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36
00336 신장비의 활용 =========================
“성공했나?”
관우에 의해서 치명상을 입은 안량이 고람의 구원으로 협곡으로 복귀하게 되자 서복은 피식 웃었다.
유유히 본진으로 복귀한 관우는 말에서 내린 후 말했다.
“잡지는 못했소.”
“봤소. 수고했소.”
“…쯧.”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 아쉬운 모양이다.
관우는 연신 협곡쪽을 응시했다.
지금이라도 돌진하여 끝장을 내는 것이 옳지 않겠냐는 듯 그가 자신을 힐끔거리자 서복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싸우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전쟁이지. 그를 더 이상 공격할 필요는 없소. 그정도면 함부로 전장에 나오지 못할테니까.”
“안량을 제거하는 편이 옳은 것 아니오?”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아. 아쉽군.”
협곡의 양쪽을 공략하기 위해 출병했던 조순이 돌아왔다.
태사자는 점령을 한 듯 싶지만 조순은 실패한 것으로 보였다.
그가 무안해하며 돌아오자 서복은 싱글거리며 말했다.
“실패했소?
“…죄송합니다. 적들의 저항이 예상보다 강력해서…”
“괜히 피해를 입을 필요는 없지. 그쪽에 오환족이 있었나보군.”
“예.”
험지에서 강해지는 오환족이다.
협곡의 위쪽에서 낙석으로 공격하며 조순이 올라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은 탓에 결국 조순은 협곡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것에 아쉬워하는 조순을 격려하며 서복은 차분히 말했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움직일 필요가 없어. 지금 당장은 말이야… 그리고 대비책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야.”
“그래서? 이제 어쩔 생각이요?”
적들은 협곡을 오히려 방패로 삼아 아군의 공격이 이어지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확실히 지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순우경이 협곡의 입구에서 방어진을 세운 것을 보며 관우가 묻자 서복은 여유롭게 말했다.
“관 장군은… 아직 있어줘야겠군. 조 도위와 관 도위가 움직여줘야겠는데. 괜찮겠나?”
“움직여줘야 한다는 말씀은…”
“그래도 한쪽이나마 성공했으니까. 나머지 한쪽만 손에 넣으면 전투는 끝날것이오.”
“문제는 협곡 위로 저들이 올라가고 있다는 겁니다. ”
“허… 절벽을 타고?”
“예.”
“대단한 놈들이군.”
서복은 질린 표정으로 말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도 놀고 있을 수만은 없겠네. 관평. 조순과 함께 다시 한번 저 협곡을 점령하도록. 이번에는 반드시 점령하는데 성공해야 하니…”
“예. 이번에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조순 혼자 힘들다면 관평까지 함께 한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이다.
협곡을 점령하지 못한다면 협곡 내부에 있는 적의 수를 줄이는 것이 쉽지가 않다.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을 버리려니 아쉽다.
서복은 협곡에 틀어박힌 순우경군을 보며 떨떠름히 말했다.
“쉽게 가자고. 쉽게.”
간신히 협곡 내부로 돌아 온 고람은 안량의 상태를 보고한 후 무거운 표정으로 순우경을 보았다.
순우경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계속 협곡 안에 있을 수는 없었다.
한쪽의 협곡을 이미 적들이 점령했다.
다행히 한쪽을 지키기는 했지만 협곡 내부에서 협곡 위로 올라가는 것 보다 바깥에서 올라가는 것이 더 쉬운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이대로 시간을 지체하다간 최악의 경우 협곡에서 전멸 당할 수도 있었다.
“안 장군이 당했다라… 도대체 누구지?”
“그러게 말입니다…”
안량이라면 하북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다.
문추와 더불어 막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이가 이렇게 당할 줄이야.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물러나는 것과 전진하는 것입니까?”
안량이 당한 것 때문에 병사들의 사기가 엄청나게 내려갔다.
그 뿐만 아니라 협곡에 있다는 것의 불안감.
한쪽 협곡을 적들이 점령했다는 이야기.
협곡에 있던 석벽 안의 내용물까지.
