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76
76. 고장성 함락!
나는 원 역사를 잘 알기에 원 역사에서처럼 아군이 굴을 파게 되더라도, 학소가 이를 충분히 대응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거기에 다른 수를 더한 것이니.
바로 고장성으로 향하는 굴을 하나만 판 것이 아니라 여러 군데를 동시에 파게 하였다.
이렇게 해야 나의 작전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단단한 적의 성벽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릴 터였다.
* * *
학소가 계속하여 온 힘을 다해 법정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던 그때.
촉군이 파 놓은 굴 안으로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그것은 바로 강유가 이끄는 결사대 등의 움직임이었다.
강유는 나의 명대로 곡물 가루를 곱게 갈아 여러 굴의 빈 공간에 잔뜩 쌓아 두었다.
그러고 나서 강유는 굴을 나와 병사들과 함께 긴 장대로 여러 굴 안을 휘저었던 것이다.
그러자 굴 안에 쌓여 있던 미세한 곡물 가루가 먼지처럼 굴 안에 가득 차게 되었다.
이어서 강유는 나의 또 다른 명대로 병사들에게 불화살을 굴 안으로 날리게 하였다.
“불화살을 굴속으로 쏴라!”
그리하여 강유의 병사들은 불화살을 곡물 먼지가 가득한 굴속으로 날리니, 곧 굴 안은 엄청난 폭발과 함께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이렇게 아군의 굴이 폭파되자 그 위에 자리 잡은 적의 성벽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러한 굴의 곡물 가루 먼지가 폭발한 것은 바로 현대인인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과학의 원리로 이른바 ‘*분진폭발’인 것이다.
[*분진폭발이란 공기 중 먼지와 같은 아주 작고 미세한 알갱이가 적당한 농도로 있을 때 불꽃이나 열에 의해 순식간에 불이 붙어 폭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갱도 속 석탄 분진의 폭발이 대표적인 예.*]마침내 그 단단하던 고장성의 성벽이 무너지자 아군 병사들은 기쁨의 함성소리를 울려댔다.
“적의 성벽이 무너졌다!!”
고장성 성벽이 무너져 내린 것을 확인한 나는 학우선을 들어 곧 총공격을 명하니, 아군 병사들은 나의 명에 따라 천지를 진동시킬 것 같은 엄청난 고함소리를 내지르며 무너진 성벽을 향해 총공격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 * *
– 고장성 성루 위, 서막과 학소.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성벽이 무너져 내리자 성루 위에 있던 서막과 학소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갑자기 성벽이 무너져 내리다니!!”
서막이 너무 놀라 기함을 하자,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던 학소는 최대한 마음을 다스리고 서막에게 즉시 진언하였다.
“자사, 놀라실 때가 아닙니다! 무너진 성벽 쪽으로 적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어서 적들을 막아야 합니다! 어서요!!”
“그… 그래! 어서 적들을 막아야지!”
그리하여 학소는 무너진 성벽으로 넘어오기 시작하는 촉군을 막기 위해 병사들을 이끌고 가 분전을 시작하였으나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말 그대로 중과부적.
이제 고장성의 함락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러자 서막은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병력을 총동원하여 무너진 성벽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촉의 대군을 막게 하는 한편, 한참 분전하고 있는 학소를 호출하여 무언가를 지시하는데…
* * *
학소는 안 그래도 적들을 막기가 버거운데 서막이 자신을 따로 부르자 무슨 일인지 몰라 서막에게 물었다.
“자사, 지금은 적들부터 막고 보아야 합니다. 어찌 소장을 따로 부르신 겁니까?”
이런 학소의 물음에 서막이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자네가 보기에도 이미 이곳 고장성은 함락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일세. 아니 그러한가?”
서막이 고장성의 함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자 학소는 애써 외면하려 하였다.
“아닙니다 자사! 성벽으로 넘어오는 적들을 밀어내고 무너진 성벽을 보수한다면 적들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학소의 말에 서막이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아니야… 이미 저렇게 무너진 성벽으로 쳐들어오는 촉적의 대군을 수천의 아군이 어찌 막는다는 말인가. 그저 저들이 성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잠시 늦출 뿐이지…”
“하지만 자사!”
