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
00012 빛을 선물하다. =========================
요화와 악희를 데리고 주방의 뒤로 향했다.
작은 화덕이 있는 주방의 뒤쪽에서 철로 만들어진 냄비를 가져와 화덕 위에 올린 후 남아 있는 밀랍을 모두 부었다.
“장작 가져오고 넌 여기 불 좀 피워. 그리고 실 좀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네.”
내가 하는 것에 궁금해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순순히 내 명령을 따랐다.
냄비 안에 밀랍을 조금 넣었다.
약간 타는 냄새와 함께 밀랍이 녹는다.
황금색의 끈적한 액체로 밀랍이 녹기 시작하자 그 안에 꿀을 넣고 섞었다.
녹은 밀랍에 꿀을 섞으니 꿀 향이 더욱 강해진다.
그것을 통에 따른 후 실들을 꼬아 만든 심지에 적셨다.
명주실로 만들어진 심지가 밀랍을 머금자 그것을 그늘진 곳에 놓은 후 나무 평상 위에 드러누웠다.
“난 좀 잘게. 요화. 꿀은 따로 챙겨두고 넌 가서 일 봐.”
“더… 안도와드려도 되나요?”
“응. 필요 없어.”
“알겠습니다.”
악희가 머뭇거리며 주방으로 돌아가자 요화는 힐끔힐끔 그녀의 뒷모습을 훔쳐보았다.
“이보게. 아무리 청춘이라지만 너무 그렇게 들이대면 여자들은 싫어하는 법이라네.”
“드, 들이대는 거 아닌데요!? 그리고 좋아하지도 않아요! 관심 없다구요!”
“아니면 말고. 가서 대나무 좀 구해와.”
“으… 네.”
붉어진 얼굴을 한 채 요화가 떠나간다.
홀로 남게 된 나는 평상에 누운 채 눈을 감았다.
“밀랍초를 몇개 만들어 놓으면 선물용으로도 좋겠지.”
농협에 갔을 때 양봉업자들이 남은 밀랍으로 향초를 만들어 팔고 있던 기억을 떠올렸다.
향이 너무 좋아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봤을 때 그들이 직접 만드는 것을 보여주었던 것을 되새기며 난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
“후우…”
벌꿀의 향이 이정도로 진한 향초라면 충분히 선물용으로 좋겠지.
“이걸로 전 군승님이 날 더 마음에 들어하시면 다른 사람들도 소개시켜주지 않을까?”
유 의원의 스승을 소개받기로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주에서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연주에서도 유명하다고는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도련님!!”
“빨리도 왔네.”
평상에 누운 채 이유하의 지식 중에서 쓸만한 것과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추려내고 있는 동안 어느새 대나무를 구한 요화가 달려왔다.
긴 대나무를 가져온 요화에게 대나무를 자르라고 말한 후 남은 밀랍과 꿀 조금을 냄비에 넣고 끓였다.
“우와… 향기가 좋네요.”
“그렇지?”
“이런 건 어떻게 아신 건가요?”
“그러게.”
이유하에 대한 것은 비밀로 하기로 아버지와 맹세했다.
아무리 요화가 내 호위무사가 되었다지만 그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대나무 잔가지 끝에 심지를 묶어 매단 후 대나무 통에 넣고 철과로 밀랍을 조금씩 부었다.
꽤 많다고 생각했지만 큰 것 일곱개 정도가 한계인 듯 싶었다.
남은 밀랍을 작은 대나무통에 부어버린 후 심지를 꽂아 작은 밀랍초 세개를 더 만들고 나서야 작업은 종료되었다.
“자. 그럼 쉬자.”
“예? 다 하신 거에요?”
“응. 이게 다야.”
밀랍초를 만드는 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밀랍을 머금은 심지에 밀랍을 붓고 그것이 굳기만 기다리면 되니 말이다.
이렇게 해두면 대나무 향과 벌꿀향이 섞인 좋은 밀랍초가 완성된다.
향료를 넣으면 더 좋겠지만 향료를 만드는 재료도 구하는게 만만치가 않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꿀을 더 넣은 것이다.
“흠…”
아직 고체가 되지 않은 밀랍의 꿀향기가 좋다.
평소 느끼던 악취 대신 풍부한 꿀향기에 취해 나와 요화는 평상에 앉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거 정말 냄새가 좋네요.”
“그렇지? 음… 다른 방법으로도 냄새를 좀 없앨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방법이 있나요?”
“방법이야 여러가지가 있지.”
이 시대의 위생은 개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팥이나 콩가루로 씻는 것이 기본이고 그나마도 어느정도 살고 있는 집이나 가능하다.
그러니 제대로 씻지 못하고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흐으음…”
비누를 만들어볼까?
비누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름, 그리고 가성소다를 섞으면 되니까.
기름은 음식 만들때 많이 쓰니 쉽게 구할 수 있다지만 문제는 가성소다다.
소금물을 전기분해 해야 얻을 수 있는 수산화나트륨이 가성소단데 전기 분해를 어디서 하냐.
