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10
“농담이에요. 그런데 이건 뭔가요? 몸이 좋지 않으신가요? 약재 같은데… 시녀에게 말해 달이도록 하겠습니다.”
앉아 있던 의자의 옆에 놓인 약봉투를 본 장춘화가 궁금해하며 묻자 사마의는 잠시 망설였다.
그런 그를 향해 장춘화는 씩 웃었다.
“혹시 저 주려고?”
“…그게.”
“또 어디서 주웠나요?”
“그래. 주웠다. 주운 거니까 먹든지 말든지…”
“흐음… 이런 건 함부로 주워서 먹으면 곤란하죠. 치워버려야겠네요.”
“….”
장춘화의 말에 사마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를 향해 그녀는 씩 웃었다.
어쩜 저렇게 귀여울 수가.
저리 귀여운 사람을 보고 속을 알 수 없다고 투덜거리는 하녀들이나 하인들이 오히려 이해가 되질 않는다.
“후후후. 농담이에요. 잘 먹을게요.”
“…그러든지.”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사마의가 말한다.
그의 목덜미가 살짝 붉어 있는 것을 본 장춘화는 사마사를 살짝 끌어안았다.
“그런데 여보.”
“왜.”
“우리 사의 스승을…”
장춘화의 말이 이어지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에 장춘화가 입을 다물고 옷깃을 여미자 사마의는 천천히 말했다.
“들어오도록.”
“곽회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곽회가?
복귀할 날짜는 아직 남았는데?
사마의는 장춘화에게 가볍게 손짓한 후 말했다.
“들어오도록.”
안으로 들어 온 곽회는 장춘화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에게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사모님. 쾌차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후후후. 별 말을. 고마워.”
북방에 있을 때부터 신세를 지던 장춘화다.
자신에게는 사모와 같은 사람인만큼 곽회는 장춘화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인 후 사마의에게 말했다.
“마초를 만났습니다.”
마초?
서량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는데.
이 상황에서 마초가 장안에 왔다라.
“혼자 왔나?”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골치아픈 일이 발생했다는 거군. 어디 있나.”
“극심한 피로 때문에 지금 귀빈실에서 쉬고 있습니다.”
“알겠다. 곧 가지.”
사마의의 대답에 곽회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나갔다.
그가 나가자 사마의는 몇가지 죽간을 챙긴 후 장춘화에게 말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저녁에 이야기하도록 하지.”
“알겠어요.”
“…그리고.”
“예?”
고개를 갸웃거리는 장춘화를 향해 사마의는 툭 내뱉듯 말했다.
“말 안해도 약 잘 챙겨먹어. 비싼거다.”
뚱한 얼굴로 말하고 휙 나가버린 사마의의 모습에 잠시 멍해 있던 장춘화는 결국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귀빈실로 향한 사마의는 부스스한 얼굴로 침상에 앉아 있는 마초를 발견했다.
한숨 푹 잤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은 듯한 그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자 사마의는 가볍게 박수를 쳤다.
“정신 차리시오.”
“아.”
사마의의 박수소리에 정신을 차린 마초는 크게 고개를 휘저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는 사마의에게 다급히 말했다.
“큰일입니다!”
“댁을 보니 그런 것 같소.”
마초와는 안면이 있는 사이다.
그렇기에 사마의는 다급해하는 마초를 향해 이상해하지도 않으며 시큰둥히 말한 후 차를 내밀었다.
“좀 진정하는게 나을 것 같은데.”
“그…”
급하게 그에게 말하려던 마초는 강망의 말을 떠올렸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
침착해지자.
마초는 간신히 다급한 마음을 억눌렀다.
그가 차를 홀짝거리자 사마의는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무슨 일이오?”
“한수가 배신을 했습니다.”
“한수가? 하지만 서량 대회의를 생각한다면…”
“변가, 이가, 북궁가는 이미 배신을 한 듯 싶습니다. 아니… 어쩌면 마가를 따르는 이들 마저도 전부.”
침울하기 그지 없는 그의 어조에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향해 마초는 힘없이 말했다.
“도와주십시요.”
“도와달라라…”
사마의는 입맛을 다시며 천천히 생각했다.
한수, 아니 서량 대회의를 이끄는 다섯 가문 중 네 가문이 마가를 공격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더 볼 것도 없군. 양주가 위국에, 한에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유일하게 서량에서 마가만이 위국에 우호적이었다.
위국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서량에서의 사자는 오로지 마가의 인물들만 왔었다.
한수나 북궁가야, 변가의 가주인 변위나 이가의 가주인 이삭이 오는 것은 어떻냐고 조앙이 넌지시 요청한 적이 있었지만 당장 서량 쪽의 일이 바쁘다며 찾아오지 않았던 이들이다.
“결국 이렇게 되었나.”
“예측하셨던 겁니까?”
“어느정도는… 하지만 설마 간이 붓지 않은 이상 서량이 위국에 이를 드러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소”
양주의 주요 가문들을 생각하면 그렇다.
마가의 초대 가주인 복파장군 마원은 한에 충성을 다하던 한족 출신이다.
비록 후대로 이어지며 유목민이나 서량의 주요 가문들과 엮이기는 했지만 마가는 그 시조를 마원으로 생각하며 가장 높게 보고 있었다.
또한 이후에도 마등의 행보는 친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가문은 어떤가.
당장 한수, 그리고 북궁가와 변가 같은 경우는 가혹하기 그지 없었던 한의 관리를 거절하고 전 양주목을 살해한 후 반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가는 장온과 황보숭의 서량 정벌에서 큰 피해를 입기도 했었고.
당연히 그들은 한에 적개심이 강할 수 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한족에 대한 적개심이겠지…’
때린 사람은 잠을 못자고 맞은 사람은 잠을 잘 잔다고?
