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59
258화 여포, 상산에 등용문(登龍門)을 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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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의 말에도 모두들 인상만 찌푸릴 뿐 맞받아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포가 한 말 중에 틀린 것이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유우는 십만의 군세를 이끌고 있으나 기반이 없다. 탁군을 떠나 남하를 시작한 것도 그 이유를 따지고 보면 탁군에 머무르면 재력과 군량이 버티질 못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전주’라는 탁월한 재사가 유우의 휘하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멀리 낙양에 있으면서도 보급에 차질이 없을 만큼 대단한 수완과 재력을 겸비한 전주의 활약이 없었다면 어찌 유우가 십만의 군세를 먹여살릴 수 있었으랴.
하지만 백성들이 유우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전주의 보급에도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유우에게 있어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의 존재는 그야말로 양날의 칼. 버리면 인망이 떠나고, 안고 가자니 군량이 버티질 못했다.
여포는 생각 같아선 유우에게 질펀한 욕지거리를 퍼붓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천하 만민은 유우의 진면목을 알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여포가 아무리 유우의 잘못을 지적한다한들 누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겠는가. 그래서 여포는 멀어져가는 마이에게 관심을 끄고 대신 공손찬부터 잔뜩 험담을 늘어놓았다.
“창평에서 개망신을 당한 것도, 계성을 하룻밤 만에 잃은 것도 모두가 공손찬이 사람을 잘못 써서 그런 것이지. 실력 있는 자들을 고작 졸백에 머물게 하고, 먹지도 못하는 가문이니 혈통이니 따위로 사람을 쓰니 무슨 수로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공손찬이야 창평에서 여포에게 대패한 것이 천하에 알려져 망신살이 뻗쳤다. 자랑해마지 않던 백마의종을 절반 넘게 잃었으며, 수만의 병력 중 살아 돌아간 자가 수천에 지나지 않았다.
흑산적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며 연국 일대마저 평정했던 공손찬이었으나 창평 대전의 참패와 계성의 수성 실패로 여포에게 유주의 주도권을 넘겨주어야만 했다.
천하 세인들이 공손찬을 ‘지는 해’에 빗대 우스갯소리를 해댈 정도이니 공손찬이 어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으랴.
여포의 말에 악하당은 조완을 보며 손가락질 했다.
“조 대인, 이제 앞으로는 조 부의 문하를 공손 장군의 휘하에 들게 할 생각을 말아야 할 거요. 북평으로 찾아와 무릎 꿇고 빈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소.”
악하당의 악담에 조완 대신 여포가 반격했다.
“다 쓰러져 가는 공손 가에 뭣 하러 아끼는 제자들을 보낼까? 보나마나 화살받이로 쓸 게 뻔한 데······. 북평에서 쥐 죽은 듯이 있는 게 좋을 것이다. 쓸만한 장수도 없고, 재물 많다고 유세를 하더니 정작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것들이 입만 살았구나.”
“쳇! 조 대인, 오늘의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오. 가자!”
악하당의 무리가 멀어지자 여포는 원소에 대해 비아냥댔다.
“얼자 주제에 말끝마다 사세삼공을 입에 달고 다니는 놈이 뭐가 대단하다고 네놈들은 그리도 물고 빠느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원 부 맹주께 귀부하라.”
그러자 여포의 말을 듣다 못한 자들 몇몇이 뛰쳐나와 여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한순도 여포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데 어찌 졸개들 따위가 여포의 일합을 받아낼 수 있으랴.
“느리다, 느려!”
여포는 녹로를 뽑지도 않고 검집 채로 휘둘러 순식간에 수어 명을 쓰러뜨렸다. 검집에 갇힌 검이라도 여포의 손에 들린 이상 흉기나 다름없었다. 다만 손속에 사정을 둔 탓에 목숨을 잃은 자는 없었다.
“계속할 테냐?”
여포가 녹로를 뽑으려 시늉하자 한순이 황급히 소리쳤다.
“너희들의 상대가 아니다!”
“실력은 없지만 상황을 파악하는 재주는 있군. 하긴 입만 산 녀석들이 할 일은 도망치는 것 뿐이지. 쥐새끼 같은 놈들.”
여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들의 속을 긁어 놓았다. 하지만 어쩌랴. 여포가 칼을 뽑지 않아도 당해낼 재간이 없는데 칼을 뽑는다면 모조리 이곳에 뼈를 묻게 될 것이었다.
“돌아간다!”
한순이 수하들을 재촉해 조 부에서 멀어져가자 여포는 그들을 향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여포가 그들의 속을 긁을수록 복수의 칼날을 갈아댈 것이고, 그 칼끝은 원술을 향하게 될 터였다.