“발전기라…”
발전기를 만드는 것도 딱히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자석, 그리고 구리나 은으로 만들어진 선과 흑연이 있으면 된다.
동력이야 풍차를 만들든 물레방아를 이용하든 하면 되니까.
“…..”
생각해보니 쉽지 않네.
구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문제는 재료다.
은이라니.
아니, 은이 있어도 그것을 제련하여 선으로 뽑을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대장장이가 있어야 한다.
그런 기술 있는 대장장이면 만나서 농기구나 제대로 된걸로 만들어 달라고 하겠다.
지금의 농기구는 나무나 동물의 뿔로 만들어진 조악하기 그지 없는 농기구들이었다.
관아에 있는 농기구를 보며 얼마나 당황했던지.
대한민국의 시골이란 시골은 대부분 가 본 이유하도 나무 농기구는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대한민국과 지금의 기술력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다.
“발전기가 뭡니까?”
“별거 아냐.”
“아… 네.”
“하녀들한테 얘기해서 이거 쓰러트리지 말라고 해둬.”
“도련님은요?”
“내가 이걸 계속 보고 있을 필요는 없잖아.”
밀랍이 굳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여유를 잡고 하루 정도면 충분하겠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요화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숙였다.
“하, 하녀는 아무나 상관없죠?”
“응? 응. 뭐…”
내 말에 요화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난다.
오호라…
“아니. 유모한테 말해.”
“으…”
시무룩해지는 요화의 얼굴.
보아하니 악희한테 말이라도 한번 걸어보려는 듯 보였다.
얜 어쩌려고 이러는 걸까.
“농담이야. 니가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말해둬.”
“감사합니다!”
씨익 웃으며 코 끝을 쓱 닦는 그를 물끄러미 보다가 난 내 방으로 돌아갔다.
밀랍초를 만든지 하루가 지났다.
주방의 뒤쪽으로 가보니 하녀 하나가 그것을 지키고 있었다.
“다 됐어?”
“아. 네.”
“어디보자…”
잔가지에 걸려 있는 심지 끝을 잘라내고 초들의 심지에 하나씩 불을 붙였다.
타닥거리며 타들어가는 불꽃이 아름답다.
은은한 벌꿀향이 퍼지는 것에 지키고 있던 하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벌꿀 냄새 좋지?”
“네. 밀랍을 굳히면 이런게 만들어지는군요.”
“응.”
“다음에 석청을 채취하면 만들어놔야겠네요.”
여기 사람들이라고 해서 악취가 좋아서 맡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것을 대체할 수 없으니 맡고 있는 것이지.
하지만 접착제로나 쓰이는 밀랍을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조금은 환경이 좋아질 것이다.
밀랍초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니니 숨길 것도 없고.
“그럼 이건 가져간다. 뒷 정리 좀 해줘.”
“네!”
하녀의 배웅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밀랍초를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냥 주는 것도 뭐하니 적당히 포장을 하는게 낫겠지.
붉은색 비단실을 땋아 대나무에 빙 둘러 묶어 대충 장식을 만든 후 하나를 들고 아버지의 집무실로 향했다.
“아버지.”
“들어오거라.”
“아버지. 민이 형에게 가져갈 선물을 만들었습니다.”
“선물을? 그것이더냐?”
“네.”
“그게 뭐냐?”
“어… 향초입니다. 밀랍으로 만든 것이에요.”
“초? 신기하게 생겼구나.”
초가 아니라 등불을 쓰고 있는 지금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신기할만 하겠지.
내가 준 초를 만지작거리던 아버지는 대나무 입구 끝에 나와 있는 검게 탄 심지를 보고 빙긋 웃었다.
“여기에 불을 붙이는 것이냐?”
“네.”
“벌꿀 향이 아주 좋구나. 불을 붙여봐도 되겠지?”
“물론이지요.”
곧장 심지에 불을 붙이고 나자 아버지는 흔들리는 불꽃과 굳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진한 벌꿀향에 감탄했다.
방안을 금방 채운 벌꿀향을 맡은 아버지는 곧 불을 끄고 부드럽게 웃었다.
“이것도 그것이냐?”
“네.”
“아주 좋구나.”
“그건 아버지 쓰세요.”
“호오? 그래도 괜찮겠느냐?”
밀랍초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나보다.
아버지의 얼굴에 기쁨이 떠오르자 난 마주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형에게 줄 것은 남아 있거든요. 일하시다가 가끔씩 틀어 놓으세요.”
“하하하… 들고 다니기도 좋고 등불에 비해 화재의 위험도 적은 것 같으니 밤에 글을 읽고 일을 하기에는 아주 좋겠구나.”
“뭐 그런 것도 있죠.”
밤중에도 공부를 하고 일을 하다니.
거기까지는 생각 안했다.
그냥 악취를 벌꿀향으로 눌러버리려고 한 것 뿐인데.
천상 관리다. 진짜.
“잘 쓰도록 하마.”
“음. 네.”
“그래. 민이에게는 언제 갈 생각이냐?”
“바로 가려구요.”
“그럼 이것도 가지고 가거라.”
“그게 뭔가요?”
