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25
00525 내 생각은 다른데 =========================
여남에서 출발해 전홍성 인근에 도착했다.
딱히 별 일이 없었다.
“뭐지?”
왜 별 일이 없지?
원래대로라면 우리의 움직임에 맞춰서 적들이 요격을 나오든 아니면 사자라도 보내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너무 반응이 없어서 오히려 찝찝할 지경이다.
목표로 했던 지점에 도착해서 우리는 회의를 시작했다.
“아니 이게 뭔.”
“수성을 할 생각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쩔까요?”
우리 모두 당황하고 있었다.
너무 조용하다는 것 때문에 오히려 발이 묶여버린 것이다.
조용히 움직이고 싶어도 이렇게 많은 군이 움직이는 건데 상대측에서 반응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전홍성 인근의 마을에서는 전홍성에서 딱히 별 일이 없었다는 이야기만 할 뿐이고 그 외에 특이한 점이 없었다.
혹시 전홍성을 버리고 퇴각한 것인가 싶었지만 망원경으로 봤을 때 성벽에 병사들이 서 있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다.
“어찌 생각하십니까? 순 대부?”
“글쎄요…”
순유 역시도 난감한 모양이다.
너무 헛점이 많고, 또 너무 공격하기 편해서 의심이 간다.
전홍성에는 제대로 유표의 깃발이 꽂혀져 있었다.
혹시 공성계?
우리의 방심을 노리는 것인가?
“음… 일단 중선. 자네가 좀 나가보지 그래?”
“알겠습니다.”
적이 요격을 하든 말든 어쨌든 우리는 목표한 지점까지 도착했다.
전홍성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왔는데도 적들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그저 전의를 잃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항복을 권유해보는 것도 좋은 것이다.
내 말에 왕찬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유복과 함께 물러났다.
이미 권유를 했다고는 하지만 지금 이렇게 군을 끌고 와서 권유를 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라고 볼 수 있었다.
가장 좋은 대화의 수단은 주먹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지금 대화를 권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저들이 우리의 군대에 겁먹어서 저리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이라면 말이다.
“중선을 보내는 것이 맞나 몰라.”
어떻게 보면 왕찬은 전홍성에 있던 유표의 부하다.
그런 그가 우리의 곁에서 항복을 권유하는 것이 오히려 저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었다.
“뭐, 문제야 있겠습니까.”
그래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 나가서 항복을 권유하는게 낫다.
“문제는 없겠지만. 쩝. 아무튼 저들의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세. 이건 뭐. 대놓고 공격해달라는 것 같으니 말이야.”
이만큼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적은 대놓고 수성을 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말야.
이곳까지 오면서 요격은 커녕 정찰병 조차도 없어서 오는 길에 만난 성가에 사람을 보내 물어보았다.
혹시 식량을 다시 팔았냐고.
아니면 그들이 창칼로 위협하여 물자를 다시 가져갔냐고.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한번.
곽준이 찾아와 식량을 재구매하려 했다는 이야기만 해줄 뿐 이었다.
백성들을 수탈이라도 했나 싶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이거 내부의 상황을 알 수가 없으니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네. 대사농 어르신. 혹시 내부에 심어 놓은 첩자가 없습니까?”
“첩자는 있지만 딱히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고 하던데? 다만…”
“다만 뭡니까?”
“이엄이 병에 걸려서 드러누웠다는 이야기만 있어. 그 외에는 별로. 특별할 것은 없네. 아. 그러고보니 한번 성문이 닫혔다가 금방 열렸다고 하더군.”
“….”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멀쩡하던 이엄이 왜 병에 걸려?
혹시 전염병이라도 도나 싶었지만 그런 것은 아닌 듯 싶었다.
“이엄이 병에 걸렸다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정욱의 말을 들은 순유는 곰곰히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을 마친 그는 차분히 답했다.
“중선의 평가대로 도망쳤을 가능성이 하나요. 그리고 그가 나서서 양양의 지원을 얻어내려는 것이 하나요, 그리고 그 나름대로의 인맥을 이용해서 물자를 구해 오려는 것이 하나가 있지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순유는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장군과 유 군수가 움직여서 전홍성의 식량을 빼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전홍성의 인근에는 많은 호족들과 명가들이 있습니다. 형주는 호족과 명가들이 아주 많은 곳. 흉년이 지속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식량과 물자가, 그리고 병사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순유의 대꾸에 하후돈과 정욱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냥 병들었다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 의견이 맞을 수 있었다.
