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374
373화 요조숙녀는 군자의 좋은 배필이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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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이 안내한 곳에는 소박한 멋을 지닌 작은 장원 하나가 있었다. 그곳에서 여장을 푼 여포는 조완이 준비한 조촐한 주연을 즐겼다.
“자룡, 가까이 와보거라.”
여포는 조운을 불러다 곁에 앉혔다.
“장군,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너는 내일 조 부로 돌아가라.”
여포의 말에 조운은 울상을 지었다.
“장군, 어찌 소장을 떼놓고 가시려 합니까? 중요한 일에는 당연히 이 조 자룡이 장군의 곁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량을 꺾었다고 어디 가서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구나?”
“당연히 안량을 꺾은 소장이 장군의 호위를 책임지고······.”
“내가 어디 호위가 필요한 사람이더냐?”
자객이 한 천 명쯤 온다고 해도 여포 하나를 당해내진 못할 것이니 호위가 딱히 필요하진 않을 터였다.
“자랑 삼아라도 소장을 데려가시지요. 어디 가서 말하기 좋지 않습니까? 내 장수가 안량을 꺾었다고 하면 장군의 위신도 서겠지요.”
그러자 성렴이 끼어들었다.
“자룡, 네가 세워주지 않아도 대형의 위신은 이제 어딜 가든 높다. 대형, 뭐 시킬 일 있으면 나한테 시키시오. 내가 무극에 가면 뭐하겠소?”
“성렴아, 자룡이 상산에서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그게 뭐요? 나는 못하는 거요?”
성렴이 따지듯 묻자 가후가 나섰다.
“성 장군, 조 장군은 상산에 수비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남아야 하오. 상산 사람들을 움직이려면 상산 출신인 조 장군이 적격이오. 게다가 몇 달은 있어야 할 텐데 그래도 성 장군이 대신 하시겠소?”
“아이고, 아닙니다. 대형을 따라다니는 게 덜 심심하겠습니다.”
다음날. 여포는 조운을 상산으로 보내고 무극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하곡양 북쪽 호타하(??河)를 건너 무극 땅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무극. 기북을 얻으려 한다면 반드시 얻어야 할 요충지다. 이곳만 손에 넣으면 중산은 말할 것도 없고, 거록, 안평까지 어디든 손쉽게 진출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거록이든 안평이든 어느 방향에서 치고 들어와도 막을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이곳 무극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여포가 장 부의 주인인 장위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럴 때 의록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 녀석은 꼭 필요할 땐 곁에 없단 말이지.”
“장군, 진 선생은 지금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느라 장군의 곁을 떠난 것이니 이해해주시지요.”
“의록이 없으니 언변으로 꿸 수는 없겠고······. 장 대인이 무예자도 아닌 것 같으니 싸워서 충성을 받아낼 수도 없고, 아······!”
여포는 도저히 장위의 마음을 얻어낼 방도가 생각나지 않아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그러자 노식이 슬쩍 여포에게 시선을 던졌다.
“허허! 여 장군, 너무 걱정 말게.”
“도저히 방도를 모르겠는데 어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걱정한다고 걱정이 사라지면 세상만사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일단 부딪혀보게. 자네답지 않구먼.”
노식의 말 한 마디가 여포의 마음을 바꿔 놓았다.
‘그래, 내가 언제부터 걱정 같은 것을 달고 살았더냐? 장막도 설전으로 이긴 나다! 진심을 전하고 안 되면 마는 거지. 내게는 병주와 유주의 정병들이 있고, 충성스런 수하들이 있으니 기주 정도는 힘으로 평정할 수 있다!’
자신감을 되찾은 여포가 헝클어진 꿩깃을 쓱 바로 펴며 조완에게 말했다.
“조 대인, 어서 가십시다.”
* * *
무극 현부에서 장 부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무극에서 가장 호화로운 장원이 바로 장 부이기 때문이다.
“여 장군, 저곳이 바로 장 부요. 어떻소?”
“중산왕부가 무극에 있다 해도 믿겠소.”
마침 장 부의 문이 열리고 풍채 좋은 장년의 사내가 수많은 이들을 거느리고 나왔다. 그가 바로 장위. 장 부의 주인이자 기북의 삼 군국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유력자였다.
“조 사부, 어서 오십시오.”
장위가 조완에게 읍하여 예를 갖추었다. 아들의 스승이니 예를 다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 기북 삼 군국을 쥐락펴락하는 유력자라해도 예외일 순 없었다.
“스승님, 제자 명이 인사올립니다.”
장위의 아들 장명 역시 조완에게 읍했다. 곁에서 장명을 슬쩍 훔쳐본 여포는 내심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무골(武骨)인데 어찌 재주가 없다했는지 모르겠구나.’
여포 같은 무예자라면 상대의 근골을 굳이 만져보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상대의 무재(武才)를 알 수 있다. 여포가 보기에 장명의 근골은 쓸 만했다.
