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313
312화 공손도, 선택의 기로에 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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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묘책이 있으면 진작 말을 해주면 좋잖소?”
여포는 아쉬움에 부드럽게 질책했다. 그러자 이이자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여포의 애를 태웠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고, 날이 밝으면 장군의 참모들을 모두 모아주십시오.”
“큰 전공을 쌓고 돌아온 사람을 계속 붙잡고 있기도 그렇구려. 그럼 오늘은 고기나 뜯고 즐겁게 보냅시다.”
여포군은 싸움 없이 철관을 얻은 기념으로 조촐한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으나 공손찬은 분기탱천하여 날뛰고 있었다.
“용전, 이 놈-!”
와창창!
공손찬의 주먹에 허리까지 올라오는 큰 항아리가 산산조각 났다. 바닥은 끊어진 죽간과 장계들이 뒤엉켜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다.
“대형, 그쯤하오.”
악하당의 말에 공손찬의 매서운 눈초리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다시 한 번 말해보아라! 방금 뭐라 지껄였느냐?”
“그쯤 하라고 했소.”
악하당이 날을 세우자 공손찬은 손을 뻗어 잡힌 연적을 그대로 그에게 던졌다. 연적은 악하당의 이마에 부딪히며 깨졌고, 악하당은 졸지에 먹물을 뒤집어 쓴 꼴이 되었다.
악하당이 이빨을 드러내는 걸 보니 먹물 때문에 보이지 않아도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듯했다.
공손찬은 아차 싶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사과 따위를 할 리 없었다. 악하당 역시 공손찬의 사과를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쓴 소리를 잊지 않았다. 유위대가 없는 동안 공손찬을 보좌하는 책임은 자신에게 있었으니까.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 아니오? 이 판국에 무장들의 식솔들을 불러들이면 바보천치가 아닌 이상 인질로 잡아들이는 거라는 걸 모를 리가 있소?”
악하당은 화가 난다기 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이렇게 악수(惡手)를 거듭해 두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뭐라!”
“대형, 승패는 병가지상사요. 싸우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소. 패하면 심기일전해서 다시 싸우면 되오. 하지만 인망은 한 번 잃으면 다시 찾아올 수가 없소.”
악하당은 말은 그렇게 했으나 이미 공손찬은 이이자의 일가를 몰살할 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쓴 웃음과 함께 돌아서서 공손찬과 멀어져갔다.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나?’
* * *
다음날.
여포는 아침 댓바람부터 수뇌부를 불러 모았다. 이이자가 내놓을 책략을 듣기 위해서였다.
“자, 이 대인. 멍석을 깔았으니 어디 한 번 공손찬을 한방에 골로 보내버릴 계책이라는 게 뭔지 말해보시오. 궁금해서 지난밤에 한 숨도 자지 못했소.”
여포의 말에 이이자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는 좌중의 인사들에게 두 손을 모아 들어 가볍게 인사하고는 말문을 열었다.
“북평성은 난공불락의 요새로 공성으로 얻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이자의 말에 책사들은 누구하나 반론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고순의 수하들이 북평성을 정찰하고 와서 정보를 전했기 때문이다.
북평성의 위용이란 정말이지 이이자가 난공불락을 입에 담을 만했다. 겹겹이 쌓인 높은 성벽. 주위로는 험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게다가 노식의 말에 따르면 성내에 백만 석의 군량미를 비축하고 있다하니 버티려고 마음먹으면 낙성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의부(蟻傅)를 한다면 아마 수만의 목숨을 지옥문에 밀어 넣어야만 북평성을 얻을 수 있으리라.
“이 대인, 굳이 그런 얘기로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 필요가 무엇이오?”
저수는 불만 섞인 말투로 따지고 들었다. 하지만 이이자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어차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인데 이까짓 비난에 눈 하나 깜짝일 리 있으랴.
“북평성을 공략하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말씀드리는 거외다.”
“항복을 권한다고 공손찬이 목을 내놓을 리 없잖소?”
“공손찬은 이미 인망을 잃었소. 마지막 끈 하나만 자르면 북평성의 장졸들이 그의 목을 베어다 바칠 거요.”
하지만 저수는 고개를 기울였다.
부하들의 배신을 유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북평성처럼 견고한 성 안에 있는 자들에게 은밀히 기별을 넣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고순의 수하들이 아니라 조충의 수하들이 나선다고 해도 잠입의 성공가능성은 요원했다. 말도 전할 수 없는데 무슨 수로 은밀히 일을 도모할 수 있단 말인가.
이이자는 저수의 실망과 의심을 눈치 채고서 자신 있게 말을 이었다.
“북평성은 남쪽으로 철관, 북쪽으로 노룡새, 서쪽으로 서무산성을 번성으로 두고 있는 곳입니다. 그 세 곳이 모두 여 장군께 떨어지면······.”
가후는 이이자의 말에 일부분 동의했다. 그러나 철관의 진장, 용전이 투항한 경유를 들었으니 서무산성과 노룡새를 유세로 얻기는 힘들다 여겼다.
