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85
284화 대반격의 시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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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요!”
한 시진 동안 전령만 무려 다섯 명이 다녀갔다. 이번에 온 전령까지 하면 도합 여섯. 그가 가후에게 전서를 건네자 가후의 눈두덩이가 파르르 떨렸다.
여포는 좋지 않은 소식이 왔나 싶어 잠깐동안 내심 걱정했으나 이내 가후의 입꼬리가 씰룩이는 것을 보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저 선생.”
가후가 전서를 보라며 저수에게 내밀었다. 그러나 저수는 손바닥을 펴보이며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안 봐도 알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백돌과 흑돌을 한 줌씩 쥐어 들었다.
“이제 슬슬 계가(計家)를 해보십시다.”
가후와 저수는 바둑판 위를 빈자리 없이 백돌과 흑돌로 채워두었다. 마지막 한 곳을 비워둔 채로 그들은 손을 멈추었다.
“어떻소, 저 선생? 이 정도면 천지대패(天地大覇)라 할 만하지 않소?”
“가 선생, 너무 보수적으로 계산하신 게 아닙니까? 소생이 보기에는 꽃놀이패가 따로 없는데······.”
“창칼을 들고 싸움을 시작하면 피해 없이 끝날 수가 없으니 목숨을 잃을 자들을 생각하면 아무리 좋은 꽃놀이패를 쥐었다고 해도 어찌 좋은 티를 낼 수 있겠소?”
“손실은 아플 것이나 그 대가로 천하에 이름 높은 두 명의 군웅들이 개망신을 당하겠습니다, 그려.”
저수가 말하는 두 명의 군웅들이란 원소와 공손찬을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 천하를 쥔 자는 동탁이지만 그에게도 두려운 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원소와 공손찬이다.
여포야 어차피 동탁과 사실상 동맹이나 다름없었고, 원술은 원소에 비하면 한 수 떨어진다. 강동의 손견은 아직 그 세가 천하를 위협할 만큼 크지 않았다.
동탁에게 조조는 그저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작은 세력에 불과했고, 이 시점에서 유비는 이름조차 기억되지 못할 하찮은 존재일 따름이었다.
여포 역시 저수가 말하는 군웅들이 누군지는 알고 있었으나 그들이 왜 개망신을 당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무슨 말이오?”
여포는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다시 물었다.
“선생들이 뭐라하든 난 더 못 기다리겠소. 말려도 갈 것이니 잡을 생각일랑 마시오.”
“이제는 잡을 이유가 없습니다. 가시지요.”
오히려 가후가 앞장을 서자 여포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제 옹노를 구원하러 가도 된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져서는 가후를 추월해 적토에게로 달려갔다.
* * *
옹노성
여포가 방성에서 군사들을 이끌고 달려오고 있을 무렵. 옹노성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오일 간이나 이어진 전투에도 여섯 대의 운제 중 세 대가 남아 옹노를 압박했다. 노식의 뛰어난 병법에 고람의 공세가 번번이 막히긴 했으나 거듭되는 공격에 노식군도 점차 열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
“적병이 성벽 위로 오르게 하지마라!”
연신 칼을 휘두르며 정열적으로 지휘를 이어가던 노식은 동문 쪽으로 바짝 붙은 운제를 보자마자 이에 대응할 병력을 보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노식의 눈에 비친 병사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오일. 첫날을 제외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적군의 공세가 이어졌기 때문에 아군 병사들의 피로는 극에 달해 있었다.
고람군이야 그 군세가 십만에 이르니 수만씩 나누어 공격과 휴식을 돌아가며 취했지만 노식군은 그러지 못했다.
수일밤을 뜬눈으로 지새웠으니 눈꺼풀이 천근만근일 터였다.
그나마 이들이 버티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유주의 최정예병이라는 자부심과 자신들을 이끄는 총사가 신장(神將)으로 추앙받는 노식이라는 점 때문이리라.
츄왁!
가교를 통해 밀려드는 고람군 병사를 향해 수성병 하나가 단창을 뻗었다.
단번에 가슴팍을 꿰뚫어버리는데 성공했으나 단창을 안고 적병이 떨어져버리자 수성병은 빈손으로 적병의 칼을 받아내야만 했다.
손목이 그대로 날아가며 단창병의 얼굴에도 사선으로 혈선이 남았다. 그리고 또 적병을 향해 동료들의 단창이 뻗어갔다.
“총사! 동문의 전문이 뚫렸습니다!”
“총사! 서문 성벽 위로 적병들이 올라왔습니다!”
