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79
00379 두개의 보물 =========================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허도에 도착할 수 있었지.”
산양군에서 푹 쉬고 호위병까지 더 얻어서 허도로 출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술군의 잔당들을 만났다고 했다.
꽤나 많은 수가 모여서 큰 도적떼가 된 탓에 데리고 있던 병사들만으로 그들을 무찌를 수 없었던 화타는 목숨을 걸고 탈출시켜 준 서주의 병사 덕분에 간신히 살아났다고 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의료용 도구나 호패도 그때 전부 잃어버려 간신히 약초를 캐면서 허도까지 도착했다고 한다.
“아이고…”
인력난이 여기서도 발생하는구나.
만약 서주나 산양군에 사람의 여유가 있었다면 화타를 데리고 직접 찾아왔을텐데.
“내 지금까지 천하를 유랑하며 위기에 처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그 놈들은 정말 악독한 놈들이다. 반드시 격퇴해야 해!”
“물론이지요. 이번에 돌아가면 반드시 그들을 처단하겠습니다.”
원술군의 잔당을 잡기 위해서 산양군과 동평군 일대에서 병사들이 순찰을 돌고 있지만 다 잡기는 어려웠나보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원술군의 잔당들을 처치하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지역의 안정은 둘째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원소와 싸워야 하는 이때 후방의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원술군의 잔당들이 한참 원소와 싸우고 있을 때 원소와 협력하여 치고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안심한 화타는 늘어지게 하품을 한 후 물었다.
“그런데 여긴 어디냐? 허도에도 집을 구한 것이냐? 청이라는 아가씨와 혼례를 치룬다는 이야기는 산양군에서 들었다만. 그 아가씨 맞지? 조공의 딸.”
“예.”
서주에서도 조청과는 큰 인연이 없었던 화타는 잠시 생각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온 김에 그 아가씨의 진맥이나 봐주마. 덤으로 조공의 상태도 진찰해주고.”
“예? 아. 예. 아니 그런데 제 부탁은…”
“부탁?”
“어라?”
뭐지?
듣지 못한 걸까?
화타와 나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엇갈린 모양인데… 제가 허도로 와달라고 요청을 드렸기 때문에 오신 것이 아닙니까?”
“아니. 난 너에게 물어 볼 것이 있어서 온건데. 허도에는 왜? 누가 아프기라도 한 것이냐?”
“아,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니고. 개인적인 부탁 때문이라서…”
“무엇인데?”
신의라는 화타를 청이의 주치의로 삼아 일년 정도만 허도에 머물라 달라고 하는게 꽤나 양심이 찔렸지만 어쩌겠는가.
나에게 있어서 소중하기 그지 없는 여자인데.
허도에서도 오히려 더 연구를 할 수 있을테니…
“그…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뭔데 그렇게 머뭇거리냐?”
“청이가 임신했습니다.”
“오! 그렇게 축하할 일이 있나! 당연히 내가 진맥을 봐줘야지!”
“그러니 부탁드리는 겁니다. 당분간 허도에 머무르며 청이를 돌봐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체제 비용부터 시작해서 다른 연구의 지원까지 전부 해드리겠습니다. 장원도 하나 마련해드릴거구요.”
“…얘 좀 보소. 너 내가 천하에서 뭐라 불리는지 알지.”
“알죠. 신의.”
“그런 신의를 개인의 욕심으로 부리겠다는 것이냐?”
“안됩니까?”
“당연히 안되지만. 뭐. 너와 내 사이이니 그정도는 해주마.”
어라?
화를 내지 않네.
생각보다 화타는 순순히 승낙했다.
그것에 오히려 당황한 나는 화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그는 씩 웃었다.
“그것을 해줄테니 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줬으면 하는데. 괜찮겠나?”
“물론이지요.”
뭘 물어보려고?
내가 궁금해하자 그는 날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서주에서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서주에서… 무슨 의미로 물어보시는 것입니까?”
서주에서 한 일이 워낙 많아야지.
뭔가 잘못되기라도 했나?
“서주의 백성들이 쉽게 병에 걸리지 않게 되었다. 거기에 잘 죽지도 않아. 그것이 어떻게 일어난 일이냐고 묻는 것이다. 네가 손을 쓴 것이냐?”
“아.”
드디어 효과가 나오는 건가?
이유하의 기억을 가지고 깨어났을 때부터 꾸준히 시행해왔던 정책이 십년도 되지 않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기뻐졌다.
