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54
정군산.
과거 상용으로 올 때 진유하가 언급했던 산이었다.
산세가 험하지만 한중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해야 하는 산이다.
그곳을 점령하는 것으로 한중과 그 일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용이하다.
상용에서 한중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 정군산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린다.
“왜 그런 표정이냐?”
“예? 아니…”
하후돈의 질문에 하후연은 머뭇거렸다.
이것을 말해야 하는 것일까?
하필이면 정군산이라니.
하후연 답지 않은 망설임에 하후돈은 웃었다.
“겁이라도 나는 것이냐?”
“그런 것은 아니고. 형님.”
“말해보거라.”
“조카사위가 일전 내게 해준 말이 있소.”
“허허. 우리 천신장 조카사위가 무슨 말을…”
“나에게 정군산을 조심하라고 말했소.”
“…응?”
하후연의 진지한 어조에 하후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무슨 소린가.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묻자 하후연은 천천히 말했다.
“정군산을 조심하라고.”
“그게 다야?”
“그렇수.”
하후돈은 입을 다물고 신음했다.
가끔씩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조조와 진유하의 관계였다.
하후돈은 하후연과 함께 조조가 처음 거병할 때부터 함께했었다.
그렇기에 진유하와 조조의 관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처음 그와 맹덕이 연을 맺었던 것은… 그때부터였지.’
온현에서 사기를 치는 무당과 관리들을 강에다 던져버리고 인신공양의 제(祭)를 한번에 없애버린 그다.
어린 나이에 그런 짓을 함으로써 사마방과 연계하고 있던 조조를 돕고, 또 그를 통해서 조조가 연주목의 자리에 오를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단순한 소년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배짱과 통솔력에 조조는 그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일개 작은 현에서 막대한 생산량을 얻게 한 이유가 바로 진유하의 새로운 농법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쓰고 있던 방법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시행함으로써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일개 현에서 하나의 군이 배부르게 먹을 만한 식량을 생산한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을 어린 나이에 아무렇지 않게 해버린 것이 바로 진유하다.
그 이후로도 진유하는 많은 것을 만들어내 연주의 재정을 높여나갔다.
‘그는… 알 수 없는 자다.’
조조도, 하후돈도.
순수하게 그의 재능만 놓고 본다면 다른 명가의 자제와 비슷하거나, 아니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다르게 진유하는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며 업적을 다져갔다.
임시 서주목, 진동장군, 정북장군.
그리고 시중의 자리를 거쳐가면서도 그는 결코 조조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어린 아이다.
비록 수경원을 졸업했다지만 그가 가진 재능 이상으로 그는 많은 성공을 거뒀다.
그가 데려 온 자들은 모두 뛰어난 인재였고 그와 손을 잡은 이들은 기본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생각했었다.
‘진유하는 천기를 읽을 수 있다고.’
그런 진유하가 말한 것이다.
정군산을 조심하라는 말.
결코 허투르 넘길 수는 없었다.
“다른 말은 없었냐?”
“음… 예. 제가 정서장군이 되고 상용으로 떠날 때 했던 말인지라. 사실 지금까지 잊고 있었습니다.”
“…상용에 머무르는 이상, 그리고 한중을 노리는 이상 언젠가는 정군산을 공략해야 했다. 하지만 그 녀석이 생각없이 그런 말을 했을리 없다.”
만약 멀리 떠나는 이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그런 조언을 할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한중을 조심하라거나, 아니면 적장을 조심하라거나.
그것도 아니면 병이나 사고를 조심하라고 했겠지.
콕 집어서 정군산을 조심하라는 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하후돈이 심각해지자 하후연은 애써 웃었다.
“설마 별 일이야 있겠습니까. 그저 걱정이 되어 한 말이겠지요.”
“그랬으면 좋으련만… 조카사위는 지금 어디에 있지?”
“형주목과 함께 영안성을 공략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여기서 전서구를 쓸 수는 없고. 여봐라!”
“예.”
“지금 당장 영안에 있는 승상부주에게 전해라. 우리가 정군산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니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 물어보도록.”
“예?”
“말귀를 못알아 들은것이냐?”
“아, 아닙니다.”
형주를 통해 빙 돌아 간다면 한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현재 위치에서 며칠동안 산을 타고 쭉 남하하면 영안에 도착한다.
물론 위험하지만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니 그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전령이 짐을 꾸리고 길에서 이탈하자 하후연은 웃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요. 형님.”
“글쎄…”
하찮은 도사 나부랭이가 떠든 말이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진유하의 말이다.
어찌 넘기겠는가.
하후돈의 표정에 하후연은 애써 웃었다.
“너무 그리 생각치 말고 작전이나 생각해봅시다.”
“음. 그래야겠군.”
이제와서 진유하에게 물어봤자 작전 일자에 맞지 않았다.
하후돈은 심각한 표정으로 지도를 펼쳤다.
정군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두곳이 있었다.
그 두곳을 공략해야 정군산을 압박할 수 있다.
“곽 군사. 어찌 생각하나?”
“음…”
곽혁은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현재 출정한 군은 합쳐서 사만.
하후돈과 하후연이 각 이만씩 이끈다는 가정을 한다면 군을 둘로 나눠야 했다.
“일각로에는 거기장군께서 진영을 구축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와 정서장군은 잔열로를 통해서 정군산을 공격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겠나?”
“그곳에 녹각을 설치한 후 적을 압박하면 됩니다. 현재 정군산에 진영을 꾸리고 있는 것은 황충이라는 장수로 예전 유표의 밑에 있던 이였습니다.”
