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55
“…..”
어째 분위기가 묘하군.
청이가 내 앞으로 나서자 손상향은 청이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 역시 불안감을 느낀 모양이다.
“그…”
“아… 이야기는 들었어요.”
환하게 미소지은 손상향은 나를 가리켰다.
“조가에 있는 전장의 꽃이라고.”
“어머? 그런가요?”
“예. 활짝 만개한 전장의 꽃을 여기서 이렇게 만날지는 몰랐네요.”
어라?
이거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건가?
손상향은 생글생글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만개한 전장의 꽃…”
“….”
“말 그대로네요.”
씨익.
손상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너무 만개해서 이제 질 날만 남은 것 같군요.”
“까득.”
허미 쉽헐.
손상향의 말 한마디에 청이는 이를 갈았고 그 순간 나와 고옹, 장굉은 움찔했다.
“워… 청아?”
“당신은 가만히 있어줄래요?”
“네.”
가뜩이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을 마음에 걸려하던 청이다.
그런만큼 손상향의 말에 이를 가는 것도 당연하다.
“상향!! 제정신이냐! 감히 그따위 말을 하다니!”
“에? 왜요?”
장굉은 얼굴까지 붉게 물들이며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쪽에 관심을 둔다.
사람 도발하는데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것 같군.
말 한마디로 청이의 분노를 끌어올린 손상향은 생글생글 예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요?”
“호오… 그렇게 생각하니?”
오메.
청이의 살벌한 목소리에 나서려던 장굉은 딱딱히 굳은 채 날 보았다.
나보고 어쩌라고.
난 작게 헛기침을 한 후 청이를 잡았다.
“청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알아요. 아는데…”
“와~ 시중께서 자신의 부인을 무척이나 사랑하신다던데~ 사실인가보네요! 정말 부러워라~”
“…그게 무슨 의미지?”
청이의 말에 손상향은 볼을 긁적거렸다.
“음… 뭐. 어리면 어릴 수록 좋다고 하지 않나요? 아. 뭐 이건 그냥 사람들의 취향에 대해서 말하는 거 랍니다. 별 뜻은 없어요.”
뜻이 없기는.
말에 가시가 아니라 크고 날카로운 창칼이 담겨 있는데.
나 뿐만 아니라 장굉과 고옹도 그 의미를 단번에 눈치챘다.
손상향은 나보다 어리다.
이제 막 피어나는 꽃망울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매력을 뽐낼 줄 안다.
그런만큼 그녀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당신 늙었다고.
“……”
무섭다!
영이 외의 여자에게 이런 공포심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는데?!
청이는 천천히 입가에 짓고 있던 미소를 지워나갔다.
예전과 같은 모습이 보여진다.
처음 청이를 만났을 때 그녀는 무(武)만을 쫓던 무인이었지.
그때는 남녀간의 상열지사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강함만을 숭상했었다.
그리고 나와 만나고, 나와 지내면서 점점 여자로서의 행복을 느껴 꽤나 귀여운 모습을 보였고.
그런만큼 나는 청이의 모습이 변하는 것에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게 무슨 짓이냐. 손상향. 네가 말하는 것은 지금 내 아내를 모욕하는 것 뿐만 아니라 나, 그리고 나아가 위왕을 모욕하는 것임을 모르는 건가?”
그냥 내버려 뒀다간 진짜 뭔 일이 터지겠다.
나는 손을 뻗어 청이를 뒤로 당긴 후 앞으로 나서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말에 손상향은 움찔하더니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말이 심했나보네요. 부디 용서해주세요.”
“….”
그녀의 사과에도 청이는 말없이 손상향을 노려 볼 뿐 이었다.
이거 뒤돌아보기가 무섭네.
나는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어리고 생각이 없어도 그렇지 이렇게 철이 없어서야.”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어린 탓에… 부디 용서해주십시요. 시중, 그리고 부인.”
“까득.”
오메.
이거 더 역효관가?
뭔 얘기를 해도 자기가 어리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에 분위기가 점점 살벌해져간다.
나는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청이를 보았다.
“청아. 가자.”
“…서방님.”
“응?”
“잠시 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안된다고 할까?
이거 진짜 그냥 내버려두면 뭔 일이 터질 것 같은데?
난 황급히 고옹과 장굉에게 눈짓했다.
다행히 눈치가 아예 없는 이들은 아닌지라 그들은 빠르게 나서 손상향의 양 팔을 잡았다.
“너는 각오해둬라.”
“내 혼쭐을 낼 터이니! 철이 없어도 적당히 없어야지.”
“아니 사실을 말한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잖아요.”
제발 누가 쟤 입 좀 막아줘!
청이의 몸이 더욱 굳는 것에 난 두려움을 느꼈다.
“여보.”
“…응?”
“놔주겠어요?
청이가 나한테 이렇게 살벌하게 말할 줄이야.
난 나도 모르게 움찔하며 손을 놓았다.
“거기 아이야?”
“네. 아주머님.”
“…아주머… 그래. 어린 것이 아주 자랑스러운 모양인데… 제대로 배우지는 못한 듯 싶구나?”
“에… 죄송합니다. 아직 어린지라…”
“어리다는 것이 너의 모든 것을 막아 줄 수 있는 방패가 되지는 않는단다. 그 나이, 그리고 그 신분, 그 위치에 맞는 행실을 해야 하는 법이지. 그런 면에서 보자면 너는…”
청이는 피식 웃은 후 입을 열었다.
“앞뒤 모르고 까부는 철부지에 불과하구나.”
