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718
717화 머리를 풀고 옷깃을 왼쪽으로 여민다(披髮左?)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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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군에 쫓겨 동쪽으로 달아나던 적사사 적병들의 존재에 관해서는 여포군 중 누구도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동쪽에는 고죽병들이 매복해 있으니 그들에게 맡기면 될 일이었다.
위월 역시 이를 알기에 잔병들을 뒤쫓는 일보다는 성곽에 올라 여포를 찾았다.
“대형, 적장을 못 봤소? 요놈이 어디에 숨었는지 코빼기도······.”
위월은 갑자기 말끝을 흐리더니 여포의 손에 붙잡혀 축 늘어진 시체에게 시선을 던졌다.
“설마 대형이 붙들고 있는 게 적장의 시체요?”
“왜 아니겠느냐?”
여포의 대답에 위월이 무릎을 치며 아쉬워했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맬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대형에게 가다니 지지리 복도 없는 놈 같으니······. 내게 투항을 했다면 잘하면 목숨을 건졌을지도 모르는데 대형에게 갔으니 어찌 살기를 바랄까.”
여포는 위월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는 위월에게 적장의 시체를 쥐어주며 성곽을 내려갔다. 그의 뒤에 대고 위월이 소리쳤다.
“적장의 시체는 나 주는 거요, 대형? 대답 안하면 나 주는 걸로 알겠소. 전공도 내 꺼요. 두말하기 없기요. 일언기출(一言旣出), 사마난추(駟馬難追)!”
위월은 혼자서 여포가 해야 하는 대답까지 다해버리고는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 * *
여포는 뭔가를······ 아니 누군가를 찾아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가 찾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곽가였다.
곽가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사사의 궁술이 대단하니 혹시나 있을지 모를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호사들을 잔뜩 곁에 두게 했기 때문이다.
곽가는 멀리서 여포가 오는 것을 보고 여포가 자신에게 볼 일이 있음을 짐작했다. 그는 한달음에 달려가 여포에게 읍했다.
“장군, 대승을 경하드립니다.”
곽가는 여포에게 승전을 알렸다. 하지만 여포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못했다. 곽가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장군, 어째 심기가 불편해 보이십니다? 대승을 거두었는데 어찌 그러십니까?”
곽가는 여포의 이마가 벌겋게 부어올라 있음을 그제야 발견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장군,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그 때문입니까? 여봐라! 군의를 불러······.”
여포는 손을 들어보이며 곽가의 말을 끊었다.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수하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소. 그보다 선생······. 아아! 아무것도 아니오.”
여포는 뭔가 말을 하려다 말고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장군, 소신에게 하실 말씀이 무엇입니까? 편히 말씀하십시오. 소신 곽가 봉효. 세상이 장군에게서 돌아서도 언제까지나 장군의 편에 설 장군의 신하입니다.”
곽가가 너스레를 떨어대자 여포가 피식 웃었다.
“어이쿠! 그런 분이 어째서 이 몸의 전공을 가로챈 거요?”
“하하하! 소신이 적사사 총사의 수급을 벤 것을 아직도 마음에 두고 계셨습니까? 장군. 자고로 천하를 얻으려면 천하를 품을 큰 도량이 있어야 한다 했습니다.”
“그 말은 마치 내가 속 좁은 졸장부라는 것처럼 들리는구먼?”
여포는 심기가 불편한지 검미를 꿈틀거렸다. 하지만 곽가도 할 말이 있었다.
“설마 소신이 주군을 그리 매도하겠습니까? 장군께서 그런 졸장부였다면 소신은 장군의 신하가 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주인과 공을 다투는 신하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소.”
“장군, 싸움을 즐기시는 마음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다만 이것 하나는 알아주십시오.”
이에 여포는 빨리 얘기해보라는 듯 곽가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자 곽가는 여포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수하의 공은 모두가 주인의 공이 되는 것입니다. 적장의 수급을 누가 베었든 그 영광과 이익은 모두 장군의 것. 그러니 앞으로도······.”
여포는 다시금 곽가의 말을 끊었다.
“이런······ 이런······! 곽 선생. 이, 여 봉선이를 너무 허술하게 보았소. 이제 나를 뒷방 늙은이로 주저앉히고 선생이 직접 선봉에 서려는 걸 내 모를 줄 아오?”
“장군의 지모가 이토록 대단하시니 이참에 선봉장이 아니라 군사의 일을 도맡아 보심은 어떻겠습니까?”
“군사? 아하하하! 좋지. 군사.”
“하하하!”
두 사람의 대화는 아주 가관이었다. 총사도, 군사도 결코 선봉에 서질 않는 법. 그런데 총사와 군사가 선봉을 다투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여포군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특수한 집단이다. 천하가 좁다할 영웅들이 모인 곳이니 어찌 다른 군세와 비교할 수 있으랴.
