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471
470화 조조의 악행은 끝이 없다(曹孟德惡行無止境)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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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훼가 쓸모없게 되었다는 게 그리 큰 충격이었나?”
여포는 조안민을 향해 비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조안민은 여포에게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실성한 사람처럼 웃다가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포는 가후를 보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아무래도 오훼의 해독법이 생겼다는 것에 크게 충격을 먹고 실성을 해버린 모양이오.”
하지만 가후는 여포의 말에 동조할 수 없었다. 고작 독 하나를 못 쓰게 되었다고 실성을 한다는 건 왠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합니다. 조조, 본인이라면 또 몰라도 그 수하가 충격을 받을 일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여포는 가후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여겨지는 모양인지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그 사이 조안민이 말했다.
“혹시 그 곽 선생이라는 자가 삼칠일 동안 몸에 검은 진물을 흘리고 고열에 시달리지는 않았소?”
말투도 어조도 한풀 꺾여 있었다. 무엇이 여포를 향한 적개심을 눌러버린 걸까? 어쨌든 조안민의 물음에 대답은 가후의 몫이 되었다.
“딱 그대로요.”
조안민은 가후의 대답을 듣자마자 바닥에 깔린 지푸라기를 움켜쥐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가후가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이토록 분개하는 것이오? 까닭이 궁금하오.”
“음······!”
조안민은 한 차례 침음성을 흘리고는 결심을 굳힌 듯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내 아버지도 그렇게 돌아가셨소.”
조안민은 지금 이 현실이 거짓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그토록 총애하던 숙부 조조가 사실은 아비를 죽인 원수일지도 모른다는 추측 때문이었다.
조 부에서 오훼를 모르는 족인은 없었다. 하지만 다들 그 이름과 존재 정도만 알 뿐이었다.
조등이 조숭을 거치지 않고 조조에게로 바로 전했기 때문에 오훼의 제독(製毒), 용독(用毒), 해독(解毒)에 관한 정보는 오직 조등과 조조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하지만 조안민은 조조의 호사 노릇을 하며 오훼에 관한 것을 남들보다 조금 더 알고 있었다.
오훼에 당하면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길어도 한 시진 안에는 반드시 목숨을 잃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이외의 경우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조안민은 아비를 죽인 독이 오훼는 아닐 거라고 믿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그대의 아비는 곧 조조와는 형제가 되는 것인데 설마 형제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 말이오?”
“독인지 병인지 그 때는 몰랐소. 어느 의원은 괴질이라 했고, 어느 의원은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맹독에 당했다했소. 하지만 결국은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부친을 보내 드릴 수밖에 없었소.”
조조는 본디 장남이 아니었다. 위로만 해도 두 명의 형이 있었다. 한조는 유가의 법도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닌가. 장자승계의 법도가 있으니 가업은 마땅히 장자가 이어야 했다.
그렇다면 삼남인 조조가 가문의 주인이 되는 것은 두 형이 요절하지 않으면 요원한 일. 그런데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조조의 큰 형은 조안민의 아버지로 독살 당했다. 작은 형은 어릴 때 집에 불이 나서 타죽었다. 조숭의 아들 중 조조가 조등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것이 조조의 두 형이 죽은 것과 관련이 있으리라.
“가문의 주인이 되기 위해 형제까지 해치다니 조조 놈의 악행이 끝이 없구나! 사람 새끼가 아니다!”
여포는 조조가 악인인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
물론 여포가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의 세상에서도 조조는 기행을 일삼는 자였다. 하지만 외부에선 손가락질 받는 자라고 할지라도 내부에선 족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조조가 도리어 형을 독살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조조를 향한 족인들의 신뢰는 계속되지 않을 터였다.
* * *
기주 의양성. 원소의 근거지.
원소는 손에 든 죽간을 바닥에 패대기치며 씩씩거렸다. 그가 이토록 화가 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관동군의 연주 공략은 삼로(三路)로 행해졌다. 황하를 건너기 위해 이미 지난해에 연진과 백마진을 확보한 상태였다. 백마진에 순우경의 군세까지 보내 연주군과 싸우게 했다.