“…그…”
“나도 너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단다. 문대 어르신의 후예로서… 꽤나 빼어난 무와 함께 그 미모를 자랑한다지? 역시 소문대로구나.”
“어머나. 별 말씀을…”
“맞아. 소문대로야. 정말 장미같은 아이로구나.”
“장미라니… 과한 칭찬이십니다.”
“아니야. 아니야. 정말 장미같아. 아주 아름답고, 생기롭고… 그리고 가시가 날카롭구나.”
청이가 이렇게 칭찬을?
그런데 어째 어조가 칭찬하는 어조는 아닌데?
손상향도 바보는 아니었는지 청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무슨 소문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네요.”
“모르니? 네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인지?”
청이의 짙은 미소를 마주하던 손상향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당연히 알겠지.
당장 서주에도 알려져 있는 것이 손상향에 대한 소문이니까.
얼굴은 예쁘나 속은 개차반.
손가의 개망나니라고 불린다는 것.
강남의 일이 강북에 알려질 정도라면 당연히 강남에는 널리 퍼져 있을 것이고 그것을 손상향이 모를리 없을 것이다.
다만 그녀의 신분 때문에 대놓고 말하는 이가 드물 뿐이겠지.
청이가 웃으며 상냥히 말하자 손상향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야. 그러다 피나겠다.
손상향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을 여유롭게 마주하며 청이는 어깨를 으쓱였다.
“전장의 꽃이고 만개한 꽃이지만… 이미 그 꽃에는 주인이 있지. 그런만큼 다른 이들의 평가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이를 어쩌나? 그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그 꽃도 얼마 못가 시들어버리면…”
청이는 빙긋 웃은 후 내 손을 잡았다.
“그저 홀로 쓸쓸히 남아 있을 것 같은데.”
“…장미는 장미로서 고결한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 아닌가요?”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을 아니? 아름다움은 한순간이란다. 아가야.”
“그런가요. 아주머니?”
“응. 너보다 몇년은 더 살고, 또 좋은 남자를 쟁취한 어른의 말이니 마음 속 깊숙히 새겨두렴. 너도 좋은 남자를 얻으려면 말이야. 뭐…”
청이는 씩 웃었다.
“그게 너에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
손상향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그녀가 부르르 어깨를 떨었다.
아이고! 잘한다!
그래!
당했으면 갚아줘야지!
난 청이의 손을 깍지껴 잡았다.
그것이 좋았는지 청이는 내 팔을 끌어 안으며 상냥히 말했다.
“나 역시 너와 비슷했다만… 후훗. 너의 오라비 마저도 인정할 정도의 대단한 사람과 결혼할 수 있었단다. 너도 꼭 내 남편과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구나.”
“…큭.”
“뭐. 그럴 수 있다면 말이지.”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하하.
봤냐!?
봤냐고!
이게 내 마누라다!
난 뿌듯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청이는 더욱 내게 달라붙었다.
“천하의 많은 이가 존경하고, 그 강함을 인정하는 이와 결혼을 하려면 정말 많이 배워야겠구나.”
“…네에. 그렇겠네요.”
손상향은 부들부들 떨며 청이를 노려보다가 휙 몸을 돌렸다.
그녀가 가버리자 난 청이의 허리를 툭 쳤다.
“잘했어.”
사실 좀 걱정을 했던 것이 청이가 주먹을 날리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아무래도 청이는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지라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매번 영이나 완이에게 말로 밀리는 것을 볼때마다 청이가 이런 도발에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됐는데.
역시 사람은 성장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후우…”
날 잡은 손이 떨린다.
왜 이러지?
난 주변을 둘러보며 담담히 말했다.
“구경거리 생긴 것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시오.”
“아. 예.”
당장 소란이 생겨서 관심을 두기는 했지만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나다.
거기에 문제를 발생시킨 것이 내 아내이며 위왕 조조의 딸인 청이, 그리고 오의 귀녀인 손상향이다.
관심이 생겨도 관심을 드러내면 안되는 것이다.
그들이 고개를 돌리자 난 쓰게 웃었다.
“잠깐 가서 쉴까?”
“…네.”
난 청이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잡으며 말했고 청이는 힘없이 미소지었다.
아니 설전에서 이겼는데 왜 이러는지 몰라.
청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 온 나는 청이가 갑자기 날 꽉 끌어안자 놀랬다.
“왜그래?”
“…그치만.”
“으이그. 아까는 잘도 말하더니.”
말싸움만 한 것 때문일까?
원래 설전이라는 것이 그렇다.
상대가 찍소리도 못할 정도로 압살할 수 없다면 결국 상대의 말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히는 것이다.
비록 손상향을 눌러버렸다지만 그녀의 말은 청이에게도 상처가 된 모양이다.
노기 때문에 떨고 있던 청이를 끌어안아주었다.
“자자. 괜찮아.”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응?”
“제가… 늙었다고.”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 진짜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청이는 눈물을 그렁그렁 맺은 채 날 올려다보았고 난 그녀를 꽉 끌어안아주었다.
“그럴리 없잖아.”
“…그렇지만 세간의 평은… 아내는 어릴 수록 좋다고…”
“애초에 그런 걸 신경 쓸 입장이었으면 너와 결혼도 하지 않았을거야. 그런 소리 말라고. 에구. 울지마. 예쁜 얼굴 상하겠네.”
내 말에 청이는 시무룩히 고개를 숙였다.
이거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로군.
그래도 이긴게 어디냐.
난 청이를 부드럽게 끌어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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