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52
00252 전투에서 이겼지만 =========================
“…….”
이거 어째 너무 쉬운데?
전투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싱겁게 흘러가고 있었다.
서황과 장합, 그리고 문직이 이끄는대로 움직이는 병사들은 어렵지 않게 원담군의 병사들을 썰어넘겼다.
애초에 병력의 수 뿐만 아니라 사기, 그리고 질까지.
모든 부분에서 우리가 압도하고 있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원담이 필사적으로 병력들을 이끌고 있었지만 그의 지휘는 번번히 실패로 흘러가고 있었다.
딱히 내가 지휘를 하지 않더라도 전황 자체가 급변할 것 같지는 않았다.
원담이 이끄는 전군이 신나게 털리고 있는데도 후군은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후군은 누구지…?”
순우경인가?
아니면 고람?
그것도 아니면 안량?
도대체 저들의 움직임이 뭘 뜻하는 것일까.
너무 엉망이라 오히려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아니 이정도로 털리면 슬슬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 전장에서 서황과 장합을 상대하는 것은 오직 원담과 이번에 새롭게 들어 온 견초라는 장수 뿐이었다.
“하아아아압!! 아직 멀었다!!”
원담과 견초가 이끄는 곳에서만 그나마 비슷한 수준의 전투가 이루어질 뿐 이었다.
서황과 장합은 양익으로 이동하며 원담과의 교전을 피하며 철저하게 그의 병사들을 죽여가고 있었다.
이렇게 전군이 밀리고 있는데 후군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움직인다.
다만 문제는 원담이 이끄는 전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후퇴를 하는 것이 문제다.
현재 교전중인 전군을 내버려 둔 채 후군이 빠르게 물러나는 것을 보며 난 외쳤다.
“쫓아!”
불리한 전황을 피하기 위함일까?
적들이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며 난 확성기에 대고 강하게 외쳤다.
함정에 대한 위험을 생각할 필요가 있었지만 은폐나 엄폐하기에 용이한 숲과는 꽤 거리가 있었다.
적당한 거리만 유지하면 된다.
원담군의 후군이 거의 궤멸되다시피한 전군을 내버려두고 뒤로 빠지는 것을 서황이 이끄는 병사들이 추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담이 이끄는 전군과 교전중이라는 것 때문인지 쉽게 이탈하지 못했다.
일사분란하게 후퇴하는 이들을 잘못 쫓으면 오히려 역습에 당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서황은 진형을 대충이라도 추스리고 공격하기 위해 머뭇거리는 것이다.
“뭐지…?”
약해도 너무 약하다.
전략도 없고.
그렇다고 판을 뒤집을 것도 없고.
이건 그냥 잡아 죽여달라고 하는 정도인데.
원담은 원소의 후계자다.
그런 후계자를 이런 험지에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보내?
안량까지 나오길래 뭔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군의 중요성을 안다면 저따위 허접한 병사들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 아닌 전풍이나, 하다못해 곽도라도 데리고 와야 하는 것 아닌가?
나에게 있어서 제군의 중요성은…
“…씨발. 잠깐.”
전풍의 수.
그리고 약해빠진 원담군.
마지막으로…
“빌어먹을.”
내가 알고 있는 삼국지의 기억.
난 이를 갈았다.
“후군을 최대한 빨리 추격해! 더 많은 적을 죽여야 한다!!”
확성기에 대고 강하게 외쳤다.
빌어먹을.
전풍 이 개자식이 이런 수를 쓴 거였나?
“이런 미친놈. 제대로 폭주하고 있구나…!”
어이가 없었다.
이 수는 그에게 있어서 자충수나 다름 없는 수였다.
그런 수를 둔다고?
만약 내가 그의 생각대로 한번이라도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그는 이 일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
아니.
차라리 잘 됐다.
비록 한번 당하기는 했지만 되갚아 줄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있었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난 병력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후퇴하는 원담과 그의 병사들을 향해 강하게 외쳤다.
