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34
00334 청주 공방전 =========================
“크군. 그리고…”
“아무리 봐도 매복이 넘칠 것 같군요.”
저웅 협곡을 앞두고 순우경은 고민했다.
이 협곡을 지나면 바로 제군을 공격해 들어갈 수 있었다.
“어떻게들 생각하나?”
“저길 통과하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
“저 역시 동감합니다. 하지만…”
무슨 놈의 함정을 그리도 많이 설치했는지.
아니, 그걸 떠나서 길 자체를 완전히 틀어막아버리는 것들도 많았다.
바위부터 시작해서 통나무.
똥과 오줌으로 만든 함정들까지.
병사의 피해는 없었지만 그것을 치우며 기습을 대비하고, 또 함정을 제거하며 전진하느라 시간이 꽤나 지났다.
협곡을 통과하느냐, 아니면 우회하느냐.
결정을 해야 한다.
“협곡을 우회하면 얼마나 걸리려나?”
“적어도 사일에서 오일 이상 지체될 듯 싶습니다. 물론 군량이야 여유가 있지만…?”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치중을 실은 수레들을 옮겨야 하니까… 그것을 생각한다면 십일 이상이 더 지체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 역시 숲길이라서 매복이 용이해… 잘못하면 화계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근처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레나 마차를 끌고 숲길로 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하더군요. 숲 주변에 늪지가 꽤 있어서 수레를 버리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길도 정비되어 있지 않고…”
안량과 고람의 대꾸에 순우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십일?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었다.
이만이라는 대군이 움직이는 것이다.
매복과 함정에 주의하며 움직인다면 시간은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협곡을 통하는 것이 아닌 우회, 혹은 산길을 통해 간다고 한다면 시간은 더 걸릴거야. 숲은 매복을 하기에 딱 좋은 곳이니까. 전 군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재 제군의 병력은 이만여에 불과하다고 했다. 평원에서 공격이 들어 올 것을 예상한다면 전 병력을 움직일 수는 없겠지. 그렇다면 이만 이하가 될 것이고… 적의 수는 우리보다 적다. 적은 수의 병력으로 많은 수를 상대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기습과 매복, 함정을 통한 공격이지.”
“그래서 순우 장군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고람. 자네가 수고를 해줘야겠네. 오환병을 이끌고 협곡을 올라주게. 협곡에 적이 있는지 확인을 한 후 그들을 처리해서 아군이 안전하게 협곡을 통과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협곡을… 알겠습니다.”
“오환병 이천명과 정예병 천명을 데려가게.”
“예.”
정예병을 삼천이나 데려가는 것이다.
거기에 이끄는 이는 고람.
그라면 별다른 무리 없이 협곡을 탐색할 수 있겠지.
고람이 울창한 숲을 통해 협곡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안량은 순우경에게 물었다.
“저희는 어찌합니까?”
“어쩌겠나. 일단 대기하는 수 밖에.”
“시간이 너무 소비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위험한 길을 걷자는 것인가? 우리가 데려가고 있는 이들은 모두 소중한 병사들이야. 싸움 한번 해보지 못하고 그들을 잃을 수는 없어.”
“그것도 그렇지만…”
“가만히 있는 것이 정 아쉽다면 자네는 반대쪽의 산으로 올라가게나.”
“예.”
순우경의 지시에 안량은 공손히 대답한 후 병사들을 이끌고 고람이 향한 반대쪽의 협곡을 조사하기 위해 산을 타기 시작했다.
군이 셋으로 나뉘어졌지만 순우경은 걱정이 없었다.
만약 이곳에 적이 나온다면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니까.
그는 침착한 표정으로 아군을 지켜보았다.
“협곡 위에도 별다른 적이 없었습니다.”
“적이 머물렀던 흔적은 있지만… 따로 함정이 설치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 저희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도망친 듯 싶습니다.”
“웃기는 놈들이군.”
