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73
조비는 입을 다물었고 난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자수 형님께선 이득보다는 명분을 찾는 분이지. 그렇기에 내가 그를 지지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테니까. 내가 하는 행동에 명분을 부여할 수 있을테니까.”
내 대답에 조비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작게 웃었다.
허탈감과 자조가 섞인 웃음이다.
그 웃음을 들으며 난 조비를 마주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천천히 내게 시선을 맞추었다.
“하하… 그런 것입니까?”
“그래. 그것이 내가 너를 지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장군께서는 저의 적이라고 하실 수 있으신 것이군요.”
“아니.”
난 조비의 말을 전면부정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상처뿐인, 손해뿐인 승리따위보다 이득을 얻는 패배를 중시여기는 사람이다. 그런만큼 너 역시도 잃고 싶지 않아.”
“제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네가 원하는 것은 지배자의 자리인가?”
“아버님의 뒤를 이어 백성들을, 천하를 돌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자수 형님의 신하로서 해도 되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은…”
그가 입을 꾹 다물고 날 노려본다.
그 시선을 마주하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조비. 유엽이 무어라 말했나?”
“…스스로의 자리에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라고.”
“너의 자리는 어디이지?”
“좌풍익…입니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이지?”
“…삼보를 복원하는 것.”
“그래. 이각에 의해서 삼보는 궤멸되었다. 그곳에 살던 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 식인까지 하던 이들이지. 그런 곳을 복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허나! 저는 그곳을 복구했습니다!”
“과연 복구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난 자리에서 일어나 조비의 가슴을 툭 쳤다.
“네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그곳을 정녕 제대로 복구했다고 생각하나?”
“…..”
조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네가 유주로 가고 싶어하는 이유 정도는 대충 알 듯 하다. 중앙과 떨어진 그곳에서 네 독자적인 세력을 모으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겠지.”
조비는 움찔 어깨를 떨었다.
“한가지 묻자. 네가 가져 온 것.”
“….”
“앵속인가?”
내 질문에 처음으로 조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견희를 보았을 때도 당황하지 않던 그의 얼굴에 혼란이 가득 담기자 나는 짧게 혀를 찼다.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을 건드리고 말았군.
“…어떻게?”
조비가 약봉지를 보여주고 나서부터 생각을 해봤다.
그가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올 수 있을 만한 패가 무엇이 있을까.
삼보 일대는 이각에 의해서 완전히 궤멸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곳이었다.
백성의 이주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농지를 만들고, 파멸에 가까울 정도로 무너진 곳을 복구하는 일이 쉬울리 없었다.
그런 곳에서 내 흥미를 끌 만한 특산품을 만들어냈을리는 없다.
그렇다면 뭐가 있을까.
답은 간단했다.
한중에서 흘러들어온 앵속.
이미 장안과 삼보 일대에 퍼져 있었던 앵속이다.
장안 쪽은 어떻게든 정리가 된 듯 싶지만 좌풍군과 우부풍 일대에는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은 앵속이 남아 있을 것이다.
조비는 아마 그것을 따로 챙긴 것 같았다.
“그것을 이용해서 북방 일대를 점령하고, 이민족들을 이용하려고 생각한 것이냐?”
“…..”
조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였을 뿐.
난 그를 향해 웃었다.
“나쁜 생각은 아니다. 필시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겠지.”
“…잘못된 것입니까?”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감당을 할 수 있겠나?”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못한다. 왜? 그것은 보통 사람이 결코 다스릴 수 없는 물건이니까.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시키는 물건이다.”
“이민족들에게만 쓰면 됩니다.”
“이민족들만이 그것을 쓸 것 같으냐? 결국 그것은 천하에 퍼지게 될 것이다. 한가지 말해주지. 내가 왜 그것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
“어, 그건.”
대답하려던 조비는 눈을 크게 뜨고 날 응시했다.
“설마.”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은 광증을 불러일으키고, 또한 그 치료가 무척이나 힘들지. 중독될 경우 약만을 찾게 되는 광인이 되며 그 약을 얻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게 된다. 그것을 쓰게 되면 그 결과가 어찌되는지 알기에 앵속의 이득과 위험을 알면서도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
내가 알기로 지금까지 아편을 쓰고 제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 한명.