“그리만 되면 북평성의 장졸들은 독안에 든 신세가 되겠소만 그게 그리 쉽겠소? 용 장군의 식솔은 미리 빼냈으나 다른 무장들의 식솔들은 북평성에 잡혀 있을 게 아니오?”
“물론 같은 수법을 쓸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옛말에 이르기를 사람 수 만큼 길이 있다했으니 소생이 각기 다른 계책을 내리다.”
“이 자리에서 끝을 봅시다.”
가후의 말에 이이자는 자리를 옮겨 지도 앞에 섰다. 그의 손가락은 북평성 북쪽에 자리 잡은 노룡새에 이르렀다.
노룡새(盧龍塞).
노룡구, 노룡관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곳은 유주제일의 험관이라 할 만큼 지세가 험한 땅에 세워진 요새였다. 앞에도 산, 뒤에도 산. 어딜 봐도 산 밖에 보이질 않는다는 노룡새.
선비는 물론 이름을 일일이 쓸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적들로부터 한조를 지켜온 접경의 요새였다. 이곳을 지켜내느냐 마느냐에 따라 유주는 물론이고 기북과 기동이 쑥대밭이 되느냐 마느냐가 정해질 정도로 요충지였다.
진장성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천하를 온전히 얻는 큰 나라가 들어서면 반드시 장성과 이어야할 곳이기도 했다.
이이자의 손가락이 노룡새의 글자 위에서 멈춘 것은 그곳의 군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방도를 말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노룡새는 선비병에 호되게 당한 후로 조정에서 거금을 들여 증축한 관문입니다. 하지만 북쪽에서의 공격에서는 강하나 남쪽에서의 공세에는 취약한 구조지요.”
노룡구는 태항산맥의 호관구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었기에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하긴 북적이 노룡구를 넘는다고 한들 그들은 약탈이 목적이지 점령이 목적이 아니므로 오래 머물지 않을 터였다. 그러니 재물을 곱절로 써가며 남쪽의 방비를 더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저수가 쫓아나와 지도 앞에 섰다. 그는 철관, 북평성, 노룡구를 손가락으로 그어보였다가 북평성을 우회하는 곡선을 그렸다.
“북평성은 내버려두고 곧장 노룡구의 배후를 공격한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군량고도, 군영도 모두 남쪽에 있으니 기병으로도 급습할 수 있지요.”
“북평성에서 요격군이 출병하면 어쩌오? 자칫 앞뒤로 적을 맞이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한 번 정도는 출격할 가능성이 있으나 공손찬이 출병하면 그 때가 바로 그의 명이 다하는 때가 되겠지요.”
이미 대세는 여포에게로 기울었다.
북평성을 지키는 것이라면 몰라도 육전으로 대결한다면 병력으로 열세. 장졸들의 강함이야 말할 것도 없고, 사기는 물론이요, 책략 역시 여포군의 우세를 점칠 수 있었다.
“서무산성은 어떻소?”
“그곳 성주는 명분만 주면 좋다고 귀부할 겁니다.”
“식솔들이 북평성에 붙잡혀 있을 텐데 그리 되겠소?”
가족이 인질로 붙잡혀 있다면 공손찬을 욕할 순 있어도 배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저수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이이자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성주는 부인과 사이가 안 좋습니다. 악처······ 랄까요? 공손찬의 성격을 빼다 박은 장녀와 혼인했는데 성주의 가문이 한미하다하여 눈만 마주치면 구박을 한답니다. 게다가 외간 남자와······.”
이이자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가후가 손바닥을 펴보이며 만류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만 해도 무슨 말인지 알겠소. 하지만 노룡구와 서무산성을 얻는다고 북평성의 성문이 저절로 열리는 건 아니잖소? 슬슬 아껴놓은 책략을 꺼내보시오.”
그러자 이이자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여 동쪽으로 움직여 요동에서 멈췄다.
“요동? 그곳에 무엇이 있기에 그러오?”
그러자 노식이 대신 대답했다.
“요동은 공손 씨의 땅일세. 양평에 공손 부(府)가 있지.”
노식의 대답에도 가후의 눈빛은 의혹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 * *
여포가 벌떡 일어나 대화에 끼어들었다.
“간단하구만. 이 대인은 서무산성 성주를 만나 유세를 하고 병력 일만 정도로 노룡새를 공략하는 사이에 내가 요동을 치면 되는 거 아니오? 공손 씨가 가까이 있으니 공손찬은 가문의 힘을 빌려보려 할 테고, 내가 요동을 쓸어버리면 아쉬운 소리를 할 곳이 없어지는 거지. 내 말이 틀렸소?”
여포는 마치 대단한 논리라도 세운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하지만 이이자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여포는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틀렸단 말이오?”
“예, 장군. 틀리셨습니다.”
역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대답도 거칠 것이 없었다.
“대체 내 말 어디가 틀렸단 말이오?”
“요동을 치시면 안 됩니다.”