이렇게 좋은 장소를 두고 싸움을 피하고 도망친다?
순우경은 정찰을 다녀 온 고람과 안량의 보고에 피식 웃었다.
어찌 되었든 별다른 전투 없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만약을 대비해서 각 협곡 위에 병력을 두고 왔습니다. 저희가 협곡을 통과하면 내려와 합류할 예정입니다.”
“잘했네.”
안심하고 협곡을 통과하려다가 혹시 놓친 적병이 협곡 위를 차지하고 공격해 들어 올 수 있었다.
그럴 바에는 협곡에 오른 병사들의 피로가 조금 더 심해지겠지만 그곳을 지키게 하는 것이 나았다.
“최대한 빨리 협곡을 통과하도록 한다!”
“예!”
“고람. 자네는 협곡에 올랐던 병사들을 데리고 후미로 빠지게나.”
“감사합니다.”
“협곡을 빠져나가면 아마 곧장 전투를 해야 할지도 몰라. 그러니 주의하게나. 안량. 자네는 선두로 가게나.”
“예.”
감녕이라는 강한 무장이 없다고는 하지만 어떤 이가 있을지 모른다.
강한 무장이 협곡의 끝에서 길을 막고 싸우는 동안 협곡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안량을 최선두로 내세워 등장할지도 모르는 적과 싸워야 했다.
“중군은 내가 이끌지. 최대한 빠르게 통과하도록 하세.”
“알겠습니다.”
협곡에서 오래 머무르는 짓은 미친 짓이다.
그렇다면 빠르게 통과하는 것이 확실히 이득이지.
안량은 순우경의 판단에 동의하며 선두로 이동했다.
푹 쉬느라 피로가 풀려 있는 병사들을 보며 안량은 강하게 외쳤다.
“최강의 무인!! 안량이 너희들과 함께한다!! 달려라!!”
“와아아아!!!”
안량이 앞으로 나선 것만으로도 병사들의 사기가 대폭 상승했다.
무기를 들고 안량의 포효에 대응하며 병사들은 힘있게 발을 내딛었다.
“함정에 주의하라!”
아군이 협곡으로 들어서서 함정에 걸려 지체되는 동안 협곡에서 노릴 수도 있었다.
그것을 생각하며 안량은 강하게 외쳤다.
빠르지만 주의깊게.
강하지만 좀 더 가볍게.
안량의 외침을 들은 병사들이 무작정 빨리 뛰는 것이 아닌 주변을 살피며 뛰기 시작했을 때 순우경은 입맛을 다셨다.
‘뭔가 좀 이상하군.’
너무 조용했다.
협곡에 들어선 적.
아무리 협곡 위를 경계한다고 하더라도 이정도면 충분히 기습의 묘미를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도 함정도, 길을 막는 방벽도 뭣도 없단 말인가?
순우경이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때 선두에서 달려나가던 안량은 이를 드러내었다.
“오호…!! 역시 방벽이 있… 그런데 뭔가 좀…”
회색의 벽이 협곡을 막고 있었다.
부자연스러운 회색의 벽을 보며 안량은 손을 들어 병사들의 움직임을 막았다.
빠르게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벽에 부딪히기라도 하여 전열이 뒤틀어 질 수도 있으니 이것을 막아야 한다.
순우경만큼은 아니지만 안량 역시도 경험많은 장군이었다.
멀리 보이는 석벽을 발견하자마자 그는 손을 들었고 그의 신호에 군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이건… 바위 치고는 이상한데.”
회색의 우둘투둘한 표면을 툭툭 쳐보며 안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대한 벽이라고 생각되지만 협곡의 끝과 찰싹 달라붙어 있는 것이 이상하다.
“흡!!”
무기를 들어 강하게 후려쳐야 표면이 조금 갈라지며 금이 간다.
꽤나 두터운 벽인 모양이다.
“흠…”
바위라고 보기에는 어색하다.
