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01
00301 지배자의 자질 =========================
주령이라.
난 날 향해 싱글거리면서도 내가 누군지 궁금해하는 그를 향해 천천히 말했다.
“잠시 후에 따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예? 어렵지 않습니다만. 조공과 함께 오신 분이 제게 무슨 말씀이… 알겠습니다.”
의아해하면서도 그는 별다른 부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안내를 받아 장원으로 들어간 나는 조조가 주령을 내버려두고 휘적휘적 걷자 그에게 물었다.
“저 자는…”
“알고 있는건가? 원소를 따르다가 나에게 투신한 이라네.”
“그건 아는데… 왜 마궁수장입니까? 능력이 있어보이는데?”
사람 잘 보는 조조는 이상하게 주령을 싫어하여 그에게 높은 관직을 주지 않았고 조비대에 되어서야 주령은 자신의 관직을 제대로 인정받았다.
이것도 삼국지와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있는걸까?
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피식 웃었다.
“저 사람. 갖고 싶습니다.”
“흐음. 자네가 인정할 정도라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이군.”
“네. 한번 본 것만으로 판단하기는 그렇지만.”
내가 안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내 판단은 대부분 삼국지를 참고한다.
거기에 이름이 실렸을 정도의 인물이라면 반드시 쓸만한 것이기에 난 조조에게 대놓고 청했고 조조는 능글맞게 웃은 후 대꾸했다.
“사람을 주는 것이야 어렵지 않다만… 그가 자네를 따르려고 할지는 의문이구만.”
“뭐 그건 제가 알아서 하지요.”
적어도 마궁수장 이상의 관직은 내릴 수 있으니 한번 꼬드겨봐야겠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능력에 걸맞는 자리를 주는 것이 옳지.
내가 웃으며 말하자 조조는 마음대로 하라고 한 후 작은 방을 가리켰다.
“흐음…”
여기에 유비가 있다는 건가.
그런데 장비가 안보이는데.
어디 갔을까?
“장비는 어딨습니까?”
“떠났네.”
“…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묻자 조조는 쓰게 웃었다.
“꽤나 강한 사람이라 끌어들이고 싶었지만 워낙 뜻이 강경하여 보내 줄 수 밖에 없었지. 이제 세상에 나오고 싶지 않다고 하더구만. 모든 것에 실망했다고.”
“아니 그걸 왜 그냥…”
못 먹을 거면 찔러나 보든가.
내가 어이없어하자 조조 역시 난감했는지 입맛을 다셨다.
“그를 제거하고 싶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불가능했어.”
“흐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지금 허도에 있는 것은 전위 뿐이라고 했다.
허저와 하후돈, 하후연이 각기 다른 곳에 있는 만큼 장비를 상대할 만한 이가 없었겠지.
괜한 혼란을 만드느니 그를 내보냈다는 것일까?
안이하다고 볼 수 있었지만 조조가 그랬다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좌장군의 자리와 묘재의 조카와의 결혼까지 제안했지만 거절을 하더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었겠지요.”
회유를 거절하고 세상을 등지며 살아가겠다고 선언한 장비를 잡을 수 있는 패는 없었을 것이다.
조조 역시 그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어떻게… 자네 혼자 만날 생각인가?”
“일단은 그래야지요.”
장비에 대한 것은 일단 잊자.
지금은 유비를 상대할 때다.
조조는 고개를 끄덕인 후 툇마루에 앉았다.
“들어가보게.”
“예.”
조조의 허락을 받고 문을 열었다.
고풍스러운 방이다.
유 의원의 의방처럼 한약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방의 끝에 있는 침상에 누워 있는 이가 보였다.
척 봐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이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슬쩍 고개를 돌려 날 보더니 피식 웃었다.
“어서와라. 병문안을 오는 것이라면 양 손은 무겁게 하고 와야 한다는 걸 모르나?”
“양 손 가득 무겁게 칼을 들고 오려던 걸 참은 거니까 개소리 지껄이지 마시지. 흠… 꼴이 말이 아니군.”
“흥.”
유비는 콧방귀를 뀌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사람이 왔는데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건가?
하긴.
저 인간이랑 내가 그렇게 예의를 차릴만한 사이는 아니지.
의자를 끌어 앉은 후 물었다.
“왜 이러고 있나?”
“사지로 밀어 넣은 사람이 할 말은 아닌 듯 싶은데.”
유비의 빈정거리는 어조에 난 피식 웃었다.
“팔목도 완전히 가늘어졌고… 진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하군. 꽤나 고통스러워보이는데 어때? 지금 그 목숨줄을 내가 끊어줄까? 슬슬 편하게 되고 싶지 않나?”
“고맙지만 사양하겠다. 조금이라도 물고 늘어지고 싶거든.”
