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24
00424 예상치 못한 패배 =========================
아침이 되었다.
견희와 나름대로 즐겁게 첫날밤을 보냈다.
너무 부끄러워하기에 더 못하기는 했지만.
뭐 나름 뜻깊은 밤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견희가 이렇게 흐트러질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원희 그건 바보 아니면 고자 아니면 조루인 듯 싶다.
왜 이런 여자를 내버려두고 다른 여자에게 꽂혀 있는건지.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견희가 깨지 않게 조심스레 일어난 나는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녀에게 말했다.
“목욕물 준비해놔.”
“예.”
어제 그렇게 했으니 아침에 목욕을 하고 싶겠지.
대충 따뜻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그녀의 몸과 내 몸을 닦기는 했지만 찝찝하긴 할거다.
견희를 위해 준비를 해놓으라 말하고 난 곧장 뒷마당으로 향했다.
늘 하는 오금희를 끝내고 씻은 후 돌아왔을 때는 이미 견희가 없었다.
씻으러 간걸까?
“음…”
견희와 성공적으로 첫날밤도 보냈고.
이제 해야 할 일이 뭐가 남았지?
전풍과 원희에게서 남피에 대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견희에게 말해서 먼저 식사를 하고 쉬고 있으라고 말해놓도록. 난 지하감옥에 다녀올테니까.”
“예. 장군님.”
이렇게 말해놓으면 괜히 나 걱정하느라 아침 식사도 하지 않고 있지는 않겠지.
갑옷을 입은 채 밖으로 나간 나는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는 여포와 마주쳤다.
“아. 은공.”
“뭐야. 당신. 왜 여기서 그러고 있어?”
“그게…”
여포는 머뭇거리다가 다시 한숨을 푹푹 내쉬어가며 말했다.
어젯밤 여영기가 감녕을 데리고 와서 결혼할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그것 때문에 딸과 싸웠단다.
오래간만에 만난 딸과 마찰이 생긴 것이 마음에 걸린 것 같았다.
말을 마치고 연신 한숨을 내쉬는 여포를 향해 웃었다.
천하최강이라 불리지만 결국은 딸가진 아버지구나.
“그럼 그냥 승낙해주지 그래? 솔직히 내 부하라서가 아니라 감녕만큼 괜찮은 남자는 솔직히 찾아보기 어려운데.”
“장료나 영기도 그리 말했지만… 아비로서 쉽게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 방천화극은 왜 준거야? 감녕이 여영기와 함께 있어주길 바라면서 준 것 아니야?”
“…뭐 그때부터 인정하고는 있었습니다만 막상 이때가 되고보니.”
나도 딸가진 아비로서 이해는 간다.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지들이 좋다는데.
“너무 그러지 말라고.”
“하아… 어찌해야할지…”
“그럼 어떤 남자 정도가 괜찮은데?”
“시집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두렵다.
나도 이렇게 될까?
여영기가 애교가 많은 성격도 아닌 것 같은데…
“평생 데리고 살면 나을 것 같아? 내가 말하긴 뭐하지만 자식이란 평생 안고 갈 수 없는…”
“오~! 도련님! 좋은아침… 아버님.”
“….”
저 자식은 눈치없이 왜 지금 나타나서 말을 걸어?
여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장료와 아침 대련이라도 하고 온 것인지 감녕은 가벼운 복장을 하고 있었다.
“어… 저기. 아버님.”
“흥.”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려버린 여포.
감녕은 애타는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아니 나보고 어쩌라고.
난 감녕의 옆에 서 있는 장료를 보았다.
그 역시 쓴웃음만 지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튼 내가 할 말은 그게 다니까.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진 마.”
“…알겠습니다. 은공.”
그래도 말귀는 알아들어서 다행이네.
여포는 한숨을 내쉬고 휙 가버렸다.
그가 멀어지자 감녕은 나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어떻게 됐수? 응?”
얌마.
땀냄새나.
저리 안가?
거의 달라붙을 기세로 말하는 그를 밀쳐냈다.
“아. 몰라. 일단 나도 말해줬으니까 생각이 있으면 잘 하겠지.”
“으으으… 이런.”
“하하… 천하의 진동장군님도 딸 가진 아비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은가보군요.”
“어쩌겠냐. 그럼. 저런 상태는 나도 답 없어.”
장료가 쓴웃음을 지으며 다가오자 난 한숨을 내쉬며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아무리 내가 설득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사람 모두를 꼬드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특히나 이런 문제는 자기가 알아서 납득을 해야지.
물론 감녕이나 여영기나 내 부하이기도 하고, 또 잘 어울리기도 하니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걸 강제할 수는 없었다.
“아무튼 계속 저자세로 나가야겠지? 얘기를 들어보니 여포도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기보다는 딸을 시집보내려는 것이 싫어서 저러는 것 같은데.”
“그, 그렇겠지? 그래야할텐데…”
불안해하는 감녕의 어깨를 쳐주었다.
힘내라.
“정 뭐하면 바로 관직에 오를래? 너라면 공적도 충분하니까 바로 올려 줄 수 있는데. 그래도 번듯하게 관직이라도 하나 있으면 좀 마음을 돌리지 않겠냐?”
