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65
264화 여포, 기주로 진출하다! (1)
————– 264/753 ————–
진궁은 조조와 원소의 기반이 상당부분 겹친다는 것을 이미 꿰뚫고 있었다.
실제로 조조의 기반은 고향인 예주 패국 초현 일대와 아버지 조숭이 그를 위해 기반을 다져놓은 연주 진류. 그리고 조부 조등의 근거지인 연주 태산 일대였다.
원소는 여양 원씨이니 당연히 그 기반은 예주 여남 전역이다. 뿐만 아니라 수 삼 년 공을 들여 조성한 기주 발해군의 근거지부터 태산 북쪽에 이르기까지도 원소의 영향권에 있었다.
젊은 시절의 조조가 부임했던 돈구나 제남 땅이 그 영향권에 있었다. 당시에 조조는 선정을 베풀었으나 원소와 경쟁한다면 지금에 와서 다시 그곳 백성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원소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시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조 공을 원 본초에게 빗대자면 한 없이 초라한 것인데 더 말을 해야겠소?”
진궁의 말에 조조의 심사가 뒤틀렸으나 틀린 말이 아니니 반박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음······!”
“시간이 없소. 원 본초가 북쪽으로 눈을 돌린다면 한 숨 돌릴 여유가 있을 것이나 결국은 그의 군대가 언젠가는 남하를 시작할 것이니 한 시라도 빨리 연주를 취해야 할 것이오.”
“설마하니 퀴퀴한 냄새나는 서책이 탐이 나는 것은 아닐 테고, 내게 이런 얘기를 해주는 까닭을 물어도 되겠소?”
“퀴퀴한 서책이라니······.”
진궁은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으며 축객령을 내렸다.
“이제 내 할 말은 다 했소. 조 공께 이 궤짝의 서책들은 별 가치가 없으니 놔두고 이만 돌아가시구려.”
“진 대인.”
“난 바쁜 사람이오. 굳이 조 공과 입씨름을 하여 진을 빼고 싶은 마음이 없소. 이만 돌아가시오.”
재차 축객령이 떨어지자 조조는 진궁에게 받은 죽간을 손에 쥔 채 발길을 돌렸다. 그러자 하후돈이 허리춤에 패용한 패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이에 조조는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발검을 저지당한 하후돈은 조조를 보며 인상을 썼다. 하지만 조조가 고개를 가로젓자 하는 수 없다는 듯 손잡이를 놓아버렸다.
“돌아간다!”
조조의 명이 떨어지자 함께 온 자들 역시 발걸음을 돌렸다.
* * *
개봉으로 돌아가는 길. 조조는 진궁에게서 받은 죽간을 읽으며 혀를 내둘러야만 했다. 그리고 순욱과 희지재에게 죽간을 읽게 했다.
“실로 대단한 자입니다.”
순욱의 말에 희지재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반드시 얻으셔야 합니다.”
“희 선생, 나와 함께 진궁을 만났으니 그가 내 휘하에 들지 않겠다 했음을 알고 있을 게 아니오?”
“조 공이야 말로 자신을 시험하는 진궁이 탐탁지 않으신 게 아닙니까? 부하는 끊임없이 그 능력을 의심해 시험하시면서 어찌 본인은 시험을 받으려 하지 않으십니까?”
희지재의 말에 조조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고는 거짓말처럼 안색을 바꿔 정색했다.
“내가 남을 시험하게 할지언정 남이 나를 시험하게 하지 않겠다.”
“조 공께선 완전무결한 군주로 그 이름을 태사록에 남기고 싶어하시는 듯 하나 그 일은 천하를 얻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오직 천하를 얻는 것, 그거 한 가지만 생각하십시오.”
“천하를 얻으려면 먼저 진궁, 그 자부터 얻으라는 얘기요?”
“그렇습니다. 죽간의 내용을 생각해보십시오. 공께서 연주를 취하는 순간, 비로소 원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습니다.”
“연주를 취해, 원소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연주의 두 호걸이 모두 자리를 비웠습니다. 서두르면 연주 전체를 다 취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태산은 확실히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희지재가 말하는 연주의 두 호걸이란 연주자사 유대, 그리고 전 하내 태수 왕광이었다.
유대는 원술과 손잡고 삼보에서 신 왕조를 일으킬 생각으로 하내를 공략하고 있었고, 한 때 동탁과 대치하며 입경을 노렸던 왕광은 이제 여포의 휘하에 있었다.
“제남과 제북을 빼놓은 것 같소만?”
“공께서 제남상으로 선정을 베푼 것은 알고 있으나 백성들이란 좋은 일을 그리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존재들입니다. 제남의 백성들에게 공은 그저 스쳐가버린 따뜻한 바람이었을 뿐이지요.”
“하지만 제북은 가능성이 있소. 제북상은 내 절친한 벗이오.”
“제북상 포신이 공의 벗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와 의기투합하더라도 원소가 군대를 몰고 오면 제남이든, 제북이든 아니면 둘 다든 잃고 지키는 것은 모두가 원소의 뜻에 달렸습니다.”
