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6
00096 저에게는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
“실제로 뵙는 것은 처음이군요.”
“그러게요. 저도 당신을 이렇게 만나게 될지 몰랐습니다. 원공의 곁에서 매우 바쁘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무슨 일로 오신 것입니까? 제가 알기로 지금 전 선생께서 모시는 원공과 연주목께선 사이가 좋지 않다고 했는데… 혹여 잡히시러 오신 것은 아닐테고…”
싱글벙글 웃으며 내가 물었을 때 전풍이라 생각되는 이의 옆에 있던 사내가 허리에 있는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감녕과 요화는 무기를 뽑아 그의 목에 검을 겨눴다.
“에헤이~ 그런 위험한거 여기서 뽑으려고 하면 쓰나. 넣어둬. 넣어둬.”
“감히 도련님의 앞에서 무기를 보일 생각을 하다니.”
내가 감녕과 요화를 옆에 둔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전풍의 호위로 보이는 이가 무기를 뽑기도 전에 그를 제압한 감녕은 내게 눈치를 보냈다.
말 한마디 한걸로 움직인다라…
이걸로 보았을 때 저 남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고지식하고 원소에게 무척이나 충성을 다하는 인물 같다.
그렇다면 이건 이용할 수 있다.
원래라면 쌍욕을 해도 전풍 측에서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이지만 난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손님께 그러면 쓰나. 치워.”
“하지만 도련님.”
“명령이다.”
요화는 영 불만스러운 듯 했지만 천천히 검을 회수해 검집어 넣었다.
히지만 조금만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바로 검을 뽑을 기세를 드러내고 있었고 감녕은 아예 검도 넣지 않은 채 기회만 보고 있었다.
“이렇게 나오신다는 것은 나름대로 대화를 하시려는 것이라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일단 확실히 해야겠지요. 귀하께서 원공의 책사가 맞는지 아닌지 말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전풍은 품에서 패와 증명서를 보여주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문서와 같은 직인이 찍힌 증명서, 그리고 전풍의 이름과 출생지가 새겨져 있는 신분패였다.
그것을 받아 확인한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돌려주자 전풍은 그것을 회수한 후 품에 넣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린 나이에 수경원을 졸업한 인재라고는 들었지만 이정도로 대단할 줄은 몰랐군요. 실제 명성보다 더욱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씩 웃으며 전풍이 말하자 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상대와 거래를 하기 앞서 상대를 칭찬하는 것은 당연한 수다.
그것에 하나하나 반응할 필요는 없었기에 난 시큰둥한 태도를 유지했고 전풍은 잠시 생각한 후 물었다.
“보아하니 제가 온 이유를 아시는 것 같군요. 여쭙겠습니다. 혹시 가지고 계십니까?”
“뭘요? 혹 원공의 부하이신 신 중치 어르신께서 저와 함께 계신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맞습니다. 다만 중치 어르신께선 지금 피곤하여 누구와도 만나고 싶어하지 않으싶니다.”
“그를 불러주시겠습니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분께선 지금 피로하여 쉬고 계시다고.”
내 말에 전풍의 눈쌀이 살짝 찌푸려졌다.
내가 억류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맞다.
억류하고 있는거.
산양군 지하감옥에서 지금 푹 쉬고 있을거다.
“그래도…”
“다음에 만나시지요.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습니까. 원하신다면 전 선생과 호위이신… 실례지만 성함이 어찌 되십니까?”
머뭇거리던 그는 전풍이 고개를 끄덕이자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고람이라 하오이다.”
“아. 고 선생.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고보니 제 소개를 하지 않은 듯 하군요. 수경원의 진유하라고 합니다. 이거 어르신들께 이렇게 인사를 드리려고 하니 매우 부끄럽군요. 이 뒤에 있는 이들은 부끄러운 저를 따르는 이들입니다. 제가 워낙 숫기가 없고 몸이 약한 지라 이들이 없으면 밖엘 다니질 못해요. 하하하! 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해합니다. 진 현령. 듣자하니 창읍현의 현령이라시지요?”
“벌써 그것을 아셨습니까? 하하… 어린 나이에 중직에 앉아 있는터라 이거 참. 사실 정식 임명된 것은 아닙니다. 워낙 사람이 없어서 제가 하고 있을 뿐이지. 모자란 제가 감히 한의 백성들을 이끈다는 것이 너무나도 두렵군요.”
“모자라다니요. 제가 보기에는 차고 넘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진 현령께선 이런 작은 곳보다는 더욱 큰 물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큰 물이요… 어딜 말씀하시는 겁니까?”
“뭐… 예를 들자면 군수 정도가 어떻겠습니까?”
“아이고! 제가 그 정도의 그릇은 아닙니다. 현령 정도가 적당하지요.”