하지만 조완이 말하기를 장명은 조 부의 문하에서 삼 년 수학하며 상산 창술을 익혔으나 성취가 별 볼 일 없다고 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였다.
“장 대인, 오랜 만에 뵙습니다.”
조완 역시 장위에게 맞읍으로 예를 다했다.
“이 분은 유주 자사이자 사흉노중랑장이시며, 보국장군이신······.”
조완이 여포를 소개하려 하자 여포는 장위에게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여포 봉선이라 하오.”
“오오! 천하에 무명이 드높은 여 유주를 직접 뵙게 되어 영광이오. 소생 장위라 하오.”
여포와 인사가 끝나자 조완은 노식을 소개했다.
“이 분은 전 중랑장이신······.”
“서······ 설마 노 장군? 정말 노 장군이시란 말입니까?”
장위가 이토록 호들갑을 떨었으나 누구 하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노식의 명망을 생각한다면 조금 유난스럽기는 해도 과하지는 않은 반응이기 때문이다.
“노식 자간이라 하오.”
노식이 두 손을 모아 들자 장위는 황급히 읍했다.
“노 장군을 뵙습니다.”
“예를 거두시오. 이제 관직도 없는 촌부에 불과한 자요.”
“하북의 큰 어른을 길바닥에서 너무 오래 모셨습니다. 자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여봐라! 귀빈들을 안채로 모셔라. 시중을 드는 일에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야!”
여포 일행은 그제야 장원 안으로 걸음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왕부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전각들이 즐비하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예사롭지 않았다.
“우와! 대단하네 대단해! 자사부보다 훨씬 크고 화려한 것 같지 않소?”
전예는 장위의 장원을 감상한 평을 내놓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말을 한 대가는 성렴과 우적의 싸늘한 눈총이었다.
안채에는 이미 술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포와 노식이 장위와 함께 상석에 앉고 여포의 수하들이 서열대로 자리를 잡았다.
“아이고, 또 말석이구나.”
우적이 전예에게 놀리듯 말했다. 그러자 전예는 눈에 쌍심지를 켰다.
“두고 보시오. 내 반드시 큰 전공을 세워서 우적 형 보다는 상석에 앉겠소.”
무예로 따지자면 전예와 우적은 엇비슷한 실력이었으나 여태껏 쌓은 전공으로 따지자면 전예는 우적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여포를 따른 지 이제 겨우 몇 달. 전공이라고는 옹노성 전투에서의 활약 뿐이었다.
하지만 우적은 여포를 따른 지 수 년째다. 여포를 따라 싸움터를 돌았으며 근자에는 태항 산맥의 호걸들을 완전히 굴복시켜 일군을 이루었다.
물론 그래봐야 성렴 다음. 그러니까 성렴과 전예 사이의 자리에 앉을 수 있을 뿐이지만······.
* * *
모두들 자리를 잡고 앉자 장위는 가볍게 손뼉을 두 번 쳤다. 그러자 종복들이 각자 한 동이씩의 술을 들고 와 귀빈 당 한 사람씩 맡아 술잔을 채웠다.
장위는 여포와 노식, 조완에게 두루 잔을 들어 보였다.
“오늘 본 장원에서 귀빈들을 모시게 되어 이, 장위! 영광스럽기 그지없소. 화주, 박채라 흉보지 마시고 그저 이, 장위가 나름 신경을 썼구나 여겨주시오. 자!”
장위가 천천히 술잔을 입에 대자 모두들 함께 일 배를 들었다.
“캬하! 술맛 한 번 좋다! 장 대인, 이 술이 화주면 세인들이 마시는 술은 맹물이란 말이오?”
“허허허! 여 유주의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이오.”
감탄성이 절로 나올 명주에 안주는 박채와는 거리가 먼 산해진미들이었다. 여포는 술맛과 안주만으로도 장위의 가문이 무극에서 어떤 권세를 누리고 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술자리에 가무가 빠져서야 되겠소?”
장위는 다시 손뼉을 두 번 쳤다. 그러자 쟁(箏)소리와 함께 무희들이 들어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나 같이 미색이 출중한 무희들의 춤은 주연의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아니 장위는 달아오르게 했다고 생각했다.
‘영웅호걸을 손에 얻는 방법 중에 미녀만 한 것이 없지. 천하에 이름난 보검은 몇 안 되지만 미녀야 잘 찾아보면 많단 말이지.’
하지만 장위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여포는 천하절색인 초선을 얻은 자이니 무희들의 미색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서시를 부인으로 얻어도 종이춘과 바람난다는 게 남자라는 존재지만 생의 끝을 한 번 보았던 여포에게만큼은 예외였다.