원소가 청주를 노린다면 제남을 포기해야 하고, 연주를 취하고자 하면 제북을 지킬 수 없을 터였다.
지금의 군세로는 원소를 당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진궁의 책문에 쓰인대로 태산을 방벽으로 삼는다면 일 년은 버틸 수 있을 것이고, 공께서 태산 일대의 소출을 온전히 손에 쥘 수만 있다면 군량이 곤궁할 일은 없을 겁니다.”
“분명 각지의 방비와 소출의 취득은 물론이고 인재를 얻는 것도 하나 틀림이 없는 훌륭한 책문이었소. 하지만 그게 왜 내게 이토록 완벽한 책문을 올렸는가 하는 점이오.”
“공의 의심은 필시 훗날 큰 화를 불러오게 될 것입니다. 어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질 못하십니까?”
희지재는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으며 중얼거리는 듯한 말을 이었다.
“이래서야 차라리 진궁과 얘기하는 편이 좋겠군.”
희지재는 진궁과 더하거나 뺄 필요가 없는 말로 대화를 나누었던 때가 편하다 여겼다. 사인 간의 대화가 그토록 담백했던데 비해 조조와는 끝없는 신경전과 줄다리기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선의는 없으니까. 그래서 선의는 함부로 받을 수 없소. 거래는 서로 오고 가는 게 있어야 성립하는 법이지 않소?”
“휴우~!”
희지재는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순욱이 조조를 향해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소생이 주군께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소생이 진 현령의 말을 들어보니 그자는 필시 연주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가 주군께 연주를 취하라 권하며 방도를 일러준 것은 원소보다는 주군께서 연주의 주인이 되는 편이 그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야 감이 잡히는 구려. 더 해보시오. 내가 연주를 취하면 그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소?”
“그토록 훌륭한 책문을 지을 수 있는 자이니 그 능력은 의심할 수 없을 터. 하지만 동탁의 정권에서야 비로소 벼슬길에 오른 것을 보면 그자의 가문이 그다지 대단치 않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순욱의 말에 조조는 무릎을 쳤다.
“원 본초는 사람을 출신에 따라 가려 쓰는 사람이지. 그가 연주를 얻고 나아가 천하를 얻는다면 그의 세상에서 진궁은 출사의 길이 막히겠구려.”
“바로 그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자의 일면일 뿐 반대쪽도 보셔야 합니다.”
“내 휘하에 들기를 거절한 것 말이오?”
“그렇습니다.”
순욱의 말을 듣고서 조조는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연주를 얻길 바라지만 내 휘하에 들기는 싫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하오? 설마 다 쓰러져가는 동한의 관직 따위에 미련이 남아서요?”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분명 주군께서 연주를 얻게 되면 당장에 실망하거나 불만을 가질 자들이 있겠지요.”
“분명 사인과 공족들이겠지. 내가 환관의 자손이라 하여 나를 배척해온 자들이니까. 내 말이 틀렸소?”
조조의 말대로 연주의 공족, 사인, 명문호족가는 조조의 연주 지배를 탐탁지 않게 생각할 게 틀림없었다. 비록 진궁이 동탁의 정권에서 벼슬을 하고는 있으나 조조에게 연주를 취할 방도를 일러주고 그의 곁에서 허리를 굽히고 있음을 알면 그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게 뻔했다.
“어쨌든 희 선생의 말대로 주군께선 지금 다른 것을 생각하지 마시고, 연주를 취할 생각만 하십시오. 예주의 인재들은 소생이 한번 접촉해 보겠습니다. 이미 원가가 무너진 이상 예주의 사인들에게는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할 테니까요.”
* * *
여포는 연국에 당도하자마자 여장도 풀지 않고 다녀온 일을 가후에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가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공손찬의 여식을 데려오신 건 좀······.”
역시나 문제는 공손사하였다. 가후는 그녀를 데려온 여포의 행동이 조금 경솔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여포에게도 공손사하는 골칫덩어리였다. 그래서 잘못을 조운에게로 떠넘겼다.
“나도 그 일은 별로 내키지가 않았으나 어쩌겠소. 조자룡이가 그리 큰 사고를 칠 줄이야.”
“어찌 하실 겁니까? 결국 공손찬과의 일전을 피할 수는 없으나 아직 전쟁을 재개하기에는 군력이 부족합니다.”
“당장은 쉬쉬하는 수밖에······. 자사부에 연금해두라 했으니 얘기가 세어나가지는 않을 거요.”
여포는 여기서 더 이상 공손사하의 얘기를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화제를 바꾸었다.
“노 장군께선 나더러 기주로 진출하는 게 어떻겠냐 하셨소. 선생의 생각은 어떻소?”
“장군, 중산과 상산을 취하시는 것까지는 좋을 듯합니다.”
