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45)
〈 345화 〉 完 – 봄날
눈꽃송이가 유유자적하게 흩날렸다.
나비 정원 구서에 쌓인 하얀 눈 위에 진줏 하늘이 반사되었다.
그대로 뒤고 누우니 푸욱, 하고 눈밭에 내 몸이 밀려 들어갔다. 침대에 누운 것처럼 아늑했다.
내가 단련을 시작했던 장소.
오랜만에 찾아왔다.
여기선 생각을 정리하기 좋았으니까.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가 가진 능력, [천리안]의 범위가 다른 차원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이 신격에 적응하여 말도 안 되는 경지에 자연스레 범접하고 있었다.
지금의 경지에 오르고 나니 알게 된 사실이 여러 가지 있었다.
예를 들어.
악신 네피드가 신살의 권능을 갖기 전, 이 세계에 미리 준비된 것들이 스텔라가 했던 이야기 이외에도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화 속 캐릭터를 모티브로 따온 이름의 인간들. 다른 차원의 신화 속에서나 언급되는 이름의 마수들. 그들의 탄생
운명은 >메르헨 마법 기사>라는 계획을 위해 흘러가며 그러한 발자취를 남겼소, 그 이유는 모두 악신울 쓰러뜨리기 위함이었다.
지구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흥미를 자극시킬 만한 요소들이었으니까.
최근엔 얼음 호수에 있는 마족, 계명의 루시페르의 머릿속에 말을 걸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신격을 지닌 내게 그 정도는 간단한 일이었다.
루시페르는 어느 날, 어떠한 깨달음을 얻어 어둠 마력을 배출하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났다고했다. 이젠 마족이 아닌 셈이었다.
덕분에 악신이 소멸했음에도 아직 멀쩡히 살아서, 얼음 호수의 주관자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종말이 시작됐을 당시, 루시페르가 사람들을 지키고 얼음 호수로 돌아갔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게 되었다.
정말로 고마운 일이었다.
메르헨 아카데미 제1캠퍼스는 정상화되었다
다음 학년부터는 제1캠퍼스와 제2캠퍼스 중 희망하는 곳에 지원할 수 있게 되며, 교육에 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한다.
그만큼 신규 정원이 두 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졸업식은 예지 졸업생의 의견을 반영해 제1캠퍼스에서 진행하기로 결정되었다. 이고세 좀 더 많은 추억이 쌓여 있기 때문이었다.
나도 이곳이 좋았다.
찬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내뱉자 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막막했던 목표를 이룬 뒤엔 여유러운 고민이 꼬리표처럼 뒤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요즘 생겨난 고민은 두 가지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멍하니 놀러 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건 가끔이면 족하다. 익숙하진 않으니까.
굳이 익숙해질 생각도 없었다.
“그러면…”
생각을 마쳤다.
확실히 여기에 와야 생각이 잘 정리되는구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봄의 다사로운 숨결이 피부를 간질였다.
화사한 꽃들이 봄을 마중나오고, 다채로운 꽃잎들이 색종이 조각처럼 봄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예전에 복구 작업이 끝난 메르헨 아카데미 제1캠퍼스는 예전의 모습을 넘어 거의 새것이 되었다. 아주 깔끔했다.
오르핀관에서 졸업복을 수령했다. 학사 메이드들이 손수 졸업복을 입혀주었고, 머리에 학사모를 씌워주었다.
넥타이에선 학년을 상징하는 브로치를 빼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졸업식 땐 브로치를 빼는 것이 상징적인 전통이었으니.
“오오.”
고급 천인가. 졸업복은 몹시 매끄러운 감촉을 자랑했다.
전신 거울에 비친 모습을 쳐다보았다.
기본적으로 남색이며 금빛 테두리를 두른 졸업복은 내 몸짓에 따라 스으, 하고 나풀거렸다.
졸업식에 참가하기 위해 아카데미 광장으로 향하니 졸업복을 차려입은 학생들이 보였다.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광장에 만연했다.
앞으로 살아갈 나날이 기대되는 걱정되는, 길었던 하나의 여정을 끝마치는 일은 절로 웃음꽃을 피우게 하기 마련이었다.
