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30
00230 신뢰의 대가 =========================
“그럼 보내주시오.”
“하지만 북해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한다.”
북해의 공자원을 공융의 뜻대로 변하게 하려면 왕흘이 공자원으로 돌아가게 둘 수는 없었다.
내 말에 왕흘은 아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기주로 가겠소.”
“기주의 어디로 갈 생각이지?”
“업. 업에 아까 말한 내가 데려와야 할 사람이 있소.”
“누군데? 그게?”
“…내 형과 조카들, 그리고 딸과 같은 사람이오.”
왕흘은 날 바라보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딸이면 딸이지 딸과 같은 사람은 또 뭐야?
얘도 뭔가 복잡한 가정사가 있는 것 같네.
난 왕흘을 말없이 바라보았고 그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장패.”
“진짜 그냥 보낼 거요?”
“응. 뭐 어쩌라고. 문제라도 있나?”
“아니… 하. 난 모르겠다.”
장패는 품에서 금이 담겨 있는 주머니를 들어 나에게 휙 던졌다.
묵직한 것이 적어도 서른냥은 들어 있는 것 같다.
이정도면 업까지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그것을 왕흘에게 건네주고 그에게 내가 말을 주었다.
말을 받은 왕흘은 쓰게 웃으며 말에 올라탄 후 말했다.
“불안하지 않으시오?”
“불안는 무슨. 한번 정했다면 계속해야 하는 법이지. 그리고 네가 배신을 한다고 해서 나에게 큰 위험은 별로 없으니까.”
“흥.”
왕흘은 내가 하비성주라는 것은 알지만 독안룡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을 왕흘이 원소에게 알렸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마음대로 해봐.”
“한가지 이야기를 해주지. 원담이 내 제자가 된 것은 내가 가진 재산을 차지함과 공자원의 중스승인 날 포섭하기 위해서였소. 허나… 내가 북해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예상할 수 없겠구려. 댁은 어찌 생각하시오?”
“두가지 정도? 첫번째는 병사를 이끌고 북해로 오는 것. 북해로 와서 당신이 사라진 것에 대한 책임을 공융에게 묻는다. 라는 명분으로 청주에 영향력을 끼치려 하겠지. 두번째는… 당신을 잡으려고 당신이 가야 할 곳을 칠 것 같은데. 당신이 업에 당신이 데려가야 할 사람에 대해 원담은 알고 있나?”
“아마 모를거요.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지. 심배가 작전에 실패하여 복양에서 죽은 이후로 곽도, 봉기와 전풍등은 미쳐 날뛰고 있으니까. 그들은 원소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소. 그들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는 없소. 아마 비밀리에 나에 대한 뒷조사를 했을 수도 있겠지.”
“원소가 왜 당신을 원하지? 나처럼 판을 만들려고 하는 것도 아닐텐데.”
“이유는 몇가지가 있소. 일단은 내 재산을 노리는 것이고 두번째는 날 이용하면 공자원을 효율적으로 제압할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세번째는 아마 날 움직여서 돈을 벌게 하려는 것일거요. 일전 원가가 다른 상인들과 거래를 할 때 몇번 자문을 해주었는데 그것으로 큰 이득을 보았거든. 그때부터 원소는 내가 자기의 부하가 되길 원했소.”
“쓸데없이 능력을 보여도 의미가 없는데.”
“그러게 말이오. 하지만 그때는 나도 필사적이었으니까. 돈을 벌어야 했거든.”
“왜?”
“뭘 그런 걸 궁금해하시오? 돈이 없었으니까 벌어야 했소. 먹여살려야 할 군식구가 있었고 하던 사업이 망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을 뿐. 아니… 뭐 그건 나중의 일이겠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오. 해보니 그게 나에게 더 맞았고 더 빠르고 쉽게 벌 수 있었으니까. 위정자와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이득을 안겨주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떨어지는 것은 아주 많았소.”
왕흘은 시큰둥히 대꾸했다.
자세한 사정을 말해주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직까지는 나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난 그의 말에 잠시 생각한 후 말해주었다.
“그럼 빠르게 데리고 오는 것이 낫겠군. 바로 서주로 오지는 마. 연주를 통해서 서주로 오는 것이 가장 나을 것이다.”
“흐음… 알겠소.”
“몸 조심하라고. 서주에서 보자.”
시큰둥한 눈으로 나를 본 왕흘은 말을 몰고 서쪽으로 가버렸고 그를 바라보던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몸을 돌렸다
“그럼 우리도 가자고.”
“어디로 갑니까?”
“일단 일행을 좀 나눠야겠네. 나와 조청은 일단 서주로 돌아가서 공융의 요청에 대한 준비를 하고 바로 올라오도록 할게. 동해군과 낭야군의 병사들을 데리고 올라와서 합류하도록 하지. 그리고 너희들은 계속 이곳에서 움직이며 악명을 쌓아.”
