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800
799화 서풍아 불어라! (2) >
실로 광오한 말이다.
하나 조조의 말에는 하나도 틀린 말이 없었다. 협천자를 하든 신천자를 옹립하든 조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공의 말씀이 실로 지당하십니다. 모든 일은 주공의 뜻대로 되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정하셔야만 합니다. 그래야 다음의 일을 논할 수 있습니다.”
“음……! 당금천자는 오석산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지.”
조조의 말대로 당금천자는 오석산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 오석산이 누구의 것인가? 바로 조조의 것이 아닌가. 그러니 그가 원한다면 지금처럼 당금천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주무를 수 있을 것이다.
“오석산으로 천자를 부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소. 내 뜻이 곧 천자의 뜻이 될 테니까.”
“하나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동탁 때문이오?”
희지재는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동탁의 일은 해결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뿐더러 별개의 건으로 생각하십시오.”
“협천자 하는데 동탁 말고는 문제될 일이 없소.”
“단언하실 일이 아닌 줄로 압니다.”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이오?”
조조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협천자하여 제후들을 호령하는 것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군세야 흐르고 넘치는 재물이 있으니 모병하면 시일이 걸릴 뿐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문무백관들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요 관료들 중 태반이 이미 오석산의 노예가 되어 있지 않은가. 사자묘를 부리듯 부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가 있습니다. 협천자 하신다고 한들 당금천자는 길어도 십 년을 더 살지 못할 테니까요.”
사실 십 년도 길다. 길면 삼사 년. 당금천자가 복용하는 오석산은 다른 것들보다 약효와 부작용이 배를 넘는다.
그리고 오석산에 찌든 자들이 장수했다는 얘기는 들어 본 바가 없었다. 그만큼 오석산의 패악이 대단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전대에도 후대에도 오석산이 제법 쓰였다.
천자의 보위에 오르지 못한 태제들은 항시 천자의 골칫덩이다. 언제 반정을 일으켜 자신을 밀어내고 보위를 차지하려 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번왕으로 보내도 군마를 양병하지 못하게 하고 대를 끊으려 오석산을 지속적으로 공급했다.
이는 적국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적국의 왕을 타락시키고 국정을 어지럽게 만들려 오석산을 썼다.
오래 살지도 못하고, 살아 있는 중에는 성정이 포악해지고, 황음을 일삼는데만 기력을 허비하니 적대국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
“아아! 이거 어렵게 되었구려. 협천자든 신천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그 후가 문제요.”
“그렇습니다. 협천자 하신다면 당금천자의 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주공의 세상입니다.”
“천자가 죽으면 그 다음 보위의 주인은…….”
“진류왕 협이 되겠지요.”
안타깝게도 지금의 천자는 아직 후사를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당금천자가 죽고 나면 그 자리는 태제인 진류왕 협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면 처음부터 신천자를 옹립하는 편이 좋으려나?”
“소신은 그리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명문회와 확실히 손을 잡으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신천자를 세우려면 태후를 압박해야 합니다.”
“고관대작들을 움직여 태후에게 선위의 조서를 쓰도록 압박한다? 그거 좋구려. 창칼로만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못하오. 명분이라는 놈은 참으로 귀찮은 놈이오.”
* * *
사자묘가 입궁했다.
그의 이성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다시 입궁하지는 않았을 터. 하지만 지금은 겁을 잃고 입궁한 것이다.
사흘 밤낮으로 술과 계집을 즐긴 사자묘는 이성이 마비되어 있었으니까.
천자와 마주 앉은 사자묘는 오석산을 탄 물을 앞에 두고 주문을 웅얼거렸다. 그러다 돌연 입을 닫고 눈을 떴다. 이에 천자는 오석산을 탄 물을 노리고 손을 뻗었다.
무엄하게도 사자묘는 천자의 손을 쳐냈다.
“아직은 안 됩니다. 기도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상부, 그럼 어서 하시오. 기다리다 자리에 뿌리를 내릴 지경이오.”
하지만 사자묘는 다시 주문을 외우기는커녕 천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짐의 얼굴에 뭐가 묻었소?”
사자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성상, 성상께선 지금 전에 없던 활력을 얻으셨습니다.”