“아이작 님!”
카야가 웃으면서 내게 달려오고 루체도 뒤따라왔다.
동기인 두 사람도 나와 같은 졸업복 차림이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졸업복 차림의 카야와 루체가 무척 귀여웠으니까.
졸업식이 시작되자 졸업복 차림의 학생들은 학부별로 광장에 질서정연하게 섰다.
졸업생들의 가족이나 지인, 친구 등 많은 사람이 꽃다발을 든 채 광장 바깥쪽에서 졸업식을 지켜보았다.
“지금부터 메르헨 아카데미 졸업식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단상에서 진행자가 확성기를 들고 말했다.
여러 의례가 진행된 뒤, 진행자가 나를 호명했다.
“다음으로 졸업생 대표 연설을 진행하겠습니다. 졸업생 대표 아이작. 앞으로”
졸업생 대표로서 무대 위로 올라가 단상 쪽으로 향했다.
진행자가 자리를 비키고, 나는 그 자리에 대신 섰다.
진행자가 내민 확성기를 잡았다.
뒤이어 정적이 찾아왔다.
광장에 모인 졸업생들을 눈에 담았다. 다들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졸업생 대표 연설.
교직원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그중 한 명을 골라 졸업생 대표 역할을 시킨가. 이번 기수에선 나로 선정되었다.
형식적인 연설문을 준비해뒀지만, 막상 이 자리에서 서서 학생들을 바라보니 꽤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래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로 했다.
“안녕하십니까, 졸업생 여러분. 졸업생 대표, 마법학부 아이작입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모두 함께 졸업하는 이 뜻깊은 날, 영광스러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신 메르헨 아카데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중하게.
선한 미소를 지은 채.
“사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전 별개의 목적이 있어서 메르헨 아카데미에 재학했습니다. 어쩌면 이 자리에 가장 안 어울리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졸업생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의 의사를 밝혔다.
“…아, 아니라면 다행입니다.”
분위기를 풀자 졸업생들이 웃음을 훌렸다.
조용히 호흡하고.
지금 내 위치를 고려해보건대, 나로선 이들에게서 그 어떤 공감대도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결정했다.
나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졸업생들에게 정하기로.
“여러분은 이곳, 메르헨 아카데미에서 수년간 재학하셨습니다. 그동안 기뻤던 순간도, 힘들었던 순간도 분명 많았을 겁니다.”
눈을 반짝이는 카야 아스트레앙과 온화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루체 엘타니아가 보였다.
“일이 원만하게 풀리지 않았던 순간도 많았을 테고, 심지어는 온갖 사건 사고에 휘말리기까지 하셨죠.”
은은한 미소를 만면에 담은 이안 페어리테일과 에이미 할로웨이가 보였다.
“하지만 여러분은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그 다사다난했던 여정을 무사리 끝마치셨습니다.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의지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는 트리스타 험프레이와 진지한 얼굴의 마테오 조르다나가 보였다.
“이제 제 이야기를 말씀드리자면… 전 그 어떤 후회도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목표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눈을 내리까는 리제타 라이온하트와 눈을 말똥말똥 뜬 케리드나 화이트클락, 웬일로 졸지 않는 시엘 카르네다스가 보였다.
“분명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고, 목표에 비해 한없이 부족했던 제 능력을 한탄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계속하자’라며, 공부와 단련을 쉬지 않았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샅았으니까요.”
광장 바깥엔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는 공주 스노우화이트와 인자하게 웃는 성녀 비앙카 앙투라, 내 연설을 경청하는 무녀 미야가 보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아벨 카르네다스, 그 옆에 서 있는 로앤나 셸턴도.
빨간 망토를 뒤집어쓴 미첼도.
무감정한 얼굴의 아리아 릴리아스와 팔짱을 끼고 미소를 짓고 있는 엘레나 우드라인도.
“끝내 전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덕분에 지금 이자리에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꽃다발을 들고 날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이브 로펜하임과 도로시 하트노바, 앨리스 캐럴이 보였다.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려온 과정에서 정말로 많은 사람이 절 도와주었고, 제 등을 떠밀어주었습니다. 지금 전 인류를 지켜낸 영웅이라 불리고 있습니다만, 절 도와주셨던 여러분은 바로 제 영웅이었습니다. 모두에게 마음속 깊이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광장 바깥에, 위장하고 온 원왕들과 세계의 거물들이 여럿 보였다.
