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51
여유있게 태도를 빙글 돌린 그가 달려든다.
장흠은 당황하며 검을 움직였지만 상대의 실력은 자신보다 훨씬 높다.
멀쩡한 상태에서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대다.
그런 상대를 이런 최악인 몸 상태에서 이겨낸다?
불가능하다.
태도를 막아내던 송겸의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을 때 사내의 태도가 크게 휘둘러졌다.
그 일격을 막아내지 못한 송겸의 목이 떨어진다.
친우의 죽음에 능통은 이를 갈았다.
“개자식!!”
이를 갈며 그가 달려오려 하자 태도의 사내는 태도를 까딱거렸다.
“앞이나 보시지.”
그 순간 능통의 머리 위로 언월도가 내리쳐진다.
무서울 정도의 막강한 힘.
그것을 간신히 막아내며 뒤로 물러난 능통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전황은 최악이었다.
다들 전의따위는 없었다.
흑의를 입은 적병들은 강하다.
정예병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들의 공격에 아군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어간다는 것을 깨달은 능통은 단호히 외쳤다.
“손소!!”
“뭐요!!”
힘겹게 적병들과 싸우던 손소가 창을 휘둘렀다.
그것에 맞은 이가 쓰러지자 능통은 다급히 외쳤다.
“군사를 모시고 피신해라!!”
“젠장! 그럼 댁은!”
“난 여기 막아야지!!”
능통은 창을 꽉 잡았다.
자신은 여기서 죽을지도 몰랐다.
닭잡는 칼이라고?
웃기지 마라.
비록 이런 상태이기는 하지만 적의 실력을 보는 눈까지 낮춰진 것은 아니다.
진무와 송겸을 죽인 자들.
그들의 실력은 결코 자신의 밑이 아니다.
“…네놈들은 누구냐.”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한다.
장합.
그리고 태도를 들고 있던 사내인 태사자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건 저승에서 물어보시게나.”
대화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자신보다 훨씬 강한 둘은 망설임없이 함께 달려들었다.
“비겁한 새끼들…!!”
하나하나가 자신과 비교해서 전혀 밀리지 않는 강자들인데.
둘이 연수합격을 해!?
장료는 달빛을 받으며 고고하게 서 있었다.
마치 자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도망치는 이들을 지켜보던 장료가 언월도를 들었다.
“적을 추격한다.”
“네놈!! 나를 넘지 못하면 주군께는…컥!!”
“그럼 넘어야지.”
장합의 검이 능통의 복부를 베었다.
주르륵 흘러내려오는 내장을 막아내려 손을 내린 사이 그의 머리에 날카로운 태도가 꽂혔다.
“이건 내 몫이라고 보면 되나?”
“그러게나. 공에는 관심없으니. 어차피 널린 것이 공이고. 원한다면 다 가져가도 괜찮아.”
능통이면 오에서도 손꼽히는 장수다.
그의 수급을 취한 태사자가 웃으며 말하자 장합은 대수롭지 않게 손사레를 쳤다.
서복의 명령으로 지원을 나온 태사자다.
자기 일을 포기하고 온 만큼 공 몇개 정도는 가져가는 것이 옳았다.
“그럼 나머지는 정리만 하면 되겠군.”
장합과 태사자가 무기를 든 채 오군에게 다가간다.
능통의 죽음.
어떻게든 손권과 노숙의 도주를 지키기 위해서 오군의 장수들이 앞을 가렸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의 상태가 좋지 않다.
장료는 차분히 말했다.
“일다경안에 처리한 후 적을 추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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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정리가 끝났다.
도망치는 이들은 살고.
그리고 막는 이들은 죽었다.
“저번에 봤던 놈들은 대부분 잡은 것 같은데. 어쩌겠소? 이제 추격을?”
“추격을 합시다. 첩보에 의하면 후방에도 부대가 있는데… 그들에게도 공포를 심어줘야겠지요.”
이 자리에 살아남은 오군은 없다.
아군들만 존재하자 장료는 웃으며 장합에게 존대했다.
군의 경력만 따져도 장합이 자신보다 훨씬 위였다.
그를 존중하는 의미로 장료가 존대한 것이다.
그의 존대를 장합은 웃으며 받았다.
“그러지요.”
“후방에 약 이만 정도의 군이 있다고 합니다. 빨리 쫓으면 그들이 들어가기 전에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들까지 쳐낼 수 있지 않겠소?”
장합과 태사자가 무덤덤히 답한다.
적들이 생각보다 약하다.
그렇다면 후방에서 대기중인 적들까지 쳐낼 수 있을 것이다.
장료와 태사자가 말에 오르자 장료는 차분히 말했다.
“일단 가보고 결정합시다. 어떤 상태인지 모르니.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치면 그 후방을 노릴 수 있을 듯 싶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적들이 저항하지 못할 때까지는 때려부숴야겠지요.”
장합은 지장이다.
실제로 전장에서도 스스로 전술과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
그렇다면 지금은 그의 판단을 따르는 것이 옳았다.
“그거 좋으신 생각입니다.”
“그럼 바로 갑시다.”
장료, 그리고 장합과 태사자.