아버지도 따로 선물을 준비하신 모양이다.
서랍에서 비단 주머니를 꺼낸 아버지가 그것을 나에게 주자 난 그것을 만져보며 물었다.
“붓이다. 민이가 병주로 떠난다는데 그곳에서는 붓을 구하는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록 무관이 된다지만 그렇다 하여 공부를 멈추지 말아달라고 전해주려무나.”
“아. 예.”
꽤 귀한 붓인가보다.
이런 비단 주머니에 담겨 있는 것을 보면.
하긴, 내가 쾌유한 기념으로 연회까지 열어주셨는데 이정도 보답은 당연한 것이겠지.
“혼자 갈 생각은 아닐 것이고. 요화를 데려갈 생각이냐?”
“네. 멀지도 않으니 요화와 둘이 가면 될 것 같습니다.”
“부랑배가 없다고는 생각하나 만의 하나를 주의하거라.”
“네. 알겠습니다.”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와 방에 돌아가니 방 앞에서 요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를 건네는 그에게 대충 답해준 후 방에서 포장한 밀랍초 두개를 들고 나왔다.
“가자.”
“지금 가시는 겁니까?”
“응. 주방에 가서 어제 빼 놓은 꿀 한병도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잠시 후 요화가 꿀을 가지고 돌아오자 난 그와 함께 관아를 나섰다.
“슬슬 보리를 심을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응. 들었어.”
“보리 농사가 잘 되어야 할텐데…”
“으음… 그렇겠지.”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
“아, 아니 도련님은 여러가지 많은 것을 알고 계시니까요. 그 초도 그렇고. 전에 가르쳐주신 응급조치법 같은 것도 그렇고…”
내 호위무사로 있다는 것은 위험한 시기에 나와 함께 있다는 이야기와도 같았다.
그래서 간단하지만 이 시대에서는 꽤 쓸만한 구급법을 몇가지 가르쳤던 기억이 있다.
그것을 저번에 훈련을 하다가 다친 병사에게 썼는데 그것이 유효했는지 그때 이후로 요화는 날 더욱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부담스러워 미치겠다.
난 진짜 이런 시선에 약해.
“흠… 수확량을 높이는 방법이라…”
있긴 했다.
밖을 다니며 밭을 봤을 때 이 시대의 농법에 지적을 하고 싶은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영업을 농협 쪽으로만 다니다보니 농업의 발전에 대한 것도 대강은 알고 있는데 지금의 농업은 대한민국의 농업 수준에 비교하면 정말 하등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뭔가 방법이 있는 건가요?”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
비료를 쓰거나 철제 농기구를 쓰거나,
당장의 겨울 보리만 생각한다면 골뿌림법도 나쁘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것도 다 계획을 잡고 체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농사는 장기적인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일년동안 투자해서 한번 수확을 하는 엄청난 사이즈의 도박인데 그것을 나이도 어린데다가 농사 한번 지어보지 않은 내가 떠든다고 농민들이 쉽게 받아들일리도 없다.
결국은 억지로 시키거나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관전에서만 시행을 해봐야 한다는 것인데 잘못해서 망하기라도 하면 그 뒷감당이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부유한 집안도 아닌데 관전의 농사가 망하면 내가 먹을게 줄어드니 위험이 큰 도박은 내키지 않았다.
아버지가 다른 관리들처럼 뇌물도 좀 받고 백성들을 좀 쥐어짜서 자금이라도 좀 많이 갖고 계시면 이것저것 해보겠지만 그런게 아니니 원…
이래서 세상은 예산이 지배한다는 것이다.
돈이 없으니 뭘 시도도 못해보겠네.
“어쨌든 방법은 궁리를 해봐야겠구만…”
당장 언제 전란이 일어날지 모르니 적어도 그때에 대비한 식량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어느정도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어떻게 식량 생산을 획기적으로 높여 여유식량을 만들어 놓으면 나중 반동탁 연합군이 발생했을 때 적당히 식량을 지원하는 것으로 아버지 품계라도 올리는게 낫겠다.
그렇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요화와 함께 전 군승님 댁으로 터덜터덜 걸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드에이어입니다!
날이 무지덥군요! 더운 날씨 잘 버티시기 바랍니다ㅠ
대댓글… 을 쓸게요 ㅎㅎㅎ
Kaidxms // 요화가 다 쓸어버린다!
이즈니임 // 핫산! 일한다!
타루티어루 // 간신이니 간신답게!
쿠죠죠타로 // 정사와 연의가 적절히 짬뽕된 개족보입니다만 일단은 정사 기준으로 가려고 합니다 ㅎㅎ 거기에 + 픽션이…
피먹는돼지 // 요화! 요화!
면도날드 // 연희는 아닙니다 ㅎ TS는 몇명 있긴 하겠지만 대체적으로는 정사 기준으로 가려구요 ㅎ 감사합니다~
규링규링 // 오오.. 재밌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ㅠ
땡굴이시 // 우왁ㅋㅋㅋ감사합니다ㅋㅋㅋ그렇지만 폭망스멜이 심하네요 ㅎㅎㅎ
그럼 내일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