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703
702화 먹지 않고 어찌 싸울 수 있으랴! (2)
————– 702/753 ————–
응조는 패잔병들을 몰아붙였다. 뒤처지는 자들은 곧장 화살밥으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굳이 무리해서 따라붙지는 않았다.
추격군은 패잔병들이 도망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다.
너무 몰아붙였다 싶으면 잠깐 추격의 끈을 느슨하게 했다. 적들이 숨을 좀 돌렸다 싶으면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또 몰아붙였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응조를 반겼다.
‘한 부족 출신이라 해서 유대감이 강하다더니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로다.’
응조는 부상자들을 내팽개치고 도망치는데 급급한 적병들을 보자 입안에 쓴맛이 감돌았다.
하지만 이것은 본능이다. 다리를 다친 사슴 한 마리가 늑대 무리에 잡아먹히면 다른 사슴들은 목숨을 건지는 게 아닌가. 아마도 부상자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강이단의 패잔병들은 그런 심정이리라.
예상 밖의 수확은 그 뿐만이 아니다. 도망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퇴각로에는 패잔병들이 버린 갑주와 무기가 늘어갔다.
도망치는데 성가신 필요 없는 물건들은 죄다 버려버린 것이다. 그래야 한결 몸이 가벼워져 잘 달릴 수 있을 테니까.
* * *
동관을 수복한 여포군은 다시금 동진을 시작했다.
여포는 곽가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말을 몰아 천천히 나아가며 물었다.
“선생, 이제 황보숭의 뒤를 치는 것이오?”
“함곡관을 쳐야 하니 황보숭의 뒤를 치는 것은 맞습니다. 본래 가 선생이 세운 책략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궤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요.”
“그 얘기나 좀 자세히 해보시오. 가 선생의 책략은 원래 어땠소?”
“관서군을 동관과 함곡관 사이에 가둬두고 말려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곽가의 말에 여포는 입안이 씁쓸했다. 노식군이 함곡관에서 관서군을 막아냈다면 좋았을 테지만 지금은 한관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던가.
“그러면 곽 선생은 관서군을 함곡관과 한관 사이에 가둬두고 고사시킬 작정이구려?”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대답이 그렇소?”
“가 선생의 예상이 빗나간 것은 두 가지 연유 때문입니다.”
곽가는 엄지와 검지를 펴보였다. 그리고는 그 중 엄지를 까딱이며 말을 이었다.
“첫째는 황보숭의 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포는 고개를 끄덕였다. 관중십장의 군세는 황보숭이 지닌 힘의 일부에 불과했다. 적사사와 강이단의 존재를 몰랐기에 가후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이미 동관에서 군세를 많이 잃은 마등과 한수의 군세만으로는 함곡관을 넘지 못했을 터였다.
가후의 계산상으로는 관서군은 동관과 함곡관 사이에 갇혀 말라죽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곽가는 검지를 세워 보이며 말했다.
“둘째는 노 장군의 군세가 그리 초라할 줄은 몰랐다는 점입니다.”
곽가의 말에 여포는 침음성을 터뜨렸다.
“선생, 나는 동 상국에게 크게 실망했소. 삼만이 뭐요, 삼만이!”
여포가 말하는 ‘삼만’이란 동탁이 보낸 장수 단외와 삼만 서량병을 말하는 것일 터.
제아무리 한관이 요새라고는 해도 상대는 황보숭의 수십만 대군이었다.
곽가는 동탁의 편을 들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을 것입니다. 관동군이 사수관을 공략하고 있으니 한관으로 보낼 수 있는 병력도 장수도 마땅치 않았을 테지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동 상국의 배포가 그리 작을 줄은 몰랐소. 어차피 사수관은 제후군도 넘지 못한 철옹성이오. 그렇다면 한관에는 칠, 팔만은 보냈어야 옳소.”
여포는 동탁에게 다른 생각이 있다는 의심이 생겼다.
그러나 당장 따지고 들 수는 없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한관이 관서군의 공세를 버티기를 바라며 함곡관으로 행군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동 상국은 어쩌면 장군을 깊이 신뢰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도 모릅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장군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요.”
“너무 안일한 생각이오. 한관이 뚫리면 곧장 낙양성이 아니오? 낙양성 앞으로 관서군 수십만 대군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본다면 그 때는 이미 늦소.”