이런 꼴이 되었는데도 아직 포기하지 않는다라.
정말이지 끈질기가 바퀴벌레 같다.
유비는 무감정하게 대꾸한 후 눈을 감았다.
그를 빤히 바라보던 나는 검을 뽑았다.
“죽일 생각인가?”
“실은 그러고 싶은데.”
“마음대로 하시게나. 나에게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아우들도, 그리고 병사들도. 하다못해 내 몸을 가눌 수 있는 힘 조차 없으니 말야. 이대로 누워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만이 남았을 뿐이니까.”
힘없이 손을 들어 올린 그는 주먹을 쥐었다.
“이 손에 천하를 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우습군.”
유비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말대로 그의 얼굴에는 죽음의 기색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수작에 말려들 내가 아니었다.
“개수작은 그만 부리시지.”
“개수작?”
“병자를 흉내낸다고 해서 내가 널 그냥 두고 볼 것 같은가?”
“그럼 죽여.”
고개를 돌린 유비는 날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네놈 손으로 날 죽이고 한 황실을 능멸해라. 한 황실을 네놈 마음대로 주물럭거려봐라. 손 하나 까딱하는 것 조차 힘겨워하는 날 두려워하며 죽이고, 그런 나를 끝장내고, 한 황실마저도 네놈 손으로 끝장내라. 그리고 천하 만민의 원성을 받아라. 날 죽이고 네놈이 가진 무기를 하나씩 제거해나가라. 내 목숨 하나로 네놈 역시 나락에 떨어진다면 그것 역시 나쁜 일만은 아니겠지.”
“흐음…”
유비의 말에 난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이유하의 지식에 있는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을 떠올렸다.
충신인 정몽주를 죽이고 이성계가 조선의 왕이 되었을 때 그는 백성들의 삶을 보고 싶다며 저잣거리에 나갔고 그곳에서 성계탕이라는 것을 먹게 되었다.
백성들이 먹는 국밥의 이름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자 그는 기뻐했었다.
이만큼 백성들이 자기를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유래를 물었을 때 나온 대답을 들으며 그는 절망했다고 한다.
성계탕이라는 이름이 충신인 줄 알았건만 왕족들을 모두 죽이고 결국은 나라를 배반해버린 자신에 대한 욕과 저주의 의미로 붙여진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고려가 개판인 나라였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이성계가 백성들의 인기를 끌었다고 하더라도.
한 나라를 뒤집어 엎는 짓을 하는 이가 받는 대접은 그것이었다.
그리고 백성의 힘을 무기로 쓰는 나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인 일이다.
“너희들은, 아니. 너는 날 죽여서는 안된다. 오히려 날 살려야하지.”
“뭐. 그렇지.”
황족 중 하나인 유요를 제거한 나이지만 유비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유요는 세력을 가지고 그 세력을 활용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세력을 무너트림과 동시에 그를 제거하더라도 내 인기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에게 죄를 덮어 씌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유비는 달랐다.
유비는 지금 아무런 세력도, 아무런 힘도 없는 상황이었다.
가지고 있는 것은 황족이라는 명분 뿐.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다.
유비를 죽이려면 적어도 그가 죽을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지금까지 안 죽이고 있다가 그를 죽인다면?
황제를 가지고 나니 황족 따위는 필요 없다 생각하고 죽인 것 아니냐? 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결국은 기승전 황실 농락.
너 동탁이나 이각과 같은 놈.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저놈들을 쳐죽이고 한 황실을 바로 세우자! 라는 짜증스러운 명분을 줄 뿐 이었다.
망할 귀쟁이 자식.
조조에게 많은 것을 양보받기는 했지만 그의 얼굴을 보니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날 죽임으로서 얻는 이득, 날 살림으로서 얻는 이득. 둘을 생각했을 때 네가 선택할 것은 뭐지?”
“뭘 것 같나?”
“후후…”
대답을 하는 대신 유비는 낮게 웃었다.
그를 빤히 바라보던 나는 마주 웃으며 검을 검집에 넣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굳이 내 손으로 널 죽일 필요까지는 없겠네.”
사실 틈만 보이면 바로 제거할 생각이지만.
난 씩 웃으며 말했고 유비는 내 웃음에 콧방귀를 뀐 후 대꾸했다.
“현명한 생각이구만.”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나도, 유비도.
적막감만이 감도는 방에서 우리는 아무런 말 없이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그럼 몸 조리 잘 하라고. 죽는다 하더라도 곱게 가셔야지.”
“고양이가 쥐를 생각해주는군.”
“별 말씀을. 그리고…”
난 유비를 향해 천천히 말했다.
