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65
올때와 마찬가지로 허도까지 가는 길은 그리 험난하지 않았다.
꽤나 여유로운 여행길이었다.
다만 영이와 완이, 견희가 좀 달라붙어서 그렇지.
그것만 빼면 나름대로 편안한 여행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뭔가 굉장히 불만스러운 표정인데요?”
“어. 그런거 아닌데.”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영이의 말에 난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왼쪽으로 돌리면 내 어깨를 기대고 잠든 완이, 오른쪽으로 돌리면 내 팔을 끌어안고 새근거리는 견희가 있다.
“애들은?”
“청이와 함께 있어요. 바깥에서 말을 타는 것을 배우겠다고 해서…”
“그렇군.”
아무리 계집아이라고 하지만 말 타는 법 정도는 어렸을 때부터 익혀두는 것이 좋았다.
오금희와 함께 간단한 무술 훈련까지 받고 있는데 기마술을 익혀두는 것이 뭐가 나쁘겠나 싶었다.
서황과 주령에게 집중적으로 기마술을 배우는 내 아이들을 생각하며 난 피식 웃었다.
“왜요?”
“아니. 뭐랄까. 장안에 가면 강족들과도 자주 마주칠텐데. 그들에게도 배우면 좋겠네.”
“아아. 그렇겠네요.”
강족들 역시 기마민족이라 기마술이 대단하다.
거기에 말을 기르는 법이라든가 다루는 법은 한족들보다 훨씬 낫다고 볼 수 있었다.
“강망이 생각나네요.”
“그렇지?”
그러고보니 그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추격자를 피해서 잘 도망치고 있을까?
“이번에 장안에 가게 된다면 한번 찾아봤으면 좋겠네.”
“후후. 그 덕분에 서주에서 준마의 양산이 가능해졌으니까요?”
“그것도 그렇고.”
마차의 창문을 통해 난 바깥쪽을 보았다.
말들의 안장에 달려 있는 등자.
이제는 대부분의 기병들에게 기본적으로 보급된 장비들이다.
등자를 쓰게 됨으로써 말 위에서 좀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무기를 다룰 수 있게 되어 기마병의 전력이 향상되었다.
그것을 생각하며 내가 말하자 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여러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러게 말이야. 장안에 가서도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타인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 같지만 원래 사람은 이렇게 돕고 사는 것 아닌가?
내가 웃으며 말하자 영이는 히죽 마주 웃어보였다.
그때 갑자기 마차가 멈췄다.
허도에 도착한 것인가?
통행을 허가받기 위해 군이 멈춘 것을 확인한 나는 내 위에 앉아 있던 영이를 자리로 돌려보냈다.
완이와 견희도 부스스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보았을 때 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중.”
“왜?”
마차 근처까지 다가 온 서황이 말을 걸었다.
“하후 도위입니다.”
“응?”
하후 도위면 하후상?
내가 마차에서 내리자 주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하후상은 빠르게 달려와 내 앞에 부복했다.
“시중!!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
“아. 그게.”
하후상은 머뭇거리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하께서 시중이 오는 대로 바로 관청으로 모시라는 명을 내렸습니다.”
“어…”
왜?
안그래도 진가에 복귀하면 바로 입궐할 생각이었는데.
조조가 이렇게 급하게 찾는 것에는 뭔가 이유가 있다 싶었다.
나는 뒤를 돌아 서황을 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서황. 수고를 좀 해줘야겠는데?”
“알겠습니다.”
나 대신 가족들을 진가로 보내달라는 것.
그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몇몇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너희는 시중을 호위해라.”
“예!”
그들이 내게 붙는 것을 본 서황은 다른 병사들을 인솔하며 허도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하후상에게 물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아마 경조윤으로 부임하는 문제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하아… 바로 가도록 하자.”
관청으로 가며 내가 없는 동안 허도에 생긴 일들이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다행히도 별 일 없었다.
황제는 완전히 의욕을 상실하고 얌전하기 그지 없었고 승상이 된 순욱은 아직까지 업을 다스리고 있었다.
상서령인 종요가 화흠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며 죽어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관청에 들어간 나는 한층 더 화려해진 조조의 집무실 앞에서 피식 웃었다.
“이제 왕이라 이건가.”
“구석까지 받으셨는데요. 뭘.”