가 사형 뿐이다.
가 사형 조차도 너무 위험해서 써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의 물건이 바로 아편이다.
그런 아편을 무기화 한다고?
천만에.
그것은 결국 독이 되어 천하를 뒤덮을 것이다.
앵속을 무기로 쓸 수 있었으면 벌써 썼지.
그걸 통제할 수 있었으면 이미 앵속밭을 만들어놨을거다.
난 조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내놔라. 이 자리에서 폐기해야 한다.”
“…이것은 잘만 이용하면.”
“잘만 이용하면이겠지. 잘 이용하는 방법은 약으로 쓰는 방법 외에는 없다. 또한 그것은 이미 화타 선생께서 연구하고 계시고.”
“그렇…습니까.”
“앵속은 이미 한중에서 퍼져 장안 일대에도 깊게 들어가 있던 것이다. 그런데도 자수 형님께서 그것을 쓰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자수 형님의 곁에는 뛰어난 이들이 많은데, 네가 생각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조비는 이를 갈았다.
분해하는 그를 향해 난 쓰게 웃었다.
“놓고 가라. 그리고 좌풍익으로 돌아가 남아 있는 앵속을 전부 파기해라.”
“저는.”
“너 역시 나와 같은 이득을 챙긴다고 했었지? 선택을 잘하는 것이 좋을거다. 그것을 쓰는 것은 이득이 아니야. 오히려 최악의 손해다.”
————
조비는 나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아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고민되겠지.
아편을 사용하고, 그 결과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아편은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다.
잘만 쓴다면 막대한 부와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것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이니 갈등 될 것이다.
만약 나도 이유하의 지식 없이 아편의 위력을 알게 된다면 그것을 마음대로 썼을 것이다.
그리고 다같이 망해버렸겠지.
난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현명하게 생각하는게 좋을거다. 아무리 자신의 욕망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길을 벗어나는 행위야.”
내 말에 조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길을 벗어난다라…”
“그래. 앵속은 인간이 인간의 도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약이다. 사용하려면 그만큼의 각오가 필요하고, 또 그만큼 결심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무기나 책략, 정략의 용도로 생각했다간 그 뒷감당을 할 수 없게 될거다.”
“후우.”
조비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탁자 위에 약을 올려 놓았다.
그것을 본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다행히 최소한 인간의 도리에서 벗어나지는 않았군.”
“사람을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이 사람의 도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법 아닙니까.”
그 역시 어느정도는 알고 있을거다.
앵속을 통해 사람들을 지배해봤자 자신이 원하는 군주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저것을 가지고 나에게 거래를 하려 한다는 것은 앵속에 중독되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도 알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알겠지.
만약 앵속을 써서 그가 힘을 얻게 되어봤자 그가 원하는 것은 얻지 못한다.
조비가 원하는 것은 조조의 후계자로서 멀쩡한 천하를 경영하는 군주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이가 앵속을 써서 힘을 얻어 군주가 된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뻔하다.
기껏해야 천하 수준의 거대한 아편굴의 수장 정도 되겠지.
그리고 그것은 조비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멀쩡한 천하이지 병들고 마약에 취해 죽어가는 천하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이렇게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비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골치아픈 일이군요. 무기가 있으나 쓰지 못한다는 것은.”
아편에 시선을 고정한 채 조비는 씁쓸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그는 아직 자기 스스로 아편을 쓰지는 않은 듯 보였다.
아무리 내가 조비를 싫어한다지만 그가 아편을 써서 중독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조비가 좋아서가 아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앵속을 쓰게 되고, 그것에 중독이 되어 앵속에만 달라붙게 된다면 재정이 파탄나버린다.
또한 윗 사람이 쓴다면 아랫사람 역시도 그것에 흥미를 가지게 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차례대로 관직에 있는 이들에게 퍼져나갈 것이다.
그럼 끝장이다.
난 조비를 향해 천천히 물었다.
