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83
“작전개요라. 한번 말해봐.”
“일성벽을 넘는 것은 공성장비를 제대로 쓸 수 있지만 나머지 성벽은 공성장비의 활용이 극도로 제한됩니다. 그러니 병사들에게 죽음을 각오한 전투를 할 것이라 알리고 지원자를 우선으로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게 답니다.”
“…야.”
사마의의 설명에 조앙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무슨 작전인가.
하지만 학소는 뭔가 생각이 있는 듯 싶었다.
“다른 성문은 상자노로 부술 수는 없는 겁니까?”
“상자노를 이동시키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적들 역시 투석을 쓸 수 있다는 문제가 있어. 물론 나도 나름대로 준비를 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다.”
저 사마의가 자신없다고 할 정도라니.
다들 입을 다물었다.
무거운 침묵이 막사 안을 감싼다.
그 침묵을 깬 것은 다름아닌 조조의 호위인 전위였다.
“그럼 무관들은 어찌 합니까?”
“병사 뿐만 아니라 장군들 역시 회전을 한다. 첫번째 성문의 공략은 장 교위, 그리고 양주목이 주공이 되어 출진한다.”
두번째, 세번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공략하기 쉬운 첫번째 성문이다.
일단 정란을 쓸 수 있다.
거기에 외부에서 투석기를 이용한 지원이 가능했다.
장료와 마초라면 어렵지 않게 공략이 가능할 것이다.
“지원으로는 왕기가 나설 것이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럼 두번째와 세번째는?”
“두번째는 나, 학소, 그리고 장합이 나간다.”
“경조윤께서 직접? 괜찮으시겠습니까?”
사마의가 직접 출진한다는 말에 다들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조앙만큼은 아니지만 사마의 역시 중요한 인물이다.
그런 이가 이런 위험한 전장에 나선다니 장군들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걱정어린 시선을 무덤덤히 받으며 사마의는 천천히 말했다.
“전하. 괜찮겠습니까?”
“저 놈이 어디가서 쉽게 죽을 놈은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나름 확신이 있으니까 나선 것이겠지. 그렇지?”
조앙이 시큰둥히 묻자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검각 인근의 검문현에 순선과 연구소의 기술자들이 남아 있다. 그들에게 시킨 일이 있으니 두번째 성벽까지는 문제가 없어.”
“시키신 일? 그게 뭡니까?”
장료의 질문에 사마의가 대답하려고 할 때 막사의 문이 열렸다.
순욱의 아들이며 진유하의 사위인 순선이었다.
진가윤 연구소의 소장인 그가 들어오자 장합은 살짝 목례했다.
“장 교위께서?”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하하… 그나마 잘 아는 분을 만나서 다행이군요.”
순선이 싱글벙글 웃자 조앙은 인상을 썼다.
“야. 나도 잘 알잖아. 그런데 왜 온 거냐?”
“경조윤이 말씀하셨던 것을 전부 만들었습니다.”
도대체 뭘 시킨 것일까?
다들 궁금해하자 사마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져왔나?”
“예. 그… 일단 만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비용도 그렇고…”
“비용은 신경쓰지 말고. 애초에 그 대형 투석기를 만든 것 부터가…”
사마의가 힐끔 바라보자 조앙은 헤죽 웃었다.
그를 향해 인상을 쓴 사마의가 다시 바라보자 순선은 떨떠름히 답했다.
“다행히 검문현의 대장시설이 괜찮아서 원하시는 수준으로는 만들 수는 있었습니다만.”
“그럼 다행이군.”
“하지만 막을 수 있는 것은 노, 소형 투석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잠깐! 너희들끼리만 얘기하지 말고 좀 말해봐. 뭘 만든 건데?”
조앙이 다른 이들의 호기심을 대변하여 물었다.
순선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볼을 살짝 긁적거리며 뭐라 답해야 할까 고민하던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경조윤께서 지시하신 것은 보호장비입니다.”
“보호장비? 보호장비는 많이 있는데?”
책사를 보호하기 위한 장비는 얼마든지 있다.
조앙이 의아해하자 순선은 웃으며 답했다.
“조금 다른 장비입니다. 보시겠습니까?”
순선의 말에 따라 다들 막사 바깥으로 나왔다.
이미 밖에는 병사들이 꽤나 있었다.
“…이게 뭐야?”