그들을 선두로 흑귀대가 움직인다.
세배가 넘는 적들과 교전을 벌였는데도 흑귀대의 상태는 멀쩡했다.
단순히 병사의 질을 떠나서 사기, 그리고 적들이 독연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달리는 말 위에서 아까의 전투를 생각한다.
저번에도 적은 수의 병사만 이끌고 손권을 공격했었다.
그때와 비교해서 너무나도 쉬웠던 전투를 생각하며 장료는 떨떠름히 말했다.
“그나저나 무섭구려. 아까 상대한 이들, 결코 이렇게 쉽게 죽을 자들이 아니었는데.”
장료의 말에 장합은 어깨를 으쓱였다.
합비전을 위해서 데려 온 이들일테니 모두 강한 자들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나약하게 죽어버리다니.
도대체 그 독연은 뭐란 말인가.
장합이 희미하게 웃었을 때 태사자는 한숨을 쉬었다.
“저 신역에 있는 것들은 어찌합니까? 그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만약 그들이 살아 있다면…”
“주군께서 말씀하셨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진유하의 말을 거의 신의 말씀처럼 생각하는 장합이다.
그의 말에 태사자는 쓰게 웃었다.
장료 역시도 비슷한 듯 보였다.
“곽 대부의 말씀도 그러하니 따르는 것이 옳소. 신역에 들어가서는 아니되오.”
“그럼 그 물자들을 그냥 버립니까?”
“아니. 승상복야께서 내려오실거요. 승상복야께서 직접 신역에 들어간다고 하셨으니… 우리는 그저 우리의 임무만 생각하면 될거요.”
신역으로 만들어 접근 불가 구역이 되었다.
그런 곳에 자신들이 들어갈 수는 없었다.
지금쯤이면 서복과 육손이 병사를 내보내 신역에 다시 금줄을 걸고 있을 것이다.
장합의 냉정한 말에 태사자는 별다른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지원군이니까.
이쪽의 일은 이쪽의 사람들이 알아서 해야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진다.
흔들리는 말 위에서 태사자가 입을 열었다.
“하비와 이어지는 길목에 군이 있을텐데… 대략 수는 이만여… 어찌하시겠소? 적들이 후퇴중이라면 바로 난전에 들어갈 것 같은데…”
장료의 질문에 장합은 검과 방패를 가볍게 부딪혔다.
서주의 새로운 철로 만든 신품이다.
그렇게 갑옷을 베고, 적을 죽여나갔는데 이 하나 나가지 않았다.
이정도라면 충분히 난전을 펼쳐도 될 것이다.
“저는 괜찮습니다만.”
“저 역시.”
흑귀대 역시 난전을 한두번 정도는 더 해도 될 듯 싶었다.
그들의 말에 장료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퇴한다면 저번처럼 가리다.”
“후퇴하지 않는다면?”
공포와 마주하며 싸울 준비를 한다면 어쩔 것인가.
지금 흑귀대의 대부분은 기병의 장비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흑귀대가 모든 병과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장비를 생각하면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장료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서 장군께서 말씀하신 방법을 따를 수 밖에.”
병사들을 휴식하게 한 후 여몽은 관도 쪽을 보았다.
앞에서 잘 하고 있으려나.
그들의 지원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던 여몽은 첨병이 달려오자 의아해했다.
“무슨 일이지?”
“크, 큰일… 큰일입니다!”
“뭔데?”
“선두에 나갔던 양주목이 대패하였습니다!”
“…응?”
대패라니?
이게 뭔 소린가?
전투의 시작은 내일이 아니었던가?
“자세하게 말해봐라!”
“자세한 것은…”
“주군께서 오십니다!!”
목책의 문이 열린다.
손권과 주태가 들어온다.
그들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말에서 내린 주태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크게 구역질을 시작했다.
“커억…억…”
그리고 쓰러진다.
미약한 숨만 남아 있는 그를 보며 여몽은 당황했다.
“주군! 이게 어떻게 된…!”
“도, 독에… 독에 당…”
힘없이 헐떡거리는 손권을 잡은 여몽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독이라고?
돌아 온 이가 주태와 손권 뿐이라는 것에 당혹스러워 할 때 소수의 병사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중앙에 있는 것은 노숙과 손소, 그리고 정봉이었다.
그들과 소수의 병사들이 간신히 거점 안으로 들어오자 여몽은 노숙에게 다가갔다.
“가주!! 어찌 된 일입니까!!”
“함…정. 함정이 있었어.”
“함정…이요?”
무슨 함정?
첩보에 의하면 함정따위는 없었다.
손권이 한길평야, 노숙이 파로각에 머문다는 정보는 알고 있었다.
거점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바로 함정의 여부다.
손권도, 노숙도.
결코 바보가 아니다.
그런 그들이 함정을 눈치채지 못할리 없었다.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다 생각하며 여몽은 그나마 좀 멀쩡해보이는 정봉을 잡았다.
“어떻게 된거냐!!”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땅에서 연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죽었습니다.”
“…응?”
“그게 답니다. 침입자도 없었고… 막사에 있던 이들의 대부분이 죽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정봉의 진지한 어조에 여몽은 자신이 놀림받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자.