“절대 원담을 죽여서는 안된다!! 반드시 그를 사로잡아야 해!! 야! 움직여! 우리도 간다!”
***********
“이런 씨.”
조순과 합류하여 전장을 우회해 제군을 공략, 진유하가 원담을 쓰러트리거나 패퇴시키면 제군을 기반으로 그들을 공략하려 했던 방통은 제군에 먼저 들어와 있는 조순의 보고를 받으며 이를 갈았다.
“그게 말이나 되는 얘기야!?”
“하지만… 사실입니다. 제군에는 개미새끼 한마리도 없습니다.”
먼저 출발하여 정탐을 한 조순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적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적장은 누구인지.
어디를 공략해야 할 것인지.
그것을 알지 못한다면 전투는 어렵다.
그렇기에 제군 내에 병력을 보내 정탐을 실시한 조순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없다
병사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 자체가 없는 것이다.
세간살이 중에서도 돈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챙겼고 몇몇 집에서는 죽은지 며칠 되어보이지 않는 시체들이 있었다.
각 현을 뒤져보아도 있는 이들은 없었다.
모조리 사라진 것이다.
“이건 이주의 흔적인데…”
조순의 보고를 받고 함께 제군 안으로 들어간 방통은 길에 나 있는 깊은 자국들을 보았다.
짐을 잔뜩 실은 듯한 수레 자국은 항구로 향하고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이런 자국이 생기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한 흔적.
그것을 쫓아 이동하던 방통은 북해로 갈라지는 길에서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북해? 그리고 임제항? 이게 도대체 무슨…”
북해로 도망갔단 말인가?
하지만 북해로는 왜?
이유가 없지 않은가.
원소가 바보도 아니고 기껏 차지한 군을 버리고 도망갈 이유가…
방통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빠득 이를 갈았다.
“이런 씨발!”
“왜 그러십니까?”
“당장 항구로 가봐!!”
방통의 외침을 받은 조순은 빠르게 말을 몰아 항구로 향했다.
그리고 항구에 도착한 그는 입을 쩍 벌렸다.
“…맙소사.”
거대한 항구의 흔적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항구가 멀쩡한가였다.
그렇지 않다.
커다란 바위들, 그리고 불에 탄 흔적들.
항구를 완전히 불태워 버리고 제군의 주요 시설인 조선소도 완전히 불타 흔적만 남아버린 것이다.
그가 당황했을 때 다른 곳을 확인하고 온 방통은 기막혀하며 조순에게 말했다.
“제군 군수의 치소도 완전히 불태워져 있어. 이놈들… 청야전을 쓴 것 같은데. 각 우물에도 똥이 가득하고…”
“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잖습니까! 청야전을 왜!?”
청야전술.
상대가 가지지 못하게 후퇴하며 초토화를 하는 작전
하지만 이건 쉽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자충수가 될 뿐만 아니라 차후 전투의 양상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바뀌기 마련인데 자신들이 쓸 수 있는 거점이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단순 청야전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네.”
“그럼 뭡니까?”
“애초에… 미끼로 써먹은 거였어.”
방통이 힘없이 중얼거리자 조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군을 미끼로? 하지만 제군 군수는 원담입니다. 원담은 원소의 후계자입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진 장군님과 싸우고 있고.”
“맞아.”
“그럼 뭡니까?”
조순의 질문에 방통은 이를 갈았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눈을 가리기 위한 미끼였다. 도적들에게 있던 문서도, 제남군수에게 있던 문서도… 그리고 제남군의 정치가 개판이던 것도.”
“…..”
조순의 얼굴이 점점 딱딱히 굳어졌다.
그런 그를 마주하며 방통은 다급히 말했다.
“지금 당장 북해쪽의 상황을 알아보도록 해. 그리고 동래군도. 그곳의 군수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오는거야.”