“그 표정을 보니 알고 있는 거냐?”
“알고 있다기보다는… 그걸 의도한 거라… 우왁!”
“뭐!? 진짜였어!? 솔직히 말해! 무슨 짓을 한거냐!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판거냐!? 응!? 나도 팔면 좀 더 받을 수 있냐?”
“어, 어르신. 지, 진정을 좀…”
“끄, 끄응. 미안하구나.”
흥분한 화타는 거의 잡아먹을 기세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붉게 달아올라 있는 그의 얼굴에는 절박함이 달려 있었다.
천상 의원이다.
다른 이들을 죽여가며 백성을 살리려는 우리와 다른 사람.
그렇기에 나는 그를 향해 웃을 수 있었다.
“어르신도 아시죠?”
“뭘?”
“비누.”
“그… 씻을 때 쓰는 것 말이냐?”
“네.”
이유하의 기억을 가지고 가장 먼저 만든 것이 바로 초와 비누였다.
유모의 냄새가 너무 심한데다가 씻는 것이 열악해서 만든 비누.
처음에는 그냥 관청에 있는 이들에게만 강제시킨 것이었고 점점 시간이 지나가며 백성들에게 보급시킨 것이었다.
물론 이유하의 기억에 있는 것처럼 향기가 나고 조금만 써도 거품이 잘 나서 때가 쫙쫙 빠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세척력의 수준이라고 해봐야 빨랫비누정도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음식을 만들고 남은 폐기름과 재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은 거의 들지 않았고 그렇기에 큰 무리 없이 지원하여 보급할 수 있었다.
동아현에서부터 시작해서 산양군, 그리고 서주까지.
비누를 만드는 것은 한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계속해서 보급했고 계속해서 지원했다.
처음은 그저 지독한 냄새를 지우기 위해서였지만 이제는 백성들의 위생관리를 위해서.
“그게 무슨 효과가 있는데?”
“씻으면 깨끗해집니다. 깨끗해지면 병에 잘 걸리지 않지요.”
“그… 그것 만으로도? 그것만으로도 병이 많이 없어진단 말이냐?”
“네.”
백성들의 삶은 고달프다.
그 고달픈 삶 속에서 씻는 것은 사치나 다름없었다.
특히 겨울 같은 경우는 장작을 구하는 것도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고 그것 때문에 한번 병이 돌면 답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지요. 백성들이 씻을 수 있도록 겨울에는 장작을 지원하고, 또 세끼를 챙겨먹을 수 있게 식량생산량을 증가시키고. 그 외에 다수. 하지만 가장 주요한 것은 바로 비누라고 할 수 있겠죠.”
“고작 그것만으로…?”
“고작 그것만이라니… 제가 한 정책 중에 가장 힘들었던게 비누를 보급해서 쓰게하는 거였는데.
“아니 그래도 그렇지. 허. 신의 의술도 아니고… 고작 씻기는 것과 장작 보급을 지원하는 것과 잘 먹게 하는 것만으로… 그만큼이나 효과가?”
잘 씻고 잘 먹고 잘 자고.
이 세가지면 백성의 수는 증가한다.
백성이 증가하면 세금수입도 증가하고 부역과 군역을 살 사람들도 증가한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세력은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의원 하나가 구할 수 있는 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이런 사소한 물건 하나가 구할 수 있는 백성은 더 많죠. 아. 물론 어르신의 의술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효율의 문제지요. 제가 한 정책만으로는 많은 이들을 구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병의 연구 같은 것은 어르신 같은 분들이 계셔야 하지요.”
“허어…”
내 말에 화타는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그를 향해 난 히죽 웃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정도입니다. 그리고 적에게 제 백성들이 죽지 않게 하는 정도뿐.”
“너란 녀석은 정말 할 수 있는 것만 하는구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끙끙 댈 수는 없는거죠.”
“하…하하하…”
내 말에 화타는 키득거렸다.
무척이나 즐겁게 웃던 그는 히죽거리며 말했다.
“옛날의 기억이 나느냐?”
“어떤 기억이요?”
“네가 내 제자가 되고 싶다고 했던 기억.”
“아. 물론이죠.”
처음 화타를 만났을 때 화타를 스승으로 모시려 했었다.
그때 화타는 콧방귀를 뀌면서 너는 환자를 생각하는 자가 아니라고 하며 날 내쳤었지.
