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26
00526 내 생각은 다른데 =========================
“하하하! 이거 부인께서 이리 용맹하시니. 적들을 혼자 다 쓸어버리시겠습니다?”
순유가 농담을 할 줄이야.
완이는 그에게 미소지어 준 후 창을 꽉 잡았다.
“아가씨와 도련님은 걱정마슈. 내가 보호할테니까.”
“그럼 감 교위만 믿겠소. 장군. 부디 무운을.”
“대부님에게도 무운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순유가 자신의 부대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난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겠어?”
“네. 물론이죠. 오히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내 팔을 잡았다.
“장군님의 곁에 없으면 불안한 걸요?”
“웃기고 있네. 너 전에 떨어져 있으면 좋다면서?”
“헤헤~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옆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그러냐.”
그녀의 코를 살짝 잡아 비틀어 주었다.
“도련님. 하려나보네.”
일단 시작은 항복의 권유인가?
만약 이엄이 진짜 도망친 것이라면 좋을테지만.
난 자리에 앉은 채 멀리 보이는 전홍성을 지켜보았다.
과연 이번 공성전은 결과가 어떻게 될까?
“어째 강건너 불구경하는 기분이군.”
지금까지 전투가 벌어지면 항상 그 중심에서 움직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저 외야에만 있는 것이니 어째 기분이 묘하다.
“그냥 이렇게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무슨 소리야?”
“최고의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거지. 전홍성을 깔끔하게 공략하는데 성공한다면 오히려 문제 없이 나갈 수 있겠지만…”
남쪽을 보았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아무리 형주 일대의 권력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또 이엄이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날까 싶다.
상황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도 좋지 않지만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한 행위다.
그에 따른 보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법.
“남양 쪽이 좀 버텨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남양에 있는 유표군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의문이다.
장수가 움직여서 남양을 공격했을 때 그들과 싸울지, 아니면 그대로 방어만 하고 있을지.
“도련님.”
“…하. 젠장.”
역시 세상은 만만치 않다.
한참 궁리하고 있을 때 흙먼지가 보였다.
“전투 준비해. 적이 온다.”
길을 따라 움직이며 모습을 드러내는 부대를 보았다.
제대로 훈련된 병사들로 보인다.
적어도 오천 이상.
“수에서는 밀리지 않겠지만. 깃발 들어!!”
현재 길을 막고 있는 아군의 수는 일만.
언덕 위에 순유가 오천, 장합이 오천씩 데리고 있다.
순수하게 병력의 수만 본다면 우리가 유리하지만 저것이 적군의 다라고 볼 수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겠군.”
“도련님. 시작은?”
“우리의 임무는 적들을 막아내는 것이야. 그렇다면 적이 누구든 싸워야 하는 법. 최대한 막아낸다.”
전투 준비를 마치며 궁병부대가 자리를 잡았다.
사거리에 들어오면 바로 쏜다.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백기를 든 전령이 다가왔다.
사자?
제정신인가?
지네 성이 공격당하고 있는데 사자를 보내?
그래도 일단 대화를 하자는 것이니 들어나 보자 싶었다.
내가 손을 들어 공격을 멈췄을 때 다가 온 사자는 차분히 말했다.
“저는 형주목 휘하 도위인 황 한승의 부하입니다.”
“그래서?”
“길을 내어주십시요.”
“길을 내어주면? 지금 전홍성을 포위하고 있는 것은 승상의 명을 받은 정규군이라는 것을 모르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화조차 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대화라… 그럼 내가 하지. 진동장군 진유하다. 저 부대는 황 도위…? 황충인가? 그가 이끄는 것인가?”
“예.”
내 뒤에 있는 군이 보일텐데 상대는 한점의 두려움조차 보이지 않았다.
역시 황충이라고 해야하나?
부하 교육은 잘 시켰네.
“직급상으로 봐도 내가 황 도위보다는 높은 것으로 아는데. 정 뭐하면 이쪽으로 오라고 하지 그래?”
오면 깔끔하게 목을 따주지.
내 말에 사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황 도위께서 지금 움직이시기는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흐음…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대화를 거절하는 것은 그쪽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그건…”
“황 도위에게 명령을 전해라. 나는 황제 폐하와 승상의 명을 받은 진동장군 진유하다. 우리는 황실을 능멸하고 황가를 비웃고, 또한 스스로 황제인 양 까불어대는 역적 유표를 처단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 뿐이다. 너희 스스로가 유표를 잡아 내오지 않는다면 한의 정규군이 너희 모두를 역적으로 취급하게 될 것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하셔야 합니까?”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냐고?
사실 더 해야하거든.
만약 너희가 진짜로 유표를 사로잡아 내어오면 오히려 골치아파진단 말이지.
유표는 명분이다.
역적으로 규정된 유표가 형주목으로 있다는 것은 우리가 형주를 향해 움직일 수 있는 대의와 명분을 가진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는 한 황실을 무시하고 스스로 황제인 양 움직인 자다. 그 자와 한 황실을 농락한 동탁, 이각이 무슨 차이가 있다는것이지? 오히려 너희에게 권하겠다. 무기를 버리고 합류하라. 그리고 역적 유표의 밑에서 움직인 것에 대한 처벌을 받고 한 황실을 위해 일하도록 하라.”
당연히 듣지 않겠지.