순선이 가져 온 장비를 본 조앙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를 향해 웃으며 순선은 천천히 말했다.
“철갑차(裝甲車) 입니다.”
“…철갑차?”
나무판 위에 철판을 덧대고 사이를 혼응토로 메웠다.
거기에 무게를 보완하기 내부에는 철로 만들어진 기둥들이 세워져 있었다.
일반 수레와 다르게 바퀴가 무려 여덟개나 달려 이동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인력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바퀴 옆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고 그 위에는 상자노가 놓여져 있었다.
멍청히 서서 그것을 지켜보던 조앙은 사마의를 휙 돌아보았다.
“그동안 검문현에 왔다갔다 했던 것이 저거 만들려고 한 것인가?”
“예.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리저리 철갑차의 내부를 살피던 조앙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거야말로 돈 지랄 아닌가?”
사마의는 순선을 보았고 순선은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비용을 따진다면 대형 투석기보다 더 들어갔습니다만…”
통짜 철을 저렇게 많이 썼는데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마의는 말이 없었고 조앙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어쩌려고 그래? 승상부주가 알면 난리를 치겠군. 핫하! 함께 혼나면 되겠구만.”
“혼자 혼나십시요. 전쟁이 끝나면 녹여서 재활용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저 철도 검각에 있던 것을 사용한 것이고. 실질적인 비용은 제작비용 밖에 들지 않았을테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그, 그래?”
“예. 물론 제작비용도 적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대형 투석기보다는… 대형 투석기를 더 쓸 수 있나 확인해봤지만 너무 많은 무리 때문에 나무들을 모두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길.”
조앙이 아쉬워하자 사마의는 다시 내부를 확인했다.
자신이 요구한 수준으로 적당히 만들어졌다.
사마의는 한쪽 부분을 툭 쳤다.
“상자노는 여기서 발사할 수 있는 건가?”
“예. 다만 내구도의 문제가…”
“얼마나 되지?”
“세번에서 네번정도 쏘면 더 이상 쏠 수 없을 겁니다. 기존의 상자노보다 내구력이 더 떨어지지요.”
“왜?”
“철판을 덧대는 과정에서 보호축이 문제입니다. 네번 이상 쏘고 나니 연결된 철기둥이 무너져 철갑차의 원형이 유지되지 못하더군요.”
“세, 네번이라… 그정도면 되려나. 철기둥을 더 강하게 만들 수는 없었나?”
“여기서는 한계입니다.”
신철을 제련할 수 있는 대장간이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이곳의 대장간으로는 무리다.
사마의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동안 학소는 감탄했다.
“그동안 가맹관을 공략하실 준비를 하셨던 겁니까?”
“그렇지. 탱자탱자 놀 여유 따위는 없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해둬야 했다.”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자 사마의는 대수롭지 않다는 어조로 말했다.
“두번째 성문은 철갑차를 이용해서 내가 부순다.”
“그럼 세번째 성문은?”
사마의는 가지고 나온 지도를 보여주었다.
세번째 성문은 더 난감했다.
일부러 땅을 파 지형을 낮춰 놓은 곳이다.
“여기만큼은 답이 없어. 두번째 성벽을 제압하면 그곳에 강노병 전원이 올라가고, 그곳을 통해서 견제를 하는 사이 사다리, 그리고 밧줄을 거는 수 밖에. 그리고 그건…”
사마의는 장료를 보았다.
“해줄 수 있나?”
“어이. 잠깐만.”
투석기나 정란의 보호 없이 성벽을 오르라는 이야기다.
아무리 장료라고 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 성벽은 익주군에게도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익주의 노장인 엄안과 뛰어난 장수인 장임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불가능하다면 말해라.”
사마의의 질문에 장료는 작게 웃었다.
“불가능? 그런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좋아. 첫번째 전투를 끝내면 우리가 두번째 성문을 뚫을 때까지 최대한 체력을 보존하도록.”
“예.”
장료나 사마의나.
둘 모두 담담하기 그지 없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자신의 막사에서 쉬고 있던 사마의는 조앙이 찾아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법은 그것 밖에 없는 건가?”
“장료가 성벽 위를 공성장비 없기 공략하는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예.”
“공성장비를 넣을 수는 없을까?”
“가맹관의 도면을 보셨습니까?”
봤다.
봤으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성벽을 쉽게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장비는 정란이다.