여포는 이미 협곡 싸움에서 적사사의 강함을 느꼈다. 그들을 전멸시킬 수 있었으나 그 대가로 많은 희생을 치러야만 했다.
난전 중에 서하병들도 많이 잃었지만 당예기 수백을 잃은 것보다 뼈아프지는 않았다.
당예기는 여포군 최강의 부대라 할 수 있는 자들이다. 그리고 모두가 병주 출신들로만 이루어진 병주병이었다. 장양이 북대영에서 예비병들을 길러 보내주고는 있으나 항시 이천을 유지하는 게 빠듯했다.
적사사 일만을 상대했던 그 싸움에서 책략마저도 주효했거늘 그 정도의 손실이 있었다는 얘기다.
하물며 평지전이라면 상상조차 못할 손실을 입었을 터였다. 다행히 동관의 강이단은 곽가의 귀계로 쉽게 제압할 수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선생, 함곡관은 어찌 공략할 생각이오? 잘 알겠지만 공성은 무리요. 그 흔한 사다리 하나 만들어 놓지 않았소.”
“장군,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공성은 하지 않을 겁니다.”
“공성 없이 어찌 함곡관을 넘겠소? 설마 같은 수법을 또 쓰려는 거요?”
힐초를 이용해 장수들을 잠재우고 보급대 병사들로 위장한 여포군이 내부에서 난동을 부렸던 것으로 여포군은 손쉽게 동관을 얻었다.
하지만 같은 방법을 또 썼을 경우에 이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동관의 진장 세동의 술버릇이 고약해 곽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많은 장수들이 잠들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함곡관의 진장 역시 같은 짓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동관에서 썼던 방법을 또 쓰는 것 역시 염두해두고 있습니다.”
“그 말은 다른 방법이 또 있다는 것으로 들리오.”
곽가의 한쪽 입고리가 호를 그렸다.
* * *
“뭐가 있긴 있구먼? 뭐요? 얘기 좀 해보오.”
“동관의 패잔병들이 동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렇지. 아마 놈들은 함곡관으로 갔을 거요. 동관에서 함곡관까지 한 백오십 리 정도 되나?”
여포의 말대로다. 동관에서 함곡관까지는 백오십 리 길. 보군이 보통 하루에 삼십 리를 행군한다. 이 수치는 날씨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낙오하는 자가 없을 정도의 수치다.
그렇게 따지면 동관에서 함곡관까지는 닷새가 걸린다.
하지만 지금 동관의 패잔병들은 추격대에게 쫓겨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을 터.
게다가 강이단을 평범한 보군이라 볼 수는 없다. 관서군 내에서 적사사와 쌍벽을 이루는 강병으로 손꼽히는 자들이 아닌가. 그러니 하루 육십 리에서 일백 리까지도 갈 수 있다고 봐야 옳다.
“아마 이틀이면 함곡관에 당도할 수 있을 테지요. 하나 그들 중 말을 타고 도망친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는 누구도 함곡관에 발을 들여 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동관의 패잔병 중에 눈치 빠른 자들은 말을 타고 줄행랑을 놓았다. 하나 그 수는 고작 수십에 불과했다.
그런 자들이 있을 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양책의 곽 씨인 곽가가 그런 경우의 수조차 예단하지 못했을 리 만무했다. 말을 타고 도망치는 자들이 있을 것마저도 예상했고, 그들을 이용해 함곡관을 칠 책략
곽가가 장담하자 여포는 흥미가 생겼다.
“응조에게 고작 수백 궁기 밖에 붙여주지 않았는데 이틀 만에 패잔병들을 모두 잡을 수 있겠소?”
“응 장군은 몰이꾼 역할만 해주면 됩니다. 나머지는 장 장군과 고죽왕이 알아서 해줄 겁니다.”
“아아! 장 익덕이 있었지!”
“동관을 지키다가 태화산으로 피신한 장 익덕 장군과 순 문약 선생이 이천 이상의 병력을 이끌고 있습니다. 게다가 고죽왕과 고죽병 절반이 그곳에 있지요.”
곽가의 말을 듣고 여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고 보니 고죽왕제도 안 보이는구려.”
“예, 장군. 전서응을 보내기 힘든 곳이라 고죽왕제가 직접 소식을 전하러 태화산으로 갔습니다.”
“소식? 무슨 소식을 말하는 거요?”
