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91
590화 그렇게 맹장과 현사는 사지(死地)로 떠났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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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현. 현령부.
여포는 자신의 처소에서 가후와 담론하고 있었다.
“선생, 아직까지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소.”
“장 장군의 일이겠지요. 물론 이해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기 싫으신 걸 겁니다.”
가후는 여포의 의도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여포는 사실 당장 장비를 중용할 생각이 없었다. 만약 기회를 준다고 하더라도 서황처럼 실컷 군리로 부려먹은 후에야 줄 생각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에게 동관 수비를 맡기라는 가후의 청원은 거슬리는 일이었다.
물론 이미 결론이 난 얘기이기는 했다. 하지만 여포는 궁금했다. 자신의 마음을 훤히 꿰고 있는 가후가 자신의 뜻과 반대되는 일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은 그렇소. 지금의 상황이 여의치 못하다는 것도 물론 알고 있소. 하지만 단지 그것 뿐이오?”
여포가 속내를 드러내자 가후는 백우선으로 입을 가렸다. 보나마나 뻔했다. 장비에게 동관을 맡기는 일에는 여포가 눈치 채지 못한 가후의 귀계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뭐요? 분명 뭔가 있구먼?”
“당연히 있지요. 소신이 어찌 장군의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게다가 장 장군은 당장은 크게 이름이 나면 안 되는 사람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동관수비를 맡기자하면 어쩌자는 말이오?”
장비는 유비의 결의형제였던 자다.
지금은 그 관계를 끊었다고 해도 세상은 중원 백성들을 혹세무민했던 유비의 수하로 알고 있을 터. 그런 자를 중용했다는 얘기가 퍼진다면 결코 여포에게 득될 게 없으리라.
장비가 인중지룡이라고 해도 당장 중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결국은 그에 대한 세간의 기억이 희미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자잘한 전공을 세워 사람들 사이로 그 이름이 떠도는 것은 안 좋은 일. 반대로 그간의 소문을 잠재울 큰 전공을 세운다면 인재를 알아본 여포의 식견이 높이 평가될 터였다.
하지만 후자의 일은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다.
“동관은 분명 요새 중의 요새입니다. 하지만 관서군이 동관을 공략한다면 고작 삼천 군사로 버텨봐야 얼마나 버틸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여포는 자신이 예상하는 바를 말했다.
“그러면 장 익덕이는 제 놈의 의형을 따라 죽어서 영웅이 되겠구려? 설마 다 그리 하려고······.”
가후의 귀계는 실로 섬뜩하다는 말로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에이! 장군, 소신을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만 여기지 마십시오.”
가후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하지만 여포가 아는 그는 냉혈한 정도로는 표현할 수 없는 독심을 지닌 자가 맞았다.
여포에게 한 번은 져야 한다고 했던 말이나 여포가 싫어하는 자에게 굳이 중임을 맡긴 것은 모두가 포석이었다. 그것도 무엇을 노리는 건지 알 수 없는 포석이다.
아마 장비가 휘하에 들지 않았다면 동관 수비를 하다가 장렬하게 산화해야 할 자를 정해놓았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마저도 다가 아닐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 담긴 지모를 누가 감히 헤아릴 수 있으랴. 아마도 그가 그리는 큰 그림 중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장군, 소신은 장 장군이 동관에서 옥쇄하다 끝끝내 생환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잖소? 우리 병사들은 공성과 수성에는 경험이 많지 않소.”
동관 수비를 맡기며 장비에게 달려 보낸 자들은 수성 경험이 없는 자들이었다.
여포군이 수성을 경험한 것은 옹노성 전투 정도가 고작이 아닌가. 그 때의 수성 지휘는 노식이 맡았으며, 당시의 군사들은 모두 유주에 남아 있었다.
경험도 없고, 그렇다고 강노 부대를 보낼 것도 아니다. 병력도 고작 삼천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관서군이 작정하고 공격했을 때 버틸 도리가 없는 것이다.
여포는 말을 이었다.
“선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말해두리다. 내 휘하에는 누구하나 귀하지 않은 자가 없소. 장 익덕이가 싫지만 골탕을 먹이는 정도면 되는 것이지 내 병마를 상하게 하면서까지 해치고 싶은 생각은 없소.”
여포가 원하는 것은 장비를 죽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저 골탕을 먹이는 것을 원할 뿐이다.
그것도 동관을 지키는 삼천 군사를 헛되이 상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달고 있었다.
하기야 장비 한 사람을 골탕 먹이자고 귀한 병사들을 상하게 한다면 그야말로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꼴이 아닌가.
