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72
00172 미묘한 관계 =========================
“어떤 사람이냐고?”
검을 닦고 있던 조앙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여자치고 꽤나 큰 키.
그리고 굳게 닫힌 입술.
어머님의 미모를 이어받아 꽤나 예쁘기는 하지만 애교같은 것은 거의 없는 무뚝뚝한 녀석이다.
어렸을 때부터 원양 숙부나 묘재 숙부 등 조가의 무인들에게 자신과 같이 훈련을 받아 실력은 꽤나 좋았지만 문제는 자신과 다르게 그들의 우직함과 군인다운 성격까지 배워버렸다.
몇년동안 수련을 위해서 보내 놓았더니 저렇게 변한 동생을 보고 어머님이 거의 기절할 뻔 하고 몇날며칠을 끙끙 앓았던 것을 떠올린 조앙은 닦던 검을 내려 놓았다.
“너 요새 뭐하냐?”
“자렴 숙부님과 함께 호표기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강병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오라버님께서도 안심하셔도 될 것입니다.”
조조의 후계자이며 현재 창기대라는 독립 병대를 이끌고 있는 조앙을 향해 조청은 성실히 대꾸했다.
“아니 내가 묻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었는데…”
“그럼 어떤 것을 물으셨습니까?”
당황한 조청이 머뭇거리며 고개를 숙이자 조앙은 쓰게 웃었다.
공적인 자리도 아니고 동생이 오래비를 찾은 자리다.
이런 자리라면 말을 편하게 해도 괜찮을 터인데.
“신부수업은 제대로 하고 있냐고 물은 것이다.”
“신부 수업… 말씀이십니까.”
조청 역시 알고 있었다.
조조가 언제나 말하길 자신의 혼처는 정해놨으니 걱정 붙들어 매고 하던 일이나 계속 하라고.
조가 가주님의 명령이기도 하며 최고 사령관의 명령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따르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치의 의심도, 반항도 하지 않았던 조청은 조앙의 질문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더 노력해야할 것 같더군. 예전부터 느낀 것이지만 넌 가정적인 부분이 너무 약해. 여자는 기본적으로 남편이 일할때 안에서 내조를 해줘야 하는데 넌…”
“좀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아니 좀…”
조앙은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은 확실히 예쁘다.
키가 좀 크기는 했지만 나중에 나올 조카를 생각한다면 나쁘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나이도 진유하보다 많았지만 그래봐여 몇살 차이 나지 않는다.
외모만 놓고 본다면 어디가서 밀린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뭐랄까… 으음…”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조앙이 망설이자 조청은 멍하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녀를 향해 조앙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다.”
괜히 자신이 나서서 말해 바뀔 것이었다면 어머님이 쓰러졌을 때 바뀌어버렸을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숙부들에게 맡겨 둔 것이 잘못이다.
조조의 도움이 되겠다고 자신하면서 그들에게 자신을 훈련시켜달라고 부탁한 동생이 귀여워 그냥 내버려 둔 것이 잘못이었다.
조조와 함께 전장을 돌며 조가로 돌아왔을 때 얼마나 기겁을 했던지.
사랑스럽던 여동생은 사라지고 한명의 당당한 군인이 되어 있는 그녀의 모습에 쓰러졌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뭐. 취향이란 여러가지니까.”
부디 진유하가 저런 애도 좋아해주길.
진유하의 부인을 생각하면 과연 좋아할지는 좀 의문이었다.
동생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여자인 사마영이었다.
가정적인 부분부터 시작해서 외모까지.
좀 비슷한 부분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사랑이라도 받겠다만 그런 것도 없으니.
동생을 시집보내야 하는 오래비로서는 불안할 뿐 이었다.
“그래. 아까 뭘 물어봤었지?”
“그는 어떤 사람입니까?”
“지금까지 한번도 묻지 않다가 이제와서 물어보는 저의가 무엇이냐?”
