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55
254화 상산 조 부의 화려한 비상(飛上)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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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군 장수는 수레 안으로 뛰어들었다. 수레 안에는 면사로 얼굴을 가린 두 명의 여인이 있었다. 흰 면사로 얼굴을 가린 한 여인은 조금 허름한 옷을 입고 있어 시비로 보였고, 다른 하나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화의(華衣)를 입고 붉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공손찬의 딸은 원소의 아들 원상과 혼인하기 위해 오는 길이니 응당 화의를 입고 있을 터. 원소군 장수는 화의를 입은 여인을 공손찬의 딸이라 판단했다.
‘연약한 여인을 베는 것은 무장의 도리가 아니나 소주인의 부인이 될 여인을 빼앗긴다면 그것은 곧 내 주인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니······.’
그는 연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여인을 베는 일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일말의 양심은 남아 있었던 모양인지 시비까지 베려하지는 않았다.
“넌 살려주겠다.”
그는 수레 안에 타고 있던 두 여인 중 시녀로 보이는 여인을 수레 밖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난 후. 그의 검극이 화의를 입은 여인에게로 벋어나갔다.
꺄아악!
귓구멍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시비가 수레 밖으로 던져졌다. 조운은 엉겁결에 시비를 받아들었다. 순간 그녀의 얼굴을 가리던 하얀 면사가 살짝 들렸고, 조운은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 조운은 시비의 미색이 대단하다는 것과 수레 안에도 여인이 타고 있을 것이라는 걸 유추해냈다. 북평에서 이곳까지 시비를 데리고 왔다는 것은 반드시 여인의 수발을 들어야만 하는 자가 수레에 타고 있다는 것이니까.
‘시비가 이토록 미색이 대단하다면 수레 안의 여인은 얼마나 대단한 절색일까?’
조운은 수레 안으로 원소군 무장이 뛰어들어갔음을 떠올리고 그대로 검창을 던졌다. 그러자 창에 가슴팍이 꿰뚫린 적장이 수레를 박살내며 나가 떨어졌다.
그 때쯤 부사, 격도, 양관도 싸움을 끝내고 수레 가까이 와 있었다.
그러자 조운은 시비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수레 위로 올라가 수레에 타고 있을 여인을 찾았다. 하지만 화의를 걸친 여인은 피를 흘리며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조운은 이미 절명해버린 여인을 안아들고 내려와 바닥에 뉘였다. 그제야 그녀가 화의를 입고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웬 화의?”
그러자 부사가 곁으로 와서 말했다.
“아무래도 혼인하러 가는 길이었나봅니다. 기주에서 원가의 깃발을 들고 다니는 자들은 원소군 뿐이니 원소의······.”
“원소에게 시집가는 길이었다고?”
“모르지요. 원소일지, 아니면 그 아들 중에 하나일 수도 있겠지요.”
* * *
“시비가 훨씬 예쁜데?”
조운은 붉은 면사를 걷으며 화의 여인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공손찬의 딸들이 하나같이 미색이 출중하다는 얘기에 비록 죽은 여인이지만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 실망. 나무랄 데 없는 미색이나 시비에 비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공손찬의 여식들 중에 조금 못한 여인들도 있겠지요. 어떻게 자식이 전부다 예쁠 수가 있겠습니까?”
“하긴 그렇지. 공손찬이 애간장이 타들어가긴 했던 모양이로다. 딸까지 바쳐가며 원소와 연수를 맺으려하다니······.”
“하지만 물 건너갔지요. 공손찬의 딸이 죽어버렸으니 다시 딸을 보내기는 쉽지 않을 테고, 원소와도 껄끄러운 사이가 될 겁니다. 문제는 이번 일이 우리의 소행이라는 걸 들켜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부사는 격도와 양관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내 곳곳에 널브러져 있던 원소군 병사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창을 찔러 넣어 죽음을 확인했다. 살인멸구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조운은 자신의 창을 거두려 원소군 장수에게 다가갔다. 발로 시체를 밟고 창을 뽑아내자 놈의 몸뚱아리가 요동쳤다.
“크헉!”
“이놈! 살아있었네.”