하지만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팔짱을 끼고 석벽을 보며 고민하던 안량은 중군을 이끌던 순우경이 다가오자 그에게 물었다.
“장군. 이런 것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이건 그냥 바위가… 아니군.”
“예.”
“…함정일까? 그렇다면 함부로 파괴하는 것은…”
“거의 성벽 수준이라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할까요?”
“사다리는 있으니까 그 사다리를 이용하는게 낫겠군.”
“하지만 전 병력을 이동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사다리를 통해 벽을 넘는다 하더라도… 또 이런 벽이 없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파괴하자는 것인가?”
“예.”
“두께가 얼마나 될 줄 알고?”
“협곡 위에서 확인했을 때는 그리 두껍지 않았습니다. 물자의 이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도 파괴하는 것이 옳습니다.”
“쓸데없이 시간을 버리게 생겼군…”
순우경은 안타까워하며 입맛을 다신 후 안량을 타박했다.
“위에서 봤다면 말해주지 그랬나.”
“하지만… 이정도로 단단한 벽인지는 몰랐습니다. 그저 벽돌을 쌓아 둔 정도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충분히 제거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쯧. 알겠네. 병사들에게 시켜 저 벽을 파괴하도록 하게나.”
벽을 파괴하는데 또 시간을 날려먹게 생겼다.
이대로 협곡 위로 적이라도 나타난다면…?
순우경은 불안감에 빠져 협곡 위를 보았지만 아직까지 협곡 위는 아군들이 차지하고 있는 듯 싶었다.
“이상해…”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것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부숴!”
진지를 만들기 위한 망치로 병사들은 벽을 부수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소리가 협곡에 울려퍼졌다.
수백의 병사들이 달라붙어 석벽을 두드리기 시작하며 만들어낸 소리에 인상을 쓰며 순우경은 안량에게 물었다.
“이런 벽이 얼마나 있었지?”
“다섯 정도…”
“허… 그게 정말인가?”
벽 하나를 부수는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런 벽이 다섯이나 있다고?
순우경이 어이없어할 때 벽을 부수던 병사는 기겁하며 외쳤다.
“으악!! 이게 뭐야!”
“함정인가!?”
“설마…!!”
벽을 부수던 병사들의 외침에 안량과 순우경은 놀라며 그곳으로 달려갔다.
“세상에… 이런…”
“이건…”
바위 안에 나무와 밧줄이 있었다.
이게 무슨 기현상이란 말인가.
이 세상 어떤 바위를 뒤져도 나무와 밧줄을 품고 있는 바위는 없었다.
“이건 도대체…”
“순우 장군. 이런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 그럴리가.”
바위는 바위다.
나무는 나무다.
밧줄은 밧줄이다.
그것이 세상의 진리이고 법칙이다.
그런데 이건 뭐란 말인가.
“…..”
불길함에 등골이 오싹하다.
순우경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희 마을의 전설에… 바위 귀신이…”
“허튼소리!”
병사 중 하나가 두려워하며 조심스럽게 말하자 안량은 그에게 일갈했다.
쓸데없는 소리로 기껏 올려 놓은 사기를 떨어트릴 생각인가.
안량의 외침을 받은 병사가 입을 꾹 다물자 순우경은 병사가 들고 있는 망치를 잡았다.
“귀신이 있다면 나부터 잡아가라!! 내가 바로 순우경이다!!”
쾅!
회색의 가루와 함께 돌조각이 떨어지며 석벽이 품고 있던 나무와 밧줄이 부러지고 끊어졌다.
그것을 한참동안이나 때리던 그는 망치를 병사에게 돌려준 후 말했다.
“귀신따위는 없다! 아니! 허나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앞길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와아아아!!”
자신만만한 순우경의 외침에 병사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그 환호 속에는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협곡을 통과하는 다섯의 벽을 부수고 나서야 순우경은 겨우 안도할 수 있었다.
하나씩 부숴갈 수록 벽의 두께는 두터워졌고 마지막 벽은 철까지 품고 있었다.