조청과 진유하의 혼인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지는 꽤나 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동안 한번도 묻지 않다가 이제와서 묻는 것에 의아해하며 조앙은 조청에게 물었다.
조앙의 질문에 조청은 품에서 명령서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조홍과 조청을 서주로 발령 보낸다는 명령서였다.
“일손 없다고 난리치더니 결국은 받는구만. 쩝. 나쁘지는 않겠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넌 가면 죽었다는 거지. 거기 가면 업무가 아주 그냥…”
“군인으로써 일을 하고 명령을 받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뭐. 가보면 알거야. 거기에 있는 인간들은 보통 놈들이 아니거든.”
과거 산양군에서 군승으로 잠시 일을 했었던 조앙은 아무것도 모르고 당연한 듯이 말하는 조청을 향해 웃어보였다.
인재들이 넘치는 곳이다.
진궁이나 진유하 뿐이 아니었다.
진유하의 동기인 방통도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녀석이고 감녕, 여영기, 서황과 요화,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것을 떠올려도 연주의 어느 관리보다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해내고 있었다.
“오히려 바라는 바입니다. 군인으로써 합당한 명령만 받을 수 있다면…”
“너 군인으로 가는거 아니거든? 착각 좀 그만 할래?”
명령서를 받기는 했지만 그게 단순한 명령서가 아닌, 하비를 다스리느라 바빠서 자신의 결혼식에도 오지 못할 진유하와 어떻게든 정분을 만들기 위해 보내는 것이라는 것을 진작에 눈치챈 조앙은 한심하다는 듯 동생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그저 어리둥절해할 뿐 이었다.
고지식한데다가 이런 정략에는 약한 녀석이다.
전장에서 말을 타고 도적들을 해치울 때는 팽팽 돌아가는 머리가 왜 이런 부분에는 약할까.
조앙은 가슴이 아팠다.
“내 잘못이다… 좀 뭐라고 해야하나. 적당히 놀고 그랬어야 했는데. 나만 노는게 아니라.”
“오라버님은 너무 노시는게… 아버님께서도 무척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차후 아버님의 관직이 오르면 정식으로 서주목에 취임하셔야 할 분인데도.”
“잔소리는 그만. 안그래도 많이 듣고 있거든? 너까지 하진 마라.”
“죄, 죄송합니다. 제가 상급자께 무례를…”
“아니. 야… 그러지 좀 말라고.”
조앙은 골치가 아팠는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이런 딱딱함.
그 녀석과는 정말 맞지 않을 것이다.
산양군에서 그들의 행동은 단순한 조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가족과 같았다.
부하인 감녕은 진유하의 직급을 부르는 것보다는 도련님이라 부르며 친구처럼 대햇고 실제로 방통은 친구다.
그 뿐인가?
대부분 산양군의 장수들, 그리고 정예병인 흑귀대는 진유하나 진궁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배신 따위는 생각할 수 없는, 그야말로 신뢰로 똘똘 뭉쳐져 있는 이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이들 사이에 이런 딱딱한 녀석이 껴서 잘 적응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흐으음…”
이를 어쩐다.
조앙은 친오래비인 자신에게도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어찌할바를 몰라하면서 쩔쩔 매는 귀여운 동생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까 질문으로 돌아가자. 하비성주가 어떤 녀석이냐라… 소문은 듣지 않았나?”
“…네.”
“네가 보기에는 어떤 사람 같냐?”
“상급자로 모시기에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백성을 아낌과 동시에 그 능력이 대단하고, 마마라는 대적과 정면승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용기를 가지신 분. 그 뿐만 아니라…”
“…내가 보기에 그럴 녀석은 아닌 것 같은데. 뭐 좋아. 아무튼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네.”
“네.”
“그럼 남편으로써는?”
“…..”
조앙의 질문에 조청은 난처했는지 커다란 눈만 데굴데굴 굴리며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쑥맥을 떠나서 아예 잘 모르는 녀석이다.