서막의 말에 학소가 반박을 하려 하자 서막이 막아서며 진중한 표정과 말투로 말하기를.
“학 부관, 잘 듣게. 지금부터 자네는 이곳 고장성을 빠져나가야 할 것일세.”
청천벽력 같은 서막의 말을 듣고 학소는 자신이 잘 못 들은 줄 알고 서막에게 반문하였다.
“예? 자사 무슨 말씀이신지… 소장이 잘 못 들은 것 같습니다. 자사, 지금 소장더러 이 고장성을 탈출하라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자네는 이곳을 빠져나가 폐하께 무위마저 완전히 촉적에게 빼앗기게 된 것을 알려드려야 하네.”
서막의 말에 학소가 거의 처음으로 반발을 하였다.
“자사, 지금 소장을 버리시는 것입니까? 소장 절대 자사와 병사들을 두고 혼자 살기 위해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학소의 말에 서막이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엄한 목소리로 명령하였다.
“학 부관, 이것은 자네의 상관인 나 량주자사 서막의 명일세! 어서 나의 명대로 이 성을 나가 폐하께 이곳 상황을 소상히 알려드리도록 하게!”
“하지만 자사…”
“어허! 명령이래도!!”
그리하여 학소는 어쩔 수 없이 서막의 명에 따라 촉군이 이제 곧 들이칠 것이 자명한 고장성을 빠져나가기로 한 것이다.
* * *
서막은 학소를 이끌고 고장성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학소는 서막의 명대로 성을 빠져나가기로 했지만, 촉군의 촘촘한 포위망과 곧 성으로 들이칠 촉군을 피해 어찌 달아나야 하는지 난감하였다.
그리하여 학소가 서막에게 이를 물으니 서막은 말없이 학소를 이쪽으로 이끌고 간 것이다.
고장성의 한 모퉁이로 학소를 데리고 간 서막이 학소에게 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학 부관, 자네가 빠져나갈 곳으로 왔네.”
학소는 아무리 보아도 빠져나갈 곳이 없는 곳이어서 서막에게 물었다.
“자사, 이곳에 어디 나갈 곳이 있다고 하십니까?”
그러자 서막이 차고 있던 칼집을 들어 벽면의 한쪽을 세게 쳐대자 쌓여 있던 벽돌들이 힘없이 빠져나가며 그 안으로 보이는 비밀통로가 드러났다.
학소는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던 비밀통로를 보자 눈이 커지며 서막을 바라보았다.
“자사, 이것은…”
“그렇다네. 자네가 이곳으로 오기 전, 이 고장성을 보수하면서 내가 만들어 둔 비밀통로이지.”
그랬다.
서막은 고장성을 개보수 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비밀통로를 만들었으니 그곳의 겉 면의 구멍을 남기도록 정교하게 쌓은 후 언제든 구멍을 막은 돌들을 치면 빠질 수 있도록 엉성하게 메꾸어 놓았던 것이다.
비밀통로는 성 밖 어딘가로 이어져 있었고, 그 폭은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빠져나갈 정도였다.
“자, 이 비밀통로를 빠져나가면 작금 적들이 총공격을 성으로 해오는 탓에 적들의 뒤로 쉬이 나갈 수 있는 곳이 나올 것일세. 학 부관 어서 나가도록 하게!”
서막의 명에 학소는 어쩔 수 없이 비밀통로로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자신만 도망칠 수 없다고 여겼는지 뒤를 돌아보며 서막에게 이리 말하는 것이다.
“자사, 저 혼자서 도망칠 수 없습니다! 자사도 어서 소장과 함께 성을 빠져나가십시오!”
학소가 이렇게 자신만 갈 수 없다며 서막에게 함께 빠져나가자 제안을 했지만 서막은 거절하였다.
“폐하로부터 량주자사로 임명을 받은 나일세. 나는 량주자사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촉적을 막을 것이네. 그러다 만약 성이 함락되면 나는 병사들의 목숨을 구명하기 위해 항복을 할 것일세. 그리고 자네가 비밀 통로를 통해 달아난 것을 곧 촉적도 알게 될 것이니 자네가 성을 빠져나가면 곧 통로를 봉쇄할 것이네.