노식이야 여인 보기를 돌 같이 하는 자로 알려져 있었다. 스승 마융이 제자들을 시험하기 위해 미희들로 하여금 유혹하게 했는데 오직 노식만은 흔들림 없이 학문에 정진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이 정도 미녀로는 안 된다는 건가?’
장위는 무희들의 미색으로는 여포를 꾀어낼 수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비장의 한 수를 꺼내기로 했다.
“여 유주께서는 장 부의 자손들이 인사를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겠소?”
“그리합시다. 인사 정도가 어려울 게 무엇이오?”
여포의 허락이 떨어지자 장위는 종복 하나를 불러 명했다.
“무희들을 물리고 손주들을 불러오너라.”
장위의 말에 성렴, 우적, 전예는 크게 실망했다. 여포와는 달리 무희들의 미색과 춤에 푹 빠져 있던 그들은 무희들이 물러나자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여포는 한 때 병주의 종마로 불리며 진양의 화류계를 주름잡았었다. 그런 여포가 어느 순간부터 금욕생활을 하고 초선과 혼인한 후에도 그녀만 바라보니 성렴은 수하된 자로 기루 출입을 할 수 없었다.
우적도 산중 생활을 오래 했으니 아름다운 무희들을 어디가서 봤겠는가. 전예도 한창 때이니 미인들에게 눈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들의 실망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무희들이 물러나고 이내 장위의 손자, 손녀들이 들어왔다. 아이부터 약관 청년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영롱한 빛을 지닌 외모였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은 좌우로 무리를 나눠 서 있었다.
“유주 자사이신 여포 장군이시다. 다들 인사 올리거라.”
장위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십 수 명의 남녀가 여포에게 예를 갖추었다.
“이쪽은 아들 명의 자식들이고, 저 쪽은 딸아이의 자식들이오. 딸아이가 수 년 전에 과부가 되어 내 집에 데려왔소. 진 씨 성을 가지고 있으나 내 손주들임에는 틀림이 없소.”
장명의 자식들은 좌측에 섰는데 대체로 어렸다. 장명의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장위의 딸이 낳은 자식들은 우측에 섰는데 이미 약관에 이른 청년부터 아이에 이르기까지 일곱에 달했다. 이들이 바로 중산의 명문 진 씨 가문의 후손들로 지금은 세상을 떠나고 없는 진일의 자식들이었다.
“다들 장 대인을 닮아 선남선녀들 뿐 이구려.”
“과찬이시오.”
그러자 여포는 손사래를 치며 이들의 미색을 재차 칭찬했다.
“아니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하나 같이 미장부요, 미인들이오. 장 대인은 자손들만 보면 식사를 걸러도 배고 고프지 않으시겠소.”
“호오! 그래요? 요조숙녀는 군자의 좋은 짝이라 하는데 내 딸아이에게 여 유주 같은 대단한 사위를 맞이할 기회가 있겠소? 내 사위 진일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나 아니면 달리 신경 써줄 사람이 없어 그러오.”
장위는 외손녀들 중 하나를 유주에서의 지배력과 맞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진일의 자식들은 여포와는 나이차이가 제법 있었다. 하지만 정략혼에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장위의 입장에선 여포가 누구 하나 골라잡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는 씨도 안 먹히는 일이었다. 여태껏 그 많은 유력자들이 여포를 사위 삼으려 했으나 누구도 성공한 적이 없지 않은가.
“본관은 군자도 아닐뿐더러 이미 혼인한 몸이오.”
“정처만 두라는 법이 어디 있소? 첩실이라도 좋으니 사양하지 마시오.”
장위가 여포에게 강권하는 분위기였다. 만약 여포가 이를 거절한다면 연수 얘기는 꺼내보기도 전에 이 장원을 떠나야 할 판이었다.
여포의 선택에 따라 기북 삼 군국을 아우르는 요충지를 얻는 일이 요원해 질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가후는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내심 실소를 흘렸다.
‘장위라는 자가 욕심이 과하구나. 여 장군이 의로운 자로 일어서지 않았다면 무극 따위는 철기 일백 기로도 얼마든지 쓸어버릴 수 있다.’
가후는 여차하면 기북을 무력으로 밀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걸 잊지 않고 있었다. 기주에서 원소와 싸우는데 힘을 다 빼버리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주의 군웅들이 있고, 동탁의 서량군 역시 건재했다. 하내의 원술, 서주의 도겸, 형주의 유표, 강동의 손견 등 천하를 노리는 군웅들이 어디 하나 둘이던가.
가후는 여포를 도와줄 수 있을 사람을 찾아보았다. 노식은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정략혼이야 비일비재한 것이니 여포가 수락하건 말건 하면 하는 대로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여기는 듯했다.
여포의 수하 장수들은 이미 정신이 혼미해질 듯한 심각한 상태였다.
‘그러기에 좋은 혼처를 구해 어서어서 혼인을 시켰으면 이런 일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