“어쩌려고?”
“독안룡 토벌에 대한 공을 만들어야 할테니까. 그리고 가능하다면 청주로 들어오는 기주의 병력과 싸워서 적어도 무승부를 이뤄냈으면 좋겠네. 독안룡이 강하면 강할 수록 내가 얻을 것이 많을테니까.”
“뭘 어쩌려는겁니까?”
“말했잖아. 독안룡 토벌과 그들의 흡수에 대한 공을 가져야겠다고. 단순한 허세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청주에 있는 백성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 그리 된다면 청주를 장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
공도의 질문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원소나 원담에게 북해로 올 병력이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만약 그들이 왕흘을 노리고 움직이는 것이라면 방심할 수는 없었다.
“어느정도의 공작은 필요하니까. 장합. 지금부터 대장은 너다. 능력껏 움직이라고. 조청과 나는 일단 서주로 돌아가겠어. 서주에서 병력과 물자를 끌고 오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호위를 위한 백인대만 데리고 곧장 서주로 향했다.
내 옆에서 말을 몰던 조청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성주님.”
“응.”
“불안하지 않으십니까?”
“불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왕흘을 데려오겠다는 것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원소와 척을 지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아버님과 원소의 대결이었지만…”
“하하…”
확실히 그렇다.
지금까지는 나와 원소의 대결이 아닌 원소와 조조의 대결에서 나는 그저 조조를 지원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예상, 그리고 예측 정도의 움직임에 불과했지만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원소와 정면대결을 하게 되는 것이다.
청주에 영향력을 넓히려는 원소.
청주에 영향력을 넓히려는 나.
지금까지는 그저 견제에 불과했지만 본격적으로 부딪히는 것이니만큼 조청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난 웃음기를 유지한 채 말했다.
“두려워?”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내 질문에 조청은 얼굴을 붉히며 화가난 듯 대꾸했고 그녀를 향해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딱히 두렵거나 한 것은 아니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언젠가는 붙어야 하니까. 그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움직이는게 나아.”
왕흘의 일은 그저 계기에 불과할 뿐이다.
어차피 원소와는 적대를 해야 했다.
그때를 대비해서 청주에서의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원소에게나 나에게나 중요한 일이었다.
기주, 그리고 서주.
둘 다 서로에게 중요한 곳이다.
그가 서주에 병사를 보냈을 때부터 그와의 싸움은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
이미 그것에 대해서는 각오를 다짐한 상태였다.
난 조청을 향해 무덤덤히 말했지만 조청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녀는 입을 다문 채 정면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뭐가?”
“왜 저희 아버님… 연주목의 손을 잡으신 것입니까?”
“왕흘과 이야기를 나누실 때… 그가 물었지요. 왜 원소가 아니냐고. 왜 연주목입니까? 왜 저희 아버지입니까?”
조청은 날 보지도 않은 채 물었다.
선두를 달리던 흑귀대가 손을 들어 올린다.
슬슬 목표로 했던 야영지에 도착한 모양이다.
내가 말의 속도를 낮추고 말에서 내리자 조청 역시 말에서 내린 후 내게 다가왔다.
“왜 조조냐고?”
“네.”
조청의 입장에서는 신기하겠지.
나는 조가의 사람도 아닐 뿐더러 조조와 그렇게 큰 연이 없었다.
굳이 연이라고 한다면 내가 어렸을 때 본의 아니게 그를 도왔다는 것과 사마가에서 조조와 거래를 했다는 정도 뿐이다.
단지 그것만으로 조조를 선택하여 그를 지원한다는 것은 조청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맞다
그의 대의에 동의한 것도 아니고 그의 뜻을 인정한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그와 필요의 의해서 손을 잡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나는 꽤나 조조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왜 연주목을 위해서 일하냐라… 딱히 내가 움직이는게 연주목만을 위한 것은 아닌데.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내 사람들을 위해서이기도 해. 그렇기에 연주목과 함께 하는거야.”
서주라는 비옥한 땅
그리고 연주 내에서 산양군이라는 위치.
그것을 생각한다면 난 지금 조조를 배신하고 내가 최고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조와 연을 계속 맺고 있으며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데도 자신과 결혼까지 하여 그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리고 아까 전 나와 왕흘의 대화에서 난 원소를 비롯한 현재 대부분의 유력 군벌들을 개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조조와 나를 제외하고.
그러니 조청으로서는 궁금할 것이다.
왜 내가 조조를 따르는 것인가.
그녀가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난 피식 웃었다.
“뭔가 문제라도?”
“저희 아버님께서 훌륭하신 분이라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성주님 역시 훌륭합니다.”
“와… 너 지금 나한테 반역하라는 거야?”
“아, 아닙니다. 그런 건.”
