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05
00405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 =========================
백마항을 얻었다.
크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백마항을 지키고 있는 병력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다른 항구가 또 있다는 거군.”
“아니면 장양과 합류하여 해현항을 이용하려는 생각도 있겠지요. 병주는 아직까지 원소의 세력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그것을 생각한다면 아직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업을 방비하기 위한 병력을 그렇게 적게 놔두고, 장비와 물자까지 싹 쓸어가져갔다면 심배는 애초에 업을 지킬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럼 당연히 백마항에도 그렇게 집착을 하지 않았겠지.
“관도항을 얻고 진류를 공략한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서 허도와 낙양을 공격하고 장양과 합류할 생각인가.”
장양과 원소가 합류하여 군을 이룬다면 십만이 넘는 대군세가 만들어진다.
그정도의 거대한 군세가 만들어진다면 아무리 책략을 꾸민다고 하더라도 쉽게 적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곽가에게 연통을 보내. 복양쪽에서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할테니까.”
곽가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지만 허도에 청이가 있는 이상 마냥 맡겨둘 수만은 없었다.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최대한 줘야겠지.
내 말에 장합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백마항에 남는 배는 없었다.
고당항에 연락하여 배를 보내게 한 후 그 배를 통해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감녕. 당분간이지만 백마항을 지키고 있어야 겠네.”
“음. 알겠수.”
견희와의 결혼을 위해서는 다시 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빨리 견희와 결혼을 하고 견가와 협력관계를 맺어야 남하하든 말든 할테니까.
감녕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병력은… 그대로 두고 갈게. 더 필요한게 있으면 업이나 고당항에 연락해서 받아둬.”
서성과 함께 수군을 지휘하는데도 꽤나 능력이 있는 감녕이다.
감녕이라면 충분히 백마항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에게 지휘관 자리를 위임했고 그것을 무덤덤히 받던 감녕은 날 가리키며 물었다.
“괜찮겠수?”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아. 그리고 업이 공격받더라도 너는 움직이지 말았으면 하네.”
“에… 영기 때문에라도 움직일 것 같은데.”
“백마항은 비워두고?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라.”
만약 남피에서 공격이 들어온다면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막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
당장 평원에 여범이 있었고 청주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공격할때랑은 좀 다르니까.”
투석기도 있고 정란을 해체한다면 다른 장비들을 만들 수 있었다.
전풍이 열심히 만들어 놓은 해자도 이용할 수 있었으니 그정도라면 지원이 올 때까지 업의 방비가 가능했다.
내 말에 감녕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고생하쇼. 미리 축하하지.”
“됐거든. 그보다 너.”
“응?”
“영기랑은 언제 결혼할거냐?”
감녕과 여영기의 관계는 날이 갈 수록 좋아보였다.
결혼만 안했지 거의 연인 사이 수준이 되어 있는 둘을 생각하며 말하자 감녕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하하… 뭐 조만간 해야겠지.”
“이제는 부정도 안하는구만? 동생 삼으라고 했지 아내 삼으라고는 안했는데.”
“원래 오래비 오래비 하다가 여보되고 그러는거유.”
“그러냐?”
“그런거요. 하하. 내가 결혼을 하게 될 줄이야. 아. 이거 아내가 셋이나 되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닌데. 이렇게 되어버리네.”
싱글거리던 감녕은 내 팔을 툭 쳐 준 후 말했다.
“아무튼 축하드리겠수다. 기껏 얻은 신부는 잘 관리하라고.”
“알았어. 그럼 간다.”
감녕에게 백마항을 맡겼으니 이제 돌아가야 한다.
밖으로 나왔을때 업까지 날 호위하기 위한 부대가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네가 가기로 한 거냐?”
“예. 다른 녀석들은 백마항에 남겠다고 하더군요.”
날 호위하기로 한 것은 다름아닌 하후상이었다.
나에게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그럼 부탁하지.”
