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84
가맹관 공략의 날이 밝았다.
첫번째 성벽을 앞에 둔 사마의는 망원경으로 성벽 위를 살폈다.
“으음…”
성벽 위에는 화살을 든 병사들이 많았다.
아예 대놓고 방어만 하겠다는 듯 성문 밖에는 요격을 나오는 이들조차 없었다.
“모든 병력을 방어로 돌려놨군. 차라리 잘 됐어.”
가맹관을 둘러싸고 있는 산을 힐끔 본 사마의는 정찰을 다녀온 이들의 보고를 받았다.
산을 통해 가맹관을 우회하려고 해보았지만 절벽이 많고 산세가 험한지라 대군이 움직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보고까지 받았다.
우회로를 찾으며 이잡듯이 산을 뒤져 매복한 적 부대가 있는지도 알아보았지만 다행히 그런 부대는 없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우울하구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었지만 사마의도 긴장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양평관, 검각을 뚫었다고 하더라도 가맹관을 뚫지 못하면 익주 공략은 실패라고 볼 수 있었다.
마지막.
가장 두꺼운 벽.
그것을 노려야 하는 입장이니만큼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그것을 내색할 수 없었다.
총대장이라는 위치는, 군사라는 위치는 그런 것이다.
힘들어도 참아야 하고 괴로워도 여유를 가장해야 한다.
아무리 조앙이 있다고 하지만 그는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는 참군에 불과했다.
그런 이상 자신이 모두의 기둥이나 다름없다.
이끄는 자로서 결코 흔들려서는 안된다.
가맹관을 무섭게 노려보던 사마의는 냉정히 말했다.
“전투 준비.”
정란, 투석기. 그리고 상자노와 충차가 자리잡는다.
병기들이 나오는 것을 본 익주병들 역시 활과 노를 들었다.
첩자들과 주변 백성들의 보고에 의하면 첫번째 성벽에는 투석기가 네대가 있다.
즉 그 투석기에서 투석이 쏘아진다면 공성장비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었다.
정란 위에는 이미 강노를 든 숙련된 저격병들이 다수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이라면 투석기를 쓰는 적병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봤자 얼마 되지 않겠지만…’
“전하. 한마디 하시겠습니까?”
“하하… 내가 선언을 할 때는 성도 공략을 할 때 뿐. 그때까지는 자네가 하게. 사실 성도 공략때도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때는 하셔야지요.”
이 전쟁이 누구를 위한 전쟁인데.
조앙은 대답 대신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이 꼴보기가 싫다.
조앙이 자신을 꺼려하는 것처럼 사마의 역시 조앙을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왕으로서는, 주군으로서는 합격점 이상이다.’
조앙은 언제나 여유를 보인다.
조조에 버금가는 뛰어난 심계를 보유하고 있지만 언제나 푼수처럼 허허 웃으며 사람들의 호응을 산다.
허접하고, 한심한 것을 가장하며 신하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준다.
그런 이라면 군주로서는 최상의 재능을 가진 것이다.
“개전의 북을 울려라.”
‘뛰어난 주군 밑에는 뛰어난 신하가 있을 수 밖에 없지. 익주전은 당신을 위한 전투요. 조앙. 최선을 다해보리다.’
개전의 북소리가 울려퍼지자 조앙은 안전한 후방으로 걸어갔다.
그가 전위와 호표기의 보호를 받는 것을 확인했을 때 궁기병들이 움직였다.
그들이 나서며 정란과 충차가 움직인다.
바퀴가 달린 투석기 역시 앞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적 투석기가 움직인다.”
사마의가 앉아 있는 단상도 서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지휘를 위한 깃발들이 많이 꽂혀 있는 단상 위에서 망원경으로 적의 동태를 살핀다.
공성장비를 견제하기 위한 투석기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한 사마의가 깃발을 들어 올리자 깃발병이 깃발을 흔든다.
뿔피리가 울리고 정란에 타고 있던 저격병들이 움직이는 투석기를 향해 강노를 쏘았다.
일반 노나 활에 비에 훨씬 긴 사정거리를 가진 강노가 그들을 맞췄다.
하지만 두대의 투석기에서는 결국 투석이 발사되었다.