그간 조 부를 무시하던 자들을 크게 망신주고, 덩달아 원소와 원술 사이의 해묵은 감정을 파헤친 것이니 여포에게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라 할 것이다.
* * *
세 무리가 모두 물러가자 조완은 여포를 조 부 안으로 손수 안내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조완은 여포에게 정중히 읍했다.
“조 대인, 어찌 이러시오?”
“오늘, 여 장군 덕분에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하오. 여 장군께서 저들을 크게 망신 주었으니 어찌 예를 올리지 않을 수 있겠소?”
조완은 그간 공손찬과 원소의 휘하에 문하를 보내 사관케 하려 더러운 꼴을 많이 당했다. 하지만 문하생들의 앞길이 막힐까 싶어 차마 뱃속의 말을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끙끙 알기만 했었다.
그런데 오늘, 여포가 조완을 대신해 통쾌한 복수를 해주었으니 어찌 고맙지 않으랴.
“이, 여포. 만민무류의 대의를 품고 있는 사람이외다. 사람을 능력으로 평가해야지 출신을 따져 출세를 막는 것들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소.”
“여 장군, 이참에 천하에 퍼져 있는 조 부 출신들을 불러모으려 하는데 그들도 거둬주시겠소?”
여포는 조완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간 애 많이 쓰셨소.”
“······.”
조완은 여포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지나갔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힘 있는 자가 세상에 나가는 것은 두 가지 길 뿐이다. 천하만민을 위해 무(武)를 펼치는 무관이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안위와 영화를 위해 약자를 짓누르는 도적이 되든지.
조 부의 주인인 조완은 상산 창술을 익힌 자가 도적의 무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물론 이는 모든 무가들이 같은 생각일 터였다.
조완은 조 부의 문을 두드린 젊은이들이 도적의 무리에 들지 않고도 먹고 살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조완에게는 무재나 효렴으로 조정에 출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문하생들을 명망 있는 군웅들의 휘하에 보내는 것으로 출사의 길을 열어주고자 했던 것이다.
“조 대인, 소장에게도 조 대인 같은 분이 계셨소. 병주 북변의 젊은이들이 도적의 무리가 되지 않고도 먹고 살 방도를 찾아주신 고마운 분이오.”
여포는 장양을 떠올렸다. 수수 한 됫박만 있어도 병주에는 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병주는 궁벽한 땅이었다.
수시로 이적이 장성을 넘고, 그나마 소출이 괜찮은 황하 유역의 농지는 풍년만 되면 홍수가 나기 일쑤. 그런 땅의 젊은이들이 무슨 꿈을 꿀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장양은 북변의 젊은이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대단치는 않으나 군문에서 심부름을 하며 끼니를 때울 수 있게 해주었고, 곁눈질로 무예를 훔쳐 배우는 것도 막지 않았다.
재능 있는 자에게 군문에서 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여포는 그렇게 장수의 반열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장양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여포도 없는 것이다.
여포는 잠시 소회에 젖었다가 조완을 존경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조 대인과 같은 영웅이 몇 사람만 더 있었어도 천하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오.”
“과찬이시오. 여 장군이 노부의 뜻을 알아주니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소. 자, 안으로 드십시다. 내, 오늘 조 부의 술이 모두 동날 때까지 장군과 대작하고 싶소.”
조완이 두 손을 모아 들자 여포 역시 기꺼이 포권을 취했다.
“그 동안 조 부의 술이 얼마나 익었는지 한번 봅시다.”
“말해 뭣하오. 딱 좋을 때요.”
* * *
여포는 조완과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후원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연무장을 지나칠 때였다.
웅성거림과 함께 기합성이 터져 나오자 여포와 조완의 발걸음이 그냥 그곳을 지나치지 못했다.
그곳에는 여포가 데려온 조 부 출신 무인들이 후배들과 만나 회포를 푸는 자리가 한창이었다. 조 부 출신 선후배들이 둘러 앉아 자신만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것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서로 손에서 손으로 물주머니를 넘겨가며 술 대신 흥을 내고 있었다.
연무장에 여포와 조완이 나타나자 그들이 일어나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이에 조완은 손사래를 치며 예를 거두게 했다.
여포는 이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조운이 냉큼 달려와 그의 옆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 모습을 본 조완이 조운의 귀를 잡아 당겼다.
“이 녀석아! 머리를 풀어헤치고 사흘 밤낮을 엎드려 있어도 뭣할 판국에 언제 또 여기 와 있는 것이냐?”
“아아아! 아버지! 아픕니다.”
“아프라고 하는 거지.”