내 말에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운 후 고개를 끄덕였다.
“황 도위에게 전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 우리는 한 황실의 뜻을 따르는 정규군이다. 우리에게 저항한다는 것은 스스로 역도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현명하게 생각하라 전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감녕은 입맛을 다셨다.
“이거 명분이 너무 우리에게 있는데? 이러다가 그냥 항복하는거 아니야?”
“절대 항복하지 않아.”
“엥? 아니. 명분이 우리에게 있는데? 한 황실의 정규군은 우리가 맞잖수.”
“맞아. 하지만 저들은 결코 그것을 인정하지 않겠지. 동탁의 예를 들어보자고. 동탁은 소제를 폐위시키고 헌제를 옹립하였지. 누가봐도 그는 역적이고 한 황실을 농락한 이이지만… 그가 이끄는 군은 공식적으로 보자면 관군이 맞아. 정규군도 맞고.”
“…아니 그럼 지금 도련님이나 승상이 동탁과 같은 놈들이라고 떠들 것이란 말이야?”
“그렇겠지. 그것이 저들이 명분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테니까.”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니고.
조조가 황제를 억류하고, 또 그를 압박하는 것은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을 대놓고 지적할 수 없으니 문제지.
난 팔짱을 낀 채 적군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멈춰 있던 군이 움직인다.
그들은 방패를 들고 창을 내밀며 점점 우리에게 접근했다.
항복할 생각은 없는 듯 하군.
“기뻐해라. 네가 그토록 원하던 황충과 붙겠다. 깃발병. 언덕 위로 신호를 보내. 전투에 돌입한다. 다른 병력이 언덕을 공략하면 우리가 골치아파지니까 잘 지키라고 해.”
“예!”
적을 이끄는 대장은 황충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정욱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황충과 그가 이끄는 궁병부대는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주의해야 할 것은 궁병 부대라고 볼 수 있는데.
“방패병. 준비.”
아직 사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숙련된 궁병들이라면 이정도 사거리라면 충분히 쏘아낼 수 있을 터.
내 명령에 깃발병들은 깃발을 흔들었고 방패를 든 병사들이 방패를 들었다.
“온다.”
적들이 화살을 쏘기 시작한다.
하늘을 빼곡히 메운 검은 화살들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전홍성을 보았다.
이미 주군이 포위를 한 상태다.
우리가 공격받는 것을 보았으니 공성전은 시작되겠군.
“언덕에서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쏟아지는 화살비.
우리가 화살의 공격을 막고 있는 것을 봤을텐데도 언덕 위의 순유와 장합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
역시 현명한 이들이 이끄는 부대 답다.
지금 저들이 움직이는 것은 오히려 적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양양에서 보낸 지원군이다.
물론 양양의 권력 다툼 때문에 제대로 된 지원군을 보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 전홍성을 공격하는 우리의 수가 알려지지 않았을리 없었다.
고작 오천의 지원병을 보낸다?
차라리 보내지 않는 것만 못하다.
분명히 지원군은 더 있을 것이다.
“순 대부의 부대가 적을 발견한 듯 합니다.”
“하… 그래?”
결국 적의 지원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군.
그렇다면 방심할 수는 없지.
“전 부대. 대기. 우리는 최대한 방어한다. 적군이 궁병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오히려 우리가 이긴다.”
황충이 이끄는 부대의 대다수는 궁병이다.
보아하니 치중은 제대로 가져 오지 않은 듯 한데.
저들의 본대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본대가 있다면 자리를 이탈하기보다는 목책을 이용한 방어전을 펼치는게 훨씬 유리했다.
“또 쏜다. 방패 들어.”
침착하자.
적은 황충이다.
허저와 전위를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은 강장이라면 내가 나서봤자 이길 수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길을 지키는 것.
그리고 저들이 들어 온다면 그들을 맞이하여 싸우는 감녕을 지원하는 것.
그게 다다.
“넌 안절 부절하지 마라.”
당장이라도 튀어나가고 싶어하는 듯한 감녕을 말렸다.
궁병부대만 있는 비정상적인 편제라고?
웃기지 마라.
“바보가 아닌 이상 저런 머저리같은 편제를 한 채 올리 없어. 전홍성을 함락시키면 우리가 승리한다. 싸우고 싶으면 좀 더 참아. 적의 움직임을 보지 못한 채 움직이는 것 만큼 멍청한 짓은 없어.”
“끙. 그래도 이렇게 두드려 맞기만 하는 것은…”
“피해는 거의 없잖아.”
치중은 주군이 있는 곳에 모아두었다.
공성전을 일년씩이나 질질 끌 생각은 없었다.
길어야 한달.
최대한 빠르게 한다면 일주일 안에 끝내는 것이 목표다.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들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적을 끌어들이면 되는거야. 우리의 분위기 속에서 움직이자고.”
“장 교위가 움직였습니다.”
“호오.”
순유와 장합이 움직였다?
그렇다면 언덕 위로도 공격이 들어오고 있다고 봐야 하는건가?
하.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봐라.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는 듯 합니다.”
깃발병의 말에 난 안심했다.
언덕 위에 꽂아 놓은 깃발들이 멀쩡하다는 것은 아직은 큰 위기가 아니라는 것.
그저 끌어들이기 위한 수를 쓰는 것이라면 순유나 장합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하하… 이거 누가 왔을지가 궁금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