조조의 집무실 앞에 놓여져 있는 날이 서리지 않은 부월을 본 나는 집무실의 첫번째 문으로 들어갔다.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미리 풀어 놓은 내가 책상 위에 올려 놓았을 때 안쪽에서 누군가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꽤나 커다란 덩치의 사내다.
서황보다 더욱 큰 덩치를 가지고 있던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 난 씩 웃었다.
“오오… 시중! 벌써 돌아오셨습니까?”
무척이나 반가워하는 사내.
조조의 아문장인 전위였다.
“이거 참. 철극을 다시 찾아 사모를 돌려드리려고 했는데. 시중께서 계시지 않은 탓에 계속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내가 검을 맡겨 둔 곳에서 사모를 챙겨 든 전위는 쓰게 웃은 후 하후상을 가리켰다.
“하후 도위에게 부탁을 해도 직접 드리라는 말만 할 뿐이니…”
“틀린 말은 아니잖습니까. 빌렸으면 주인에게 직접 돌려주는 것이 맞는 법.”
“거 참. 깐깐하기는.”
전위는 입맛을 다신 후 볼을 긁적거렸다.
“아무튼 시중. 사모는 오늘 저녁에 진가에 가져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하시지요.”
전위가 나에게 목례하고 나가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전하. 진유하입니다.”
“들어오도록.”
무뚝뚝한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들은 나는 한걸음 안으로 들어갔다.
전에 왕충을 낚을 때보다 어째 더 허름해진 듯한 집무실이다.
죽간과 책은 더욱 늘어났지만 향목이나 장식, 술이나 차 같은 것은 오히려 확 줄어버린 듯한 집무실의 풍경에 내가 감탄했을 때.
책상에 앉아 있던 조조는 붓을 내려 놓은 후 죽간을 허저에게 넘겼다.
“이것을 장군부로 보내도록.”
“예.”
허저가 죽간을 들고 나가자 조조는 가볍게 기지개를 편 후 웃었다.
“어서 오게나. 휴가는 잘 즐겼나?”
“…휴가치고는 일이 좀 많았지만 말입니다.”
“원. 자네. 농담도.”
아니!?
이 인간이!?
싱글벙글 웃으며 그가 자리를 권하자 난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양심따위는 어딘가에 가져다 판 사람 갖구만.
하후상이 차를 준비하자 조조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휴가에서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 바로 시키는 것은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바로 장안으로 가줬으면 하는군.”
“하지만 인수인계의 문제도 있고…”
“화흠이 생각보다 일을 잘 하던데? 자네가 떠나고 일주일 만에 업무의 대부분을 파악하고 임시 시중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으니 바로 승계하면 될 것이야.”
“…어… 음. 그렇다면야.”
내가 바로 경조윤으로 부임할 수 없었던 이유가 시중의 업무 때문이었는데.
고작 한두달 되는 사이 벌써 업무를 다 익혔단 말이야?
나도 아직 헤메는 부분이 있는데?
확실히 일룡신이라 불릴 만한 사람이다.
이거 일룡두, 일룡미인 병원과 관녕을 어떻게든 포섭하고 싶은데.
병원은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관녕은 탁군에서 수소문하면 찾을 수 있을 터.
빨리 꼬셔보도록 해볼까?
“그래. 이번 휴가의 성과는 무엇인가?”
화흠의 능력에 감탄하고 나머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조조는 아무렇지 않게 치고 들어왔다.
이 봐라.
휴가 갔다온 사람한테 성과 바라는게 양심이 있는 사람이 할 짓이냐?
장인어른만 아니면 욕이라도 한바가지 부어버리고 싶을 정도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조조는 껄껄 웃었다.
“말로 하기 뭐하면 보고서로 제출하게나.”
“예에… 뭐 여러가지 있이 있었으니 보고서가 낫겠군요. 내일까지 정리해 보내겠습니다.”
“그래… 아. 그리고.”
또 뭔 이야기를 하려고?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조조는 웃으며 말했다.
“경조윤으로 부임하는데… 뭐 필요한 것은 있나? 원하는 지원이 있다면 다 들어주도록 하겠네.”
잘됐다.
마침 필요한 것이 있었는데.
난 조조를 향해 천천히 말했다.
“명령서를 하나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명령서? 무엇을?”
“공식적인 이동이 필요하니까요.”
