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53
하후패는 비틀거리며 걸어나왔다.
가면을 쓸 생각도 들지 않았다.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그는 생각했다.
‘내가 영웅의 자질이라고…? 그렇기에… 고관의 자리에 올라서는 안된다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인물평이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조조나 하후돈 정도 되는 사람들의 인물평이라면 더욱 그렇다.
수많은 인재들을 등용한 조조다.
그가 발탁한 인재인 순욱부터 시작해서 진유하까지.
모두 대단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재야에 있던 그들의 가능성을 발견해 발탁하여 끌어올린 조조가 내린 인물평을 어찌 무시하겠는가.
하후패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영웅의 상.
영웅의 자질.
그런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난세의 영웅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아버지와 백부들이 세운 나라에 자신 역시 돌 하나를 올리고 싶을 뿐 이었다.
하후패가 부들부들 떨고 있을 때 노랫소리가 들렸다.
“천하의 영웅이 어디메요~ 느긋하게 살아가는 것 또한 또하나의 길이니~!”
취기가 섞인 노랫소리에 하후패는 황급히 가면을 착용했다.
그가 가면을 쓰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큰 덩치를 가진 사내가 창기대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음? 교사원의 요원이 아닌가.”
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하후연이었다.
취기로 벌겋게 얼굴이 물들어 있는 그는 하후패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돌아가라.”
“하지만 정서장군.”
“괜찮으니까.”
창기대는 난감해하다가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떠나갔다.
관청의 마당에 남아 있는 것은 하후연과 하후패 뿐.
하후패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하후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느냐. 그 꼴은 도대체 뭐고.”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무리 취했다 한들 아들놈도 못 알아볼 것 같으냐.”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교사원 요원의 옷을 입었다.
그런데 하후연은 취한 상태로 단박에 자신을 눈치채버렸다.
하후패가 천천히 가면을 벗자 하후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크게 고개를 저었다.
“네가 왜 여기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 꼴이 뭐냐고도 물었다.
“…그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하후패는 처음으로 말문이 막힌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그가 머뭇거리자 하후연은 손을 들었다.
그의 커다란 손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다가오자 하후패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고통은 오지 않았다.
그저 안타깝다는 듯, 슬프다는 듯 얼굴을 쓰다듬는 손길만이 있을 뿐 이었다.
“네가 왜… 왜 여기에 있어. 왜 교사원의 옷을 입고 있어…”
“…아버지.”
“멍청한 놈. 멍청한 놈. 제 잘난 줄 알고 날뛰는 멍청한 자식…”
하후연이 노기 때문인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 하후패는 입술을 깨물었다.
관직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관직에 나가도 한직이나 하찮은 일만을 하게 하고.
그것이 원망스러웠다.
어째서 아버지는 자신이 날개를 펴지 못하게 하는 것인가.
그것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하후연에 대한 분노는 부들부들 떨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을 보자마자 눈녹듯 사라져갔다.
그의 눈에는 오로지 걱정의 감정 밖에 실려 있지 않았다.
“교사원이라니… 하필이면 교사원…”
잔뜩 떨리고 있는 하후연의 목소리에 하후패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내가… 내가 너를 얼마나 지키려고 했는데.”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언제부터냐.”
“…교사원주가 교체되고 얼마 후였습니다.”
하후연도 교사원주가 바뀐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는 조조의 신뢰를 받는 자.
그런 비밀에 접근할 권한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일이 아니라 무시하고 있었는데.
그가 이런 짓을 해버릴 줄이야.
하후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감히 하후가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이것은 하후가와 대립하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아.”
“제가, 제가 나선 것입니다. 제가 교사원에 들어가 요원이 되고 싶다 청했습니다.”
“멍청한 녀석아… 왜 하필이면 교사원이었느냐. 왜…”
“그곳 외에는 갈 곳이… 없었습니다.”
“내가 마련해줬잖느냐. 네가 있어야 할 곳은 내가 마련해주지 않았느냐!”
일부러 하후패가 있을 곳을 마련해주었다.
다른 이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또 그가 재능을 펼치지 못할 곳을 마련해주었다.
그곳에서 버틴다면, 천하가 안정된 이후에 얼마든지 하후가로 들어와 하후형의 비호를 받으며 편안히 살아갈 수 있었을텐데.