곳곳에서 불리한 전황을 알리는 보고가 들려오자 노식의 콧잔등에 주름이 잡혔다.
‘아직 신호가 오지 않았거늘······.’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병사들은 지쳤고, 적병의 공세는 강력했다. 간신히 버텨내는 것이 고작일 텐데도 그는 지금 반격의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은 그 때가 무르익지 않았으니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총사인 자신이 직접 검을 들고 싸워야 할 정도로······.
“동문의 중문은 곽 선생에게 맡기고 성벽 위는 자룡과 악진에게 맡긴다고 전해라! 그리고 너희들은 이곳을 사수하라! 곧 돌아오겠다!”
“존명!”
노식은 쌍검을 뽑아들고 서문으로 달려갔다. 총사가 직접 칼을 뽑아들고 싸워야 할 정도로 상황이 위급했기 때문이다.
쿵!
서쪽 성벽에 붙은 운제에서 가교가 떨어지며 성벽 위의 병사 몇몇이 피곤죽이 되었다. 성벽과 가교로 이어진 운제에서 고람군이 쏟아져 나왔다.
“궁사들은 운제에 집중하라!”
궁사들은 노식의 목소리를 듣기 전만 해도 성벽 위로 적병들이 쏟아지자 우왕좌왕하던 모습이 역력했었다. 하지만 노식의 목소리를 들은 궁사들은 다시금 안정을 되찾고 운제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가교를 지나려 운제에서 대기하고 있던 적병들을 향해 활을 쏘았다.
그 사이 노식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절정의 쌍검예로 성벽 위의 적병들을 도륙냈다. 젊은 시절에 비하면 노쇠한 몸이었으나 힘을 잃은 대신 연륜이 그의 검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젊은 날의 그였다면 힘으로 뼈와 살을 단번에 토막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마치 노련한 백정이 뼈를 발라내듯 힘을 적게 들이면서도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있었다.
“숨줄을 끊어버려라!”
적병과 합을 나누면서도 노식의 지휘는 빛을 발했다. 그는 다수의 적병을 상대하며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지 않았다.
그는 일정한 선에서 적병에게 부상을 입혀 전투불능으로 만들어 수하들의 먹잇감으로 던져주었다. 항거할 수 없는 적병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일은 이곳을 지키는 병사들을 흥분시켰다.
상대보다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는 것에 열광한 아군 병사들의 마음은 하늘 위를 노닐고 있었다.
“도부수는 가교를 끊어라!”
사기충천해 있던 병사들 중 몇몇이 노식의 명을 받들어 가교에 도끼질을 해댔다.
“가교가 무너진다!”
몇 번의 도끼질 끝에 성벽과 운제를 잇던 가교가 내려앉으며 그 위를 달리던 몇 명의 적병들이 비명과 함께 저 아래로 떨어졌다.
가교가 떨어지자 운제 위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적병들의 얼굴에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반면에 가교 하나 떨어뜨린 것으로 서쪽 성벽의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날뛰었다.
* * *
옹노성의 남문과 동문을 잇는 성벽의 모서리에 운제 하나가 들러붙었다. 남문 쪽은 노식이 자리를 비웠고, 동문 성벽은 죽답이 대부분 대파되어 쓸모가 없어져 버렸다.
쿵!
운제의 가교가 성벽에 닿자 적병들이 쏟아졌다.
“조 장군! 이번에도 안 나갈 거면 내가 나서리다!”
악진이 고함치자 조운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이틀 전 조운은 충차를 박살내는 전공을 세우기는 했으나 장살부대의 조직적인 대응에 일백살(一百殺)을 채우지 못하고 성벽 위로 돌아와야만 했다.
악진이 그 일을 굳이 언급한 이유야 뻔했다. 조운이 조금이라도 주저한다면 자신이 나서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조운은 성벽 가까이 들러붙은 또 다른 운제를 향해 턱짓을 해보였다.
어차피 조운과 악진이 각기 하나씩의 운제를 맡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곳은 내 몫인가?’
악진은 눈앞에 우뚝 선 운제와 가교를 통해 달려오는 적병을 보며 대도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쥐었다.
크기와 무게가 압도적인 대도였으나 그는 닷새 간 이어진 전투에서 단 한 번도 이 대도를 두 손으로 쥔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도 지금 모든 것을 쏟아 붓지 않으면 안 될 때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성벽의 난간 위로 뛰어 오르며 대도를 크게 휘둘렀다. 자세가 불안정했지만 그의 도세는 적병의 가슴팍을 갈라놓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푸흡!”