“남녀 관계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네. 나름대로 병사들과 어울리며 음담패설은 들어봤습니다만… 그… 항문에 하는 것은 저도 조금 자신이 없…”
“어떤 미친놈이 그딴 짓을 해!”
아니,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할거면 좀 부끄러워하던가.
아무렇지도 않게 항문 어쩌고를 떠들어대는 동생을 보며 조앙은 버럭 화를 냈지만 조청은 그저 멍하니 조앙을 바라 볼 뿐 이었다.
“그들은 취향의 차이라고…”
“…거 더럽게 좋은 취향이네. 아무튼 항문 어쩌고는 잊어. 그 녀석이 그렇게 특이한 취향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외적인 남녀관계가 아니라 내적인 남녀 관계를 말하는 거라고.”
“……”
“너 솔직히 말해봐. 이해 안가지.”
“…네. 조금.”
머뭇거리면서도 살짝 얼굴을 붉힌 조청은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를 보며 조앙은 고민했다.
“으음…”
“왜 그러십니까?”
“아니. 뭐. 생각해보니 나라고해서 뭔가 이렇데 말할 만한 건덕지가 있는 건 아니구만.”
지금의 아내 될 사람을 만난 것도 처음 만나 한번에 느낌이 와 결혼을 요청했고 연인관계가 되었다.
그리고 결혼을 약속했고 이제 결혼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에 황제를 구출하는 작전에 성공한다면 빠르게 결혼을 할 것 같았다.
그런 자신이기에 남녀상열지사에 대해서 뭐라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기루에서 논 것?
기녀들과 농담따먹기를 했던 것?
진유하는 기루도 잘 안가는 놈이다.
그 녀석에게 기루 여자들이 하는 것처럼 하라고 했다간 오히려 점수가 깍일 가능성이 높았기에 조앙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님은 뭐라고 하시디?”
“별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만… 그냥 제 일에 충실하라고만 하셨습니다.”
“…그래?”
사람을 보는 눈은 자신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조조다.
그런 조조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진유하라는 인물과 저 남녀관계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조청을 엮어주려는데 아무런 짓도 안했다라.
그렇다면 자신이 괜히 끼어들 필요는 없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한가지는 확실히 알려 줄 수 있어.”
“뭡니까?”
“그의 사람이 되어야 해. 그는 자신의 사람은 절대 버리지 않으니까. 그리고… 아.”
“음?”
말을 이어나가던 조앙은 피식 웃었다.
이래서였나?
진유하는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을 좋아했다.
비록 연인관계는 모르겠지만 사람대 사람으로서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이를 좋아한다면 조청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군인으로서의 자신을 깨닫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절대로 미루지 않는다.
자신의 직위를 알고, 자신의 본분을 알기에 항상 노력하는 군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조청이라면 진유하는 여자로서는 모르겠지만 사람으로서 반드시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신뢰하고 자신의 사람으로 끌어들이겠지.
“소문보다 좀 더 뛰어난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그 녀석을 대해봐.”
“…소문보다.”
조앙의 말에 조청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지?”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느긋한 어조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소년을 보며 조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보다 훨씬 작고 무인이라기보다는 조조 휘하의 다른 책사들과 비슷한 정도의 무재를 지녔다.
나름대로 훈련을 한 흔적이 있기는 하지만 개인의 무는 강하지 않은 듯 보였다.
“뭐… 연주목께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이제 저는 하비성주님의 사람이니 하비성주님께서 마음대로 쓰시면 됩니다.”
“…정말?”
“물론입니다. 어떤 명령도 따르겠습니다.”
“이런 충성은 좀 부담스러운데.”
진유하가 난감해하며 중얼거리자 조청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까지는 어색한 관계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그녀는 담담한 얼굴로 진유하를 관찰하던 것을 이어나갔다.
솔직히 마마를 물리쳤다고 하나 자신도 본 그림에 나오는 천신장 다운 모습은 별로 없었다
아니. 그걸 떠나서 개인의 무만 따진다면 호표기의 십장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되었다.