감녕이 이룬 공적 정도라면 적어도 교위, 못해도 기도위까지는 오를 수 있었다.
내가 임명하고 도독인 방통이 보증한다면 충분했다.
이제는 거의 명예직 수준이 되어버린 도위보다는 훨씬 괜찮다.
봉록도 이천석이나 되고.
내 말에 감녕은 고민하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괜찮으려나…?”
“해야 할 일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사실 지금 너희들이 하는 일이 도위직에서 할 만한 일들은 아니지.”
적게는 일천에서 많게는 일만까지 지휘가 가능한 감녕이었다.
그런 감녕이라면 충분히 교위 자리까지는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었다.
황제가 이각에게 쫓겨나며 길가에서 만나는 도적들에게도 준 도위직에 비하면 훨씬 높은 직위인 교위 자리에 오른 상태라면 여포가 그나마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내 말에 장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여포가 그렇게 속물적인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사위될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으면 좋아하겠지. 어쨌든 귀한 대접을 받을테니 말야.”
“하아…”
어차피 내 밑에 있는다는 것은 언젠가는 관직에는 오른다는 이야기였다.
감녕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구만.”
“좋아. 그럼 일단 임시기는 하지만 일단 기도위는 되어주라고. 허도 쪽의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교위 자리로 올려줄테니까.”
내가 임명을 했다고 하더라도 중앙의 허가는 받아야했다.
물론 형식에 불과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절차가 그러니 어쩌겠는가.
감녕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장료와 함께 가버렸다.
“그럼 나도 가볼까.”
여포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을 꽤나 빼앗겼다.
바로 지하감옥으로 내려갔다.
지하감옥으로 통하는 두개의 문을 통하자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악!!”
“아침부터 바쁘기 그지 없구만.”
“아침부터는 무슨. 어제 밤을 꼴딱 보냈다.”
원희가 있는 감옥의 앞에 서 그가 고문당하는 것을 지켜보던 방통은 내가 들어오자 퉁명스레 말했다.
그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고 안을 보았다.
“허억…헉…”
꽤나 모진 고문을 당한 모양이다.
원희는 숨을 헐떡거리며 나와 방통을 노려보았다.
“개…자식들…”
“쟤도 참 꾸준히 버틴다니까.”
“뭘 알아내려고?”
“남피로 통하는 요격로와 작전. 전풍이 없으니 원상이 남피를 방어하는 전략은 기존의 전략을 쓸 수 밖에 없지. 그렇다면 그 길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해.”
“경계병과 순찰병이 이동하는 경로를 알아내려는 건가?”
“응. 이봐. 원희. 이제 슬슬 대답하는게 어때?”
“퉷! 천한 것들이…”
증오가 가득 담겨져 있는 그의 표정을 보며 난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오자 고문을 담당하던 흑귀대원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원희 때문에 흑귀대원들이 꽤나 죽었다.
고유의 친우로 보이는 그는 눈에 증오가 담겨 있었다.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쉽게 죽이면 안되는 거 알지?”
“물론입니다. 장군님.”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따버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듯 보였다.
그가 집게를 들어 원희의 이빨을 뽑으려 하자 난 일단 그를 말렸다.
“잠깐만 나가 있어. 나도 좀 물어보고 싶은게 있거든.”
“예? 아. 예.”
그가 나가고 원희와 둘이 남게 된 나는 원희에게 물을 주었다.
꽤나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
그것을 꿀꺽꿀꺽 마신 원희는 내가 왜 호의를 베푸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 듯 보였다.
“좀 궁금한게 있어서.”
“뭐냐…”
“견희랑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사이가 안좋았던거냐?”
“뭐?”
“아니. 뭐랄까. 나로서는 좀 이해가 되질 않아서 말이지.”
어젯밤 나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이후로 견희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그정도라면 굉장한 건데.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며 묻자 원희는 피식 웃었다.
“미친놈. 동정이었냐…?”
“뭐?”
마누라만 둘이다.
그리고 애가 셋… 이상이 될지도 모르고.
원희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딴 석녀와 쑤셔대는 것이 좋기라도 했나보지?? 크크…”
“….”
석녀라.
석녀치고는 되게 잘 느끼던데.
난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히죽 웃었다.
“좋은 대답 고마워!”
“뭐?”
이걸로 확실해졌다.
견희가 꽤나 날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남녀간의 교합이라는 것은 혼자 좋아서 낑낑대봐야 서로 제대로 느끼기도 힘들다.
어젯밤은 꽤나 괜찮은 분위기였다.
견희도 잘 느끼고 있는 것 같았고.
그런데 석녀라.
그 말은 견희가 원희에게서 큰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볼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후후.”
“…뭐냐.”
“아니. 아무것도. 그럼 수고하도록.”
궁금한 것은 다 알아냈으니 됐다.
괜히 도발했다가 원희가 더욱 처절하게 거절하여 정보를 주지 않으면 곤란하니 난 그를 도발하지 않고 나왔고 방통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날 보았다.