적병은 피분수를 뿜으며 힘없이 떨어져 버렸고, 놈의 뒤를 따라 달려오던 적병의 공세가 악진에게 닿기 전에 악진의 대도가 다시 한 번 허공을 갈랐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단칼에 적병 두 명의 몸뚱아리가 위아래로 분리되고 말았다.
그러고도 악진의 신형은 회전을 거듭해 연달아 수 명의 적병을 베어 가교 아래로 떨어뜨려 버렸다.
쿠당탕!
회전을 멈추며 악진은 가교 위에 한 명 남은 적병을 걷어차 운제 안으로 쑤셔 박아버렸다. 가교 위에 더 이상 적병이 남지 않았을 때가 되어서야 악진의 신형이 뒤로 훌쩍 날아올라 성벽 난간으로 다시 내려섰다.
“후우! 후우!”
연달아 절정의 도법을 펼친 끝에 악진의 호흡은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져 있었다. 그는 대도를 아래로 늘어뜨리며 호흡을 골랐다.
그 사이 운제에서 다시 가교를 타고 적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교를 끊으면 시간을 벌 수 있다.’
악진은 운제를 부술 수 없으니 가교라도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제자리에서 높이 뛰어 올라 대도에 체중을 실어 가교를 내리쳤다.
쿠아앙!
대도가 가교와 부딪히는 순간 굉음이 귀를 따갑게 했다. 하지만 그의 대도가 명도가 아닌데 어찌 한 칼에 가교를 끊을 수 있으랴. 대도가 가교를 꿰뚫었고, 그 주위로 거미줄처럼 균열이 생겼으나 아직 가교는 여전히 성벽과 운제를 잇고 있었다.
악진도 이를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다시 한 번 가교를 노리고 대도를 치켜들었다.
“하아!”
이 청량한 일기가성은 여포의 것과 닮아 있었다. 온 몸의 힘을 한데 모아 일으킨 도풍은 그대로 가교와 적병들을 휘감았다.
악진은 이 한 수에 온 몸에 진이 빠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무예를 모르는 자에게는 그저 대도를 크게 휘두른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일 것이나 무예를 아는 자에게는 그의 도법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을 터.
대도가 일으킨 도풍 한 올 한 올이 가교와 함께 적병 몇몇을 토막쳐버렸다.
악진은 가교를 끊어놓는 정도로 끝냈지만 조운은 혼자서 반격을 시작할 심산이었다.
‘장부일생일사라 했으니 까짓 거 물러서지 않는다!’
조운은 이 싸움 이전에는 운제라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수일 동안이나 운제를 보았으나 여전히 그에게는 크고 무시무시한 괴물처럼 보일 뿐이었다.
‘화공도 무리, 창격도 무리.’
조운에게 운제를 상대하는 일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미 화공으로 운제를 두 개나 잃었기 때문에 고람은 남은 운제를 지키려 화공에 대비했다.
운제에 물을 뿌려 적셔두고 겉면에 진흙까지 발라버렸으니 화공을 펼친다고 해도 쉽게 불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운제 안의 공간은 창을 휘두르기에는 너무 협소하니 자신 있는 창술을 써먹지 못할 터였다.
파팟!
그는 성벽 위에 창을 꽂아두고 단번에 성벽 난간으로 뛰어 올라 그 길로 가교를 타고 도리어 운제로 쳐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악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제 정신은 아니구나. 당할 수가 없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수성 측 장수가 홀로 운제로 쳐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 * *
옹노성의 동문은 이미 충차에 전문이 박살나고 중문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쿵! 쿵!
충차가 문을 두드릴 때마다 문을 막고 있던 병사들이 연신 들썩였다.
“문이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창수들은 일전을 준비하라!”
곽가는 그 말과 함께 검을 고쳐 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수성전에서 성문이 뚫리면 거의 졌다고 볼 수 있다. 적병의 사분지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병력으로 성벽에 기대지 않았다면 노식의 병법이 제아무리 신묘하다 한들 무슨 수로 닷새나 버틸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성문이 뚫리면 그 이점이 사라지는 것이니 오래 버티지는 못하리라.
콰쾅!
굉음과 함께 결국 중문마저 깨지고 고람군 병사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야아아압!”
그리고 그들을 향해 곽가는 고함을 지르며 검극을 앞세워 달려나갔다. 장창을 든 병사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절체절명의 상태에 빠진 옹노성. 그곳으로 한 마리 전서응이 날아들어 희소식을 전했다. 그 소식은 남문 망루로 돌아온 노식에게 곧장 전해졌다.
그는 전서를 받아들고 흥분에 몸을 떨었다.
“적기(赤旗)를 올리고 북을 두드려라! 반전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