조운은 놈의 숨줄을 끊어놓을 생각으로 창극을 겨누었다. 그러자 상대는 피거품을 게워내며 조운을 향해 힘겹게 손가락질을 했다.
“으으으! 네놈들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이미 공손사하는 내 칼에······.”
그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자 조운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누가 공손찬의 딸, 공손사하가 예쁘다고 그랬냐?”
조운은 배신감에 치를 떨며 씩씩거렸다. 그러자 부사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이 공자, 어찌 그러십니까?”
“예쁘다며?”
“갑자기 무슨······?”
“공손찬의 딸 중에 공손사하라는 딸이 천하절색이라며! 봐라 어디가 절세가인이냐?”
“이 여인이 공손사하란 말입니까?”
“저자가 숨을 거두기 전에 말했느니라.”
그러자 부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격도와 양관에게 손짓해 그들을 불러왔다.
“공손사하라는데?”
부사의 말에 격도와 양관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치? 아니지?”
동료들조차 그녀가 공손사하가 아님을 확인해주자 부사는 시비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면포를 걷었다.
“이 공자. 공손 소저는 바로 이 여인입니다. 어서 베어버리십시오. 내키지 않으시면 제가······.”
부사가 공손사하에게 창극을 겨누자 조운이 이를 만류했다.
“잠깐!”
“이 공자, 원가의 병졸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어서 떠나야 합니다. 어서 해치우고 이 자리를 뜨시지요.”
“여인을 베는 것은 무인의 도리가 아니다.”
“이 공자, 이 여인을 살려두면 반드시 여 장군께 화가 미칠 겁니다. 오늘의 일이 원소에게 전해진다면 여 장군은 원소를 두게 됩니다.”
비록 공손찬이 창평 대전에서 대패해 그 세가 꺾였다고는 하나 남은 병력이 상당하고 북평성은 견고하기 짝이 없는 요새 중의 요새였다. 더욱이 공손 씨의 저력은 구경도 아직 세상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이미 여포와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공손찬이 원소와 연수를 맺는다면 자칫 여포의 웅패천하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운은 원소를 적으로 돌리면 여포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지를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여 장군은 천하무적이다. 걱정할 필요 없느니라.”
“이 공자, 여 장군의 용맹과 무예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원가까지 합세하면 여 장군도 별 수 없을 겁니다. 원 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정녕 몰라서 이러십니까?”
부사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조운은 잠깐 고심하는 듯하더니 멋대로 결론을 내려버렸다.
“데리고 간다!”
“이 공자!”
“이미 결심을 굳혔으니 토를 달지 마라.”
부사, 격도, 양관은 조운이 공손사하를 데리고 상산 조 부로 가겠다는 말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조운이 이렇게 선을 그어버리니 더 말을 하기도 뭣했다.
“네놈들은 누구냐?”
정신을 차린 공손사하가 상체를 일으키며 소리치자 조운은 황급히 손날로 그녀의 뒷목을 후려쳤다. 그러자 공손사하는 단번에 정신을 잃고 다시 드러누워 버렸다.
* * *
“장군! 배를 구했습니다!”
조운은 배를 기다리고 있던 여포에게로 돌아갔다. 배를 구해왔으니 칭찬을 들을 생각에 들떠 있었으나 조운을 기다리는 것은 여포의 질책이었다.
“왜 이리 늦은 게야?”
“그게 좀······.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포는 조운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을 눈감아 주었다. 하지만 배에 올랐을 때 죽은 듯이 누워있는 한 여인을 보자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왔다.
“누구냐?”
여포가 턱짓을 하며 묻자 조운은 부사, 격도, 양관에게 눈짓해 입을 다물게 하고는 대충 둘러댔다.
“도적의 무리에게서 구한 처자입니다. 상산에 간다고 하고 정신을 잃은 후로 깨어나질 않습니다. 상산까지만 데려다 주려고 합니다. 괜찮겠습니까?”
조운의 말에 여포는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식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역시 자룡이를 장군께 맡긴 보람이 있습니다. 산도적 같은 녀석이 벌써부터 의와 협을 아니 불청객이 있다해도 장군께서 좋게 보아 넘기시지요.”
“여 장군이 또 노부의 얼굴에 금칠을 하는구먼. 그리하게.”
