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69
00169 얼마면 됩니까? =========================
날 노려보는 낭야군수를 마주하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네놈.”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일까.
실제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지만 그와 대화를 이어나갈 수록 대략적인 파악이 가능했다.
그는 자존심이 아주 강한 사람이다.
스스로가 하는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아무런 망설임없이 이곳에 찾아와 나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지.
그런 이를 공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날 향해 이를 가는 낭야군수를 향해 웃어보이며 담담히 말했다.
“사람이 염치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법인데… 내가 보기에 당신에게는 그런 것이 없는가보오.”
“닥쳐라! 내가 고작 그따위 도적을 잡지 못해서 네놈 같은 애송이에게 손을 벌리려는 것인 줄 아느냐!”
“그래서가 아니었나?”
“아니다!! 청주의 도적들을 막음으로써 서주를 지키고…”
“서주를 지킨다라. 속보이네. 이봐. 낭야군수. 당신이 지키고 싶은 것은 낭야군수로서의 자신과… 당신의 자존심 아닌가? 고고한 청류파 관리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 아니냐고.”
“웃기지 마라! 네놈 따위가 뭘 안다고!”
“솔직히 모르지. 알고싶지도 않고, 행여나 알까 두렵기까지 하네. 하지만 한가지 안다는 것은 당신과 나는 ‘우리’ 라 불릴 만한 사이가 아니라는 거지.”
“…기주목이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 네놈이 아무리 연주목과 연계되어 있다하더라도 기주목이 움직인다면 서주는 금방 그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
“그럴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낭야군수. 당신은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어.”
난 어깨를 으쓱인 후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기주목이 움직이면 연주목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걸?”
“네놈… 동해군수는 어디 있지?”
“다른 곳에 볼 일이 있어서 내가 임시로 여기에 있지. 혹시 동해군수에게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라면 헛수고는 하지 말라고 말해주지. 이미 동해군수는 나와 손을 잡았으니까. 기회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니야. 나는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당신은 이미 거절을 했으니까.”
“그럼 서주를 연주목에게 날로 넘기겠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단 말이냐!”
“그래.”
난 한치의 망설임없이 그를 노려보았다.
서주를 조조에게 바친다.
그래야 한다.
낭야군수가 서주를 원소에게 바치고 싶어하는 것처럼 나 역시 서주를 조조에게 넘기고 싶어한다.
내 눈 앞에서 이를 갈고 있는 사람과 나의 차이는 그정도에 불과했다.
이자는 나와 같은 자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그것이 어떤 일이든 한다.
다만 방법의 차이가 다를 뿐.
“결국 서로 내세우고 싶은 사람에 대한 의견차이일 뿐이야. 그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한 이상 우리는 다른 길을 가는 것이지. 내가 무슨 공맹처럼 성인군자도 아니고 나와 다른 길을 가는 이에게 소금을 줄 이유는 없잖아.”
“치졸하구나. 청주의 도적들에게 죽을 백성들을 생각하면 위정자로서 절대 그리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준비는 했지. 낭야군으로 돌아가면 아주 재밌는 일이 있을거야. 기대해도 좋다고.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니까 꼭 재밌게 관람해주길 빌게.”
낭야군수는 내 앞에서 이를 갈며 허리에 있는 검에 손을 가져가려 했지만 나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내 부하들의 무예가 대단해서 그렇지 나도 어지간한 정병 이상의 무예 실력이 있었다.
내가 검을 먼저 반쯤 뽑자 낭야군수는 이만 빠득빠득 갈다가 몸을 돌려서 나가버렸다.
“자… 그럼 저자가 원소에게 빨리 요청을 해줬으면 하는데…”
낭야군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낭야군수가 청주의 도적들과 결탁하였다.
전투를 하는 척 하며 재산을 가진 백성들을 잡아 노예로 팔고 그 땅을 자신이 가지려 한다는 소문.
아무리 생각해도 유언비어에 불과했지만 백성들은 거기에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동해군과 팽성군, 하비군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움직임은 있었다.
다만 그것은 낭야군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동해군의 바깥에 진을 꾸리고 있는 것이라는 문제였다.
대놓고 낭야군을 구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 그들의 모습, 그리고 혼자서 전투를 하려는 듯 병사들을 모으는 낭야군수의 모습에 낭야군의 백성들은 불안감에 떨었다.
“이거 이러다가 다 죽는 거 아니야?”