‘이런 생각은 하지 말자.’
진유하의 능력은 개인의 무가 아니다.
조조가, 그리고 조앙이 극찬할 만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따르면 되는 것이다.
군인은 생각을 하는 자가 아니다.
그저 명령을 따르는 자에 불과하다.
자신의 속에서 피어오르는 부정을 지운 채 조청은 무뚝둑한 표정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엇! 도련님!”
“옆에는 누구요?”
진유하의 안내를 받아 병영에 도착한 조청은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흑귀대가 몸도 일으키지 않고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것을 보며 발끈했다.
군인이라면 이래서는 안된다.
“상급자가 왔는데 병사들이 무슨…!!”
“됐어.”
화를 내려던 조청은 진유하가 자신의 말을 끊자 담담히 앞으로 나섰다.
그의 모습에 조청은 자신도 모르게 눈쌀을 찌푸렸다.
어찌 군인이…
“도련님. 이거 받으쇼.”
“뭐냐? 이건?”
누워 있던 흑귀대 하나가 품에서 작은 장신구를 꺼내어 던져주었다.
그것을 받은 진유하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흑귀대는 웃으며 말했다.
“주웠수. 아가씨에게 잘 어울리겠던데.”
“저번에 저녀석이 아가씨한테 도움 받았거든. 부끄러워하는 거요. 꽤 비싼거니 전해주쇼.”
“하하. 이거 고맙구만.”
“우리가 더 고맙지. 도련님 아니었으면 이런 일은 생각도 못했을테니까. 그런데 저 아가씨는 뉘슈? 보아하니… 장교 같은데.”
“앞으로 우리와 함께 할 조청이라고 한다. 호표기 부대장이고… 아직 하비에서의 직책은 없군. 하지만 너희들 상관이니까 앞으로 보면 인사해.”
“헤에… 여영기 부대장같은 건가? 잘 부탁드리겠수다.”
규율만 따지면 오합지졸도 이것보다 나을 것이다.
방만한 태도로 상급자에게 대충 인사하는 그들의 모습에 조청은 인상을 찌푸리고 진유하의 팔을 잡았다.
“명령만 내리시면 이들에게 규율의 무서움에 대해서 알려주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흑귀대는 규율이 없기에 강한거니까. 그들의 자유로움은 유연한 전략과 전술을 꾸밀 수 있지. 허례허식의 도입으로 저들의 전투력을 깍을 생각은 없어.”
“…저들이 흑귀대란 말입니까?”
전장의 악마.
천신장을 수호하는 마귀들.
연주에 나 있는 소문을 떠올리며 조청은 떨떠름히 말했다.
전장의 악마라고?
아무리 봐도 전장에 나가면 두려움에 도망칠 것 같은 규율없는 오합지졸인데?
조청은 떨떠름한 얼굴로 그들을 보았고 진유하는 웃으며 바닥의 돌을 걷어 차 쉬고 있던 흑귀대 하나에게 날렸다.
“우쌰!”
보지도 않은 채 동료들과 떠들던 흑귀대원은 육포를 자르던 단검을 움직여 가볍게 돌을 빗겨내 옆으로 흘려버렸다
그것을 본 조청은 화들짝 놀랬다.
분명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런 예민한 감각이라니.
조청이 당황하는 것을 보며 진유하는 빙긋 웃었다.
“어때? 대부분이 저정도의 실력은 가지고 있지. 저들은 스스로 필요에 따라 훈련을 하고 스스로 요청에 따라 강해진다. 그런 이들을 규율로 얽매어봤자 저들의 힘만 깍아먹을 뿐이야.”
“…어떻게 저들을 키우셨습니까?”
저런 정병들을 만들 수 있다면 조조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수많은 훈련과 경험을 쌓아야만 만들 수 있는 정병들을 떠올리며 조청은 조심스레 물었고 진유하는 웃었다.
“저들이 원하는 것을 주었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