“황충?”
유표 공략전에 참가했던 하후돈이다.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황충이라면 한때 유표의 맹장 중 하나였잖은가.”
“그렇긴 합니다만 그는 노병이니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오늘 내일 하는 노인 따위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나이로 적을 무시하지 말거라.”
“황충은 항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형주 인근에서의 방어전에만 힘을 썼습니다. 또한 과거 법정의 북진에서 노환 때문에 한중으로 빠지고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곽혁의 보고를 곽회가 보완했다.
그들의 말에 하후돈은 곰곰히 생각했다.
과연 황충이 어느정도 되는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었다.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다고 적을 과대평과 할 이유는 없다 생각합니다.”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하후돈의 질문에 곽회는 입술을 깨물었다.
엄안이라면 알겠지만 황충에 대해서는 곽회도 이렇다 할 평가를 할 수 없었다.
“주의는 할 필요가 있겠군요.”
“그렇겠지. 과거 승상부주 역시 황충과 싸워 본 적이 있었다네. 그때 그가 이끌던 궁병들이 아주 강하다고 했으니…”
“그럼 어찌합니까?”
곽혁의 질문에 하후돈은 지도를 계속 내려다보았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었다.
한중 일대에서 전투는 꽤 많이 있었지만 정군산까지 들어 간 적은 없었다.
지형이야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지에 대한 판단은 함부로 내리기 어려웠다.
“정서장군이 일각로를 지키게 하고 내가 공격을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군.”
“예? 하지만.”
하후돈은 지장이다.
무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특출난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에 그는 벌써 예순이 넘은 나이.
늘 자신은 젊다고 하지만 그가 가끔씩 골골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 곽회로서는 찬성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전투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니까 걱정말게. 자네들이 해주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하세.”
아무래도 진유하의 말이 거슬린다.
하후연은 맹장이고 나이에 비해서 힘도 강하다.
젊은 이들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힘과 실력을 갖췄다.
하지만 그는 저돌적인 면모가 강해 적의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후돈은 불편해하는 동생에게 말했다.
“곽 군사의 말을 잘 듣도록 해라.”
“음… 정말 괜찮겠수?”
“괜찮겠지.”
어쩌면 진유하는 하후연의 이런 성격을 생각하며 그런 조언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후돈은 불안감에 빠진 채 군의를 마쳤다.
.
.
.
상용에서 떠난 하후패는 힘없이 허창으로 향했다.
허창에서 보급을 마친 후 산양군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그리 생각하며 허창에 들어간 그는 곧장 관청으로 향했다.
연주목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보낸 서찰과 물품의 전달에 대한 보고를 위해서 관청에 들어간 하후패는 정무를 보고 있는 연주목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신 교사원 부조장. 임무를 완료하고 복귀하였습니다.”
“그래? 수고했네. 이제 산양군으로 돌아가려는 건가?”
연주목 서복은 웃으며 하후패를 맞이했다.
그의 미소에 하후패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뭔가 힘이 없어보이는군. 무슨 일이라도 있는겐가.”
서복에게 있어서 진궁은 아버지와 같은 분이다.
그리고 진가는 자신의 친가와도 같은 곳.
노쇠하신 어머니만 있는 서복으로서는 사부인 사마휘 이상으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것이 바로 진궁이었다.
그곳을 지키는 하후패이니 살가울 수 밖에 없다.
서복의 질문에 하후패는 망설였다.
“잠시 이야기나 하지.”
하후패를 데리고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 온 서복은 그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망설이는 그를 향해 서복은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가?”
“…그게…”
하후패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복은 턱을 매만졌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가 사형이라면 충분히 그럴 사람 같기는 하다만.’
가후가 교사원의 원주가 되었다는 것은 이미 진유하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그는 살갑게 대하지만 위험한 자라면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냉철한 판단력을 가졌다.
그렇기에 조조가 인재라 판단한 하후패를 옆에 두고 감시하며 위기시 바로 제거할지도 몰랐다.
‘문제가 생기겠군. 나중에 어르신과 한번 상의해봐야겠네.’
가후는 자신과 방통, 유하가 설득하면 된다.
그리고 하후가에서 가후를 견제하는 문제는 진궁과 조조에게 부탁하면 될 것이다.
곰곰히 생각을 한 서복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걱정말게나. 나도 힘을 써볼테니까.”
“연주목께서? 어째서…”
“자네가 일하고 있는 곳은 어쩌면 내 친가와도 같은 곳이야. 그곳에서 일하는 이를 위해 내 한마디 못해주겠는가. 또한 하후가는 유하와 오랫동안 연을 맺은 곳. 유하는 내 형제와 같은 이이니 남이라 할 수 없지.”
‘그리고 가 사형의 문제도 있고.’
“감사합니다. 연주목…”
“뭘 감사까지야. 그보다 거기장군께서는 건강하신가보지?”
“예. 제가 나올 때 쯤 출정을 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서복은 움찔하며 하후패를 보았다.
하후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듣지 못하셨습니까?”
“듣지 못했다.”
“그게…”
그때 문이 열렸다.
허창의 도위가 서찰을 가지고 오자 서복은 서찰을 펼쳐 본 후 입술을 깨물었다.
‘하필이면 정서장군이!?’
“왜… 그러십니까?”
“미안하지만 자네는 복귀를 좀 미뤄줘야겠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저 기우에 불과했으면 좋겠지만… 거기장군과 정서장군이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바로 출정할테니 기다리고 있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