자네는 내가 오랫동안 보아 오지는 않았지만 분명 자네는 내가 보기에 아국의 동량일세. 나는 자네가 향후 아국에서 큰일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네. 아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자네는 살아남아야 하네. 아까 말한 대로 성을 빠져나가 폐하께 이곳 무위가 결국은 촉적에게 함락하였다는 급보를 전하도록 하게. 그리고 무위를 함락시킨 적장이 바로 촉의 책사인 법정이라는 것도 꼭 폐하께 알리도록 하게.”
“자사…”
“어서, 어서 가게. 시간이 없네.”
학소는 어쩔 수 없이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비밀통로를 기어서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서막은 학소가 비밀통로를 통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비밀통로 틈의 작은 돌덩이를 빼내었고, 그러자 곧 비밀통로가 무너져내리며 막혀버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서막에 의해 고장성의 비밀통로를 통해 학소는 달아나게 되었으니, 학소는 쉬지 않고 무위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장안을 향해 달렸던 것이다.
* * *
아군 병사들이 무너진 성벽을 통해 고장성 안으로 물밑 듯이 밀려 들어갔다.
고장성의 적들은 아군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였으나 무수히 많은 피해를 입으며 점점 뒤로 밀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적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성 안으로 퇴각을 하게 되었고, 아군은 곧 무너진 성벽을 넘어 성 안으로 들어섰다.
이어서 아군에 의해 굳게 닫혔던 고장성의 성문도 열리게 되니 이곳으로 장비와 마초가 기병을 이끌고 뛰쳐들어갔다.
학소를 내보낸 서막은 마음의 짐을 덜은 듯 홀가분한 표정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최후의 항전을 벌여나갔으나, 곧 아군의 포위에 그대로 갇히게 되는 신세가 되었다.
장비와 마초가 기병을 이끌고 포위된 서막을 치려는 순간.
미위의 호위를 받으며 수레에 탄 내가 나타나며 장비와 마초를 제지하고, 아군에게 포위를 한 채 적들을 공격하지 말 것을 명하였다.
아군의 촘촘한 포위 속에 갇히게 된 서막은 내가 수레를 타고 나타나 아군의 공격을 멈추게 하자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미위의 호위를 받은 채, 서막을 보며 항복을 권하였다.
“그쪽이 량주 자사 서막이로군. 나는 대한의 상서령 법정이라 하오. 그동안 우리 대군에 맞서 정말 잘 싸워주었소. 하나, 이제 아군의 승리로 승부가 났으니 자사는 어서 항복하도록 하시오.”
나의 항복 권고를 들은 서막이 나를 뚜렷이 쳐다보며 말하였다.
“그대가 바로 촉적의 책사 법정이로군.”
서막의 말에 장비가 또 발끈하여 서막을 꾸짖으려 하자 나는 손을 들어 장비를 제지하였고 장비는 분한 얼굴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뒤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소. 내가 바로 대한과 한중왕 전하의 신하인 상서령 법정이오. 나는 자사가 백성을 아끼며 선정을 베푸는 관리로 알고 있소. 자사의 병사들 또한 자사가 다스리는 백성이니 어서 항복하여 병사들의 무고한 희생을 멈추도록 하시오.”
나의 말을 들은 서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대신 항복을 하면 절대 아군 병사들을 살생하지 않겠다 약조를 해주시오.”
“그것은 당연한 일이오. 이제 이곳 무위 또한 대한의, 한중왕 전하의 영토가 된 것이니 이곳에 살고 있는 백성과 이곳을 지키는 병사들 또한 한중왕 전하의 백성이오. 한중왕께서는 무의미한 살생을 엄히 금하시고, 백성들을 자애로 살피시니 당연히 이곳 병사들 또한 무사할 것이오.”
나의 약조에 서막이 마침내 병장기를 던지며 항복을 하였다.
“좋소. 항복하겠소. 여봐라 모두 병장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그렇게 서막의 명에 따라 나머지 고장성의 병사들도 병장기를 버리고 항복을 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