“그럼?”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조청이 머뭇거리며 질문하자 난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흑귀대원들이 야영준비를 하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 역시 필요에 따라서 연주목과 손을 잡은 정도에 불과할 뿐이야. 늘 말하는 것이지만 나에게는 대의가 없어. 천하를 경영한다? 천하를 가진다? 가져서 뭐할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뭘 할 생각인데?”
“인간의 욕망을 긍정한다 말씀하셨잖습니까.”
“그래. 인간의 욕망을 긍정하지. 하지만 그걸 긍정한다 하여 내가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잖아?”
난 한숨을 내쉬었다.
“꼭 대의를 이루는 것이 아니더라도 행복을 이룰 방법은 많아. 연주목과 내가 원하는 것은 미묘하게 달라. 하지만 방식은 비슷하지. 그렇기에 난 그와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야. 그가 원하는 것을 얻는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아버님에게 호감을 느낀 것은 아니라는 것인가요.”
“그래. 딱히 연주목이 나에게 뭔가 해준 것도 없는데 내가 그에게 호감을 느낄 이유는 없지. 그에게 천하를 주려는 이유도 간단해. 그의 밑에서라면 내가 원하는 욕심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그라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지속하도록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지. 원소는… 글쎄?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아버지와 결심을 했을 당시에는 그와 엮이는 것이 쉽지 않았지.”
“그렇다면 성주님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아버님께서는 도대체 성주님의 무엇을 긍정하시는 겁니까?”
“일단은 좀 편안하게 사는 거.”
“…네?”
“쓸데없이 머리 굴리지 않고, 이상한 일에 개입되지 않고. 그냥 아침에 내가 사랑하는 아내의 품에서 일어나 낮 내내 그녀와 뒹굴거리고,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점심에는 산책을 갔다가 오후에는 책이나 읽고. 저녁에는 내 아이들과 손을 잡고 놀고 저녁에는 그냥 푹 자는 거. 이게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 거야.”
여포와 조조에 의한 아버지의 죽음을 회피하기 전이라면 모를까 그것을 해결했고, 또 이유하가 가진 삼국지의 주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그 정도에 불과했다.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 두번 정도라면 지금 당장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일년, 십년 이상 지속시키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아직 난세는 끝나지 않았다.
각지의 군벌들은 천하를 잡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고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나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동료로, 나와 내 가족들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방패로 조조를 고른 것이다.
“물론 그 밖에도 여러가지 하고 싶은 일은 많지. 하지만… 뭐 기본은 그거야.”
“정말 의외네요. 성주님이라면 좀 더 큰 꿈을 꾸고 계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하는 짓을 보면 확실히 그렇지? 다들 그러더라고. 하지만 이거.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왜죠?”
“그야 당연하지.”
난 무위를 꿈꾸는 것이 아니다.
난 욕망을 긍정한 채 편안함을 꿈꾸는 것이다.
그것을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가 난세를 끝마치는 것.
그리고 그 두번째가 바로 그 끝난 난세에서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막강한 권력과 힘을 손에 넣는 것이다.
조조나 조앙, 후에 나올 그들의 후계자가 건드려봤자 득 될 것 없고, 차라리 포섭하는게 낫다 생각될 정도의 힘을 가질 수 있다면 함부로 날 건드릴 수 있는 이는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정도에 불과했다.
불과하다고 말할 정도로 간단하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이득만을 원한다면 산에 틀어박혀서 혼자 살라고.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두와 연계될 필요가 있어. 사람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 그렇다면 내 꿈을 위해서라면 뭘 해야 할까?”
“그건…”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정도가 되어야 해. 그게 친인척의 연이든, 아니면 학연이든. 그것도 아니면 권력의 힘이든. 결국 내 자그마한 소원을 위해서는 정말 많은 것을 이루어야 한다고.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고, 누구의 위협도 받지 않으며 내 사람들과 편안하게 살려면 그럴 수 밖에 없어.”
왕이라 하더라도, 절대자라 하더라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정도의 위치에 오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난 그것을 위해서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절대자를 꿈꾸는게 낫지 않습니까?”
“절대자에게는 절대자가 가져야할 책임이 있지. 그 과도한 책임을 이루기 위해서 내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사마의는 내 꿈이 작다고 말했다.
인정한다.
내 꿈은 작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의를 이루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난 그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하아… 굉장한 욕심쟁이셨군요. 의무는 갖고 싶지 않고 권리만 누리고 싶다는 것이잖습니까. 십상시 같은 존재 아닙니까? 간신이라구요. 그건.”
“뭐 굳이 말하자면 그런 쪽이겠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치챈 조청은 쓰게 웃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많은 것을 누리고 싶다.
그게 뭐 잘못된 것인가?
인간은 모두 똑같다.
책임은 지기 싫어하고 권리는 누리고 싶어한다.
“쉽지 않을텐데요.”
“알고 있어. 그거. 절대로 만만한 일이 아니지. 그래서 이렇게 개고생하고 있는거 아니겠어? 그리고 조청. 내가 원하는 삶 중에는 너 역시 포함되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