“저희를 속이기 위한 행동일까요?”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나름대로 이엄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습니다. 그의 평가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립니다. 고지식하고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사람들은 그를 싫어합니다. 하지만… 그는 꽤나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지요. 또한 권력과 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줄 알고. 정치적인 감각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렇습니까?”
“예. 물론 여럿의 평가가 있지만… 그의 부하가 되기 위해서 일부러 임지를 바꾸는 이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호오…”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다.
나와 유복이 호족들과 명가들을 꼬시러 가는 동안 놀기만 한건 아니구나.
“그리고 호족들과의 관계도 좋기 때문에 만약 그가 직접 나서서 물자와 병력을 빌려달라고 한다면 충분히 도와줄 것입니다.”
“하지만 성주인 그가 굳이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순유의 의견에 하후돈은 조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하후돈의 의견도 틀린 것은 아니다.
이엄은 한 성의 성주다.
그리고 형주목의 부하이기도 하고.
그런 그가 채가나 괴가, 유가가 아닌 다른 가문의 지원을 받는다?
호족들과 명가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권력의 구조상 다른 호족들이 이런 일에 끼어들게 되면 형주에서의 영향력에 문제가 생긴다.
순유가 평가한 대로라면 이엄은 다른 호족들과도 관계가 깊은 사람인데.
“만약 그가 다른 호족들과 개인적인 접촉이 아닌, 군사적인 지원을 받아 전홍성을 지켜낸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적은 물자만으로 수성을 할 필요는 없지요. 양양에서의 지원이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면 차라리 다른 호족들을 끌어들이는게 나을겁니다.”
“전홍성을 수성하기 위한 물자를 얻는다. 지원을 해준 호족들은 그 나름의 지분을 요구할 것이고 그리 된다면… 채가나 괴가, 혹은 유표가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요?”
“이엄은 정치적인 감각이 대단하고, 또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즉.”
순유는 우리를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
“얼마든지 유표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흐음… 그럴 거면 차라리 이엄을 꼬드기는게 나을 법도 했는데.”
“하지만 그를 포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도 자신의 위치를 아는 사람입니다.”
하긴.
전홍성의 성주 정도 된다면 이번 전투에서 전홍성이 어떤 위치인지 알 것이다.
뇌물을 받고 물자를 팔아넘기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그것을 이용해서 차후에도 문제를 일으킬 터.
괜히 엄한 놈 끌어들였다가 나중에 피보느니 그냥 여기서 끝내는게 나을지도 몰랐다.
“죄 없는 자를 함부로 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불안해하면서 굳이 그를 챙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느냐 없느냐지요.”
이엄을 포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차분히 말한 순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무튼 제 생각에는… 이엄이 양양으로 간 것이 아닌 주변 다른 호족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러 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고, 또 가능성도 있지요.”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적이 지척에 있는데 성주가 나가서 지원을 요청한다?
물론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게 과연 괜찮은 일일까?
“그만큼 얻는 것이 많을테니까. 어쩌면 전홍성을 방패로 스스로 세력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순 대부와 같은 의견이네.”
순유의 의견을 잠자코 듣던 정욱이 말했다.
“한 성의 성주가 고개를 숙이며 지원을 요청한다는 것은 의미가 큰 일이야. 그가 나섬으로써 당장 호족들이나 명가들에게 빚을 지게 되고, 또 굽히고 들어가는 상황이 되겠지만 그럼으로써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
“무엇을 얻습니까?”
“인망.”
정욱의 말에 하후돈은 피식 웃었다.
“예전에 승상도 그런 적이 있었지. 스스로 명가에게 고개를 숙임으로써 오히려 그들의 신뢰를 얻었어. 사람은 스스로 낮추고 들어오는 이를 반갑게 생각하지. 그가 충분히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래. 그런 식으로 물자와 병력을 얻어서 황건적을 토벌했던 때가 떠오르는군.”
“흐음…”
하긴.
나도 명가나 호족들의 힘을 빌릴 때는 내 관직이나 위치보다는 저들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굽히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때문에 꽤나 덕을 봤었지.