왜 굳이 고난의 길을 선택한 것인가.
하후연은 하후패의 팔을 꽉 잡았다.
“그렇게 답답했던 것이냐? 그리도 힘들었던 것이냐? 그정도 참을성도 없었던 것이냐?”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말씀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제게 재능이 있다고, 태상 전하께서 저에게서 영웅의 상을 보았다고. 그리 말씀해주시고 납득시켜주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랬다면… 그랬다면.”
“그것을 말해줬다면… 네가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는 거냐?”
“그건…”
“솔직하게 말해보거라. 너에게 재능이 있고, 자질이 있음을 말해주었더라면. 너는 내 말을 순순히 들었을 것이냐?”
아닐 것이다.
오히려 더욱 날뛰었을 것이다.
조조와 하후돈, 하후연에게 인정받은 자신의 재능을 보이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병사로라도 전장에 참여했을 것이다.
하후패가 고개를 숙이자 하후연은 그의 어깨를 꽉 잡았다.
“네가 교사원 요원이 된 것을 누가 아느냐.”
“…형님도 알고, 진 형님도 알고…”
“하후형 그 머저리가!! 제 동생이 교사원에 들어갔는데도 나에게 일언반구 하지 않았단 말인가!”
“화내지마십시요. 제가 형님들께 부탁드린 것입니다.”
“…하아… 헛똑똑이구나. 헛똑똑이야.”
하후연의 침울한 어조에 하후패는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지조차 못하다니.
그가 아무런 말도 못하자 하후연은 그의 머리를 툭 쳤다.
“돌아가거라.”
“…아버지.”
“돌아가. 네 스스로 사직서를 내고 관직에서 물러나도록 하거라.”
“교사원 요원은…”
“그딴 것은 나도 알아!!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진다! 그러니 돌아가!!”
한번 교사원 요원이 된다면 자기 마음대로 그만둘 수조차 없다.
만약 배신을 생각하거나 그러한 행동을 한다면 그날로 교사원 요원들의 암살이 시작된다.
그것을 하후연이 모를리 없는데도 그는 하후패에게 교사원을 그만두라 말했다.
“원주께는 내가 말하겠다. 그러니 돌아가라.”
“그럴 수… 없습니다.”
“네놈이 정녕!”
“지금 맡은 일이 있습니다. 그것을 해결하면…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지금 하후패는 함부로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보연사의 보호와 진가윤을 지키는 일 때문이었다.
노기에 가득한 하후연을 마주하며 하후패는 천천히 말했다.
“지금 진가윤을 지키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진가윤의 연구소를 호위하며 그곳에 들어오는 첩자들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 대체자를 구할 때까지만이라도…”
“진가윤? 유하가 너에게 그 자리를 준 것이냐?”
“그렇습니다.”
“…설마 유하 그놈이 너에게 교사원 요원직을 권한 것은 아니겠지?”
“그렇지 않습니다. 교사원의 요원이 된 것은 제 뜻이었습니다.”
하후패가 황급히 말하자 하후연은 얼굴을 감싸쥐었다.
어쩔 줄 몰라하던 하후패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죄송합니다…”
“…형님은 알고 계시냐?”
“…예.”
부자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속이 복잡한 하후연이었다.
어떻게든 하후패를 보호하고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것에 그는 절망감을 느꼈다.
“차라리 쥐고 있을 것을… 내 밑에 둘 것을…”
“죄송합니다.”
“…되었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 진가윤으로 돌아가라. 진가윤의 연구소를 지킨 후, 모든 일이 끝나면 교사원에서 나오도록 해라.”
“…예.”
시무룩해진 하후패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하후연은 털썩 계단에 앉았다.
어쩔 줄 몰라하던 하후패가 입술을 깨물자 하후연은 자신의 옆자리를 툭 쳤다.
“앉아보거라.”
그의 말에 하후패는 계단에 앉았다.
늘 자신에게 차갑기만 하던 하후연이었다.
그런 하후연의 부드러운 어조에 하후패는 조심스레 옆에 앉았다.
하후연은 작게 한숨을 쉬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게 힘들었니? 그렇게 괴로웠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그를 향해 하후연은 작게 말했다.