“첫발에 맞추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
날아온 투석은 정란이나 충차에서 꽤나 거리가 벌어진 곳에 떨어졌다.
하지만 병사들이 있는 곳.
바위에 맞은 이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터트린다.
하지만 위군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빠르게 움직일 뿐.
이것이 무서운 것이다.
동료의 죽음에도 전진을 한다는 것.
이런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 위국은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그 노력의 결과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기억하라! 너희의 죽음은 너희의 가족을 살릴 수 있다! 두려워마라!! 전진하라!! 승리를 쟁취하라!!”
확성기에 대고 사마의가 강력하게 외쳤다.
그 외침에 사기가 다시 올라가고 움직이는 투석기에 다시 강노의 화살이 쏟아부어진다.
그렇게 몇차례 공방이 이어졌을 때 사마의는 씩 웃었다.
‘운이 좋군. 한방도 맞지 않다니.’
투석기는 명중률이 크게 떨어진다.
바람이나 온도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투석기를 당기는 사람에 따라 투석기의 착탄지점은 차이가 난다.
그것을 계산하며 투석이 발사되어야 하기에 대부분 투석기는 수십발을 쏴가며 정확한 탄착군을 만드는 것이다.
즉 성벽 위에서 죽어라 투석을 날려봤자 탄착군이 변경되는 만큼 운만 좋으면 이동하는 동안 공성장비들은 한대도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첫 전투때 한대 정도는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야말로 운이 좋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다음 성벽들에서도 이렇게 운이 좋았다면 좋을 것을.’
“투석기를 설치하라!!”
이동형 투석기가 멈춘다.
숙련된 병사들이 투석기에 연결된 쐐기를 땅에 박아 놓았고 함께 딸려 온 바위를 올렸다.
“쏴라!!”
위국의 투석기에서 바위가 쏘아져 날아갔다.
단 일격에 날아간 바위가 성벽을 때린다.
성벽 위쪽에 맞추지는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꽤나 위협을 가할 수 있었다.
사마의는 빙긋 웃었다.
‘순선에게 가르쳐주기를 잘했군.’
사마가의 비고에 있는 서역의 기술 중 하나.
산술학을 통해서 투석기의 탄착군 형성에 대한 계산법이다.
검각을 점령한 이후 그것을 적용한 조준기에 대해 순선에게 가르쳐주었는데 며칠만에 이해를 하고 그것을 뚝딱 투석기에 설치해버렸다.
조준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탄착군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첫발만으로 성벽을 맞추다니.
사마의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조카사위. 훌륭하구만.’
순가의 피를 이어받은 놈이 결코 멍청이일리 없다.
사마의는 순선의 재능에 속으로 탄성을 터트리며 가맹관의 첫번째 벽을 노려보았다.
“자… 이제 움직일 차례인가.”
성문이 열릴까?
자리를 잡은 네대의 이동형 투석기가 다시 투석을 쏘아가며 탄착군을 만들어간다.
그것을 지켜보던 사마의는 성문이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며 이를 갈았다.
‘같잖은 놈들.’
첫번째 성벽은 버릴 각오를 한 것인가?
성벽을 이용해서 최대한 방어전만 펼치려 하는 모습에 사마의는 차갑게 웃었다.
‘그래. 한번 버텨봐라.’
어느새 정란이 성벽에 닿았다.
정란 위쪽에 있는 판이 내려가며 갈고리가 성벽에 꽂히자 정란에 있던 정예병들이 나선다.
각 정란마다 이미 위국의 장수들이 탑승한 상태였다.
“장료가 왔다!!”
한쪽의 정란에서 병사들이 외친다.
북방의 공포에서 합비의 공포로.
합비의 공포에서 이제는 위국의 공포로 진화한 장료는 정란에서 내리자마자 청룡언월도를 강하게 휘둘렀다.
단 일격.
일격만으로 정란을 막으려는 병사 수명을 베어넘긴다.
장료의 이름을 들은 익주병들이 파랗게 질렸을 때 다른 쪽의 정란에서도 섬광처럼 장창을 움직인 사내가 나섰다.
“서량의 금!! 마초가 왔다!!”
마초와 장료가 성벽을 공략한다.