이에 천자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룻밤에 수녀 다섯을 품어도 기력이 남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무릇 사람에게 젊음이 영원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뜬금없이 그 무슨 소리요? 영원히 사는 사람이 없음을 누가 모른단 말이오?”
“성상, 소인이 장생불로할 수 있는 비법을 아는데 관심이 있으신지요?”
이번에도 천자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천지에 장생불로에 관심 없는 자가 어디 있단 말이오? 그런 비술이 있으면 응당 짐에게 먼저 알려주어야지. 이 좋은 세상, 영원토록 살고 싶소.”
한조의 주인은 곧 천하의 주인. 비록 천자의 입김이 팔관 밖을 넘지 못한다지만 팔관 안에서 그는 하늘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었다.
당장 동탁만 해도 소제를 어찌하지 못하고 그저 보고만 있지 않은가. 궁중의 예법을 어겨도, 경학의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해도 팔관 안에서는 나서서 그를 꾸짖는 자가 없었다. 노식 한 사람만 빼놓고 말이다.
이 말인즉, 최상의 즐거움 속에서 살고 있다는 말일지니 그 세월을 잡아 묶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으리라.
“감히 영원을 입에 담을 수는 없으나 장생불로를 할 수 있는 비법을 행하신다면 족히 앞으로 강산이 열 번 바뀌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강산이 열 번 바뀌는 걸 볼 수 있다? 정녕 그런 비술이 있단 말이오? 그게 무엇이오? 상부, 우리 같이 천 년 만 년 누리며 살아 봅시다.”
강산이 한 번 바뀌는데 십 년. 열 번이면 백 년이다. 인생 오십 년이라 하여 오십이 넘으면 덤으로 사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그런데 백 년을 더 산다니 천자로선 눈이 뒤집힐 수밖에…….
* * *
“실은 어젯밤 꿈에 만천 선생께서 현몽하시어…….”
“만천 선생? 동방삭?”
동방삭은 서한 무제 때 사람이다.
삼천갑자 동방삭이라 하면 모르는 자가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서왕모의 복숭아를 먹어 삼천갑자(18만년)를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장수하는 사람을 일컬어 삼천갑자 동방삭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토록 장수의 대명사로 불렸던 동방삭의 자(字)가 바로 만천이다.
“그러하옵니다. 장 만천 선생께서 현몽하시어 소인에게 이르시기를…….”
“뭐라 일렀소?”
“꿈에서 만천 선생이 상림원에서 구슬프게 곡을 하셨습니다.”
이에 천자는 이빨을 드러내며 노했다.
“감히 황궁에서 곡을 해? 그놈의 묫자리만 알았어도 부관참시를 해버릴 텐데…….”
상림원은 황궁의 후원이니 황궁 안이라는 얘기다.
궁에서 곡을 한다는 것은 천자가 귀천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있을 수 없는 일. 당금천자가 아직 미령한데 궁내에서 곡을 했다는 것은 천자가 죽기를 바랐다는 것과 같았다.
그러니 이토록 역정을 낼 수밖에…….
사자묘는 열심히 손사래를 쳤다.
“성상, 그것이 아닙니다. 소인도 그런 줄 알고 크게 나무랐더이다.”
“그랬더니?”
“만천 선생께서 이르시기를 ‘내, 성군의 장생불로를 돕기 위해 왔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어 애석하여 통곡을 한다 하셨습니다.”
“감히 무엇이 내 장생불로를 막는단 말이오?”
이에 사자묘는 안대로 가리지 않은 한쪽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소인도 이를 물어보았더니 만천 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서쪽에는 입이 두 개인 괴물이 있고, 궁 안에는 세 사람의 힘을 쓰는 괴물이 있으니 장생불로의 비술을 전수해 주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하셨습니다.”
천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입이 두 개인 괴물? 세 사람의 힘을 쓰는 괴물? 하아! 상부, 도통 모르겠소. 세상 천지에 그런 괴물이 어디 있단 말이오?”
짜증이 치밀어 오를 때쯤 사자묘가 풀이를 했다.
“하도 기이한 꿈이라 깨어나자마자 풀이를 해보니…….”