그 모든 것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래. 하지만 둘 다 난감하기 그지 없군.”
제군까지 오는데 시간과 물자를 엄청나게 소비해버렸다.
이대로 물러간다?
손해만 잔뜩 보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적의 수는 얼마나 되는 것 같았나?”
“적어도 저희보다 많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안량을 구원하러 나간 사이 빠르게 적들의 수를 파악한 고람이었다.
그래도 적의 수가 자신들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방책은 짜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순우경은 심각한 표정으로 지도를 보았다.
“이대로 후퇴하여 협곡을 우회하여 적들의 뒤를 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인데…”
“하지만 적들이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겠지요.”
“그게 문제라는 거지.”
석벽을 방패로 한 진을 뚫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높은 벽이 있다면 우회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순우경은 심각한 표정으로 지도를 보며 방법을 쥐어짜내고 있었다.
“순우 장군!”
막사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우경과 고람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붕대로 한쪽 어깨를 칭칭 감은 안량이 있었다.
잔뜩 일그러져 있는 표정을 보며 고람은 다급히 말렸다.
“이렇게 나오시면 안됩니다!”
큰 상처였다.
그것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움직이다니.
고람이 말리려 했지만 안량은 거칠게 그를 밀어낸 후 순우경에게 말했다.
“날 다시 출전시켜주십시요!”
“미친 소리 말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멀쩡할 때도 패배했는데 지금 몸 상태로 뭘 어쩌겠다는 건가?”
순우경의 신랄한 말에도 안량은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분노한 그는 자신의 왼팔을 움직여보였다.
“멀쩡하오! 이까짓 상처는!”
“고람.”
“으윽!”
고람이 안량의 어깨를 살짝 건드리자 안량은 인상을 찌푸리며 신음했다.
그것을 본 순우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그정도 건드린 것만으로도 아파하면서 갑옷은 어찌 입을 것이며 대검은 어찌 들 것인가? 제발 생각 좀 하게.”
“으…”
“돌아가 있도록. 정말 필요하면 부를테니까.”
“…알겠습니다.”
안량이 막사에서 나가자 순우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량이 없다는 것은 강한 무장이 없다는 것이야. 최대한 일기토를 피하며 싸운다면 어떻게든 방법은 나오겠지만…”
“문제는 그 자를 상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지요.”
검은 수염의 사내.
관우라 불린 이다.
그가 병사들을 이끌며 돌아다니면 그를 막아야 할 자가 필요하다.
순우경은 지그시 고람을 보았다.
“저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만…”
제 아무리 고람이라지만 고작 몇십합 만으로 안량에게 치명상을 입힌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무리였다.
순우경의 기대에 찬 시선을 슬그머니 회피하며 고람은 자신없다는 듯 말했고 순우경은 아쉬움에 혀를 찼다.
“쳇. 그렇다면 정공법으로 나설 수 밖에 없나. 자네가 병사들을 많이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 되겠나?”
“하지만…”
“한번 해보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 적들은 바보가 아니야. 양쪽 협곡을 저들이 제압한다면 협곡 안에 있는 본대는 끝장이 되겠지. 그리 된다면…”
“…..”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는 알 걸세. 그러니 다녀오게나.”
“알겠습니다.”
“전투에는 나도 참여하도록 하지.”
고람과 순우경이 동시에 병사들을 이끌고 협곡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서복은 피식 웃었다.
“승부수를 올리겠다는 건가.”
기병의 돌진이 아닌 보병을 위주로 한 공격이 시작된다.
척 봐도 오천 이상의 두개 부대였다.
다수의 병력을 내보내서 압박하겠다는 것인가?
기병이 아닌 보병 위주의 부대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기에 준비한 수를 쓸 때가 왔다.
“준비시켜. 그리고 관 장군. 그대가 이끌어줘야겠소.”
“알겠소.”
“병력의 수는 우리가 확실히 적소. 그러니 관 장군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오.”
“흐음… 알겠소.”
서주에서 가져 온 마구를 사용할 때가 되었다.
관우가 준비를 끝낸 본대와 함께 움직이자 서복은 멀리서 움직이는 적군을 보며 쓰게 웃었다.