이렇게 공손사하는 여포의 일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상산 진정현.
여포 일행은 현내에 들르지 않고 곧장 조부로 향했다. 하지만 현내에는 외지인들이 잔뜩 들어와 있었다. 그들은 공손찬과 원소의 수하들로 상산 조 부의 무인들을 데려가기 위해 이곳에 와서 여장을 푼 것이다.
공손찬은 창평대전에서 대패하여 용맹과 무예가 뛰어난 수하들을 상당수 잃었다. 공손찬이 아끼던 백마의종도 절반이 넘게 고혼이 되지 않았던가. 공손찬은 예전의 세로 회복하기 위해서 상산 조 부의 문하생들을 모조리 데려갈 심산으로 부하들을 보낸 것이다.
원소는 원술이 여러 제후들을 데리고 가버리는 바람에 회맹이 깨지고, 또 조조와도 결별하며 홀로서기를 위해 세를 불리고 있었다.
원소 휘하에도 기라성 같은 장수들이 적지 않았다. 서원팔교위 중 한 사람으로 원소와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던 맹장 순우경을 비롯해 원소의 이 효장(梟將)인 안량과 문추의 명성은 이미 천하 십삼 주 곳곳에 퍼져 있었다.
그 외에도 이름난 장수들이 숫하게 있으나 문제는 전장에서 병사들을 가까이에서 지휘할 하급 군관들이 더 필요했다.
상산 조 부의 창술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 원소는 그곳의 무인들을 깡그리 거두려 부하들을 보낸 것이었다.
현내는 외지인들로 들썩들썩했으나 조 부로 직행한 여포 일행은 이를 알 리도 없고, 안다고 한들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조 부의 대문 앞에 선 여포는 조운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그와 시선을 맞췄다.
“조 자룡이, 평소에 쓰던 말을 쓰면 조 대인이 크게 걱정하실 것이니 조심하거라.”
여포는 조운이 우적과 어울리며 습관처럼 쓰고 있는 상스러운 말투를 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 그러자 조운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여포를 안심시켰다.
“걱정 마십시오.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 눈치도 없겠습니까?”
조운은 여포의 손아귀를 벗어나자마자 조 부의 대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아버지! 어머니! 형님! 운이가 왔습니다!”
고향집에 왔다고 기세등등한 조운이 목소리를 한껏 키워 부모형제를 불러댔다. 이미 기별을 넣었기 때문에 이내 조완과 그의 부인이 조운을 맞이했다.
조운은 어미의 품으로 달려가 안겼다. 그 모습을 보며 여포가 중얼거렸다.
“덩치만 컸지, 아직 애라니까.”
여포의 중얼거림이 끝나기 무섭게 조운은 부모에게 절을 했다.
“소자, 조운. 지금 돌아왔습니다.”
“그래, 어서 오너라.”
조완은 아들을 일으켜 세웠고, 그의 부인은 아들의 옷을 털어주며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때 격도와 양관이 공손사하를 부축해 내실로 들어가려는 모습이 조완의 눈에 들어왔다.
“누구냐?”
“오는 길에 도적의 무리에서 구해낸 처자입니다. 정신을 차리는대로 내보낼 것이니 심려 마십시오.”
조운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로 이 상황을 모면했다.
“도적떼를 토벌했더냐?”
“천하를 평안하게 하기 위해 여 장군께서 동분서주하시는데 수하된 자로 어찌 상산의 창술을 아끼겠습니까? 군자지로를 걷는 몸으로 악적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말은 청산유수였다.
“아무리 여 장군이 용맹과 무예로 천하제일이라 하나 너는 아직 여 장군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니 항시 몸을 조심해야 하느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했으니 소자의 몸을 아껴 항시 효행의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자까지 들먹이며 효행을 운운하니 그야말로 경학을 배운 티를 낸다 할 것이다. 이에 조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 날 만 날 사고만 치던 녀석이 공맹의 도리를 찾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로구나. 네, 언제 경학을 배웠느냐?”
조완이 혀를 내두를 무렵, 진의록은 노식을 소개할 절호의 시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해 좋은 때를 놓치고 말았다.
“꺄아아아!”
내실에서 젊은 여인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자 조운의 안색이 흑빛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