백마진에서 조조군에 대승을 거둔 순우경군이 동진했다. 창정진으로 황하를 건넌 원담군이 견성을 확보한 후 복양까지 얻는 것이 대략적인 계획이었다.
땅을 얻는 것은 성공했지만 동군 태수 교모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허유가 원소를 달래려 위로의 말을 전했다.
“본초, 진정하게. 담이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허유는 원소가 보았던 죽간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원담을 두둔할 수 있었다.
“뭐 하나 시키면 제대로 하는 게 없어 그렇지! 땅 짚고 헤엄치는 것인데 그걸 이 모양으로 만들었으니 화가 안 나겠나?”
“교모가 독에 당해 혼수상태가 된 것이 담이의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그게 큰놈의 잘못은 아니지. 하지만 그런 상황이 되었다면 차라리 죽였어야지. 싸워서 정복한 것으로 되었다면 교모를 베었다고 해도 누가 나를 손가락질 하겠는가?”
원소는 지금까지 유우 암살의 배후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게 문제였다.
유우가 독살 당했고, 그 배후가 원소라고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 상황에서 교모까지 독에 당해 정신을 잃고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이 역시도 원소의 소행으로 여겨지게 될 터였다.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지 자질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니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말이야 바른 말이지 자네도 소싯적에는······.”
원소는 손바닥을 펴 보이며 허유의 말을 끊었다. 옛날 얘기를 들춰내자면 원소가 어찌 원담을 나무랄 수 있겠는가.
“그쯤 해두게. 굳이 옛날 일을 들먹일 필요가 무언가?”
“그러니 자네도 너무 역성만 내지 말게.”
“세상 사람들이 나를 독이나 쓰는 하찮은 소인배로 여길까 싶어 걱정일세. 하필 또 독이라니······.”
원소는 말끝을 흐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자 허유는 백우선으로 부채질을 하며 원소의 시선을 끌었다.
“본초, 내가 보기에 분명 이것은 자네를 노린 함정일세. 이런 짓을 할 자라면······.”
“조 맹덕 뿐이지. 이런 야비하고 간교한 술수를 쓸 자는 조 맹덕 뿐이야.”
“내 생각도 그렇네. 하지만 문제는 조 맹덕의 소행임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걸세. 증거만 있다면야 천하 사인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원 가의 주인이 하는 말이 통하지 않을 리 없지.”
“증거가 없으면 증인이라도······.”
원소는 자신이 말을 하고도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조조와 가까운 자가 원소 자신을 위해서 증언을 해줄 리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과 가까운 자를 가짜 증인으로 내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원소는 자신이 궁지에 몰려있어 허유의 지모를 빌려서라도 어떻게든 타개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하지만 허유에게도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 * *
관동군의 연주공략은 성공적이었다. 연진을 잃었지만 백마진에서 순우경에 조조군을 대파했고, 창정진으로 원담군이 진격하여 동군은 물론이고 제북 일대도 손에 넣었다.
하지만 한 가지 흠이 남고 말았으니 바로 교모의 일이었다. 이 일로 인해 원희는 아비의 시름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래야 그 만큼 자신의 입지가 단단해질 테니까. 그래서 조언을 구한 상대가 진의록이었다.
“그러니까 동군 태수 교모가 극독에 중독되어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 말씀입니까?”
“그렇소, 선생. 내 몇 번을 말해야겠소?”
“이제 겨우 두 번째입니다. 장량은 황석공의 신발을 세 번씩이나 주워다 신겨주고도 화 한 번 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태공병법을 얻어 천하를 경략하는 병법자가 되었지요.”
“장량도 세 번을 같은 짓을 했는데 나는 겨우 두 번이니 잔말 말고 하라 이 말이오?”
원희가 발끈했다.
이에 진의록은 대답 대신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말보다 더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사람은 진의록이 아니라 원희였다. 진의록은 이를 알기에 더 노골적으로 원희를 골려먹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진의록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갔다. 하루 전에 여포가 보내온 전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거 잘하면 손도 안 대고 코를 풀게 생겼구나. 원희의 세력을 더 키워주면서, 원소와 조조 사이에 붙은 불에 기름까지 끼얹는 격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진의록은 기분이 좋아져서는 백우선으로 부채질을 해댔다. 일석삼조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니까 신이 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선생, 무슨 방도라도 있소?”