“졸업생 여러분. 끝은 곧 새로운 시작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아카데미를 졸업해 사회에 발을 들이게 될 겁니다. 메르헨 아카데미 졸업장은 여러분께 많은 도움이 되겠죠. 그것은 모두 여러분이 주단히 달려오고 노력하여 쟁취해낸 결과물이니까요.”
눈을 살며시 내리깔았다.
“그렇다고 해도, 인생이 뜻대로 잘 풀리지는 않을 겁니다. 생각지더 못했던 난관에 직면할 때도 많을 테고요. 하지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여러분이 달려온 모든 순간에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알게 되실 겁니다. 가령, 여러분이 메르헨 아카데미의 졸업장을 취득하기 위해 달려온 경험도. 앞으로 겪을 성취도, 실패도. 모든 경험엔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졸업생들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저와 함께 달려오신 졸업생 여러분, 선후배 여러분, 좋은 수업을 제공해주신 교수님들. 아카데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기사단 여러분, 그리고 아카데미의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이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모두 졸업 축하드립니다. 이상, 졸업생 대표 연설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마치자 박수가 쏟아졌다.
남은 의례가 더 진행되었고, 작년의 도로시처럼 선서문까지 낭독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졸업식이 모두 끝나자 졸업생들은 사진을 찍거나,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회장, 누나 왔다!”
“애기야, 졸업 축하해.”
“아이작 선배애, 졸업 축하해요오…!”
도로시와 앨리스, 그리고 어째선지 울먹이는 화이트가 다가와 꽃다발을 건넸다.
도로시와 앨리스는 교복 차림이었다.
“다들 고맙다. 드런데 도로시 선배랑 앨리스는 왜 교복을…?”
“애기 졸업하는 날이니까. 기왕이면 교복 차림으로 사진 찍고 싶어서. 깔맞춤 같은 거란다.”
앨리스는 자상하게 웃었다.
“왜, 회장? 누나 교복 입으니까 별로야?”
“주책이네.”
“너한테 물은 거 아니다, 인마.”
도로시는 루체를 다그쳤다. 루체는 메에, 하고 혀를 내밀었다.
정말 사이 좋아졌네, 두 사람…
어쨌든 도로시와 앨리스에게 보기 좋다고 해주니 두 사람 다 기뻐했다.
“아이작… 이거”
“아, 누나. 와줘서 고마워.”
이브가 소심하게 다가왔다. 이브가 건넨 꽃다발을 받자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현재 그녀는 뒤펜도르프에 거주하고 있다. 거리가 멀었을 텐데. 찾아와주니 고마웠다.
“빙제님. 졸업,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이작 선배님! 졸업 축하해요!”
성녀나 무녀, 그 외에도 많은 사람이 다가와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웃으면서 감사를 전했다.
너무나도 많은 꽃다발을 받았기에 전부 앨리스에게 염동력으로 띄워주길 부탁했다.
“아이작 선배애…”
“넌 아까부터 왜 자꾸 우냐?”
“이제 아카데미에서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요… 눈물이 막 나와요오…! 흐아앙…!”
“그래봤자 1년이잖아. 방학 때도 볼 수 있고”
“그래도요오…”
화이트는 엉엉 울었는데, “괜찮아, 자주 찾아올게.”하고 보듬어주니 헛숨을 집어삼키고는 울음을 그쳤다.
우리는 웃으면서 많은 사진을 찍으며 순간순간을 간직했다.
또 다른 좋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발걸음을 옮기던 중, 맞바람이 꽃잎을 데려와 피부를 쓰다듬고 지나갔다.
문득 고개를 드니 여울처럼 청명한 하늘과 은빛 태양잉 시야를 가득 메웠다.
나른한 햇살을 얼굴 가득 받아들였다. 무척 포근했다.
그때 옆에서 화이트가 갑자기 떠올랐다며 재밌는 이야기를 떠들었다.
그만 허울 없는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봄날이었다.
무척, 행복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