그저 오금희를 가르쳐주고 육초본기를 줬을 뿐이다.
“육초본기는 도움이 되었나?”
“네.”
“내 선택이 옳았구나.”
“무슨 선택이요?”
“하하… 그때 사실 널 제자로 삼고 싶었다.”
“…아니 그럼 왜?”
“하지만 널 내 제자로 만드는 것보다 네가 가진 다른 재능을 펼치는 것이 천하에 더 이로울 것 같았지. 만약 네가 내 제자가 되었다면… 넌 그저 의원이 되었을 뿐일거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겠지.”
“어… 그것도 그렇네요.”
화타는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수많은 생명을 살린 신의의 손은 거칠고 투박하기 그지 없었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을 구해다오. 네가 구하지 못하는 이들은 내가 구할테니까.”
“물론입니다.”
“흐음… 그래. 그럼 그 비누를 다른 곳에도 보급시켜야 하지 않겠니?”
“뭐 그렇긴 한데 쉽지가 않습니다. 애초에 사람들이 믿지도 않을 뿐더러… 이 짓을 하려면 욕심이 없는 이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적은 비용의 지원이라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본다면 쓸데없는 지출에 불과할테니까요.”
당장 한두달 바짝 씻고다닌다고 비누와 세끼를 챙겨주는 것, 그리고 장작을 지원해주는 정도로는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나도 거의 십년 가까이 이짓을 해서 간신히 효과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멀리 보고 해야 하는 정책인 만큼 그동안의 손해를 감당해야 하는데 그게 쉽겠는가.
정치를 한다는 것은, 그리고 하나의 지역을 관리한다는 것은 돈이 쭉쭉 나가는 것이었다.
“제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농사기술을 발달시켜 수익이 증가했기 때문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힘들었겠죠. 결국은 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충분한 수입이 있을때나 가능한 것입니다. 다른 지역에도 이것을 한다는 것은 좀…”
“그렇구나… 결국 그 정책을 쓸 수 있는 것은 너 외에는 몇 없겠군.”
“뭐 그렇죠.”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쓸 수 없는 방법이다.
나에게는 대의가 없다.
그러니 내 가족들, 내 사람들이 살아갈 기반을 마련할 정도면 되고 그 정도는 백성들을 쥐어짜는 정책을 펼치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정도다.
내 사람들이 하는 사치라고 해봐야 얼마 안되니까.
“그렇다는 것은…”
화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번에 너와 결혼을 한 청이… 그 아이는 조공의 딸이지. 그렇다면 그녀와의 관계가 아주 좋아야겠구나. 조공에게 신임을 받고 지속적인 지원을 받지 않으면 그 정책을 시도할 수 없을테니 말이야.”
“네. 뭐. 그렇겠죠.”
내 말을 들은 화타는 잠시 고개를 숙인 후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청이가 임신을 했다고 했지?”
“예.”
“일년간 그 아이와 함께 조공을 전담하여주마.”
“헐.”
청이 뿐만 아니라 조조까지?
내가 궁금해하자 화타는 빙긋 웃었다.
“네가 백성들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한가지 약속해다오. 만약 네가 높은 자리에 올라간다면 서주에서 했던 정책을 천하에 퍼트려주겠다고. 황제나 왕이 아니더라도… 조공이 이대로 천하를 향해 날개를 펼친다면 너는 반드시 함께 할 것 아니냐. 그러니… 그 정책을 유지해다오.”
“하하…”
당연히 해야지.
백성들의 수가 늘어날 수록 나의 힘이 강해지는 것인데.
그것을 화타가 돕겠다면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반드시 그리 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바로 청이를 만나러 가자꾸나.”
“예.”
우리가 있는 곳이 바로 조가였으니 청이를 만나러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저… 어떻습니까?”
“확실히 임신을 한 것은 맞군. 딱히 문제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아.”
“다행이다…”
“다만 초기에는 오히려 더 주의해야 한다. 너에게도 오금희를 가르쳐 줄테니까 꾸준히 수련하도록 하렴. 물론 영이와 다르게 너는 튼튼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해두는 것이 좋단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좋아. 그리고 몸을 보양하는 약을 좀 만들어주마. 그리고…”
임산부가 주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 꾸준히 알려 준 화타는 청이가 모두 이해한 듯 하자 웃으며 말했다.
“그럼 조공을 만나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