“앵속을 보고 유엽이 뭐라고 했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장군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걸 쓰면 제가 아버님의 뒤를 잇는다 하더라도 진짜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조비의 말에 난 웃었다.
그도 아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가?
장안과 홍농, 삼보 일대에 이미 꽤나 퍼져 있는 것이라면 그 효과 정도를 아는 것은 무리가 아니겠지.
유엽이 조비의 곁에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도움이 된다.
“유엽이 제대로 보좌하고 있나보군.”
“글쎄요.”
“하아. 좋아.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유주목의 자리는 자렴 숙부님을 추천하기로 했다.”
“그렇습니까…”
만약 엄한 이들을 추천한 것이라면 조비가 화를 냈겠지만 조홍이라면 조비도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작게 중얼거리자 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원한다면 유주 내에 있는 군의 군수직 정도는 줄 수 있다.”
“그렇습니까?”
“그래. 광양군이나, 혹은 탁군 군수. 하지만 지금 네가 있는 좌풍익에 비하면 열악한 환경일 뿐이지.”
아무리 삼보 일대가 아직 개판이라고 하지만 가 사형부터 시작해서 조앙, 그리고 두기까지.
거기에 조비도 간지 일년 정도가 되었다.
많은 지원이 행해지는 곳인 만큼 복구는 많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거기에 연주의 농법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좋고 또한 황하 덕분에 마련된 비옥한 땅을 쓸 수도 있으니 생산량도 나쁘지 않다.
비록 인구수가 적기는 하지만 꾸준히 백성들이 유입되는 곳이니만큼 몇년만 더 삼보 일대를 돌보면 유주의 어느 군보다 더 큰 군이 될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원하나?”
조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합니다.”
“이해가 안되는데? 대체 뭘 하고 싶은거지?”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조비를 북방으로 보내는 것.
그게 과연 잘 하는 짓일까?
지금 당장만 생각한다면 딱히 문제 될 만한 것은 없었다.
만약 유주목으로 보내는 것이라면 조앙이 조조의 뒤를 이었을 때 분노한 그가 북방의 병사들을 이끌고 내려올 가능성이 있었다.
북방에서 자신의 세력을 구축한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고.
하지만 그가 부임하는 것은 기껏해야 군수직에 불과했다.
아무리 병사를 모은다고 하더라도 군수 정도의 움직임은 기주목 수준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거기에 서복과 사마의가 북방에 남아 있다.
서복이 내 뒤를 이어 정북장군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북방군의 움직임은 서복의 선에서 정리가 된다.
군 한두개에서 날뛰어봤자 반란으로 취급되어 금방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움직임은 충분히 제어가 가능하다.
난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좌풍익을 다스리는 것이 힘든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그럼 왜?”
“이유가 필요한 겁니까?”
“앵속을 쓸 생각은 아닐테고.”
“훗. 그것은 포기했습니다. 인간의 도리에서 벗어나고 싶지는 않군요.”
조비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 볼 뿐.
그런 그를 향해 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북방으로 가도록 추천해주지.”
좌풍익에 내버려 두느냐, 아니면 북방의 군수로 보내느냐.
조비를 경계하며 그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북방으로 보내는 것이 나았다.
북방에서 세력을 모아봤자 그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통제가 편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유주에 그를 묶어두는 것이 편하다.
“감사합니다. 장군님.”
그가 고개를 숙이자 난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한가지 더 제안하자면 이제 슬슬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글쎄요…”
조비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었다.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은 듯 보인다.
자리에서 일어난 조비는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앵속을 잠시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늦은 시간에 죄송했습니다.”
“아니 뭐. 조가로 갈 생각이냐?”
“아니요. 아침이 되면 바로 좌풍익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곳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마무리?”
“좌풍익과 우부풍에 있는 앵속을 모두 없애버리려고 합니다.”
“그건 현명한 판단이군.”
“최소한 제가 원하는 것은 아직 포기하지 못했으니까요. 제가 얻기 전에 망가지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욕심이 있기에 오히려 천하를 아끼려 한다.
조비의 말에 난 웃었고 그는 몸을 돌린 채 나가려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 들었습니다.”
“뭘?”
“봉군도위로 승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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