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87
00487 넘어가 준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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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으로 들어간 조조는 차분한 눈으로 유협을 응시했다.
무척이나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유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찌하자는 것입니까?”
“잘라내야지요.”
“잘도 말씀하시는군요.”
힘없이 중얼거린 유협은 쓴웃음을 지었다.
“왜? 그대 스스로 이제 왕에 오른다는 말이라도 해보시지 그러시지요?”
“진정으로 원하십니까?”
조조의 무덤덤한 대꾸에 유협은 피식 웃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내는 진심으로 무서운 자다.
만약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을 제거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황제로 내세울 힘이 있는 자였다.
동승의 반란이 실패한 이후, 그리고 믿었던 유비가 죽은 이후 자신은 황궁에 갇혀 있는 허수아비라는 것을 유협이 모를리 없었다.
그런데도 조조가 이리 와서 말한다는 것은 지금 일어난 문제가 아주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겠지.
자신의 허가가 필요할 정도로 말이다.
“사공. 도대체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저는… 잘라내기를 원합니다.”
“유막이 진정으로 그런 짓을 했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뭡니까?”
“…지금 상황이 그렇지 않습니까. 유 숙부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몇번이나 만나뵙고 내 형님과 내가 숙부로 모시던 분이지. 그 분은 자신의 한계를 아는 분입니다.”
유협의 말에 조조는 피식 웃었다.
마치 자신을 비웃는 듯한 그의 태도에 유협이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조조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한계라 하면 유 황숙의 능력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욕심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둘 다요.”
유협이 아는 유막은 황족이나 오히려 영제와 마찬가지로 장사치와 비슷한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였다.
이득이 되는 일만 한다.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남을 버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매관 매직은 물론이거니와 필요하다면 백성들도 얼마든지 팔아치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넘는 욕심만큼은 부리지 않는 그였다.
그는 단 한번도 황권을 넘보지 않았다.
영제 앞에서 그는 늘 공손했고 약자였다.
동탁이 있을 때도, 원소가 있을 때도, 이각이 있을 때도.
그는 언제나 약자의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유협의 대답에 조조는 빙긋 웃었다.
“인간의 욕심을 너무 얕보시는 것 같습니다.”
“뭐…요?”
“사람은 항상 욕심을 부리지요. 자신의 권한 밖의 것? 자신의 그릇 이상의 것. 그것을 항상 원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것을 항상 다른 이유로 포장할 뿐이지요.”
“그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과연 유막이 원소에게 그 문서를 받고나서…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황족을 무시하는거요? 그들의 충심을 무시하는거요?”
“아니요. 무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계하지요. 그럼 제가 폐하께 여쭙지요. 만약 제가 유막을 벌하지 않고 풀어준다면… 그는 어떻게 나올 것 같습니까?”
“그건.”
“그가 저를 얕보는 것은 둘째치고… 폐하조차 얕보지 않을 것이라 자신하십니까? 아니면, 유표, 유장, 아니면 천하의 다른 이들이 그를 내세워 그가 천자임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보십시요. 저 조조도, 저 황제도 자신을 벌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가 천하에서 가장 높은 이가 아닌가? 라고 그가 생각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을 하실 수 있으십니까?”
“말씀이 너무 심하십니다! 조공!!”
“저는 사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겁니다. 사람은 반드시 그리합니다. 자신의 한계에 도달한다면, 그 욕심을 결코 버리지 않지요. 그리고 지금이…”
조조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그들의 한계입니다.”
“…그럼 조공께서는 어찌하시려는 겁니까? 황족들을 싸그리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유 황숙만이 아닌 다른 황족들까지 싸그리 쳐내겠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잖습니까.”
“필요하다면. 하지만 그정도까지는 필요 없겠지요. 어느정도 명맥은 남겨야할테니 몇몇 정도는 살려둘 생각입니다.”
“하… 하하.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군요.”
유협은 부르르 몸을 떤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터덜터덜 걸어 조조의 앞으로 움직였다.
그가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조조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고개를 빳빳히 든 채 바라보기만 할 뿐.
유협의 시선을 마주하던 조조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본색이라…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대는 한 황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겠지.”
“제대로 보셨군요.”
“이제는 거짓으로라도 충성을 말하지 않는거요?”
“거짓이라… 그럼 거짓으로 얼마든지 말해드리지요. 폐하. 이 천하에서 저만큼 한 황실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는 없습니다. 폐하에 대한 충심이 넘쳐 흐르는 바. 그러니 폐하께 고하겠습니다. 유막과 그 일당의 목을 베어 황실과 천하의 안녕을 도모해주십시요.”
“…..”
“만족하십니까?”
“하…하하.”
유협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 그를 보며 조조는 빙긋 웃었다.
“폐하.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착각?”
“지금 저는 폐하께 허락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
“통보를 하러 온 것이지.”
“하하하… 하긴,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그리 말…”
“그것이 아닙니다.”
조조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전에 폐하께서 말씀하셨지요. 동귀비를 살려달라고.”
“…그, 그때는.”
동승의 반란이 있었다.
그자의 반란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버렸고 관련된 많은 이들의 목이 날아갔다.
동승의 딸인 동귀인 역시도 목이 날아갈 처지였지만 그때 유협은 무릎까지 꿇고 애걸하며 그녀를 살려달라 말했었다.
“그때 제가 뭐라 말씀드렸습니까?”
“…두번은… 없다고.”
“이제 제가 움직이려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하, 하지만 이번에는 반란이 아니잖습니까!! 이번에는…”
“저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무슨 말이요?”
조조는 진심으로 알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의 표정에 떠오른 의문.
그것을 마주하며 유협은 침을 꼴깍 삼켰다.
“왜 그리 황족들을 보호하려 하십니까?”