“듣자하니 황궁의 대신들이 찾아 오는 것 같은데. 그들과의 만남은 이제 줄여야하지 않을까? 몸도 안좋으면서 자꾸 그렇게 움직이면 곤란하지.”
“좋을대로 해라.”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는지 유비는 고개를 돌렸다.
그가 입을 다물어버리자 난 어깨를 으쓱인 후 밖으로 나왔다.
“어찌 되었는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툇마루에 혼자 앉아 하늘을 바라보던 조조는 내가 나오자 웃으며 물었다.
그의 질문에 난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나가려고 할 때 한 시녀가 잔을 들고 안에 들어가려고 했다.
“잠깐.”
“예?”
“무슨 약이지?”
“병세를 알 수 없어서… 그저 기력을 보양하는 약입니다.”
“잠깐 줘봐.”
적당히 식은 약에 손가락을 꽂은 후 맛을 보았다.
입 안이 살짝 아리다.
“가지고 가.”
“예. 나으리.”
그녀가 들어가고 난 조조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왜 그러나?”
“유비가 먹는 그 약이 뭔지 아십니까?”
“어혈초.”
“독약입니다. 아십니까?”
“알고 있네. 천천히 몸을 망가트리는 독약이지. 장기간 복용하면 내장이 뒤틀려 죽을 걸세. 하지만 한가지 약효가 있지. 지속적인 두통을 해결해주는 약이야. 자네도 의술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조예가 있다고 들었는데? 독도 잘만 쓰면 약이네.”
조조는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
그의 말을 듣고 난 한숨을 내쉬었다.
“유비를 찾는 신하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그것을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만.”
“왜?”
조조 역시도 유비를 이용해서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이들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그의 계획을 무시하는 꼴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네는 유비를 너무 경계하는 듯 하네. 무슨 원한인가?”
“개인의 호오에 불과합니다. 조공. 공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부탁을 들어주십시요.”
“그리 말한다면 어쩔 수 없다만… 나에게 반대하는 이들을 색출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나름대로 궁리를 해보겠습니다.”
조조의 말이 옳았다.
당장 원소를 비롯한 다른 세력과 싸울 때 위험한 독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큰 위기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
“유비와 신하들의 만남을 막는 것을 제가 주도했다고 해주십시요. 명분은 장억과 연계되어 있는 일을 조사하다가 필요에 의해서 혐의가 있는 이들과 유비의 만남을 막았다고.”
“흐음… 좋네. 바로 하는 것이 낫겠지. 관청에 가는 즉시 그것에 대해서 시행하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이래서 똑똑한 상급자가 있으면 일이 편해진다.
조조는 별다른 불만이나 질문 없이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
“공달과는 만나지 않아도 되는가?”
“예? 뭐.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요.”
순유가 허도에 있다면 안심이지.
그가 내 의도를 모를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저는 주령을 만난 후 곧장 조가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러게나. 나는 관청으로 갈테니. 저녁에 봄세.”
“조심히 다녀오십시요.”
병사들이 나뉘어졌다.
열명 정도의 정예병이 날 호위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조조를 호위했다.
병사들과 함께 멀어지는 조조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그대로 장원의 문을 두드렸다.
주령이 머뭇거리며 나오자 난 그를 향해 차분히 말했다.
“그러고보니 내 소개조차 하지 않았군. 진동장군 진유하라고 한다네. 이제 슬슬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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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식.”
나지막히 욕설을 내뱉으며 유비는 힘없이 주먹을 쥐었다.
결국 방해를 하겠다는 것인가.
신하들과의 만남을 막겠다는 것은 자신의 움직임을 모두 막아버리겠다는 의미였다.
아마 스스로 나서겠지.
초조함이 몸을 감쌌다.
“유 공. 약입니다.”
“들게나.”
장원의 시녀가 안으로 들어와 약을 놓고 나가자 유비는 힘없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점점 몸이 말라가고 뼈와 가죽만이 남는 몸이 되었다.
비틀거리며 약을 받은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폐하께서 잘 해주시기를 비는 수 밖에 없나…”
자신을 죽여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협박을 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꼭 찔러 죽여야만 암살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암살로 죽인다 하더라도 충분히 숨길 수 있었다.
어차피 이곳에는 그의 사람들만 있을 테니까.
얼마든지 자신을 죽이고 병사했다는 소문을 퍼트릴 수 있기에 유비는 안심하지 못했다.
“젠장… 두고보자.”
지금이야 그가 물러났다면 한계의 순간이 온다면 그는 망설임없이 자신을 죽일 것이다.
유예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목에 칼이 닿아 있는 기분을 느끼며 그는 단번에 약을 들이마셨다.
“크윽…!”
한줄기 핏물이 방금 마신 약과 함께 섞여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유비는 주먹을 꽉 쥐었다.
“반드시 살아남아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