“군수님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피난을 가버리니…”
평소에도 학자들이나 유지들에게 꽤나 관대했던 낭야군수였다.
유지들은 더 많은 땅을 원했고 백성들의 손바닥만한 작은 땅 마저 탐했으며 그것을 얻기 위해서 많은 부정을 저질렀다.
그것을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작은 처벌로 감싸주었던 낭야군수를 생각하면 이 유언비어가 마냥 거짓말 같지는 않았기에 백성들은 고민했다.
이곳에 계속 남을 것인가.
아니면 도망칠 것인가.
많은 백성들은 도망을 선택했다.
실제로 낭야군수와 다른 세 군수와 사이가 좋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가진 것이 얼마 없는 백성들은 가족들의 생명을 위해서 낭야군에 은밀히, 하지만 힘없고 땅 없는 백성들의 귓가에 솔깃할만한 한가지 소문만을 믿고 남쪽으로 피난을 가기 시작했다.
하비군과 팽성군, 동해군에는 많은 땅이 개간되어가고 있고 이주민, 유민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그것을 저렴하게 대여해준다.
땅만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하비군과 팽성군에서는 낭야군과 다르게 농기구 뿐만 아니라 소도 빌려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간다.
청주에 있는 도적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강제 징집되는 것을 피하고, 자신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도망친다.
백성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백성들에게 있어서 도망치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을 죽이려 힘있는 이가 온다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기 때문에.
물론 모든 백성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땅이 많은 이들,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은 이들.
그런 이들은 낭야군에 남았다.
하지만 가진 이들보다 가지지 못한 이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들은 아쉬움 없이 낭야군을 떠났다.
평생을 살아 온 고향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도망쳤다.
현재를 위해서.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
그들이 떠나는 행렬을 보며 낭야군수는 절망했다.
“이것이었나…”
막고자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자신이 동해군에 지원요청을 하러 간 사이 이미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그 말은 애초에 저 애송이 세 군수들 자신을 제거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청주의 도적들을 이용해서 자신을 죽이려는 차도살인계.
그것에 걸려버린 낭야군수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뿐이었다.
“흐음…”
낭야군수가 보낸 서찰을 받아 펼쳐보며 원소는 신음했다.
청주의 도적들이 낭야군을 침범하려 한다.
연주목의 개가 된 다른 세 군수들이 원소를 따르는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
부디 도와달라.
도와만 준다면 서주를 차지하는데 선봉이 되어 당신을 따르겠다.
서찰을 전부 읽은 원소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서주목의 인장을 보았다.
“어찌 생각하는가?”
“불가합니다.”
“왜?”
“지금 서주를 차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최소한 공손찬, 그리고 유주목인 유우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서주를 가져봤자 조조와 유우, 공손찬의 협공을 받을 뿐입니다.”
“하지만 아쉽군. 이렇게 좋은 명분이 있는데.”
“전에 삼만의 정병을 보내지 않았다면 이번은 괜찮겠지만… 그 피해를 아직 제대로 복구하지 못한 이상 현명한 선택은 아닙니다.”
“에잉.”
원소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서주는 비옥한 땅이다.
그 땅을 차지하여 그곳에서 나오는 소금과 곡식, 철을 가져갈 수 있다면 향후 자신이 하북 전체를 차지하는데 큰 힘이 되겠지.
하지만 걸리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차라리 청주의 도적들을 지원하는게 나을 것입니다. 그들이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식량과 무기를 제공해줍시다. 청주의 도적들이 서주를 침공하여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괜찮습니다.”
“어째서?”
“청주의 도적들이 서주를 공격한다면 조조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움직여야 합니다. 서주에 퍼져 있는 조조에 대한 막대한 인기는 오히려 조조의 발목을 잡게 만들 것입니다. 그는 어떻게든 서주를 청소해야 할 것입니다. 십만의 도적들. 그것들을 잡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조조는 그들을 잡는데 많은 힘을 쏟을 것이고 그동안… 저희는 유주를 공략할 수 있지요.”
“흐음…”
“어차피 강건너 불구경을 해야 한다면 그 동안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들의 일을 하는게 옳습니다. 지금 유주의 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공손찬이 유우와 마찰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이용해서 유주를 공략하는 것이 낫습니다. 오히려 지금 서주의 일에 끼어들었다간 저희들에게 큰 손해만 생길 것입니다.”
전풍의 차분한 말에 원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옳다.
남들이 대차게 싸우고 있으면 그동안 자신들의 일을 하는게 낫지.