“나는… 우리는 그저 너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
“정말 저에게 영웅의 자질이 있는 겁니까?”
“글쎄. 나는 모르겠구나. 하지만 아비란 그런 것이다.”
“…예?”
하후패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하후연은 그를 보지도 않은 채 멍하니 말했다.
“어떤 아비도 똑같을 것이다. 자신의 자식이 장래에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호하려 한다. 그것이 바로 아비란다. 너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자식이 태어난다면. 그리고 나와 같은 상황에 빠진다면… 분명 나와 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
하후연은 마지막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려고 했을 때 강한 외침이 들렸다.
“정서장군!! 큰일입니다!”
하후패는 황급히 가면을 착용했다.
그가 일어나 자세를 바로하자 하후연은 달려 온 이를 보았다.
창기대원 중 하나다.
“무슨 일이냐.”
“양평관에서 왕 장군의 행군사마가 찾아왔습니다!”
“뭐? 그가 갑자기 왜?”
“그게…”
“가보자.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네. 자네는 가서 쉬도록 하게나. 그리고 바로 산양군으로 돌아가고.”
하후연이 냉정히 말한 후 창기대원과 함께 가버린다.
그가 멀어지자 하후패는 주먹을 꽉 쥐었다.
회의실에 도착한 하후연을 향해 하후돈은 인상을 썼다.
술냄새가 풀풀 풍기는 것 때문이다.
하후연이 머쓱해하자 하후돈은 장기에게 말했다.
“그래… 양평관의 공략은 끝났고 이제 검각만 남았다고?”
“그렇습니다. 거기장군.”
“그렇군… 그럼 한중 공략에 대한 명령이 떨어진 것인가?”
장기는 고개를 끄덕인 후 품에서 명령서를 들어 하후돈에게 주었다.
위왕의 직인이 찍힌 명령서다.
그것을 펼쳐 읽어 본 하후돈은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거기장군과 정서장군, 그리고 파장군이 힘을 합쳐 한중을 공략하라… 주공은 왕릉이 맡을 건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왕 장군도 거기장군께 양해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위치를 생각한다면 양평관 공략에 참가했던 왕릉이 한중을 치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다른 것이었다.
“우리가 한중을 빠르게 제압한 후 가맹관 공략에 참가해야 할 것 같군.”
“그렇습니다. 왕 장군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삼만의 병력, 그리고 새로운 투석기와 충차, 정란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후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군.”
양평관을 공략한 왕릉은 서쪽에서 한중을 공격한다.
그렇다면 상용에 있는 자신들은 한중의 동쪽을 공략해야 했다.
장기는 지도를 가리켰다.
“장군들께서는 요지인 정군산을 차지하고 그곳에 진지를 건설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한중의 움직임을 견제하고 적을 끌어들이는 사이 왕 장군이 한중을 공략하겠다… 이것이 왕 장군의 작전입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에요!
드디어 한중 전투…
과연 하후가의 운명은!?
으… 비와서 그런지 몸이 너무 안좋네요 언능 대댓글 쓰고 자야할듯..
그럼 대댓글 갑니당!
chjh881121 // 진짜 마막만 아니었어도 똥망… 아니 그냥 유선이 죽일놈이 맞네요 막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는데ㅠㅠ
LimitZero // 보통 놈들이 아니죠 ㅋㅋㅋ
마법날개 // 으잌ㅋㅋ 예리한 지적이라 회피를 했거늘ㅋㅋㅋ 뭐 얼추 비슷하긴 합니다만 진유하 성격이 쓸데없는 고문은 별로 안좋아합니다. 그냥 깔끔하게 죽이는거 좋아하지 ㅋㅋㅋ
히히 치질은… 요새 기미가ㅠㅠ
타루티어루 // 유하 : 삼년은 너무 짧소, 오년으로 합시다.
F2CTION // 한중전투 끝나면 남만전 쓸 생각입니당… 그때 써야 하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ㅎ
자유의노래 // 저게 바로 트레뷰셋입니다! 위국의 기술력은 천하제이이일!
Guaaaaak // 산이 있기에 산을 오르는 상남자 등애… ㄷ
히히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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