하지만 두번째 성벽을 지나면 가파른 내리막길이라 정란이 통과할 수 없었다.
“너라면 뭔가 생각해둔 것이 있을텐데?”
사마의는 힐끔 그를 올려다 본 후 붓을 내려 놓았다.
“생각해 둔 방법이 몇가지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
조앙이 반색했지만 사마의의 표정은 여전히 냉담하기 그지 없었다.
“문제는 그들의 투석입니다.”
근처에 사는 백성들에게 물어 가맹관에 대해 물어 봤을 때 모두 놀랬다.
가맹관이 익주로 들어오는 최후의 관문이라는 이유를 똑똑히 알았기 때문이었다.
세번째 성벽에 있는 소형 투석기는 대부분 두번째 성벽 성문 입구에 고정되어 있다.
즉 마음만 먹는다면 여섯대의 투석기가 동시에 성문을 통과하는 아군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성벽을 차지한 저격병들이 저격을 하는 것이라면?”
“물론 그것 역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어쨌든 공성장비를 최대한 쓸 수 있는 것이 좋으니까.”
“어차피 상자노와 충차를 넣을 생각이면 성벽 공략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저도 그리 생각은 해봤지만… 불가능합니다.”
“어째서?”
“두번째 성벽을 뚫는 것과는 다릅니다. 두번째 성벽에는 옹성이 없지만 세번째 성벽에는 옹성이 있습니다. 그 옹성을 통과하려면 성벽의 공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으으음…”
결국 누군가는 성벽을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조앙은 신음했고 사마의는 한숨을 쉬었다.
“가맹관 공략에 대한 세부 전략은 짜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기다려주십시요.”
“내가 도울 것은 없나?”
“사고나 치지 마십시요.”
피식 웃은 사마의가 농담을 건네자 조앙은 얼떨떨한 표정이 되었다.
그 얼굴에 사마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솔직히 조금 놀랍네. 꽤나 암울한 상황인데도 자네는 여유가 있어보이는 것 같아서.”
사마의는 이번 전쟁의 주공과 더불어 총군사의 자리까지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양평관, 검각 공략에서 단 한번도 긴장하거나 불가능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냉정하게 작전을 짜고 공략을 할 뿐.
그의 침착함에 조앙이 신기해하자 사마의는 작게 웃었다.
“하하… 이번 전쟁에 들어간 비용이 얼만지 아십니까?”
“대충 위국 운영비의 사년치 정도라고 들었는데.”
“그정도 됩니다. 전하께서도 전장에 나가보셨으니 아시겠지요.”
“뭘?”
“저희가 아주 편하게 전쟁을 치루고 있다는 것을.”
“그야… 그렇지.”
“어떻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물자가 많기 때문에?”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병사들의 사기, 장군의 통솔력도 중요하지만 그 기본은 물자의 보급에 있었다.
전쟁은 사람이 하는 것.
먹지 않으면 싸울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물자가 부족한 적이 없었다.
비록 찬이 적을지언정 전쟁터에서 꼬박꼬박 세끼를 챙겨먹고, 또 여유가 있을 때는 사냥을 한 고기를 먹거나 가끔씩 술도 마셨다.
이런 전쟁을 어디서 하겠는가.
심지어 원정에서.
조앙의 대답에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물자가 많기 때문이지요. 이 많은 물자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위국의 정치가들은, 그리고 백성들은 피를 토해가며 일을 했습니다.”
“그건 나도 알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들 옆에서 일한 조앙이니까.
사마의는 지휘봉을 꽉 잡았다.
“그들이 죽을 고생을 해서 만들어 준 물자를 펑펑 쓰고 있는데. 제가 여기서 힘들다, 괴롭다 징징거릴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마의는 지휘봉을 탁자에 쿵 찍었다.
“군사인 저는 어떻게든 승리할 수를 만들 뿐. 그것에 괴로워하고 막힐 이유는 없습니다.”
그 대답에 조앙은 웃었다.
아주 만족스럽게, 아주 기쁘다는 듯 활짝 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으로 난 너를 아직도 좋아하지 못하겠다.”
“그러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의 방식. 아주 마음에 들어. 좋아. 사마 중달.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수. 모든 방법을 동원해라. 그 책임은 내가 질테니.”
자랑스럽게 말하는 조앙을 향해 사마의는 한차례 웃었다.
“이미 그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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