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92
“흐음…”
농부들과 함께 도착한 밭을 보았다.
나도 나름대로 농사를 꽤 지어 본 몸이다.
수경원에 있을때나 산양군에 있을 때, 그리고 둔전을 하기도 했고 퇴비를 만들거나 지렁이도 양식해봤다.
신농법에 대해서는 어지간한 농부 수준으로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밭의 상태를 보는 것만으로도 무엇이 문제인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
일단 첫번째 문제점은 이거다.
“잡초 제거가 제대로 되지 않았네.”
“엣? 그렇지만.”
맥없는 보리밭을 살피며 근처의 풀을 보았다.
보리의 옆에 나 있는 작은 잡초들이 많다.
그것을 잡아 확 뜯어내며 말하자 농부들은 당황했다.
“그… 어제까지는 없었는데.”
변명하듯 말하는 농부의 말을 무시하고 근처에 있는 땅을 쥐어보았다.
단순한 흙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뭉쳐진 흙더미와 섞여 있는 것.
바로 퇴비다.
“지금은 퇴비를 줄 시기가 아닌데 왜 퇴비가 이렇게 남아 있는지 모르겠는데. 누가 줬지?”
“그게… 너무 안자라는 것 같아서.”
너무 과하게 거름을 주었을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비료라는 것은 많이 준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적정량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적정량은 땅마다 기준이 달랐다.
기후, 그리고 작물, 거기에 땅과 함께 물까지.
비료를 뿌림으로써 어느정도의 효과는 볼 수 있지만 과 영양분이 주어짐으로 인해서 오히려 더욱 피해가 생기는 것이다.
“첫번째 농사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비료에서 난 냄새와 거부감 때문에 제대로 뿌리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군. 장합. 신농법을 도입했을 때 만들어진 퇴비가 어느정도 되지?”
“이정도입니다.”
장합은 들고 있던 죽간을 펼쳐 나에게 보여주었다.
재작년, 작년, 그리고 올해.
퇴비를 만든 양은 크게 증가되어 있었다.
“퇴비를 줌으로써 성공을 봤고, 또 개간을 하며 밭도 넓어졌으니 퇴비를 더 많이 만들었군.”
“예…”
농부들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뭐가 시킨대로 한거냐?
난 손에 뭍어 있는 흙과 퇴비를 털어내고 농부들을 보았다.
그들은 고개를 조아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내 눈치만 살폈다.
“왜 퇴비를 더 준거지?
“그렇지만…”
과하게 비료를 뿌린데다가 퇴비를 뿌릴 때가 아닌데도 퇴비를 뿌린 탓에 잡초의 발생은 많아졌다.
보리로 가야 할 지력이 잡초로 향해진 것이다.
난 보리 옆에 자라고 있는 들풀을 잡고 뜯어 올렸다.
“김매기도 제대로 하지 않고, 퇴비도 마구 뿌리고…”
“하긴 했는데…”
이건 마냥 농부들을 갈구기 힘들군.
나는 뻘쭘히 서 있는 밭의 관리인을 불렀다.
관전과 소속되어 있는 마름인 그가 머뭇거리며 다가오자 난 그의 어깨를 잡았다.
“지금까지 이쪽에서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 설명해봐.”
“그… 그그 시키는대로 했을 뿐입니다.”
잔뜩 겁을 먹은 그가 힘겹게 말한다.
시키는대로라.
난 어깨를 으쓱인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렁이 양식장과 퇴비를 만드는 곳에 가보자. 거기도 문제가 있을 것 같네.”
“예.”
——
쭉 한번 둘러본 것만으로도 문제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첫번째는 너무 과하게 퇴비를 뿌린 것.
두번째는 김매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
세번째는 몇몇 농부들의 의욕이 너무 과했다는 점이었다.
농부들을 잡고 화 안내고 처벌 안할 거니까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을 때 그제서야 그들이 실토했다.
조비가 와서 개선된 신농법을 배포했을 때는 다들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지렁이를 양식하는 것은 상당히 고된데다가 냄새도 많이 나서 사람들이 꺼려하는 일이다.
거기에 비료를 만드는 것 역시도 귀찮고, 또 냄새가 난다.
관에서 시켰다고는 하지만 황족들을 쳐낸 것과 무관들의 불만으로 쫓겨나듯 좌풍익이 된 조비다.
그런만큼 그에 대한 신뢰가 적은 탓인지 농부들과 관리들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다.
지렁이와 퇴비도 딱 시킨 정도로만 만들어서 밭에 슬렁슬렁 뿌렸다.