하후상이 호위하는 부대와 함께 업을 향해 출발했다.
최대한 빨리 간다면 사흘이면 업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매번 쉴 여유는 없었기에 밤이 될 때까지 계속 달렸던 우리는 밤이 되자 관도 근처에 있는 야영장에 도착하여 곧장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장군님.”
다른 병사들이 잠자리를 준비하는 동안 하후상은 나에게 다가왔다.
일부러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하게 조금 떨어진 곳 까지 이동한 그는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말했다.
“조비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음?”
“…그… 견희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가.”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두마리 다 놓치는 경우가 생기는데.
하후상은 망설이는 듯 보였지만 그는 결국 조비가 아닌 조가와 하후가를 위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별 일이 없지만… 매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일을 낼 것 같습니다.”
“그래?”
“예. 거기에 장군님께서 견희와 결혼을 할 예정이라는 것을 듣고 제대로 자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길래 후계자 자리를 포기할 것이지.
사람의 마음이 포기한다고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았겠나.
난 하후상의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제일 좋은 것은 당분간은 휴양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만… 그리한다면 반발만 더 심해지겠지요.”
공을 세워 자신에게 후계자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리려 한 조비였다.
그것 때문에 견희도 포기했는데 억지로 휴양을 보낸다면 엄청난 반발을 할 것이 뻔했다.
“차라리 남쪽으로 보내는 것이 나을 듯 싶습니다.”
“아직 남쪽에 대한 지원은 예정되어 있지 않은데.”
“그렇지만 그것이 좋습니다. 계속 북쪽에 머무르며 장군님을 따른다면… 뭔가 일이 터질지도 모릅니다.”
하후상은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 보였다.
그의 심각해보이는 표정을 응시하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라면?”
“무리하게 공을 세우려다가 다치거나, 아니면 죽을 수도 있겠지요. 아까 백마항을 공략할 때도 장 도위의 지휘에 맞춰서 철갑보병대를 호위하는 것이 아니라 적을 더 죽이는데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별일이 없기는 했지만…”
“그거 걱정되는군.”
냉정하게 지휘를 하는 것이 장점인 조비다.
그런 그가 공을 세우기 위해 조급한 마음을 품고 무리하게 지휘를 하고 있다고 보고하면서도 하후상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조비 뿐만 아니라 하후상 역시 자신의 부대원들을 소중히 여기는 듯 보였다.
하후상의 말에 난 입맛을 다셨다.
“네가 옆에서 좀 잘 봐줬으면 좋겠는데.”
“예. 어쨌든 그도 조가의 사람이니까요. 맡겨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다만…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조비가 장군님의 곁에서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난 잠시 생각한 후 차분히 말했다.
“복양성주에게 현재 상황과 전략에 대해서 받게 되면 남쪽으로 인원을 보내야 하기는 할거야. 그때 서복 아니면 방통을 보낼 예정이니까 그들 중 하나의 소속으로 만들어 놓도록 하지. 그들이라면 내 뜻을 따라줄테니까.”
“감사합니다!”
“그런데 네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뭐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요. 조비 뿐만 아니라 장군님, 더 나아가 조가와 하후가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조비가 미쳐 날뛰어 괜한 일을 벌이게 된다면 그것으로 인한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그것을 사전에 방비하려는 건가?
생각보다 괜찮은 하후상의 성품에 난 피식 웃었다.
“원소에 대한 처리가 끝나면 내 부관이 되어 볼 생각 없나?”
쓸데없이 야심을 품는 조비보다는 오히려 하후상이 나에게 더 맞았다.
가문도 하후가문이겠다, 성격도 괜찮겠다.
그리고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일이 터져서 그것을 잘 막는 것 보다는 사전에 그것을 배제하려는 태도였다.
원래 사고를 처리하는 것보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막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다.
내 제안에 하후상은 한순간 기쁜 듯 웃었다.
“말씀은 무척이나 감사드립니다만… 그게.”
기쁜 표정도 잠시.