“…알겠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조순이 빠르게 튀어나가자 방통은 주먹을 꽉 쥐며 희미하게 웃었다.
“원담을 우리 손으로 죽이게 하려는 미끼였어. 이 모든 것이… 그리고…”
방통은 북해 쪽을 보았다.
“일부러 의미불명의 서찰을 보내놓고… 그것에 지레짐작해서 겁먹고 우리가 제남군을 완전히 장악하게 만들려고… 시간을 끌려고 한 것이었던 것에 불과했어. 빌어먹을. 하지만 어떻게? 동래군에 항구가 있다고 하지만 결국 강을 이용해야 하는데… 왜? 왜 굳이 그쪽으로!? 환장하겠군. 도대체 무슨 마법을 쓴거지? 아아… 유하. 제발 눈치채라…! 원담이 죽으면 우리에게 엄청나게 손해다!”
“…..”
공융은 자신의 앞에 서서 빙긋 웃고 있는 사내를 노려보았다.
어떻게 이 자가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것인가.
병사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공융을 향해 사내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북해군수께서는 좀 쉬셔야겠습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것이지? 나도 주변의 정세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군의 원소군은 지금 진동장군과 싸우고 있을텐데?”
“제군이요…”
사내는 키득거린 후 어깨를 으쓱였다.
“애초에 제군따위는 미끼에 불과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신경을 쓰지 않으시더군요. 동래군에도 항구가 있다는 것을…”
“벌써…?”
“애초에 공손도와 싸울 필요는 없었습니다. 굳이 필요가 없는 일을 할 이유는 없었지요.”
공손의 피를 가지고 있지만 공손찬에 비한다면 그는 개나 다름없었다.
먹이를 던져주면 꼬리를 흔들 개.
그렇다면 적당히 배가 부를 정도로 먹이만 주면 되는 것이었다.
원소에게 보고하여 그를 원소 휘하의 수하로 만들고 기존의 자리를 인정해주면 되었다.
어차피 공손도가 차지하고 있는 땅은 아무나 들어와서 관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동이족, 그리고 북방의 유목민들과 거래를 하고 그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것.
자신들은 적당히 공손도를 내세워 그들에게서 얻을 것을 얻고, 줄 것을 주면 되는 것이다.
쓸데없는 자존심?
그 땅을 가져야하겠다는 욕망?
그것을 버리면 일은 쉽다.
가끔씩 사람들은 그런 중요한 것들을 잊었다.
원소도,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이 공융도.
그리고 다른 이들 역시도.
굳이 필요 없는 것에는 욕심을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세상은 무척이나 편해졌다.
충성?
충심?
의리?
그따위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
그것을 깨닫고 ‘나’에게 필요한 일을 선택해 온 결과 이렇게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
‘심배도 없고… 봉기도 사라졌다. 남은 것은 곽도 뿐이군.’
자신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여포와 연합하여 복양에서 반란을 일으키다가 결국 조조에게 잡혀 처형당한 심배.
왕흘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원소와 함께 움직이다가 책사 주제에 공을 세우려고 나서 동백에게 잡힌 봉기.
이 둘이 없는 이상 나머지는 그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군수님. 이 전풍에게 힘을 실어주시지요. 군수님께서 저를 좀 도와주신다면 원공께서 큰 힘을 얻으실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
공융은 눈 앞의 사내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공손찬을 잡고 일부러 시간을 끈 것이었다.
공손도와 공손강을 잡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공손찬도 잡았는데 그들이 뭐가 힘들겠는가.
하지만 그는 공손도를 잡아 쓰러트리는 것이 아닌 그와 손을 잡아버렸다.
“일부러 그들과 손을 잡은 것을 알리지 않았군.”
“예. 아무튼 천천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때까지 북해는 저의 주군께서 잘 다스리고 계실 테니까.”