이이자의 말에 여포는 미궁으로 빠져드는 듯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대체 왜 요동을 치면 안 된단 말이오? 공손찬도 공손 씨고, 거기 사는 자들도 공손 씨이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쉬울 땐 힘을 합하게 되어 있지 않소?”
공손찬이 얼자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공손찬은 요동의 공손 씨 일족의 족보에 자신의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다툼이 없었던 것을 보면 개 닭 보 듯 하는 사이라고 해도 각자의 영역을 서로가 인정해 왔다는 얘기가 아닌가. 여포는 결국엔 공손 씨가 공손찬을 도울 거라 여겼다.
노식 또한 비슷한 생각을 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했으니 백규, 그 놈이 구원을 청하면 요동에서 출병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지 않나?”
“소생 이이자, 공손찬의 곁에서 수십여 년을 함께 했습니다. 요동과 우북평의 관계는 누구보다도 제가 더 잘 알지요.”
이이자는 그리 말하고서 좌중을 한번 쓱 돌아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가능성. 물론 있지요. 하지만 공손 씨는 계산이 빠른 자들입니다. 결코 손해 보는 장사를 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 여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인상을 구겼다.
“흥! 재물을 줘가면서까지 요동군의 출병을 막으라는 거요? 그리는 못하겠소.”
여포는 상대가 누구든 싸워 이길 자신이 있었다.
여포야 말로 육전의 최강자. 여포 스스로가 천하제일을 논할 영웅이며 뛰어난 용맹과 무예를 지닌 장수들과 기기묘묘한 책략을 쏟아낼 현사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게다가 당예기와 호복기사는 그 수가 많지 않으나 이미 오환돌기와 백마의종을 발 아래로 두었다.
이 판국에 어느 누구를 상대하든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까.
하지만 이내 이이자의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여 장군의 군대가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일국의 군대까지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 무슨 말이오? 일국의 군대라니?”
“공손 씨와 부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혼인동맹으로 맺어져 있으니 요동군과 싸우는 것은 곧 부여와의 전쟁으로 이어질 겁니다.”
“까짓 거 못 할 건 또 뭐요?”
여포는 부여고 뭐고 두렵지 않았다. 사슴을 쫓는 자의 배포라면 응당 이 정도는 되어야겠으나 현실을 아는 것 또한 중요했다.
“부여군을 막아낸 다음은 또 어찌하실 겁니까?”
“또 있소?”
“여 장군이 군대를 이끌고 요동군과 싸운다면 당연히 장군께서 이기겠지요. 하나 요동군을 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 여 장군께선 요동에 뿌리를 내릴 작정이십니까?”
이이자의 말을 현사들은 다들 알아듣는 눈치였으나 여포는 도무지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좀 쉽게 말해보오. 내 고향은 병주 오원 땅인데 고향을 두고 왜 내가 요동에 뿌리를 내린단 말이오?”
“장군께서 요동의 공손 씨를 멸하면 장군께서 동이를 막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포는 이이자의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하지만 이이자의 비판은 그치지 않았다.
“부여와도 적대적인 관계가 되니 오직 여 장군의 힘만으로 동이를 막으셔야 합니다. 여 장군이 없다면 동이의 군세가 내륙 깊숙이 찔러 들어올 지도 모르지요. 과연 중원의 군사들이 북적과 동이의 군대와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천하를 노리는 여포가 요동군을 치게 되면 요동 땅에서 발을 뺄 수 없게 된다는 얘기였다. 그야말로 엉뚱한 곳에서 발목이 잡히는 격이니 여포는 공손 씨를 쳐야 한다는 뜻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내가 어찌 해야 한단 말이오?”
그리 말을 하면서도 여포는 가후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다. 여포의 시선을 의식한 가후가 이이자에게 말했다.
“여 장군께서는 불필요한 전쟁을 피할 수만 있다면 재물을 아끼지는 않을 거요. 하지만 군자금은 물론이고, 백성들을 위해 써야 할 재물이 항시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오. 대체 얼마나 많은 재물을 쥐어주어야 할지 이 대인의 고견을 듣고 싶소.”
“재물이라······. 은병으로 산을 쌓아준다 한들 공손도가 눈 하나 깜빡일 것 같습니까?”
요동의 공손 가문은 수십여 년 동안이나 부여와의 교역을 독점해왔기 때문에 그들이 이룩한 부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서역과의 교역을 독점해 치부한 동탁이 이십만의 서량군을 길렀을 정도이니 공손도 역시 그만큼의 재물은 치부했으리라.
“재물로 안 되면 대체 무엇을 줘야 하오? 유주 자사자리라도 줘버릴까?”
여포는 답답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이이자에게 감정의 동요는 없었다.
“공손도는 요동에서 왕처럼 지내는 자인데 그깟 유주목 자리를 탐하겠습니까?”
“천하 십삼 주 중 하나의 주인이 되는 자리인데도 싫다한단 말이오? 자사 자리도 싫다면 줄 수 있는 게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