“그물을 쳐야 고기를 잡을 게 아닙니까? 아마 지금쯤이면 함곡관으로 가는 길목에서 강이단의 패잔병들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 * *
장비군은 동관에서 함곡관으로 이어지는 길목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매복해 있었다.
장비는 뿔뿔이 흩어져 치달리는 수십여 기의 인마를 보며 순욱에게 푸념하듯 말했다.
“그러니까 저놈들은 건들면 안 된다 이거 아니오?”
“그렇소, 장 장군. 저들은 함곡관으로 가게 내버려 둬야 하오.”
“선생, 나는 이해가 안 되오. 저들이 함곡관에 당도하면 동관을 잃었음을 알게 하는 거 아니오? 정보는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소.”
장비는 저 인마들이 동관에서 도망쳐오는 길임을 알고 투덜거렸다. 기습을 하자면 적들이 방심하고 있을 때를 노려야만 했다.
장비는 여포군이 공성에 얼마나 능한지 알지 못했다. 다만 그 군세가 크지 않고, 넘어야 할 곳이 함곡관이라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함곡관을 공략할 거라면 굳이 동관이 함락되었음을 알려 경계를 삼엄하게 할 까닭이 없다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욱의 생각은 달랐다.
“설마하니 군사가 타초경사의 우를 일부러 범하려 한다고는 생각되지 않소.”
“그럼 뭐란 말이오? 동관을 얻었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잖소?”
“답은 우리에게 맡겨진 임무에 있소. 우리가 패잔병들을 도륙내고 나면 우리나 여 장군의 수하들이 죽은 자들의 옷을 입게 될 거외다.”
그제야 장비는 무릎을 쳤다.
“아아! 그런 수가 있었구려. 문약 선생의 지모가 실로 대단하오. 여포군 군사의 책략을 그대로 꿰뚫어보고 있지 않소?”
그러자 순욱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오. 너무 추켜세우지 마오. 그러다 소생의 예상이 빗나가면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소? 게다가 우리는······.”
이에 장비는 알겠다는 듯 손바닥을 펴 앞뒤로 흔들어 보이며 순욱의 말을 끊었다.
“알고 있소. 나는 객장이나 다를 바가 없고, 선생 역시 나와 비슷한 신세요. 괜스레 군사 선생의 눈 밖에 나는 언행은 삼갈 터이니 걱정 마오.”
“얘기가 빨라 좋소.”
“눈칫밥만 수 해를 먹었소. 이 정도야 기본이지.”
인마들이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고죽왕제의 거구가 장비의 곁으로 다가섰다.
“아이쿠! 놀래라! 그 탈바가지 좀 어찌 할 수 없소?”
장비는 자신을 보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는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다가 화들짝 놀랐다.
‘아아! 이건 적응이 안 된다.’
순욱 역시 고죽왕제 묵태구가 쓰고 있는 방상시 가면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정감이 안 가는 흉측한 탈이었다.
“한인들은 겁이 많구나. 고작 탈을 보고 놀라다니······. 쯧쯧쯧! 비 도장에게 청해 보약을 지어 먹도록 해라.”
묵태구의 말에 장비의 검미가 꿈틀댔다. 하지만 묵태구와 싸울 틈이 없었다.
“너희들은 무얼 할 것이냐?”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겠다. 밀려오는 패잔병은 모두 수천에 이른다. 너희만으로 될까?”
“이, 장 익덕이를 뭘로 보고······! 너희들은 여기 앉아서 이 어르신이 잔병들을 쓸어버리는 것을 보고 있거라.”
상대는 고죽왕도 아니고 고죽왕제이기에 장비는 허물없이 대했다. 묵태구 역시 한인들의 예법과는 거리가 먼 자였기에 장비와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장비가 큰소리를 치자 순욱이 걱정스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장비는 순욱이 걱정하는 바가 무엇인지 눈치챘다.
“선생, 너무 걱정 마시오. 한낱 패잔병들 따위를 막지 못하겠소?”
그러자 풍평이 끼어들었다.
“장 숙, 우리 풍가병에게 선봉을 주십시오. 이제 이 사질의 도법이 얼마나 익었는지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오! 봐야지. 우리 사질의 도법이 얼마나 늘었는지 봐야지.”
장비는 풍평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수하 장졸들에게 명했다.
“지금 즉시 내려가 병진을 이루어 길을 막는다! 풍가병이 선봉의 대임을 맡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