공융을 향해 환히 웃은 사내가 손을 들어 올리자 병사들은 공융을 잡아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열살 남짓한 작은키의 사랑스러운 홍안의 미소년이 쭈뼛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만들 정도의 미형의 얼굴을 가진 소년을 향해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요. 도련… 아니. 군수님.”
“아, 아이 참. 전 숙부님. 그리 말씀하지 말아주십시요.”
“그래도 이제부터는 군수님이지 않습니까.”
“전 숙부님을 믿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과한 예는 부담스럽습니다. 어머님께서도 전 숙부님을 친 숙부님처럼 믿고 따르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하하… 그럼 그리 할까?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그리 하면 아니된단다. 알고 있겠지?”
싱긋 웃은 그는 한쪽 눈을 깜빡이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를 향해 소년은 환하게 웃은 후 고개를 끄덕이고 방금 전까지 공융이 앉아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전 숙부님. 괜찮겠습니까? 이번 일은 모두 전 숙부님의 공이신데…”
소년은 신뢰를 가득 담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사내는 자애롭게 웃었다.
“네 어머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단다. 유 부인께서 널 무척이나 아끼더구나. 그 분께선, 그리고 원공께선 내가 널 돕기를 바라셨단다. 그러니 걱정 말거라. 네 뒤는 이 전풍이 확실히 돌볼테니까. 이정도 공은 공도 아니야.””
“하아… 이렇게 숙부님께 매번 폐를 끼쳐드려서… 모든 공을 저에게 다 돌리셨잖습니까.”
“그깟 공 따위 나에게 무슨 필요가 있겠니. 다 네가 날 믿어주며 잘 따라준 덕분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부담갖지 말거라.”
빙그레 웃은 전풍은 그에게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두명의 사내였다.
그들을 향해 희미하게 웃은 전풍은 머뭇거리는 그들에게 말했다.
“자네들이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어. 자네들이 바닷길을 이용할 줄 알았을 줄이야. 청주와 서주쪽에 출몰하던 해적들과 관계를 맺고 있을 줄은 몰랐군.”
“크흠! 그럼 이제 우리는…?”
“암! 물론이지. 그곳은 자네들에게 전부 맡길 것이니…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네. 그리고 그 해적건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넘어가주겠네. 하지만 이제부터는 곤란해. 필요한 식량과 물자는 보내줄테니까 그런 짓은 하지 말게. 만약 했다간…”
“하하! 이를 말이겠소? 걱정 마시우. 그럼 우리는 돌아가보리다.”
“그러게. 조심히 가게나.”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 꽤나 어색한 모양이다.
공손도와 공손강.
그들은 전풍과의 거래에 성공한 것에 만족하며 밖으로 나갔고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복도를 걸어 온 한 사내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은 위험한 이들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필요가 있으니 데려가는 것이네.”
“…..”
하긴.
자신이 저들을 욕할 처지가 되겠는가.
“그보다… 상산의 조가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나?”
“오지 않았소. 그곳으로 가지는 않았다고 하더군.”
“이거 아쉽군…”
원소군이 북진하는 것을 끝까지 막아내던 이들 중 하나였다.
그들을 꼭 손에 넣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에 연연할 수는 없었다.
“전 현령을 손에 넣은 것만으로 만족할 수 밖에.”
“그나저나. 괜찮겠소?”
“무엇이?”
공손찬을 따르던 이들 대부분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전풍이었다.
공손찬은 살 수 없다.
하지만 당신들의 목숨은 살릴 수 있다.
전풍은 그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목숨, 그리고 그들의 관직을 대가로 제안했고 결국 그들은 공손찬의 죽음에서 눈을 돌리고 말았다.
“공융이잖소. 그 공융을 저렇게 대해도 되느냐는 거지. 공자원이라면 나도 아는데…”
“아아… 걱정마라.”
“어쩌려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의 죄는 내가 지는 것이 아니니까.”
전풍은 비릿하게 웃으며 방쪽을 보았다.
“책사가 하는 모든 일의 책임은 주군이 지는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