그는 곧 아쉬워하며 조심스레 대꾸했다.
“다른 사람의 부관이 되기로 했나?”
“예. 원양 숙부님의 부관으로 내정되어 있습니다.”
“아… 그래?”
내가 아쉬워하자 하후상은 쓴웃음을 지었다.
“차후 제가 괜찮을 만한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장군님의 부관으로 추천하겠습니다.”
“이왕이면 네가 함께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아무튼 마음은 고맙구만. 그래. 가서 쉬도록 해. 그리고…”
난 하후상의 어깨를 잡았다.
“네 뒤에는 내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줬으면 한다.”
“예!! 장군님!”
말하지 않고 숨겨도 되었겠지만 그는 일부러 위험한 상황을 나에게 보고했다.
그렇다면 그 보답으로 내가 그의 뒷배가 되어줘야겠지.
굳이 내가 안해도 뒷배경은 많이 있겠지만.
기뻐하던 하후상이 가고 난 천천히 그의 뒤를 뒤따랐다.
병사들이 마련해 놓은 자리로 가서 그곳에 몸을 눕혔다.
“하아… 그 자식.”
아까 전에 하후상이 말했던 조비를 떠올렸다.
견희를 포기한다고 말했지만 쉽게 포기할 수는 없겠지.
사람의 감정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특히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것은 더욱 더 그럴 것이다.
“나도 나름대로 경계는 하고 있어야 겠군.”
별다른 일 없이 업성으로 복귀했다.
해자는 좀 더 넓어졌고 망가져 있던 성문은 완전히 교체되었다.
저거… 해자의 발판으로 쓰던 나무 맞지?
철판까지 대어져 있는 성문을 보며 난 감탄했다.
정말 재활용의 극치를 보이는구나.
“벌써 성문이 교체될 줄이야… 그리고 성 위에 상자노도 설치된 것을 보니 업성의 방비는 충분한 것 같군요.”
“아직 멀었어. 더 굴려야지.”
“예?”
“하하. 아무것도 아냐.”
불과 며칠 사이에 꽤나 업성의 정비가 되어 있었다.
방통과 서복을 데려다 놓으니 확실히 일처리는 빨리 되네.
나를 그냥 동네 북 취급 하는 놈들이지만 진짜 일은 잘 한다.
업성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쁘게 움직이는 병사들이 보였다.
전투 훈련이 아닌 업성의 방비를 위해서 목재나 석재를 들고 움직이는 이들이 보였다.
하긴.
언제 남피에서 공격이 들어올지 모르니 방비는 최대한 해두는 것이 좋겠지.
그리고 그 틈에서 뭔가를 들고 터덜터덜 걷고 있는 방통을 발견했다.
쟤 뭐하는거야?
일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뒤에 흑귀대원들을 주렁주렁 달고 걷고 있는 방통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야! 뭐하냐!?”
“헉!”
화들짝 놀란 방통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몸 뒤로 숨긴 채.
난 그를 향해 다가갔고 방통은 날 보자마자 딱딱히 굳은 채 힘겹게 말했다.
“응? 어. 왔냐?”
“뭔데 숨겨? 이리 내놔봐.”
“아.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면 보여줄 수 있잖아. 뭔가 말린 것 같은데? 약재냐? 약재라면 내가 봐줄게. 전에 보니까 고뿔에 걸린 것 같더니만. 아직 안나았나보지?”
“그…”
“줘봐.”
“아씨!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얘가 왜 이래?
방통답지 않은 반응이다.
뭘 해도 유들유들하게 반응하던 놈이 이렇게 당황하니 오히려 의심스럽다.
내가 그를 빤히 바라보자 뒤에 있던 흑귀대원 중 하나가 크게 웃었다.
“으하하~ 난 뭔지 알지~”
오랫동안 흑귀대원으로 남아 있으며 이제는 거의 부장 수준의 실력을 갖춘, 우리와 연이 아주 깊은 장삼은 싱글거리며 놀리듯 말했다.