이 상황에서 뭘 어쩐단 말인가.
그는 고민했다.
“적은?”
“…장료가 나왔습니다.”
장료.
그 두려운 이름.
그가 나왔다고?
합비성의 성주인 그가 전장에 나왔다고?
만약 모든 병력이 있었다면 그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가 나올 것을 대비해 많은 책략과 전술을 준비했다.
그런데 그것을 하나도 쓰지 못하고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능통은! 진무는!? 다른 장수들은!?”
“….”
정봉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후퇴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그리고 지금쯤은…’
정찰, 그리고 경계를 위해 거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 계속 왔다갔다 했던 정봉이다.
덕분에 독연의 피해가 적었던 정봉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송구스럽습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
탄식을 토해낸 여몽은 이를 갈았다.
패배다.
그것도 대패.
오만에 가까운 병사들이 싸우지조차 못하고 몰살당한 것이라면 엄청난 타격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여몽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만약 지금 장료가 오고 있다면?
이 상태에서 후퇴를 하면 그는 저번처럼 추격을 할 것이고 엄청난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
‘그건 곤란해.’
오만을 잃었다고 해서 남은 이만까지 잃을 수는 없었다.
지금 남은 병력을 최대한 추스려 복귀해야 한다.
‘오의 사성 놈들, 그리고 다른 호족들이 들고 일어나겠지. 그들을 막을 병력이 필요해.’
최대한 이 병력을 유지하려면?
여몽은 빠르게 머리를 굴린 후 외쳤다.
“목책의 문을 닫아라!! 모든 병사들은 목책의 앞으로 향해라!!”
“예!!”
지금 싸워야 한다.
정봉의 말대로라면 적의 대다수는 기병.
기병들이라면 목책을 방패로 적들과 싸울 수 있었다.
여몽의 외침에 정봉은 무기를 들었다.
“함께 하겠습니다.”
“자네는 괜찮나?”
도망쳐 온 이들 대부분이 구역질을 하거나 힘들어 하고 있었다.
걱정이 된 여몽의 질문에 정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목책으로 가자 여몽은 얼굴을 감싸쥐었다.
“빌어먹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가는거야!?”
.
.
.
오군의 목책 앞에 멈춘 장료는 쓴웃음을 지었다.
목책의 문을 단단히 걸어닫았다.
거점에서 대놓고 수성을 하겠다는 자세로 나온다.
기병이 대부분이고 장비조차도 가볍게 하고 나왔다.
그대로 돌격했다간 흑귀대의 손실이 클 것이다.
“적들의 사기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데…”
장료는 목책 위를 보았다.
적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이정도면 해볼만 하지 않겠습니까? 갑시다.”
“아니오. 비록 두려움은 있으나 명령은 받을 수 있는 이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쓰는 것이 나을 듯 싶습니다.”
“음?”
장합과 태사자가 무기를 잡았을 때 장료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키운 병사들이고, 혹은 자신의 뜻을 따르는 이들이라면 목숨을 걸고 돌격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유하의 사병이다.
자신의 병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최대한 멀쩡히 돌려줘야 했다.
“복귀합시다.”
“하지만…”
손권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노숙은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장합이 떨떠름해하자 장료는 작게 말했다.
“이번의 목표는 적들을 물리는 것. 이정도 피해라면 오의 타격은 상당할 것입니다. 괜히 무리를 할 필요는 없을 듯 싶습니다.”
“하지마 노숙은 못 잡았는데?”
“…그건 어쩔 수 없고.”
장합의 말에 장료는 쓰게 웃었다.
다 좋은데 노숙을 놓친 것이 아쉽기 그지 없다.
그만 잡아낼 수 있었다면 이번 작전은 완벽한 성공일텐데.
“이미 놓친 고기를 어찌 할 수는 없지요. 그렇게 따지면 제가 저번에 손권을 놓친 것이 문제이니.”
“하아… 만약 서 장군이나 주군께서 문책하신다면 저도 항변해드리겠습니다.”
용맹한 장료가 목책 따위를 두려워한 것이 아님을 눈치챘다.
그의 시선이 흑귀대에 닿아 있다.
흑귀대를 최대한 살려서 돌려주려는 마음이라면 이해해줄 수 밖에.
장합의 배려에 장료는 희미하게 웃었다.
“장 교위께 감사드립니다.”
“별 말씀을. 그럼 돌아갑시다.”
“아니요… 이런 상황이 되면 하고 오라는 것이 있으니…”
“하고 오라는 것? 아. 아까 서 장군의 지시를 말씀하신거요?”
“예.”
장료는 고개를 돌려 목책이 있는 곳을 보았다.
달빛 덕분에 목책 위에 있는 적들의 표정이 보였다.
수만이나 되는 아군들이 몰살당한 상황.
그런데 적의 수는 삼천여.
거기에 장료까지 있다는 것.
이미 오군 병사들에게는 공포 밖에 서려있지 않았다.
“한번 나갔다가 오겠습니다.”
“따르지요. 태사교위. 함께 갑시다.”
“그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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