여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를 해왔다. 하지만 가후에게는 여포를 만족시킬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백파적과 하동을 평정하며 얻은 쇠뇌가 있지 않습니까?”
이에 여포는 무릎을 치며 탄성을 터뜨렸다.
“아아! 그렇지. 신형 쇠뇌 때문에 우리가 크게 애를 먹었었지. 한 팔백여 개 쯤 노획하지 않았소?”
“바로 그겁니다. 한 종사가 강노병들과 머리를 맞대어 수리도 하고 비슷하게 이백 여 개를 더 만들어 일천을 채웠습니다. 치수라는 대역사가 없었다면 몇 배는 더 만들었을 것이나 상황이 그랬으니 어쩔 수 없지요.”
장비군에 일천 개의 신형 쇠뇌가 지급된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말등에서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의 기마술과 절묘한 궁술을 지닌 호복기사들도 애를 먹었던 것이 바로 신형 쇠뇌의 위력이었다. 하물며 관서의 평범한 활로는 그 사거리와 관통력을 따를 수 없으리라.
그런 것이 무려 일천 개라면 관서군이 대군을 이끌고 동관을 두들긴다고 해도 피해가 막심할 게 뻔했다.
“혹시 상잔하기를 노리는 것은 아니오?”
“소신은 그리 냉혹한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그저 장 장군이 관서군을 물리치고 동관을 지킬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아닌 것 같은데······.’
여포는 차마 말은 하지 못하고 생각만 할 뿐이었다.
사실 여포도 가후가 무슨 의도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정말로 여포의 생각대로 냉혹한 귀계를 펼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장비를 밀어주겠다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 * *
어찌되었건 장비의 처우는 정해졌으나 아직 순욱이 남아 있었다. 그는 현령부의 많은 방들 중 하나에 연금되어 있었다.
여포는 그를 목베려 했으나 서황의 만류로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앙심을 푼 것은 아니다. 오갈 곳이 없다는 그를 휘하로 들이려 하지 않았다.
순욱은 하릴없이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서 지난날의 기억 때문에 구슬피 울기도 하고, 또 실컷 잠을 자기도 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요 근래의 나날들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순욱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곽가를 따라 하동에 왔던 순채와 상봉한 것이다.
“그리 된 얘기였구나. 네게 면목이 없다.”
“조 아만이 파렴치한이었던 것이지 그게 어찌 오라버니의 잘못이라 하겠습니까?”
“아니다. 여 장군의 말대로 새도 나무를 가려 둥지를 튼다고 했는데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게지.”
순욱과 순채는 지난 일을 얘기하며 서로가 알지 못하는 진실의 조각들을 맞춰보았다.
영음 순 씨 족인들 간의 끈끈한 정이란 다른 가문의 사람들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순욱과 순채는 지난 일을 말하는데 조금도 숨기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순욱은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곽 봉효는 내가 여 장군에게 사관하는 것을 원치 않는 모양이로구나. 하기야 그런 일도 있었으니······.’
순욱은 지난 날 곽가를 조조에게 소개했다가 망신당하게 했던 일을 떠올렸다.
결국은 진의록의 기지로 곽가와 악진, 비장방까지 여포의 사람이 되었지만 어쨌든 곽가로서는 순욱에게 원한이 있을 터.
“오라버니, 무슨 걱정이십니까?”
“걱정은 무슨······. 네가 무사한 것을 알았으니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은 심정이다.”
“소녀의 눈은 못 속이십니다. 소녀, 신산(神算)은 없어도 오라버니를 오래 보아 왔습니다.”
“실은 내가 의도치 않게 미움을 사고 있구나.”
순채는 순욱을 미워하는 사람이 여포라고 생각했다. 그가 이곳에 연금되어 있는 것만 봐도 그렇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여 장군은 속이 좁은 졸장부가 아닌데 어찌 오라버니를 핍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 장군은 내가 너를 조 아만이에게 팔아먹은 파렴치한으로 여기고 있더구나.”
“오해는 풀면 됩니다. 소녀가 한 번 청을 올려 보겠습니다. 오해만 풀리면 분명 여 장군은 오라버니를 중히 쓰실 겁니다. 여 장군의 그늘 아래에서 재기하십시오.”
순욱은 순채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채아마저도 그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걸 보면 여포가 확실히 인심을 얻기는 얻은 모양이로구나. 오해야 풀면 된다지만 이해가 엮이면 다르지. 곽 봉효가 문제로다.’
순욱은 자신이 곽가에게 미움을 받고 있음을 말하기 힘들었다. 어쨌든 순채는 이제 곽가의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족인이라고 해도 남편보다 가깝지는 않으리라.
* * *
눈치 빠른 곽가는 순채가 순욱을 만나러 가자마자 여포와 가후를 찾아나섰다.