“그럼… 정 대사농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한 성의 성주가 성을 두고 도망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렇다고 갑자기 병에 걸렸다고 보기는 어렵지. 나 역시 순 대부의 의견에 손을 들겠네. 오히려 병에 걸렸다고 알린 것 자체가… 속임수일 수 있지.”
“속임수라. 이엄이 성을 버리고 도망갔다고 생각하게 하려는 것인가?”
“그럴 수 있습니다. 아니, 차라리 그게 더 맞겠군요. 성주 쯤 되는 사람이 적이 지척에 있고 세가 불리하다고 하여 성을 버리고 도망간다? 그것은 조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정욱은 차분히 말했다.
“양양에서의 지원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흠… 한 성의 성주씩이나 되는 사람이니 물론 그가 직접 움직인다면 호족들도 병사와 물자를 내어주겠지만…”
너무 많은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들의 의도를 모른다고 하여 여기서 얌전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가능성은 반반입니다. 그러니 굳이 저들의 움직임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야 할 일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홍성을 점령하고 양양을 치는 것이다.
굳이 여기서 이렇게 적의 반응을 기다릴 이유는 없다.
적이 의미를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그렇다면 계획대로 움직여야겠군요.”
만약 이엄이 그냥 튄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그가 스스로 나서서 지원을 받으러 간 것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어쨌든 전홍성 내의 물자는 바닥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저 양양에서 지원군이 하나 더 늘어났다고 생각하는게 편하다.
왕찬의 말대로 양양에서 지원이 없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들의 지원이 아예 없다고 보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당초의 계획대로 움직이자.
“우리는 포위를 준비하겠네. 음… 부탁하겠네. 조카사위. 부디 다치지 말게나.”
“하하하. 걱정마십쇼.”
하후돈의 주군과 정욱의 좌군은 원래 계획했던대로 전홍성을 포위.
우리는 남쪽에서 올라 올 공격을 막아낸다.
북쪽의 남양에서 공격이 내려 온다면 그것은 만총이 막아낸다.
제일 좋은 것은 장수가 그 남양의 병력이 내려오지 못하게 잡고 있는 것이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부디 무운을.”
병력들을 이끌고 우리가 대기해야 할 곳으로 향했다.
적당히 진지를 만들고 길목을 수비한다.
병사들과 함께 준비를 하는 동안 순유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자리가 좋지 않군요.”
“예?”
“이 길목. 수비하기에 정말 불리한 지형입니다.”
“으음…”
언덕과 언덕이 끼고 있는 길이다.
나름대로 안전과 방어를 위해서 목책을 만들고 방어의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지형 자체의 불리함을 챙길 수는 없었다.
“길목을 막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언덕 위에 자리를 잡을 수는 없으니.”
“부대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적들이 언덕 위에서 화살을 쏘게 된다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특히나 이엄이 밖에서 병사들을 모아 온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주의를 해야 할 것이기에 나는 순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순 대부께서 부대를 이끌어주셨으면 합니다. 하후상. 대부님을 모셔라. 장합. 너는 관평을 데리고 반대쪽 언덕을 점령하도록 해. 문제가 생기면 알아서 판단하고.”
“알겠습니다.”
“그리하지요.”
우리가 자리를 만드는 동안 주군과 좌군이 움직여 전홍성을 포위했다.
전홍성을 포위하는 동안에도 적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생각일까?
“이제 시작하려는가 보군요.”
“준비는 끝내셨습니까?”
“예. 이제 저는 올라가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뭔가 문제라도?”
순유는 걱정스레 내 뒤를 바라보았다.
감녕, 그리고 완이.
완이를 데리고 있는 것이 불안한 것일까?
“언덕에 있는 저희들보다는 아무래도 밑에 있는 장군을 공략하러 움직일 확률이 높습니다. 양양에서 지원이 오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양양에서 지원이 온다면 그들을 막아낼 때 가장 먼저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감녕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하지만…”
순유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나와 감녕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내 아내인 완이가 이곳에서 전화에 휘말릴까 걱정한다.
그를 향해 난 쓴웃음을 지었다.
“걱정마십시요.”
“제 생각에는… 오히려 주군 쪽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됩니다만.”
“저는 장군님의 옆에 있겠습니다.”
남장을 한 완이가 씩씩하게 말했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창.
듣자하니 예전에 사부님께 몇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거기에 틈틈히 다른 부하들에게도 가르침을 받은 이상 적어도 한사람 몫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에게 보호받아야만 할 정도로 약하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