“부하들이 보고 있는데 이러시면 제 체면이 뭐가 됩니까?”
“체면이라는 걸 아는 놈이 그런 짓을 해?”
조완이 조운의 귀를 더 세게 잡아당기자 조운은 기겁을 하며 조완의 팔에 매달렸다.
“아버지, 꼭 해야할 일이 있다니까요.”
“그게 무엇이냐?”
“상산 창술을 발전시키는 겁니다.”
그러자 조완은 그제야 조운의 귀를 놓아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상산 창술을 발전시키다니?”
“저를 비롯해서 여 장군 휘하에 든 조 부 출신들이 제법 되잖습니까?”
“그거랑 무슨 상관이 있더냐?”
“여 장군 휘하에 들어 모두들 창술이 크게 늘었습니다. 각기 다른 수법을 쓰는 자들끼리 모여 틈만 나면 겨루고, 독특한 전법을 지닌 자들과 싸우는 날에는 상대의 수법을 눈여겨보았다가 함께 파훼법을 고민했습니다. 우리 조 부에도 그런 자리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 이렇게 모인 겁니다.”
다른 무가에서 이런 소리를 했다가는 파문을 면치 못할 터. 하지만 조 부의 주인인 조완은 깨어있는 인물이고, 상산 창술 역시 갇혀 있는 무예가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조완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으로 전통이라 하여 상황에 맞지 않는 것을 반드시 지키고 따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상산 창술이 하북제일창의 이름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상산 창술이 원형 그대로 전해지지 않고, 대를 이어가며 심득이 더해져 나날이 발전해왔기 때문이었다.
조완은 여포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여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싸움을 겪으며 얻은 묘수나 상대의 수법을 동료들과 나누는 것은 함께 강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니겠소? 하지만 이렇게 말로만 한다면 효과가 적다 할 거요. 논검보다는 몸을 움직여야 기억에 오래 남고 또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지 않겠소?”
여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기억에 남는 특이한 수법들을 흉내내 펼치며 조운으로 하여금 이를 파훼할 상산창술의 초식을 펼치게 했다.
여포가 그렇게 물꼬를 터주자 그 때부터 조 부 출신 선후배들이 서로 어울려 상산의 창술과 비교도 해보고, 상산 창술에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열띤 토론도 이어졌다.
여포는 조완과 함께 슬쩍 자리를 빠져 나가 가까운 곳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마음은 연무장에 남겨두고 왔으니 조완은 술단지 하나를 옆에 끼고 벽을 밟고 뛰어 올라 지붕 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여포도 흥이 나서 술단지를 두 개나 옆구리에 끼고는 한 마리 비조처럼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
역시나 그곳에선 연무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출신도 변변치 않아 무예를 완성해도 기껏해야 졸백에 오를 뿐인데 여 장군의 휘하에서 날개를 달았으니 저 아이들은 운이 좋은 아이들이오.”
“운으로 따지자면 상산 조 부의 문하에 든 것부터가 대단한 행운이 아니겠소?”
“그리 말해주시니 고맙소. 하북의 젊은이들 중에 용력이 출중한 자들이 적지 않소. 하지만 본가의 능력으로는 한 번에 많은 문하를 들일 수 없어 항시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소. 그들이 자칫 도적의 무리가 되어 천하에 해악을 끼친다면 이 역시 조 부의 죄가 아니겠소?”
조완이 자책하는 말을 하자 여포가 손사래를 쳤다.
“그게 어찌 조 부의 탓이겠소?”
여포는 그리 말하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연무장을 내려다보았다.
조 부의 무인들이 서로 겨루며 고하를 나누는 모습을 보자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 동탁 휘하에서 이십만의 서량병들을 호령하던 그 때의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결심을 굳힌 듯 입을 열었다.
“조 대인은 문하생들 뿐만 아니라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천하를 위해 일하기를 바라는 꿈이 있으신 듯 한데 내 말이 틀렸소?”
“바로 보셨소. 할 수만 있다면 그리하고 싶소. 나, 조완은 상산 창술이 천하제일임을 떠들고 다닐 만큼의 치기가 남은 나이가 아니오.”
조완의 말에 여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여포에게는 미약하나마 조 대인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힘이 있소. 상산 조 부는 천하에 이름난 무가이니 이곳, 상산에 무인들의 등용문(登龍門)을 세우고자 하오. 조 대인의 생각은 어떠시오?”
“오오! 정녕 그리 해주실 수 있겠소?”
“이, 여포는 생각 없이 말을 꺼내지 않소.”
“등용문이라······.”
“이름도 생각해 두었소.”
“한 번 들어 봅시다.”
“점장대(點將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