“노 장군의 말씀과 같은 말을 하는구려. 아, 그리고 역경에 요새를 짓고 그 일대를 둔전하자 하셨는데 이건 어떻소?”
“그 일은 저 선생과 논해야 하니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우선은 좀 쉬시지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제야 여포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내리치며 초선의 존재를 떠올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여포의 신형이 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조운은 여장을 풀자마자 장합의 방을 찾아갔다.
“준예 형, 자룡이오. 들어가도 되겠소?”
“언제부터 네놈이 인기척을 내고 내 방에 출입을 했더냐? 들어오거라.”
조운은 장합의 방에 들어서자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준예 형.”
“천날 만날 사고만 치고 다녀도 얼굴에 웃음기가 떠나질 않는 녀석이 웬 나라 잃은 표정이냐? 무슨 걱정이라도 있느냐?”
항상 웃고 다니던 조운이 오늘 따라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자 장합은 반쯤 걱정 섞인 어조로 물었다.
“준예 형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왔수다.”
“말해보거라. 내, 들어주마.”
“정말이오?”
“들어는 준다고.”
장합의 말에 조운은 피식 헛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지금 아쉬운 처지에 있으니 이 정도로 웃었다 칩시다. 준예 형, 이 조자룡이가 공손찬의 딸과 혼인하고 싶어 하는 건 알고 있을 테고, 진 선생이 그녀를 탐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소?”
“그렇더냐?”
“진 선생의 입심이 재어 그녀가 홀라당 넘어갈 판이오. 이럴 땐 어찌 해야겠소?”
장합은 조운의 말에서 애타는 그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라고 해서 용 빼는 재주가 있으랴. 그저 원론적인 답을 내놓을 뿐이었다.
“마음에 둔 여인을 뺏기면 안 되지.”
“입심으로는 안 된다 하지 않소. 여 장군 휘하에 하나 뿐인 유세객이라 줘 패버릴 수도 없고······.”
“말조심해라. 누가 들을까 겁난다.”
“듣기는 누가 듣는다고······.”
장합은 조운과 더 얘기를 나누다가는 큰일에 연루될까 싶어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 했다.
“혼인을 하고 싶으면 그녀의 허락이 있어야겠지. 그녀의 마음을 얻는 것이 먼저다. 혹여나 강제로 취할 생각은 말거라. 여인을 강제로 취하는 것은 국법으로 금하는 죄다.”
“그럼 어찌하오? 여 장군과 공손찬은 이제 양립할 수 없는 사이인데 여 장군을 졸라 혼담을 넣을 수도 없잖소.”
어차피 공손사하는 원 가로 다시 갈 수도 없고, 본가로 돌아갈 생각도 없었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혼례를 치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조운은 고심 끝에 나름 큰맘을 먹고 장합을 찾아온 것인데 답을 얻지 못하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준예 형은 천상 도움이 안 되오. 도움이 안 돼. 난 그냥 갈라요.”
찬바람을 일으키며 나가는 조운을 보며 장합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또 무슨 사고를 칠지 걱정이다, 걱정.’
* * *
여포군 수뇌부가 자사부 대청에 모였다. 늘 참석해 자리를 지키던 장료와 정욱은 도각 흉노를 정벌하러 가는 바람에 빠졌고, 대신 영보상단의 단주인 단목영, 오환의 솔중왕 철탈이 사위 고순의 곁에 앉아 있었다.
여포는 언제나 그렇듯 상석에 앉지 않고 이들과 둘러앉자 회의를 시작했다.
가후가 먼저 일어나 좌중의 인사들에게 두 손을 모아 들었다.
“군사 가후가 이번 회의를 주제하겠습니다.”
그러자 참석한 자들 역시 군사에 대한 예우로 앉은 자리에서 두 손을 모아들어 예를 갖추었다.
“오늘 논할 의제는 우리 군의 기주 진출입니다.”
여포군의 기주 진출이 안건으로 나오자마자 저수가 두 손을 모아 들고 일어섰다.
“소생, 감군 저수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소생은 우리 군의 감군으로서 지금의 전선을 유지하는 것도 벅차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수는 그리 말하고서 다시 여포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장군, 이미 우리 군의 핵심전력이라 할 수 있는 당예기는 물론이고, 호복기사 일만의 군세가 전력에서 빠졌는데 다시 전선을 확대할 순 없습니다.”
“선생, 하지만 지금 내와 척을 지고 있는 상대는 오직 공손찬 하나 뿐이 아니오?”
“장군, 이제 우리의 사정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공수 중에서 공(攻) 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수(守)에 치중할 때입니다.”
“지킬 곳이 많다 이 말이오?”
여포가 묻자 저수는 유주 전역도가 걸려 있는 곳으로 나아가 지도와 함께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 군은 현재 이곳 포구수를 경계로 공손찬과 대치 중에 있습니다. 게다가 연산산맥에는 연산병들이 있어 언제 허를 찌르고 들어올지 모릅니다. 소신, 감군 저수는 장군께서 기주로 진출하시는 것을 반대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