내 말에 조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가 필요한건가?”
난 조조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제일 먼저 필요한 이는… 현재 정북부 행군사마인 사마 중달입니다.”
내 대답에 조조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
“도망쳐!!”
“젠장…!!”
아직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도시를 달리며 건장한 사내 셋은 이를 갈았다.
하필이면 여기서 걸릴 줄이야.
그들을 이끄는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는 한참을 달리다가 외쳤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조금만 더 가면 자신의 부하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한다.
그들과 합류하면 추격자들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던 사내는 차가운 북풍에 섞여 있는 혈향에 움찔 몸을 떨었다.
“설마?”
“대장!”
“어, 어어!”
혹시 모른다.
그러니 가자.
그는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과 함께 골목을 돌아 뛰었다.
이곳에서 합류하면…
“헉!”
하지만 그의 희망은 삽시간에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바닥에 구르고 있는 시체.
시체.
시체.
그나마 살아남은 이들도 멀쩡한 이는 별로 없었다.
팔 다리 중 하나가 잘리거나 부러져 있는 이들.
고통에 신음하며 살려달라 비는 이들까지.
수십은 되어보이는 이들 가운데 타인의 피로 흠뻑 젖어 피투성이가 되어 있던 사내가 앉아 있던 상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제 온 건가? 대강. 생각보다 느리군.”
대강은 까득 이를 갈며 이민족들이 자주 사용하는 기형검을 뽑았다.
그가 무기를 뽑자 대강을 따르던 다른 이들 역시 무기를 뽑았다.
하나같이 기형적인 모습의 무기들.
그것을 본 대검의 사내는 자신의 옆에 놓여져 있던 대검을 꽉 잡았다.
“개자식!! 감히 내 부하들을!!”
“거기에 대한 답변은 감히 우리의 백성들을! 이라고 해야겠군.”
피와 기름기로 점칠되어 있던 대검을 들고 걸어 온 그는 고통을 호소하는 이의 등에 망설임없이 대검을 내리 꽂았다.
척추를 파괴한 대검이 가늘게 이어져 있던 사내의 목숨줄을 끊어 놓는다.
고통에 가득 찬 표정으로 절명하는 부하를 본 대강은 빠득 이를 갈았다.
“대장. 어쩝니까?”
“…큭.”
이제는 북방에서도 꽤나 유명해져 있는 사내를 노려보던 대강은 고민했다.
자신과 비슷한 실력의 다른 도적이나 이민족 무리의 대장도 저놈에게 당했다.
홀로 나서서 수십을 잡을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실력을 가진 놈이다.
고작 셋인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을까?
대강이 고민하고 있을 때 그들을 추격하던 이들이 도착했다.
다행히도 고작해야 다섯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선두에 있는 것은 아직 소년치가 남아 있는 청년.
말에서 내린 그는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어차피 이리 될 것이니 도망치지 말라고 했을텐데. 오늘 바쁘니까 빨리 끝나자. 자. 나머지 놈들 어디 있나?”
“다, 닥쳐!!”
“납치한 화민촌의 백성들은 어디로 데려갔지?”
“그걸 말할 것 같으냐!!”
분노를 표출하며 대강은 몸을 돌렸다.
저 앞에 있는 대검의 사내보다는 차라리 이놈이 만만하다.
그리 생각하며 그가 달려들었을 때 말에 타고 있던 이 중 하나가 말에서 내리며 검을 뽑아들었다.
운철로 만들어진 명검이다.
태양빛을 받으며 시퍼런 날을 번뜩인 검이 자신에게 겨눠지자 대강은 이를 갈았다.
이놈 역시 만만하게 볼 놈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을 뚫지 못하면 자신들에게 남은 것은 죽음 뿐이다.
필사적인 모습으로 그에게 달려들며 대강은 자신의 기형검을 휘둘렀다.
“하아아압!!”
“흥.”
낮게 콧방귀를 뀐 청년은 몸을 최대한 낮추며 빠르게 돌격했다.
하단을 노리는 낮은 베기.
대강의 양쪽 허벅지의 앞부분을 깊게 베어버린 후 바닥을 한번 굴러 대강의 공격을 피해낸다.
허물어지는 대강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의 뒤를 따르던 두 부하 중 우측에 있는 이를 베어넘기며 외쳤다.
“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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