“소생에게는 있을 것 같습니까?”
“내가 선생 말고 믿을 사람이 또 누가 있소? 애 태우지 말고 계책을 내보오.”
원희가 재촉하자 진의록은 못 이기는 척 두 손을 모아 들었다.
“그럼 이 진 모가 이 공자께 계책을 올리겠습니다.”
“경청하리다. 어서······! 어서······!”
원희가 연신 손짓을 해대며 부추기는데도 진의록은 또 뜸을 들였다. 원희를 놀려먹는 재미가 쏠쏠하니까.
“음······! 소생이 알기로는 조 맹덕은 소싯적부터 그 행실이 나빴습니다.”
“그거야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소? 북부위 때 명성을 얻고, 황건동란에서 공을 세우지 않았다면 아직도 천하의 파락호로 손꼽힐 거요.”
“남들이 다 아는 얘기라면 굳이 소생이 입 아프게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진의록은 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기야 여포도 알게 된 지 며칠 안 된 따끈따끈한 정보가 아닌가. 죽었다 깨어나도 원희는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말해보시오.”
“조 맹덕은 삼남입니다. 위로 두 형이 있는데 지금은 둘 다 죽고 없지요. 조숭의 차남은 어려서 집에 불이나 타죽었고, 장남은 한창 주가를 올리다가 돌연 병사했습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오?”
“장남이 병사 한 게 아니라 독살당한 거라면 어떻습니까?”
진의록의 말에 원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의록이 이런 말을 한 것을 추측하지 못할 리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리라.
“그럼 교모도 조조에게······?”
원희의 추측에 진의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공자가 말씀하신대로라면 증세가 똑같습니다. 교 태수도 지금 몸에서 검은 진물이 나오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누워만 있다면서요? 몸에 상처도 없지요. 내로라하는 의원들도 병명조차 모릅니다. 이 모두가 과연 우연의 일치인 걸까요?”
“아아! 조조가 형도 같은 방식으로 독살한 듯한데 문제는 증거가 없지 않소, 증거가······.”
“증거는 얻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증인이 있을 수도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 * *
“흐흥! 증인? 누가 그걸 증언해준단 말이오? 조조의 친족이······? 퍽이나 증언을 해주겠구먼?”
원희는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기야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반응이 아니겠는가? 조조의 친족이라면 조조를 배신하고 원 가를 위해 증언을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물론 부모형제도 믿을 수 없는 것이 난세이지만 조 부의 경우는 달랐다. 조조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황건적을 토벌할 때도 대단한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의 친족들이 조조를 배신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진의록과 원희의 논쟁은 애당초 승패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있다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있다면 선생에게 삼고두를 하고 사부로 모실 것이며, 향후 어떤 일도 선생의 뜻에 따르겠소.”
“이 공자가 삼고두까지 거시니 소생도 이 목을 걸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지난 번에도 삼고두를 언급해놓고 유야무야 넘어가시더니 이번에도 그러는 거 아닙니까?”
“상당히 자신이 있나보오?”
이에 진의록은 다시 한 번 실소를 머금었다.
이것은 원희를 골려 먹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진의록은 원희에게 더욱 깊은 신뢰를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난처한 상황이 되어 아무도 돕지 않지만 오직 진의록 자신만이 원희를 도울 수 있는 사람임을 각인시키는 일이었다.
“자신 없는 일에는 나서지 않는 것이 소생이 인생을 사는 방법입니다.”
“그럼 어디 한 번 들어봅시다.”
“소생은 여포군에도 줄이 있습니다. 이 공자도 알고 계시지요?”
“여포의 군상인 자초 선생을 말하는 거요?”
원희는 이미 일전에 진의록의 주선으로 단목영과 만난 적이 있었다. 형, 원담을 후원하고 있는 육예상단의 유자혜와는 철천지 원수이니 형과 후계경쟁을 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자였다.
동시에 여포의 군상이기까지하니 단목영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했다.
“자초 선생께서 소생에게 소식을 보내오셨습니다.”
“여포가 관동군을 치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