그가 말하는 것에 내가 흥미를 느끼자 방통은 인상을 썼다.
“야! 장삼! 말하지마!”
“어차피 들킬 것 아니우. 지금 관청에 소문 다 났는데. 진 도련님. 그게 말이지.”
이래서 내가 흑귀대원들을 좋아한다니까.
사적으로는 위 아래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게 아주 그냥 망나니가 따로 없다.
방통이 필사적으로 말을 못하게 하려 했지만 다른 흑귀대원들은 방통을 꽉 잡고 싱글거렸다.
“에이~ 방 도련님. 뭘 그리 부끄부끄 하시나~?”
“남자답게 그냥 확 해버리쇼!”
“놔! 이것들아!”
역시 개망나니들.
지금은 내 정예부대의 인원들이지만 역시 본질은 막나가는 강도와 건달, 도적들이었던 이들답게 그들은 방통의 말은 귓등으로 넘겨버리고 있었다.
최고다!
흑귀대!
“아니 글쎄. 저 결혼이라면 질색을 하는 인간이 요새 들어서 만나는 여자가 있다니까? 은근히 선물도 가져다 주고 있고 말야.”
“아! 그런 거 아니라고! 일때문에 만나는 거라니까!?”
“그런 사람이 여성용 장신구랑 비단 옷은 왜 가져가? 시녀들도 지금 난리요. 난리. 방 도독님이 결혼할 것 같다고. 그 주영이 알지? 걔도 방 도련님 은근히 좋아했는데. 그것 때문에 충격받아서 드러누웠수다.”
“아니! 씨! 야! 그런 걸 받았는데 답례는 해야 할 것 아니야!”
“하이고~ 그깟 야채 말린거 좀 받았다고 그런 답례를 해? 그리고 도련님이 그런 거 답례하는 사람도 아니잖수. 좌치 어르신은 벌써 견가랑 얘기 다하고 있는 모양이던데.”
“어!? 진짜? 자세하게 말해봐.”
이거 엄청나게 흥미진진한 주제가 나왔다.
지금까지 결혼하라고 그렇게 난리를 쳐도 안한다고 버티던 방통에게 여자가 생겼단 말인가?
나쁜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던 방통이 이렇게 나온다는 것에 난 기뻐하며 물었다.
“그러니까 도련님 결혼 문제 때문에 신비라는 사람의 집에 간 이후로 매일 같이 찾아간다니까. 얘기하는 거 들어보면 정말 별 일도 아닌데 굳이 찾아가더라고. 갈때마다 신가의 아가씨와 되게 쓰잘데기없이 말걸고 그러던데. 이거 아무래도 수상해.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내가 보기엔 방 도련님이 그 아가씨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오호… 그랬단 말이지? 입으로는 아니라고 한 주제에 몸은 솔직하구나.”
“보, 보지마.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나와 장삼, 그리고 다른 흑귀대원들이 싱글거리며 흐뭇하게 바라보자 방통은 힘겹게 외치며 고개를 돌렸다.
어떤 여잔지 진짜 궁금하다.
“이거 지금 이럴 때가 아니군. 바로 가자. 하후상. 다시 백마항으로 복귀할 예정이지?”
“예? 아. 예.”
“병영에서 지원 받을 것 있으면 내 이름대고 지원 받아. 그럼 나중에 보자고.”
“알겠습니다. 그럼.”
쓰게 웃은 하후상이 부대원들을 이끌고 떠나갔다.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본 나는 장삼에게 말했다.
“어디야? 거기가?”
“아! 그런 거 아니라고! 미치겠네. 아씨. 저기? 얘들아? 우리 잠깐 얘기를… 아오!! 내 말 좀 들어봐봐!”
내가 네 말을 왜 듣냐?
난리를 치는 방통을 무시하며 그를 끌고 흑귀대원들과 함께 신비의 집을 향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