“자. 순우경. 당신은 어찌 할 생각이지?”
“저건!?”
“철갑기마병이잖아!!”
보병부대를 이끌고 나온 고람은 관우를 따르는 적군을 보며 기겁했다.
말들의 몸을 철갑으로 감싸고 일반 창보다 훨씬 긴 장창을 장비한 군세를 본 고람은 다급히 순우경을 보았다.
“어떻게 합니까!”
“빌어먹을…! 그런데 진형이 왜 저렇지? 저 창은 뭐고? 저렇게 길면 쓰기 힘들텐데?”
한점에 힘을 집중한 돌격대형이 아닌 일렬의 횡대열로 공격해 들어오고 있었다.
일반적인 돌격대형과 판이하게 다른 모습에 순우경은 그나마 작게 희망을 가졌다.
“기병대의 이점을 살릴 줄 모르는구나! 그럼 승산이 있다!”
“옵니다!”
예상치 못한 적의 대응에 순우경은 당황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보병에게 지시해 방패를 들게 했다.
적이 움직이고 돌파를 시작하면 그것을 쉽게 막을 수 없다.
특히나 이렇게 확 트인 평원에서의 철갑기마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적들이 했던 것처럼 함정을 이용해서 적들의 기동력을 막는 정도 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적진이었고 적들의 기동력을 막기 위한 장비 따위는 없었다.
“방패!! 몸으로 막아라! 몸으로라도…”
“으아아악!!”
앞다투어 방패로 자신들의 몸을 막기 시작하는 이들에게 언월도가 내리 꽂혀졌다.
철갑마를 탄 채 여유있게 움직이던 관우는 일격에 수십의 병사들이 쓰러지자 그 틈으로 돌파했고 철갑기마병들은 그의 뒤를 쫓으며 병사들을 도륙해나갔다.
“아아악!!”
철갑마에 짓밟힌 병사들의 끔찍한 비명에 순우경은 이를 갈았다.
고람과 함께 부대를 나누어 간신히 피해를 줄였지만 이미 피해는 상당했다.
“제기랄!!”
“…그냥 철갑마가 아닌 듯 합니다!”
“뭐!?”
“저들의 움직임이…”
“하지만 흉노족도 아닌 이들이 도대체 어떻게 저정도의 기마술을!? 그리고… 그리고 저 창!!”
철갑마는 몸에 두르고 있는 철갑에 움직임이 상당히 제한된다.
당연히 선회, 혹은 기동력에 문제가 있고 그 말에 타고 있는 이들 역시도 움직임이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들은 뭐란 말인가.
한 손에는 방패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무지막지하게 긴 장창을 잘 잡아 보병의 공격을 막아내고 긴 창으로 아군을 마음대로 죽여나가고 있었다.
고삐를 잡는 것이 아닌 무기와 방어구만을 잡은 채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게 말이 되나?
흉노 같은 북방의 기마족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기마술이다.
그것을 여유있게 해내는 적군을 보던 고람은 그들의 마구에 있는 고리를 확인하고 기겁했다.
“저건! 등자!?”
“등자라니!?”
“부, 북방의 기마족들이 쓰고 있는 마구입니다! 하지만… 저건…”
기마병들은 일반 보병보다 하체의 힘을 더욱 단련해야 한다.
그렇기에 기마병이 된다는 것은 신분상승의 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등자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말의 움직임을 제어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등자다.
고삐를 놓은 채 양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큰 도움을 주는 마구인 등자를 저들이 알 줄이야.
고람은 다급히 외쳤다.
“저들이 등자와 마갑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북방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위험합니다!”
“빌어먹을!”
어떻게 북방의 기마족과 연계하고 있는 것이지?
순우경은 이를 갈고 달려드는 철갑기마병에게 창을 던졌다.
철갑마 뿐만 아니라 기수 역시도 철갑으로 몸을 감쌌기 때문일까?
순우경이 던진 창에도 기수는 방패로 그 공격을 막아낸 채 유유히 아군과 합류하고 있었다.
“젠장!! 피해가 극심하다! 군의 정비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