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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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
당에 대해서는 이야기만 들은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그런 것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다들 신기해하며 와서 구경한다.
탁자 위에 놓인 것은 스무개의 대나무통.
서른상자의 감채로 만들어낸 당의 양 치고는 굉장히 적다.
“그런데 왜 이것 밖에 없냐?”
“빼돌린거 아니니 의심마십쇼.”
“아니 누가 의심했다든?”
그것을 보며 조앙이 떨떠름히 말하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그럼 당을 만드는게…”
“일단 맛보자고.”
내 말을 뚝 자른 하후돈은 단검을 들고 딱딱히 굳은 당을 쓱쓱 긁었다.
당에서 가루가 나온다.
그 가루를 손가락으로 찍은 하후돈은 침을 꿀꺽 삼키고 그것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감회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야… 내가 예전에 먹었던 것…”
“어!? 진짜?”
“우리도 먹어봅시다!”
다들 우루루 달려들자 난 대나무통 하나를 던져주었다.
“옛다. 갈아 먹어라.”
“와~!”
“신난다~”
다들 우루루 모여서 칼로 갈기 시작한다.
진가에서는 귀한 것이 들어와도 어지간하면 나눠먹는다.
오죽했으면 어중간한 관리보다 진가를 지키는 흑귀대가 더 잘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그런 흑귀대들조차도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그런지 다들 조심스럽기 그지 없다.
“야! 조심히 갈아!”
“한조각도 아깝다!”
누가보면 마약하는줄 알겠군.
저들이 당을 갈아서 먹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하후돈에게 물었다.
다른 곳에서 얻은 당을 먹어봤던 사람은 하후돈 뿐이다.
“어떻습니까?”
“맞아. 이게 당이야. 나도 어렸을 때 딱 한번 먹어 본 적이 있었지. 그 맛을 잊을 수 없었는데.”
“후우… 그렇습니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는데.
하후돈이 고개를 끄덕이자 난 겨우 안도했다.
몇번 더 당을 찍어 먹어 본 종요는 떨떠름한 어조로 물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달지는 않군요.”
“일종의 조미료라고 볼 수 있으니까.”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종요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흐음… 이래가지고 제대로 팔릴지가…”
당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끼며 지금까지 남아 있던 저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역 상인들이 가지고 다니는 거랑은 좀 다르네.”
“어? 그래?”
“그렇습니다. 서역상인들은 통에 담아서 액상 형태로 가지고 다녔습니다. 가끔씩 그게 통에 늘어붙거나 흘린다고 투덜거리더군요. 하지만 이렇게 굳어버리니까…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호오. 그래?”
조앙이 흥미를 느끼자 저유는 공손히 답했다.
“그들도 무척이나 귀한 것이라면서 비싸게 팔려고 하더군요. 물론 사먹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런데 어떻게 얻었어?”
“도적놈들을 처치하고 얻었습니다.”
저유는 당을 한번 찍어먹어 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맛보다는 이게 훨씬 낫군요.”
“그렇단 말이지.”
조앙은 당이 들어 있는 대나무통을 들었다.
그것을 이리저리 살펴본 그는 천천히 말했다.
“만약 저유의 말대로라면 서역에 팔아도 크게 이득을 볼 수 있겠는데?”
당연한 이야기다.
이런 식으로 고체화시켜서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은 보관에 엄청나게 유리했다.
통에 담아서 액상의 형태로 취급한다고?
그러다가 땅에 떨어지면?
지금 우리가 만든 당은 대충 굴려도 주워서 먼지만 털면 된다.
하지만 통에 담겨진 것은 잘못하면 흘러버리거나, 아니면 못쓰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었다.
“저유. 서역과의 교역로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나?”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사막을 건너는 일도 많은데다가 우회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또 도적들도 많습니다.”
“평원에 도적들의 수가 줄지 않았나?”
내가 좌풍익에 있을 때 저족들 뿐만 아니라 유목민들을 받아들이면서 꽤 줄었다고 들었는데?
저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긴 한데 또 늘었습니다. 사막은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곳에 있는 이들 중에는 살아남기 위해서 도적질을 하는 이들이 많지요.”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괜찮겠는데… 사막에서 도적질을 할 정도로 강인한 놈들이라면 사막을 건너는 것도 가능할터. 거점을 좌풍익에 두게 한 후 서역으로 오가는 상인들을 호위, 그리고 그들에게 길안내를 부탁한다면…”
조앙은 당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사막의 도적들이라고 하지만 그들과 연계하며 상인들을 보호, 그리고 서역에 안전히 오갈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 그게 낫겠군.”
곰곰히 생각을 하던 조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왕 이렇게 모인거 다 같이 회의 좀 합시다.”
조앙이 사랑방으로 들어간다.
그것을 본 하후돈과 종요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무슨 퇴청하고도 일이야…”
“징그럽구만요.”
그들이 궁시렁거리는 것을 들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가봐야겠지?
난 남은 당을 상자에 넣었다.
“응? 여보. 이건 어떻게 해요?”
아까 갈고 남은 당을 보며 영이가 물었다.
뭔가 이것저것 써보고 싶은 모양인데?
“흠. 그건 우리가 먹자.”
“와. 진짜? 괜찮나요?”
요리를 잘하는 것은 영이 뿐만이 아니다.
희아와 완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이 감탄하며 묻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당을 만드는 것은 진가의 비용이 많이 들어간거니까. 상관없겠지.”
남은 것은 고구려, 그리고 한반도에 있는 나라들과 거래를 할 때 쓰도록 해볼까?
청주에 있는 교역소에 내놔보고 가격을 정확히 측정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내가 상자를 들고 들어가자 조앙은 심각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이 감채는 국가 기밀로 해놓고 절대 다른 곳에서 키우지 못하게 해야겠군.”