다행히 여포는 가후와 독대하며 앞으로의 일들을 계속 논의하고 있었다.
“장 익덕이 일은 그리 되었고, 순욱 말이오. 그자는 어찌해야겠소?”
여포는 순채가 순욱과 만나고 싶다는 청을 해오자 이를 허락했다. 그 일이 생각나 말을 꺼낸 것이다.
“장군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가후는 별 생각 없이 한 말인데 순간 여포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내 적에게 가게 할 바에는 미리 그 싹을 뽑아버리고 싶소.”
사실 순욱의 진가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여포였다.
여포는 그의 최전성기 때 기량을 잘 알고 있었다.
군략으로 따지자면 진궁에 비견할만하고, 귀계로 따지자면 그 독심만큼은 지금의 가후와도 견줄 만 했다.
천하 전역에 영향력을 지닌 영음 순 씨의 자손으로 그 자존심과 오만함은 하늘을 찌르고, 모시는 주인을 꾸짖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배포를 지닌 자다.
하지만 여포가 아는 그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고, 영영 올 수 없을 지도 모르는 것이다.
여포가 시간을 거슬러 돌아온 후로 역사는 크게 달라져 버렸다. 크게는 패권의 향배부터 작게는 개개인의 운명마저도 바뀌었으니까.
특히나 순욱은 지금 거의 폐인이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여포는 그의 가능성을 알기에 경계를 결코 늦추지 않았다.
‘여 장군은 대체 나와 만나기 전에 무슨 일들을 벌이고 다녔던 걸까? 일자무식에다 변방의 장수에 불과했던 사람이 어째서······.’
가후는 자신을 만나기 전 여포의 과거가 궁금했다.
여포의 출신과 당시의 관직 같은 것을 생각하면 유비, 조조 등과 만나 원한을 맺었을 기회조차 얻기 힘들었을 터. 명문으로 손꼽히는 영음의 순 씨 자손인 순욱과 만났을 가능성도 희박했다.
여포는 가후가 자신에 대해 뭔가 의심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받자 화제를 돌렸다.
“관서군이 하수 서쪽에 진을 치고 있다는데 어찌 돌아가고 있소?”
“포판진에 나가있는 서 종사가 사람을 보내와 알려오길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합니다. 아마 관서군은 하수를 쉽게 건너지는 않을 겁니다.”
관서군은 삼군으로 나누어 제 2군이 하수 서쪽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에 서황이 군사를 이끌고 하수의 나루터들을 모두 점거해 대응했다.
“쳐들어 올거면 쳐들어오든지······. 강 하나 사이에 두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소.”
“보나마나 양동작전을 펼치려는 것이겠지요. 병참을 치고, 하동 안에서 호족들을 봉기하게 하여 우리 군을 뒤흔들며 본격적인 공세를 펼칠 겁니다.”
“서하 쪽으로 간 위월과 저고가 일을 잘 처리해주어야 할 텐데 걱정이오.”
위월과 저고의 실력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일이 틀어지면 위월이 말했던 것처럼 천하의 조롱거리가 될 수 있어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 쪽은 조금도 걱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것은 하동의 호족들입니다.”
“그런 자들이 무슨 걱정거리나 되오? 바람 한 번 불면 먼지처럼 흩어질 자들이오.”
“이미 장군께선 백파적과 연수를 맺고 장군께 대항했던 자들을 일소하셨습니다. 아무리 명분이 있다고 해도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지요.”
“중간중간에 얘기가 빠진 것 같소. 내 항상 말하지 않소. 내가 무조건 모른다는 전제를 두고 얘기를 해달라고 말이오.”
그러자 가후가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천하를 취하자면 결국 명문호족들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호족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입니다.”
명문이니 호족이니 하는 자들은 겹사돈은 예사고, 양자나 수양딸 등으로 서로 자식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설마 내가 하동 호족들을 한 번 더 도륙내면 다른 땅의 호족들이 나를 경계할 거다 이 말이오?”
“경계 뿐이겠습니까? 장군의 적에게 달려가 고개를 조아리게 되겠지요.”
이들의 대화는 이쯤에서 멈춰야만 했다. 문 밖에서 곽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소신 곽 봉효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이에 여포의 시선이 가후에게로 향했다. 가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곽 선생, 들어오시오.”
여포의 허락이 떨어지자 곽가는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읍을 하고는 청했다.
“장군, 문약 형을 등용해주십시오. 그 부탁을 드리러 왔습니다.”
곽가가 처음부터 본론을 들이밀자 가후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곽가가 선수를 치는구나. 영민하기 이를 데가 없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