* * *
한바탕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여포는 주위를 눈짓했다. 이에 곽가는 곁을 지키는 호사들을 물렸다. 그러자 여포가 속내를 털어 놓았다.
“선생, 내가 선생의 귀계를 망치고 말았소.”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함곡관은 이제 장군의 것이 되었습니다. 소신의 책략이 실패했다면 함곡관을 이토록 쉽게 얻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에 여포는 자신의 콧잔등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아니오. 선생이 일러준 대로 했으나 내 무슨 실수를 했는지 때가 되기 전에 들키고 말았소. 어째서 놈들이 내가 가짜임을 알아챘는지 모르겠소.”
“장군, 그게 다 무슨 상관이랍니까? 이미 함곡관은 장군의 수중에 들어왔습니다. 지난 일은 잊어버리십시오.”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소. 얼마간의 희생은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 하지만 내 실수로 수하병사들이 더 죽어나갔을 것을 생각하니 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소.”
곽가는 여포의 말 속에서 몇 가지 단서를 찾았다. 하지만 여포의 의문을 속 시원히 털어주기 위해서는 정확한 답을 찾아낼 필요가 있었다.
“좋습니다, 장군. 장군께 몇 가지를 묻겠습니다. 대답을 해주시면 소신도 답을 드리지요.”
곽가가 장담을 하자 여포의 표정도 그제야 조금 밝아졌다.
“빨리 물어보오.”
“장군이 강이단이 아님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게 뭐요?”
곽가는 엄지와 검지를 펴보였다.
“첫째, 말입니다. 강인은 한인이 아니니 한인처럼 유창하게 한어를 쓸 수 없습니다.”
“말 때문인가?”
곽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장군의 말투는 병주의 억양이 섞여 있습니다. 관서 사람들이 보자면 유창한 한어라고는 볼 수 없지요.”
병주의 사투리나 억양은 중원보다는 북적들의 말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남흉노만 해도 병주 땅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게 아니라면 뭐란 말이오?”
“의심스러운 것은 의복입니다.”
이에 여포의 미간에 주름이 생겨났다.
“선생이 그리 얘기를 하면 안 되는 거요. 강이단의 옷을 벗겨 그대로 입었잖소? 냄새도 참아가며 속옷과 신발까지······.”
여포는 속이 상했다. 곽가가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의복 때문이라니······. 납득할 수 없었다.
곽가는 여포에게 두 손을 모아들었다.
“장군, 혹시 의복을 다시 입으신 적은 없으십니까?”
“음······!”
여포는 잠깐 생각하는 듯 하더니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이, 여포 봉선은 매일매일 대업을 이루오.”
곽가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한가로이 백우선을 부쳤다.
“장군, 지금 앞섶을 풀었다가 다시 고쳐 입어보시겠습니까?”
“그거야 어려울 게 없지. 안 그래도 의복을 고쳐 입으려던 차였소. 생각 같아선 내 옷을 입고 싶으나 씻지 않고는 안되겠소.”
여포는 다시금 옷을 고쳐 입었다. 격전을 치렀으니 꼴이 말이 아닐 터.
곽가는 여포가 웃옷을 고쳐입는 걸 가만히 지켜보더니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소신, 이제야 그 까닭을 알겠습니다.”
“난 그저 옷을 고쳐 입은 것뿐인데 여기에 잘못이 있었단 말이오?”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요. 한인이라면 모두가 장군처럼 옷을 입으니까요.”
“한인과 강인은 옷을 입는 방법이 다르단 말이오?”
여포는 자신이 입고 있는 강이단의 옷을 살펴보았다. 한인의 옷과는 다르지만 결국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다르지요. 암요, 다르고말고요.”
“어떻게 다르단 말이오?”
여포가 묻자 곽가는 아직 얼마 자라지도 않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뜸을 들였다. 그러자 여포는 가슴팍을 벅벅 긁어댔다.
“그까짓 옷 입는 법이 무슨 대수라고 그리 뜸을 들이오?”
“좋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소신이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신이 양책에서 공부할 때의 일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곽가는 쉴 새 없이 옛 일들을 끄집어내어 마구 쏟아냈다. 그리고는 여포가 듣는 것에 지쳐 정신이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은근슬쩍 논어 헌문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인용했다.
“중니 선생께서 관중에 대해 평하신 말씀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관중이 없었다면(微菅仲) 우리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옷깃을 왼쪽으로 여미고 있을 것이다(吾其被髮左?矣).’라고 말이지요.”
“그 얘기가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이오?”