“뭔 얘기야? 제수씨가 뭐 어쨌는데?”
“개인적이고 사소한 궁금증을 해소한거다. 신경쓰지마. 야. 그런데 너 이러고 있어도 되냐?”
“왜?”
“그 아가씨한테는 안가?”
아무리 전투가 일찍 끝났다고 하더라도 신헌영과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던 방통이었다.
전투가 끝나고 그 정리를 위해서 계속 관청에 있었던 방통에게 묻자 그는 인상을 구겼다.
“그것보다는 지금 이게 더 중요하지.”
“심문은 오후에 내가 할테니까 넌 거기나 갔다와라.”
전풍을 심문하는 것은 내가해도 된다.
내 말에 방통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었다.
“뭔가 여전히 오해를 하고 있군. 내가 그 여자에게 다가가는 것은 그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뭔가 그런…”
“그래? 그럼 수고해라. 교대해주려고 했는데.”
이거 말고도 할 일 많았다.
내가 나가려 하자 방통은 내 팔을 꽉 잡았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까지 전풍을 심문하고 싶다면 막지는 않아주지.”
“…에라이.”
누가 그랬더라.
남자의 새침부끄는 꼴불견이라고.
난 방통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려 때리는 시늉을 했고 방통은 히죽 멋쩍은 듯 웃다가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어디보자…”
원희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전풍을 원희처럼 막 다룰 수는 없었다.
그래도 체력적으로 어느정도 단련되어 있는 원희와 다르게 전풍은 책사.
체력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심문하다가 체력저하로 죽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심문해야지.
“많이 피곤해보이네.”
“하… 고작 하루만에 내가 어떻게 될 것 같나?”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겠지만 체력이 낮은 사람에게도 써먹을 수 있는 좋은 고문법이 있었다.
뭐냐고?
그냥 안재웠다.
사람은 하루에 몇시간이라도 잠을 자야한다.
하지만 그것을 계속 방해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의 삼대 욕구라고 할 수 있는 수면욕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고문이 된다.
전투를 치루느라 피곤했을텐데도 잠들지 못한 전풍은 눈밑이 조금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냥 깔끔하게 이야기하고 끝내지?”
“꺼져라.”
“그러든가.”
사람은 잠을 잘 수 밖에 없는 생물이다.
과연 전풍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감옥을 지키는 이들에게 차분히 말했다.
“대답할 때까지 절대 재우지 마라. 배불리 먹이고, 또 마시게 해. 먹지 않더라도 음식은 계속 교체를 해줘.”
적당한 허기는 오히려 잠을 쫓는 방법이 되지만 충분한 포만감은 오히려 잠을 부르게 된다.
수면욕을 버티기 위해서 식욕을 억제할 수 있을까.
사람의 욕망은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다.
날 노려보는 전풍을 향해 난 씩 웃었다.
댁이 얼마나 잘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버텨봐라.
감옥에서 나와 방으로 돌아갔다.
씻고 나왔는지 견희는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 온 것을 본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요.”
“그래.”
견희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늘 살짝 드러내놓고 있었던 목이 오늘은 완벽하게 가려져 있었다.
아마 어제의 키스 마크를 가리려는 것이겠지.
난 모르는 척 그녀에게 다가갔다.
“왜… 읍.”
낭창거리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 끌어당겨 안고 입맞췄다.
당황한 견희는 눈을 크게 뜨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부터 이러시는 것은.”
“목은 왜 가렸어?”
“그, 그건.”
당황한다.
아이고 재밌어라.
견희가 시선을 어디다가 둬야 할지 몰라하며 머뭇거리는 것을 보며 난 피식 웃었다.
“가리지 말았으면 하는데.”
“남편으로서의 명령이십니까?”
“그냥 부탁이라고 해주면 안될까?”
“그런 분이 이런 것을… 이런 자국은 창기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입니다.”
얘가 왜 가렸는지 알만하다.
어제 내가 물고 빤 자국이 제대로 나 있을테니까.
그 붉은 자국을 보면 다들 알거다.
우리가 어제 했다는 것을.
“에이~ 그건 너무했다. 서로를 위해 노력하자는 거잖아.”
“이게 노력입니까…”
내가 키득거리자 견희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이것도 나름대로의 노력이지. 널 평생 얽메고 있던 사슬을 풀어주려고 하는 거니까 말야.”
“이런 것이라면…”
“사양하겠다고? 그럼 그냥 무덤덤하게 해?”
“….”
아.
고민한다.
어제 좋긴 좋았나보다.
하긴.
안좋았으면 그렇게 젖지 않았을테니까.
견희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난 그녀에게 다가갔다.
“싫었어?”
“그건 아닙니다만… 장군님을 막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영이라는 분을 만나야 할 것 같군요.”
“…으, 으응? 만나서 뭘 하려고?”
“다른 분들께 들으니 장군님의 첫번째 부인이신 영이라는 분만이 장군님의 이런 행동을 막으실 수 있다고…”
하! 영이가 날 막을 수 있다고?
무슨 소리!
견희의 반격에 난 당당히 말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릴까나~?”
도대체 어떤 자식이 그걸 말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