개소리다.
지금 시대에서는 때린 사람이 오히려 잠을 잘 자고 맞은 사람은 이를 갈며 잠을 못자게 된다.
아무리 지금 시대가 바뀌고, 또 권력의 중추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서량인들의 한족에 대한 증오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한족에게 크게 얻어맞은 전적이 있으니까.
그것을 중재하며 완화시키려던 것이 마등인데 그 마등을 공격한다?
더 이상 한과 같이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충분히 유화책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량이 독자적으로 위국과 상대할 수 있을 수는 없을텐데… 한수가 그정도 생각을 하지 못할리 없고.”
당장 위국에서 본격적으로 병력을 모은다면 몇만쯤은 한, 두달에 모을 수 있었다.
거기에 예전처럼 허접한 군대가 아니었다.
당장 허도에 있는 정예병들만 데리고 와도 그 수가 이만이 넘는다.
당장 경조에 있는 군사가 일만.
좌풍익에 있는 군사가 일만 오천.
또한 인구수가 증가하며 비상시 군역을 수행해야 할 이들도 늘어난만큼 당장 위국의 군사를 일개 지방 하나가 상대할 수는 없었다.
“북방의 정리를 끝낸 것이 다행이군.”
서량의 강족이나 융족들 같은 경우는 초원의 민족이라 하여 같은 유목민이나 이민족들끼리 어울리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이었다면 조금 크게 보는 것이지만 최악의 경우 북방의 평원에 살고 있는 이민족들이 힘을 합쳐 남하해 낙양이나 허도, 병주를 공격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옛일.
여포, 장료를 데리고 북방의 유목민들을 설득해가며 그들에게 우호를 약속하고 거래를 제안하였다.
처음에는 의문스러워하던 이들이었지만 대초원의 흉족들이나 큰 유목민들을 설득하여 그들에게 동조를 얻어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병주목인 가후가 제대로 행하고 있었다.
북방 유목민에 대한 가차없는 토벌이 아닌 거래와 우호의 시행.
그것만으로도 병주와 닿아 있는 유목민들은 위국과 충분히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낙양과 병주에 대한 공격은 제외시킬 수 있다.
‘그리고 유주쪽도…’
그 쪽은 아예 말이 통하지 않는 놈들이라 저항하는 놈들은 싸그리 짓밟고 부족을 해체시켜버렸다.
더 이상 위국에 대한 공격을 시도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을 보여놨으니 그쪽에서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남은 것은 익주 쪽인가.”
“예. 제가 듣기로 지금 한양군에 익주군이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익주군? 그건 어디서 들었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진짜 그리 되다니.
사마의는 의아해하며 마초를 보았다.
“우연히 만난 이에게 들었습니다. 강망이라고 하는 말장수였는데.”
“신뢰할 수 있는 정보요?”
“그럴겁니다.”
“흐음…”
사마의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것을 본 마초는 움찔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거 큰일이군. 만약 그런 것이라면 양주목이 위험한데…”
“아버지께서는…?”
“며칠 전에 장안에 들렀다가 떠나셨소. 아마 지금쯤이면 한양군에 도착하셨을 것 같소만…”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소. 장안에서 선물 할 것을 구입하고 떠나셨소. 수행하는 병사가 적길래 경조에서 병사를 내어줬소만… 그리 많은 수가 아니라 걱정이 되는군. 한양군… 한양군이라.”
“아…”
마초가 허물어진다.
그를 잡은 사마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마시구려.”
“무슨…? 한양군의 군수인 강경은 한수의 최측근입니다. 그는 반드시 아버님을…”
“그럴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한수의 입장에서는 당장 양주목을 해할 수는 없소.”
절망하고 있는 마초의 어깨를 잡으며 사마의는 천천히 말했다.
“그들이 지금 양주목을 죽일 이유는 없으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양주목의 인망을 무시할 수 없을거요. 비록 양주목이 한족이고, 또한 친한 정책을 실시하여 서량 대회의에 있는 다른 대 가문들에게 백안시 당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양주목이 지금까지 한 일을 생각한다면 그를 함부로 죽일 수 없소. 우리 위국과의 거래를 맡으며 많은 지원을 받아 서량에 베푼 것이 바로 마등이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런만큼 유목민들 중에는 양주목을 좋게 보는 이들이 많소. 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한수 입장에서도 나름대로 준비가 필요한데… 아무런 준비 없이 양주목을 죽였다간 그들의 반발을 감안해야 하오.”
“…암살이 있잖습니까.”
“흠… 뭐 그렇기는 하지만. 한수의 입장에서는 양주목을 암살 형태로 치워버리는 것보다는 그를 공개처형함으로써 양주의 법을 다시 세우겠다고 하는 편이 더 이득일거요.”
“그렇습니까?”
“아마도. 한수는 장군이지만 그의 과거 행적을 보았을 때 정치가에 가까운 사람이오. 그런만큼 이득이 가는 곳으로 손을 내밀겠지.”
당장 위국에 칼날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그 모든 이득을 날려먹게 생겼지만.
하지만 사마의는 뒷말을 꾹 삼켰다.
괜히 말을 꺼내서 마초를 불안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위험에 쳐해졋다는 것에 불안해하는 마초를 보며 사마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잘 알겠소.”
“그럼…?”
“이 일은 허도에 보고를 하고…”
“그러면 늦지 않습니까?”
“흐음… 그렇긴 하지만.”
마음같아서는 당장 경조의 병사를 움직여 양주를 공격하고 싶다.
그렇지만 다른 주를 공격하는 일은 몇몇 관직을 제외하고는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월권행위이기 때문이오. 양주에서 일어난 반란을 처리하는 것은 정서장군께서 하실 일. 좌풍익인 내가 나설 수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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