하지만 웃기게도 좌풍익 일대에는 그 정도가 딱 맞았던 모양이다.
좌풍익의 기준으로는 풍작이나 다름없는 성과가 나왔으니 농부들 입장에서는 기가 막혔을 것이다.
개량된 농법을 쓴 것만으로도 풍년을 일궈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 다음 해의 농사였다.
제일 좋은 것은 그 상태에서 순무와 콩을 심고 지력을 서서히 회복시켜가며 개간, 그 이후 적절하게 퇴비와 지렁이를 써서 지력을 올린 후 농사를 지으면 되는 것이었다.
전 해에는 퇴비를 만드는 것이나 지렁이를 키우는 것이나.
꺼려하면서 하지 않았지만 풍작을 일궈낼 수 있는만큼 당연히 농부들은 열심히 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지력과 퇴비, 지렁이의 관계를 무시한 것.
퇴비를 뿌리면 풍작이다.
지렁이를 밭에 풀면 풍작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더 많은 퇴비를 뿌리고 더 많은 지렁이를 풀면 대풍이 일어날 것이다.
농부들은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나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쓰게 웃었다.
“신농법에 숙련된 농부가 없다는 것이 문제군. 관리들 역시도 한정된 지식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둔전을 해 본 장수들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것이 없으니 그냥 놔두었다고 볼 수 있는 건가?”
“그게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유엽은 그들의 열의를 경계하며 자제를 시켰다고 합니다.”
좌풍익에서 보냈다는 명령서를 보여주며 장합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욕심이겠군.”
“예… 생산된 비료와 쓴 비료를 생각해봐도… 맞지 않습니다.”
장합이 죽간을 내려 놓으며 말하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밤에 몰래 와서 비료를 더 뿌렸군. 풍작을 이루게 되면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곡식이 많아지니까… 결국 작년과 올해의 흉작은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건가?
첫 농사때 비료를 써서 성공을 하고, 그 성공의 달콤한 열매를 맛본 이들이다.
더욱 달콤한 열매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법.
개간과 더불어 퇴비 생산과 지렁이 양식을 더욱 확대하였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욕심이 생길 것이다.
그런만큼 자기들이 일구는 밭에 기준치 이상의 비료를 몰래 뿌렸다.
그게 문제가 된 것이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요!”
“어떻게든 좌풍익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마음에 그만!”
“용서해주십시요!”
농부들과 관리들이 엎드려 빈다.
그것을 보며 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사람들은 어째 다들 비슷하군요.”
“그러게 말이야.”
참 우습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신농법을 처음 경험하고 충격을 받은 곳에서 관리들이 제대로 통제를 하지 않은 곳에서는 이런 일이 꼭 한번 이상은 발생했었다.
“예전에 서주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지?”
“산양군에서 새로 개간한 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었지요. 하하하…”
사람들의 욕심은 무시할 수 없다.
그 욕심은 발전을 이루기도 하지만 오히려 퇴보를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어디보자… 또 몇몇 밭에서는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퇴비를 뿌리기도 했군.”
많은 양의 퇴비를 만들다보니 퇴비를 만드는데 실패하는 일도 종종 생겼다.
하지만 농부들은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그 잘못만들어진 퇴비를 뿌렸다는 것까지 밝혀졌다.
그것이 오히려 작물이 자라는 것을 방해한 것이다.
“그리고 김매기가… 쉽지 않지.”
잡초를 제거하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기존의 농법을 쓸 때는 잡초가 그리 많지 않다.
당연한 일이다.
지력이 적다면 작물 자체가 자라기 힘들다.
그런 상황이니만큼 잡초도 적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비료와 지렁이로 인해 지력이 충분히 오른 상태다.
그런 만큼 잡초들은 더욱 자라게 되었다.
이유하의 기억에 따르면 그가 있던 군대에서도 잡초제거는 활발했었다.
매일같이 잡초를 뽑지만 비가 한번 오고 나면 다시 또 무성히 자라는 것이 바로 잡초다.
비료를 뿌리지 않은 곳에도 그리 잡초가 자라는데 비료까지 뿌리고 작물이 잘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놓으면 당연히 작물과 함께 잡초들은 잘 자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매일같이 해야 하지만…”
“몇몇 밭을 제외하고는 김매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많군요.”
“그렇겠지. 아까 본 곳은 저족이 함께 농사를 짓던 곳이었나?”
“예.”
장합이 준 죽간을 받아 읽어보았다.
개간을 하여 퇴비를 잔뜩 뿌린 밭을 저족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농사를 시키며 잡초 제거만 시켰다고 한다.
저족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것이다.