사자묘는 그리 말하고선 자신의 손바닥 위에 주사로 글을 썼다.
’입 구(口)’자 두 자를 연이어 쓰고는 기울였다. 그래도 소제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사자묘는 두 자 사이를 선을 그려 이었다.
“여(呂)? 옳거니! 서쪽의 입 두 개 괴물은 여 씨로다?”
“성상, 영명!”
“서쪽의 여 씨…… 여 씨……. 설마 한관에 주둔하고 있는 여 대장군을 말함인가?”
서쪽의 여 씨 중에 천자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오직 한 사람, 바로 여포뿐이다.
동탁만큼, 아니 동탁보다 더 큰 군세를 이끄는 군웅 여포. 팔관 밖으로는 입김이 닿지 않는 천자보다 더 넓은 땅을 발아래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땅의 백성들이 한목소리로 칭송하는 영웅 중의 영웅이다.
천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여포의 영향력을 모를 리 없었다. 동탁마저도 그를 싸고도는 통에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다. 다만 지금껏 한조를 위해 무수히 많은 적들을 물리쳤으니 소제는 여포가 자신의 신하라 여겼다.
그런데 지금 사자묘의 꿈풀이를 듣고 보니 경계심이 생겼다.
“여포가 용상을 탐하기라도 한단 말이오?”
“소인이 그런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다만 꿈풀이가 그러니 의심을 해 볼 수밖에요.”
“그러면 세 사람의 힘을 쓰는 괴물은 또 무엇이오? 궁 안에는 세 사람이 아니라 수십 인의 용력을 지닌 맹장들이 우림과 호분을 맡고 있소.”
사자묘는 다른 손바닥에 ‘힘 력(力)’자를 품(品) 형으로 썼다.
“여포의 경우에는 성 씨에 입 구(口)가 두 개가 들어갔습니다. 그렇다면 이름 중에 이 글자가 들어가는 자가 바로 만천 선생이 말하는 자일 터. 짐작이 가는 사람이 있으신지요?”
* * *
소제는 고민에 빠졌다.
사자묘의 풀이대로 이름에 ’힘 력(力)‘자가 셋이나 들어가는 자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사자묘는 소제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자 내심 그의 아둔함을 비웃었다.
’이 정도로 떠먹여 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해야 할 것인데…… 멍청한 놈이로다. 참으로 아둔한 놈이로다.’
사자묘는 이미 답을 정해 놓고 말하는 것이니 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제는 그걸 모른다. 게다가 궁 안에 사람들이 어디 하나둘인가? 천자가 그들의 이름을 다 알 리 없는 것이다.
“궁에 어디 사람이 하나 둘이오? 안 되겠소. 상부, 잠시만 기다리시오. 환자호부를 좀 가져와 보라 해야겠소.”
환자호부. 환자는 환관을 말하는 것이니 환자호부는 환관과 그 가솔들의 인명부를 가리키는 것이다.
환관은 후사를 볼 수 없으나 나이가 들면 혼인을 할 수도 있다. 양자를 들일 수도 있으니 어쨌든 그들에게도 족보가 있다는 얘기다.
이들의 이름을 모두 모아 놓은 것이 환자호부이니 이를 살펴본다면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여기는 것이다.
사자묘는 손사래를 치며 소제를 만류했다.
“성상, 설마하니 만천 선생께서 하찮은 환관 따위를 말씀하셨겠습니까? 십상시도 사라진 마당에 어느 환관이 감히 성상께 위협이 될 수 있겠나이까?”
“그렇지, 그렇지. 허면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요? 궁 안에서 짐에게 위협이 되는…….”
소제가 좀처럼 그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자 사자묘는 더는 참지 못하고 답을 내놓았다.
“소인이 감히 짐작해보건대 태제께서 이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태제? 협(協)을 말하는 게요? 아아!”
소제는 무릎을 치며 탄성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이내 소제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하나는 이제 대장군이라 불리게 된 여포. 그리고 또 하나는 자신의 이복동생인 태제 진류왕 협. 사자묘의 말 한마디에 소제는 이 두 사람에게 적개심을 품게 된 것이다.
“감히 짐의 장생불로를 방해하는 고얀 놈들! 상부, 이놈들을 어찌해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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