“그야 같은 가문의…”
“그 같은 가문의 사람이. 그 위대한 피를 나눠받은 이들이… 동탁때는, 이각때는 뭘 했습니까?”
“…..”
“동탁에 의해 한 황실이 농락당할때도 그들은 숨죽이고 있었지요.”
“..그, 그때는 어쩔…”
“이각에게 폐하께서 납치되어 굴욕이란 온갖 굴욕을 다 겪으셨는데… 그때도 그들은 얌전히 기다리고만 있었지요. 제 배만 불리면서.”
“….”
“삼보에서 백성들이 죽어나갈 때. 유막은 곡식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고 합니다.”
“그건… 그건… 뭔가 오해를…”
“다른 황족들 중에서도… 몇몇을 제외한 이들은 모두 기존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오히려 더욱 날뛰었다고 하더군요.”
유협은 눈을 감았다.
그런 그를 향해 조조는 천천히 물었다.
“저는… 뭐라고 해야할까. 동탁을 치기 위해서 반동탁 연합군에 참전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한 황실을 위해서 움직였지요.”
“그건… 알고 있소.”
“또한 이각에게 쫓기던 폐하를 구출하기도 했습니다.”
“그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낙양을 다시 되찾았고 그곳에 대한 복구를 진행하고도 있고. 또 한 황실을 능멸한 이각을 잡고 장안을 되찾기도 했습니다. 궁녀들 뿐만 아니라 황실의 재산도 찾아내었지요. 틀렸습니까?”
“…..”
사실을 가지고 말하니 대꾸할 말이 없다.
유협이 고개를 숙이자 조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그렇게 고생을 하는 동안… 도대체 폐하께서 그리도 챙기려 하시는 황족들이 무엇을 했는지 궁금합니다만.”
“…..”
할 말이 없다.
그들이 해준 일은 없으니까.
조조에 의해서 황실이 다시 복구되기 시작하자 그때나 인사를 온 이들이다.
족보상 웃어른이라는 이유로 대접을 받고, 또 면세의 혜택을 받고자 하던 이들이다.
“폐하께서 허도에 자리를 잡으셨을 때 그들이 선물을 좀 가져왔었지요. 혹여 그것 때문은 아니실 겁니다. 왜 그들을 보호하려 하시는 겁니까?”
“…그건… 그들이 황족이기 때문에…”
대답을 하면서도 유협은 자신의 궁색함을 느꼈다.
힘들 때 외면하다가 이제와서 자신에게 달라붙는 이들이다.
굳이 그들을 챙겨야 할 이유가 있는가?
구태여 말하자면 나중에 자신이 조조에게 핍박받을 때 그들이 나서줄 수 있다는 점?
하지만 그것 역시 막연한 자신의 희망에 불과할 것이다.
동승의 반란 이후 그 처벌을 할 때 동귀인을 구하려 했던 황족들은 아무도 없었다.
분노한 조조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 그저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 뿐.
“교사원은 저 뿐만이 아니라 폐하의 황명까지도 받은 곳입니다. 그곳을 무력으로라도 점거하려 하는 황족들입니다. 그런 그들을 더 이상 살려둘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들은 만약 틈을 보인다면 저 뿐만 아니라 폐하까지도 쳐내려 할 자들. 폐하께서 명하시지 않는다면 제가 스스로 나서야겠지요. 그리고…”
조조는 싸늘한 눈으로 유협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 유협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더 이상 폐하에 대한 예우를 갖출 필요가 없어지겠군요. 천자가 아닌 황족 나부랭이들에게 굽신거리는 자를… 굳이 천자로 생각하고 존경할 필요는 없을테니까.”
“….”
“그럼 저는 이만.”
“…뭘.”
“예?”
“뭘 해야 합니까.”
풀죽은 어조로 그가 말하자 조조는 씩 웃었다.
“이제부터 그들들 추포할 생각입니다. 황명을, 그리고 나라의 명을 개코로 보고 있는 이들을 잡은 후 명단을 드릴 터이니 그들을… 황가의 족보에서 제외시켜주십시요.”
황궁에서 나와 관청으로 들어간 조조는 우금에게 명령서를 주며 물었다.
“지금 교사원에는 누가 가 있지?”
“어… 교사원주와 상서령, 그리고 진동장군이 가 있습니다.”
“진동장군? 하하… 역시 재밌는 녀석이군. 좋아. 그럼 굳이 따로 부르지 않아도 되겠군. 우금. 진동장군에게 명을 전해라. 지금 교사원에 있는 반란분자들을 모두 잡아 진동부에 가두라고.”
“하지만 진동부는… 괜찮습니까?”
진동부에 정식으로 명령이 내려진다면 조사고 나발이고 없다.
진동부의 주 업무는 반란에 대한 처벌과 감시, 그리고 그들의 소탕이다.
진유하가 조조의 명령을 받고 움직인다는 것은 교사원 앞의 황족들을 반역도로 몰겠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구금이 아닌 제대로 그들을 잡아 가두고 그들을 반역자로 규정겠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는 우금이 걱정스레 묻자 조조는 웃으며 말했다.
“이 순간을 위해서 몇번이나 참아왔는데. 더 미루기는 힘들지.”
“명을 따르겠습니다.”
조조는 진심이다.
그의 명령을 받은 우금은 빠르게 걸었고 조조는 호표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관청을 향해 들어갔다.
황족들.
거슬리는 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들을 건드리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더욱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위치는 신하의 위치.
신하가 황족들을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골치아픈 일이 발생한다.
그러니 황족은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
그들이 기고만장하며 도를 넘기만을 기다렸다가.
황제가 스스로 나서서 그들을 처벌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다면 그때 움직인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콤하기 그지 없다.
이제는 그 단 열매를 맛볼 시간이다.
조조는 차분히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제부터 시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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