족장의 명령을 받아 농사를 짓고 있지만 말과 양을 키우기도 바쁜데 농사와 하등 상관도 없어보이는 잡초나 뽑고 앉아 있어야 하니.
의욕이 없다면 당연히 노동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애초에 농경을 하던 이들이 아닌만큼 쪼그려 앉아 잡초를 뽑는 일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고.
“매일같이 그 짓거리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애초에 농사는 일년을 바라보고 하는 사업이나 다름없는데…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는 것이 아닌 꼰대짓을 했으니. 그들이 마음에 들어 할리가 있나. 가뜩이나 반신반의하면서 일을 하는 이들인데. 동기부여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하, 하지만 그 일을 시킨 농부도 논 것은 아닙니다.”
“놀지는 않았겠지만 그가 힘든 일을 저족들에게 넘긴 것은 당연하지. 뭐… 농사에서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냐만 말이지.”
보고서를 다 읽은 나는 죽간을 옆에 내려 놓았다.
실패하기 위한 조건들을 전부 가지고 있었다.
농부들의 아집, 그리고 좀 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꼰대짓까지.
“이래저래 봤을 때 실패할 수 밖에 없었군. 조비나 유엽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나?”
굳이 그들의 상황을 변명하자면 변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한 것 쯤은 이해할 수 있다.
이게 농사라는 것은 매일 같이 와서 확인을 하고, 또 점검을 해줘야 한다.
그게 쉽지는 않겠지.
산양군에 있을 때 나도 몇번씩이나 놓쳤던 것이 바로 현 내에서 새로운 농법을 도입하고 생기는 이런 문제들이었으니 말이다.
숙련되고, 그것에 제도화 되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는 단계까지 된다면 모를까 그 단계에 가기 전까지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거의 매일 같이 와서 갈구고 괴롭혀야 한다.
하지만 당장 익주와 서량에 대한 견제, 주변의 도적들이나 이민족들에 대한 관리까지.
숙련되지 않은 조비가 혼자 다 하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몇명을 제외하고는 이번에 관리직을 처음 경험하거나, 혹은 경험이 적은 몇몇에 불과했다.
그런만큼 이번 실패는 어쩔 수 없는, 과도기의 시행착오라고 생각하고 이해를 해주자.
원래 꾸준히 실패하면서 배우는 거다.
“그, 그저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몇번 경고를 받았지만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리고 농부들이 괜찮다고 말해서…”
관리의 사죄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실패 한두번 정도는 괜찮아. 사람이 살다보면 실패할 수도 있지. 부정만 저지르지 않으면 되는거야. 그리고 내가 존경하는 분 중 한명이 이런 말을 했지.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고.”
“…..”
“그 실패를 밑바탕으로 삼으면 되는거야. 개량된 농법을 만들고 제시하면서 나도 몇번이나 실패를 했다고. 이정도는 괜찮아. 아직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거의 울 기세로 하급 관리는 나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어깨를 꽉 잡았다.
“다만… 그 실패를 바탕으로 배우는 것이 없으면 문제가 있지. 쓸데없는 짓거리를 한 농부들, 그리고 완장질한 놈들. 그 외에 이번 일에서 객기부린 놈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처벌을 명할 수 밖에 없어. 내 마음 알지?”
“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적당한 처벌은 자네가 알아서 생각하게나. 내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처벌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 지인이고 나발이고… 알지?”
“다…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완전히 겁에 질려버린 관리의 볼을 톡 쳐 주었다.
이정도면 됐다.
그가 두려워하며 밖으로 나가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이런 부분은 항상 골치가 아프단 말이지.”
“어째 한번씩은 일어나는 일 같군요.”
“농경이라는 것이 원래 그래.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 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폐쇄적일 수 밖에 없어. 자기들의 방식이 우선이고, 또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니까. 그 특성을 무시할 생각은 없지만…”
난 히죽 웃었다.
황제도 그렇고.
이런 농부들이나 하급관리도 그렇고.
어째 하는 생각들이 비슷하다.
“하하. 역시 사람은 재밌다니까. 티끌만한 힘과 권력이 있다고 그것을 써먹고 싶어 안달을 내는 보면 말이지.”
“동감합니다.”
훅 불면 사라질 알량한 권력 좀 가지고 있다고 완장질 하려는 꼴이라니.
난 고개를 숙인 장합에게 웃으며 말했다.
“후후후… 자… 그럼 우리가 작업을 할 땅을 보러 가볼까? 마대. 장합. 따라와라. 나머지는 병사들과 함께 치안 및 다른 부분을 확인하도록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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