불길함은 병사들에게 이미 꽤나 퍼져 있었다.
“…으음.”
마지막 벽을 부술 때는 순우경과 안량까지 참여해야 했다.
손아귀가 꽤나 아팠는지 순우경은 손바닥을 주물럭거렸지만 그것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이제 곧 협곡을 통과합니다.”
“협곡을 통과하고 조금 쉬어야겠군.”
전진하다 멈추고, 전진하다 멈추느라 군의 기세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때마다 순우경과 안량이 군을 독려하기는 했지만 공포는 빠르게 사람들을 전염시켜나갔다.
기괴한 바위.
나무와 밧줄, 철, 거기에 뱀이나 흉측한 곤충, 동물의 사체와 사람까지 품고 있는 바위가 자신들을 막고 있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미신에 민감한 병사들의 경우는 그것이 더욱 심했다.
“오환병들은 어떤가?”
“그게…”
유학을 따르는 한족들과 다르게 오환족들은 미신에 더더욱 민감했다.
이런 기묘한 현상은 신이 자신들의 앞길을 막는 것이라고 말하며 후방으로 가길 원했고 결국 그들을 후방으로 뺄 수 밖에 없었다.
“하아. 젠장.”
“계속 전진하면 자신들도 저런 벽에 갇힐 것 같다고… 마지막 벽에서 나왔던 시체 때문에…”
“그럴리가 있나!”
“복장을 보면 도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병사들의 입단속을 시켰지만.. 개중에는 저희 군의 병사도 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소란이 있었습니다만…”
“끙…”
한층 더 두터웠던 마지막 벽을 떠올리며 순우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시체의 끔찍한 표정은 자신도 봤다.
얼굴의 반 정도가 바위와 달라붙어 있고 공포와 고통으로 끔찍하게 일그러져 있던 시체.
하필이면 그런 시체를 발견하게 될 줄이야.
전의 벽에서 보았던 뱀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공포였다.
“정말 괴물이 있을까요?”
“그런 것이 있을리가 있나. 괴물이 있다면 사람이 괴물이겠지.”
“그렇군요. 이제 곧 협곡을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협곡 반대편은 확인하지 못했나?”
“그쪽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협곡 내부에 이런 것이 있는데 협곡 반대편에 무엇이 있을까?
순우경은 자신도 모르게 사람을 잡아먹는 회색의 바위덩이를 떠올려 버렸다.
붕붕 고개를 가로저은 후 그는 무기를 뽑아들고 외쳤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제군이다!! 제군의 쓰레기들을 한번에 쓸어버리고! 오늘의 저녁은 제군에서 해결하겠다!!”
“와아아아!!”
“안량!”
“예!”
“돌격하라! 협곡에서 빠져나가면 바로 진지를 꾸리고 제군을 공략한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선두의 병사들을 이끌며 안량은 빠르게 치고 나갔다.
협곡 위에서 봤을 때는 이 이후로 벽은 없었다.
그렇다면 치고 나가자마자 바로 주변의 정찰을 끝낸다.
그것을 생각하며 협곡 밖으로 나간 그는 협곡 바깥에 있는 평원을 보며 입을 벌렸다.
“맙소사…”
협곡에 있던 벽들이 평원을 삥 두르며 자리잡고 있었다.
도대체 뭐란 말인가.
안량은 아까 전 오환족 병사들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회색의 바위괴수.
바위괴수가 자신들을 잡아먹을 것이다.
“그딴게 있을리가 없지.”
붕붕 고개를 저으며 안량은 무기를 들었다.
“하북의 최강자! 안량이 말한다!! 우리는 오늘…”
“장군님!”
“윽!?”
석벽 위로 궁병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건 도대체?
궁병들은 다짜고짜 화살에 시위를 먹여 쏘기 시작했고 쏟아지는 화살비를 방패로 막아내며 안량은 다급히 외쳤다.
“적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