“머리를 풀어헤치고 옷깃을 왼쪽으로 여미는 것은 오랑캐의 풍습입니다. 강족은 이족입니까? 한인입니까?”
“당연히 이족이지. 서융이니 융적 아니오?”
여포는 그리 말하고는 무릎을 쳤다.
“그렇구먼. 내가 옷깃을 오른쪽으로 여미는 바람에 들통이 난 게로구먼. 아아! 그 간단한 것을 몰라 수하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책략을 실패로 돌아가게 할 뻔 했으니 이, 여 봉선은 일군의 지존이 될 자격이 없소.”
이에 곽가가 말했다.
“아닙니다. 세상에 어찌 완전, 완벽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주군, 부족함을 탓하지 마십시오. 부족한데 채우지 않는 것이 나쁜 것이고, 모르는데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을 경계하십시오.”
“이 몸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고, 몰라도 너무 몰라 그렇소.”
곽가는 여포에게 읍하며 충언을 올렸다.
“장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일은 천하를 꿈꾸는 군웅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입니다. 하나 지금은 그 일을 생각하지 마십시오. 지금 중요한 것은 황보숭의 군세를 완전히 평정하고, 관서 전역을 장군의 것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관서를 모두 내 것으로······?”
“그렇습니다. 관서입니다, 관서! 이제 관서군 타도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그것과 더불어 강족의 일만 잘 마무리 된다면 장군께선 천하의 사분지 일을 발아래 두시게 됩니다.”
곽가는 여포가 눈앞에 두고 있는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거듭 설명했다.
“장군께선 지금 병주와 유주, 그리고 하내 북부와 하동은 물론이고 홍농 일대를 넘어 옹주와 서량 일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계십니다.”
“듣고 보니 넓기는 하오.”
“보통 넓은 것이 아니지요. 동란 후에 일어난 그 수많은 군웅들 중에 누가 장군처럼 넓은 땅을 차지했습니까? 공손찬은 유주를 넘어서지 못했고, 원소는 기주의 절반 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원술은 이미 명을 달리했고, 유표는 형주 밖으로 나오질 못하고 있지요.”
“허허! 앉아서 수천 리 밖을 보는 구려.”
여포는 곽가가 천하정세를 꿰뚫고 있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이는 놀랄 일이 아니다. 천하 각지를 돌아다니는 영보 상단이 주워들은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다.
“더 해볼까요, 장군?”
“그러시오. 강동의 손견은 어떻소? 그자가 유표와 손잡고 원술을 도모했으니 원술에 버금가는 군웅이라 할 수 있지 않겠소?”
“손견이 강동의 맹호라고는 하나 양주에는 주준 중랑장의 십만 군세가 있습니다. 용맹은 손견만 못해도 늙은 생강이 매운 법이지요.”
“그럼 또 누가 있을까?”
여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에 곽가는 지체없이 고했다.
“청주의 도겸이 있지요.”
“도겸은 서주 자사가 아니오? 한데 청주라니?”
“태사 장군이 청주에 노모를 두고 있어 그곳 영보상단이 그곳의 정보를 많이 모으고 있습니다. 도겸은 결코 허술한 자가 아니지요. 기주의 원소가 연주를 탐내 혼란을 일으키는 동안 청주를 소리소문 없이 집어 삼켰습니다.”
“도겸이 그런 재주가 있더란 말이오?”
여포가 아는 도겸은 그럴 위인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곽가가 없는 말을 지어냈을 리 없었다.
“원교근공은 외교의 기본입니다. 이제 관서군을 소탕하고 나면 다음은 별다른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면 관동군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겸과 연수라도 맺으라는 얘기요?”
“도겸은 현명하나 용맹은 없고, 서주와 청주를 얻었으나 오래 경략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면 어찌 하는 것이 좋겠소?”
그러자 곽가의 입고리가 호를 그렸다.
“미리 은혜를 베풀고, 그 대가는 나중에 받는다! 도겸에게 고리대를 한 번 놓아보시지요. 물론 관서군을 소탕한 다음에······. 아직 황보숭의 수급을 얻은 것은 아니니까요.”
“좋소. 관서군을 소탕하고 관서를 수중에 넣겠소. 그 다음에 비로소 원소와 다시 한 번 자웅을 겨루어 하북의 주인이 될 것이오.”
“기주, 연주, 청주, 서주를 손에 넣으십시오. 그러면 천하의 절반이 장군의 손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파촉, 형주를 치고, 강동으로 군마를 몰고 가는 겁니다. 강동을 평정한 후에 교주까지 얻으면 그야말로 천하가 장군의 발아래 놓이게 되는 것이지요.”
곽가는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찌 마음먹은 대로만 흘러갈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