 대왕. 애석하오나 사실이옵니다. 얼마 있지 않아 반드시 조비가 제위를 찬탈하는 대역(大逆)을 저지를 것입니다!”
나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유비를 향해 계속 말을 이어갔다.
“대왕! 조비가 금상을 폐하고 제위를 찬탈하는 것은 불충 중에 불충이며, 대역 중의 대역이옵니다. 이는 지난날 천하를 어지럽혔던 동탁의 난보다 더한 것이옵니다. 하여, 황실의 종친이시자 한중왕이신 대왕께서 대군을 일으켜 역적 조비를 토벌하시는 것이 가장 시급할 일일 것이옵니다!”
내가 이리 목소리를 높여 간하자, 유비는 못 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리 쉽게 조비가 제위를 찬탈하지는 않을 것이야…”
나는 이에 다시 한번 강한 어조로 말했다.
“대왕, 만일 조비가 올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제위를 찬탈하지 않는다면 신이 목이라도 내놓겠습니다!”
나의 이러한 반 협박에 유비가 당황하며 말했다.
“사…상서령! 그… 무슨… 목을 내놓겠다니! 다시는 그런 말하지 마시오!”
“대왕, 그만큼 신이 보기에 조비의 찬탈이 임박하였사옵니다. 하오니 대왕! 부디 한 황실의 재건을 위해서라도 대왕께서는 역적 조비를 처단하셔야 하옵니다!!”
어느 시대나 일을 행함에 있어서 명분은 중요하다.
특히 고대에서는 명분 때문에 죽고 사는 일이 얼마나 다분한가.
유비가 형주를 칠 명분은 분명히 있다.
의제 관우의 복수와 천하쟁패지 형주의 획득…
하나, 이 명분보다 더한 것이 있었으니 제위를 찬탈한 조비를 토벌한다는 대의였다.
내가 이렇듯 조비의 찬탈을 기정사실화하며 역적 조비를 토벌할 것을 강조하자, 유비도 더는 고집을 피우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유비의 삶 자체가 최소한 겉으로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살아온 삶이었기 때문이다.
천자인 헌제로부터 황실의 친척으로 직접 공증을 받았고 ‘유황숙’이라 불리며 조조을 주살하라는 밀조(密詔)까지 받았던 유비였다.
그런데 만약 조비가 찬탈을 하는데도 그대로 수수방관한다면 이는 유비를 따르는 무리에서 조차 유비를 비난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알았소… 상서령이 목숨을 담보할 정도로 그리 장담을 하니 과인이 믿지 않을 수가 없지…”
그렇게 말하는 유비의 눈에는 슬픈 기운이 서려 있었다.
나는 유비가 고집을 꺾는 것을 보고 아예 쐐기를 박기로 하였는데 이를 말하는 나의 심정은 마치 피를 토하는 것과 같았다.
“대왕! 천명이 대왕께 왔으니 천명을 받들어 천하의 역적을 토벌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관공의 복수는 천하의 역적인 조비를 격멸한 연 후에 하시더라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절대 늦지 않는다 하였습니다(君子报仇 十年不晩). 대왕, 그리고 대왕께서 역적을 토벌하고 난 후에 신이 반드시 관공에 대한 복수하겠나이다! 그러니 대왕! 잠시만… 잠시만 그때를 늦춰 주시기를 신은 간곡히 청하는바이옵니다!!”
나는 이렇게 유비를 설득하면서 나도 모르게 피가 끓는 심정이 되며 잠시나마 진정으로 유비를 충심으로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게 고대 신하들의 충심인가…’
나의 이런 간언에 유비는 어느 사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가 되어 말하였다.
“알았소… 과인이 경의 말대로 하겠소… 하나, 효직! 반드시! 반드시 그대의 말대로 과인이 천하의 역적인 조비를 토벌하면 효직 그대가 앞장서서 관우의 복수를 꼭 해주어야만 하오! 반드시! 반드시 말이오!!”
그렇게 나에게 말하며 유비는 그만 눈물을 철철 흘리고 말았다.
역시 유비가 오나라를, 형주를 공격하려는 것은 의제인 관우에 대한 복수심이 가장 큰 이유였구나…
유비는 아이처럼 목놓아 울었다.
마치 아이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아 너무도 억울하고 분하다는 듯이…
“대왕! 제가 반드시 관공의 복수하겠나이다! 하오니 대왕 우선은 천하의 역적을 벌하여 만백성을 편안케 하여 주시옵소서!”
“효직! 꼭! 반드시 관우의 복수해주어야 하오! 반드시!!”
“예, 대왕!!”
그리고 유비는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댔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군신은 서로를 얼싸 안고 한참을 펑펑 눈물을 쏟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