“하지만 문제는…”
“음?”
“아닙니다.”
전풍은 마음에 걸리는 것을 말할까 말까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지금은 좋은 기회였다.
청주의 도적들은 불쌍하고 배고픈 자들이다.
가진 것이 없기에 필사적으로 변해버린 이들이다.
그들은 관리를 믿지 않는다.
그렇기에 안심할 수 있지만.
‘만약…’
진유하.
그가 문제였다.
자신에게 쉬운 길, 편한 길을 가르쳐 준 그가 과연 가만히 있을 것인가?
아니, 오히려 청주의 도적들이 움직이는 것은 오히려 그의 계략일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
서찰에 의하면 다른 군에서는 지원을 하지 않는다 말했다.
그렇다는 것은 이미 낭야군수와 서주의 다른 군수들은 척을 졌다고 할 수 있을 터.
서주의 낭야군수는 원소의 사람이다.
원소를 지지하며 그를 도우려 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속내에 불과할 뿐이지 표면적으로 그는 서주의 관리였고 어느 파벌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표방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 낭야군수를 아무런 의미도, 명분도 없이 창칼로 제거했다간 서주에서 얻은 인기를 모두 잃을 것이다.
그렇기에 차도살인의 계를 이용해 사전에 청주의 도적들과 모의했을 수도 있었다
“왜 그러나?”
“아무것도 아닙니다.”
생각이 떠올랐지만 전풍은 말을 꺼내지 않았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면?
자신과 반대쪽에 서 있는 이들을 보았다.
이제는 기존 원소군 책사들 뿐만 아니라 장수들, 특히 원소와 동기이며 친우인 순우경이 무시무시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청주의 도적들에 의해서 큰 피해를 입었을 때 자신이 지원병을 보내주지 않았다는 것에 원한을 품은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곽도 등을 억누르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순우경을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연주는 지금 한참 발전하고 있었다.
지배력을 공고히하여 생산량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팽성군, 하비를 차지함으로서 그곳에 보관되고 있던 막대한 식량과 자금이 산양군으로 이동되고 그것은 연주 전역에 들어가고 있었다.
후방에서 제대로 보급과 지원이 이루어지니 연주 북방의 도시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병사들의 모집과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점점 정병이 생겨나고 있는 연주를 경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병사들의 움직임을 남쪽으로 돌려 놓아야 했다.
그 뿐인가? 병주의 장연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라도 하는 듯 여기저기 세력을 뻗치고 공격해 들어오고 있었다.
기껏 기주를 안정화시켜놨는데 흑산적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기주의 안정화가 무너질 수 있었다.
거기에 아무리 유주의 유우와 공손찬이 대립하고 있다지만 그들에 대한 경계를 풀 수 없었다.
삼만의 병력을 빼는 것만도 무척이나 힘들었던 전풍으로써는 등신같이 도적따위를 상대하다가 결국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순우경이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에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허나 순우경은 다른 책사들과 달랐다.
관직, 명성, 그리고 경력을 따져도 자신보다 훨씬 위.
그런 그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었기에 순순히 사과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잘못된 이야기를 했다간 저들이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다.
전풍은 한숨을 내쉬었고 원소는 쩝쩝 입맛을 다셨다.
“아쉽구만. 그럼 적당히 청주에 사자를 보내 지원을 해주도록 하게나. 내가 한 것처럼 하지는 말고.”
“예.”
군의가 끝나고 나와 자신의 집무실로 향하던 전풍은 저수와 마주쳤다.
아직까지 유한 모습을 보이기에 다른 이들에게 무시당하고 잡일만 하는 그였다.
가진 능력은 대단하나 다른 세력의 방해로 전풍과 함께 책략을 꾸밀 수 없었던 저수는 쓰게 웃으며 전풍에게 인사했다.
“군의는 잘 끝났는가?”
“으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못한 모양이군. 예전에 한 주목 밑에 있을 때는 그렇게 뒷일 생각 안하고 의견을 내던 자네가 말하지 못할 정도라니.”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저수를 향해 전풍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말일세… 으음. 아무것도 아니네.”
“하하하하!! 자네답지 않군. 자네의 장점은 두려움을 모르고 대차게 질러대는 것 아닌가. 많이 바뀌었어.”
전풍이 머뭇거리자 그의 어깨를 툭툭 쳐준 저수는 성큼성큼 걸어가버렸고 전풍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바뀌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