“그렇죠.”
귀한 물건이라는 것은 그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늘어난다.
그 가치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라도 함부로 감채를 키우게 할 수는 없었다.
종요와 나, 하후돈은 그 의견에 격렬히 동의했다.
당을 만드는게 귀찮은 작업이기는 하지만 감채만 길러낼 수 있다면 만들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최대한 주의를 하는게 낫다.
“다만 아쉬운게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꿀에 비해서 오히려 단 맛이 적다는 건데.”
“어차피 꿀도 비쌉니다. 그리고 당은 여러 용도로 써먹을 수 있기도 하고.”
“꿀과 당을 비교한다면 신분 높은 이들은 당을 선택할거야.”
“문제는 감채로 만든 당이 너무 적다는건데…”
이유하의 지식에 의하면 사탕무에 비해서 사탕수수가 더 많은 당을 얻을 수 있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사탕수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왜 절 보십니까?”
뭔 일만 생기면 나한테 해결하라고 하네.
기대감을 품은 조앙과 종요, 하후돈의 시선에 난 인상을 쓰고 있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
“뭔가 답이라도?”
“그렇다고 보긴 좀 어렵고. 예전에 천축에 대해서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교주를 흡수하고 일남군을 점령.
그리고 일남군을 항구도시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양 사형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왜 이런 일은 많잖은가.
아직 먼 미래의 일이지만 그것에 대한 장미빛 환상을 가지는 것.
당장 배도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못한 상황이고 교역이 제대로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환상을 가지는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때 양 사형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그가 조사한 천축에 대한 이야기 준 신기한 이야기가 있었다.
“천축에서는 벌이 만들어낸 꿀이 아닌, 갈대를 통해서 꿀을 얻는다고 하더군요.”
“그게 뭔 소리야?”
“그런게 있나?”
조앙과 하후돈은 처음 들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종요는 무언가 떠오른 듯 입술을 우물거렸다.
“저도 예전에 순 승상께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영천의 주사행이라는 이가 있는데 천축 승려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그래서?”
“그는 자신의 스승들에게 배운 지식을 많은 이들에게 퍼트렸습니다. 그 중에 한가지가 바로 천축은 꿀이 흐르는 달콤한 나라. 거리를 돌아다니며 얻은 갈대를 뜯었을 때 그 안에 꿀이 가득 차 있다… 뭐 이런 이야기를.”
“허무맹랑하군.”
하후돈이 떨떠름하 말하자 조앙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럼 혹시!? 감채처럼 그 갈대에서 당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예.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아마 그건 갈대가 아니라 사탕수수일거다.
그런데 사탕수수가 인도에 있던 건가?
“승상과 이야기를 할 때 나중에 서역에 가면 거래를 통해 얻어야 할 것이 바로 그 갈대의 종자, 그리고 향신료의 종자들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이 나라에 가져와서 길러도 잘 자라느냐는건데.”
“그건 그쪽에서 재배법을 배워와야겠지요. 아니면 그곳의 왕조와 협력해서 재배 장인을 모셔오든.”
사탕수수와 사탕무를 통해 당을 만들고.
그리고 영이가 말했던 것처럼 정제법을 더더욱 늘려가면 제대로 된 설탕을 만들 수 있을거다.
“그리고… 제 생각에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유하의 지식에 의하면 중국에서도 사탕수수의 재배가 가능했다.
그렇다면 자리만 잘 잡으면 이곳에서도 사탕수수의 재배를 할 수 있을거다.
“그렇다면 좋군. 하지만…”
“예.”
결국 사탕수수를 얻으려면 익주 점령이 우선이라는 거다.
내가 웃으며 말하자 조앙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일단 감채로 당을 얻어 최대한 팔아넘기는 것이 좋겠군. 하지만 서역의 교역로를 이용하기는 힘드니…”
서역을 통한 교역로를 지금 이용하기는 힘든게 당장 익주쪽의 방해가 있을 수도 있었고.
또 저유의 말대로 사막 인근에 있는 도적들의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목숨 걸고 일하는 것은 우리의 취향이 아니다.
최대한 안정적으로.
그리고 편하게.
그러려면 준비작업이 엄청나게 필요했다.
“도적을 만나느냐, 사막을 건너느냐. 그것에 대해서 떠들 생각은 없고… 결국은 서역을 통하는 길에도 관도 건설이 필수적이라는 거군. 돈 많이 필요하겠는데.”
그래.
결국은 돈이다.
뭐 하나 하려고 하면 돈이 발목을 잡는다.
“일단 산양군과 진가윤에서 재배한 감채로 당을 만들어가며 팔아 자금을 모으는게 좋겠군요.”
“그리고 교주의 물소뿔을 넘기며 혼응토를 얻고?”
“예. 그 먼 거리에 관도를 만들려면 혼응토로 도로를 만들어 놓는 것이 최선이니까.”
혼응토로 길을 만들면 흙길이나 돌길에 비해 수레나 마차의 움직임이 좋아졌다.
상단이 움직일 때는 마차와 우차, 그리고 수레가 반드시 필요했다.
많은 물건들을 운반해야 하는데 인력만 사용할 수는 없잖은가.
물론 들어가는 비용은 장난이 아닐거다.
익주를 잡아내고, 그리고 일년에서 이년 정도 자금과 물자를 모아야 한다.
조앙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몇년 후가 될지, 몇십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상 무역로까지 만들어진다면 살판 나겠군.”
“그러겠지요.”
해상, 그리고 육상.
두개의 교역로를 손에 넣고 교역을 시작하면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러면 준비할 것이 아주 많다.
조앙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관상(官商)을 더 모집해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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