가장 먼저 잡아야 하는 것은 투석기.
양측의 투석기를 향해 둘이 날뛰며 움직이는 사이 충차를 이끄는 왕기는 냉정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장료와 마초가 움직이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그들이 투석기를 부수고, 성문 위에 있는 방어시설을 점령할 때까지는 충차를 움직일 수 없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성밑에 있던 병사들은 계속해서 정란을 통해 성벽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성문 위를 점령했다는 깃발이 움직이자 그제서야 왕기가 움직였다.
“충차부대. 가라.”
바퀴가 달린 충차가 움직인다.
커다란 통나무에 뾰족한 철이 달려 있는 충차가 빠른 속도로 성문으로 향하는 사이 장료와 마초는 성문 위를 차지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가라아앗!!”
충차가 두터운 성문을 강하게 후려친다.
땅이 울릴 것 같은 거대한 소리가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성문은 여전히 그 단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왕기도, 충차를 이끄는 이들도 실망하지 않았다.
다시 충차를 잡고 뒤로 돌릴 뿐.
거리를 벌렸을 때 충차부대를 향해 화살이 쏘아졌지만 이미 충차를 움직이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방호벽은 그 화살을 전부 막아내고 있었다.
“가라!!”
또다시 충격이 퍼져나간다.
두번째 충격에 성문에 금이 간다.
그것을 본 왕기는 다시 한번 충격을 외쳤다.
“가라아아!!”
세번째 돌격, 네번째 돌격.
그리고 다섯번째 돌격.
수차례 성문을 충차가 두들기자 두텁기만 하던 성문에 틈이 벌어졌다.
벌어진 안쪽에는 아무도 없다.
그것을 보며 왕기는 검을 들었다.
“가라!!!”
충차도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아마 두, 세번 정도면 내구도가 떨어질 것이다.
바퀴와 연결된 축이 삐끄덕거리는지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그렇게 몇번째일지도 모를 충격이 성문을 두들겼을 때.
성문을 막고 있던 빗장이 부서졌다.
“으아아악!”
성문이 열렸다.
하지만 충차는 푹 꺼지듯 바닥으로 사라졌다.
충차에 타고 있던 병사들까지 사라져버린 것을 본 왕기는 인상을 구겼다.
“함정인가!!”
구덩이 안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병사들이 기어 올라오자 커다란 철판을 든 보병들이 달려갔다.
성문 앞에 순식간에 철제 다리가 만들어졌다.
그것을 본 왕기는 강하게 외쳤다.
“석병!!”
투석기에 사용되는 바위가 실린 수레가 움직인다.
적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성문에 구덩이 함정 정도는 설치할 것임을 왕기도 예측하고 있었다.
그에 대한 대응책도 준비한 상태.
성벽 위에서 장료와 마초가 날뛰는 사이 왕기의 명령을 받은 이들이 달려왔다.
“안에 있는 충차병은!?”
“일단 모두 빠져나왔습니다! 하지만…”
“내가 나갈 차례인가~”
여유있게 말한 마대는 말을 타고 부하들과 함께 움직였다.
구덩이 함정을 메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마대가 벌어주려 한 것이다.
한자루 창을 들고 양주병들과 함께 안쪽으로 들어간 마대는 천여명 쯤 되어보이는 적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어이쿠! 맞을 뻔 했잖아!!”
성문에 들어 온 마대를 향해 두번째 성벽 위에서 공격이 가해진다.
또 성벽 위에 있던 익주병들이 내려와 성문을 다시 닫으려 한다.
몰려드는 적들.
위기의 상황에서도 마대는 그저 즐겁다는 듯 웃을 뿐 이었다.
“와라! 익주의 쓰레기들아!”
마대와 왕기.
그리고 성벽의 점령을 끝낸 장료와 마초까지 움직인 덕분에 첫번째 성문의 공략이 끝났다.
충차를 한대 잃기는 했지만 그정도는 이미 예상한 바.
사마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진한다. 장합. 학소.”
“예.”
“준비됐습니다.”
무기를 든 그들이 말에 오르자 사마의 역시 말에 올랐다.
“두번째 성벽을 공격한다. 철갑차 준비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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