“아뇨. 아뇨.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어떠십니까? 원하신다면 제가… 원공께 추천을 드리고 싶은데.”
군수의 자리를 줄테니 얌전히 원소의 밑으로 들어와라?
깜찍하게도 지금 날 회유하려는 그를 보며 난 피식 웃었다.
좋지. 높은 자리.
누구보다 권력을 사랑하는 나에게 있어서 높은 관직은 무척이나 탐나는 것이다.
그리고 기주를 얻어낸 지금 원소의 힘은 이제 천하를 노리는 위치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으니까 그의 곁에 가면 확실히 좋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굳이 원소 아니어도 조앙과 친해지고 조조에게 인정을 받아가고 있는 이상 난 원소가 줄 수 있는 자리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거든.
이 속내를 드러낼 필요는 없다.
난 웃는 낯 그대로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너무 과중한 짐입니다. 제가 군수가 된다면 저를 따를 백성들 얼마나 어이없어하겠습니까? 또한 이 천하에 한 황실에 대한 충심이 깊은데다가 저따위보다 더욱 높은 능력을 가지신 분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자리에 오른다면 오히려 욕을 먹습니다. 욕을 먹어요.”
내 겸양에 전풍은 쓴웃음을 지었다.
군수 자리를 제안했는데도 내가 거절하는 것이 거슬릴 것이다.
“그렇지 않습니다. 원공께서는 능력있는 이를 좋아하시지요. 저 처럼 모자란 이도 원공께서는 인정하시어 책사로 받아주셨잖습니까? 저는 진 현령께서 아주 훌륭히 군수 업무를 수행하고, 뿐만 아니라…”
잠시 입을 멈춘 그는 살짝 몸을 앞으로 숙이며 속삭이듯 말했다.
“더 높은 자리에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
“하하하! 저를 너무 높이 평가해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전 선생께서도 고작해야 책사의 자리에 있으실 분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훨씬 더 높이 올라가실 수 있을 것 같군요.”
“하하하!!”
“아하하하하!!”
이제 견제는 끝인가.
크게 웃고 있지만 전풍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본론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발견하셨습니까?”
“무엇을요?”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저희는 한가지 문서를 찾고 있습니다.”
“오호… 어떤 문서이길래 공사가 다망하실 선생께서 이 먼 연주까지 내려오셨습니까? 기주의 일로도 힘드실텐데. 듣자하니 한 기주목께서 기주목의 자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원공께 그것을 바쳤다지요?”
“…..”
“아주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하지요. 지금은 난세. 난세에는 자신의 그릇에 맞는 일을 해야 하는 법입니다. 이제와서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한 주목께서 주목의 자리에는 영…”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한 주목의 밑에서 일을 했지만 그는 시대의 흐름을 못봐도 너무 못보더군요.”
“원공께서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으시나봅니다?”
“물론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연주목보다 훨씬 낫지요.”
“그렇습니까?”
“네. 아무렴요. 귀하같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이렇게 촌구석에 처박아 놓는 것을 보면… 아. 물론 귀하의 아버님이신 산양군수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귀하를 따르는 이들까지. 그런 이들을 알아보지 못한 이가 무슨 시대를 알고 흐름을 알겠습니까?”
“흐음… 뭐. 그런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군요.”
“그렇지요? 진 현령. 귀하께서 원공을 만나뵙게 된다면 귀하는 저보다 훨씬 높은 자리에서 원공을 도와 천하를 안정하게 만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어떠십니까?”
“하하하… 제가 감히 원공의 곁에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군요. 오히려 원공께 폐가되지나 않을까…”
“폐라니요! 그런 말씀은 마시지요.”
부드럽게 웃으며 전풍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진짜 폐는 제가 저지르고 있지요. 못난 이를 중히 써주실 정도로 인재를 아끼시는 분이니만큼 진 현령께서 가신다면 무척 기뻐하실 것입니다. 어떠십니까? 지금 당장 저희와 함께 한다는 약조를…”
“그것도 좋지요.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하북 쪽은 넓은 평야를 가지고 있고 땅이 기름지며 벼 한톨을 뿌렸을 때 한말을 얻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하더이다. 또한 산이 좋고 물이 맑아 사람들이 살기도 아주 좋고. 그런 곳에서 살 수 있다면 아주 좋겠지요. 또한 하북의 명가이자 실제 하북을 지배한다 할 수 있는 원가의 가르침이 전역에 퍼져 사람들이 공맹의 덕과 뜻을 알고 실천하는 곳이기에 더더욱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좋은 곳이겠군요. 정말 상상만해도 즐겁습니다.”
“그렇지요? 그럼 당장…”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북과 원가를 찬양하자 전풍은 환하게 웃었다.
다 넘어왔다고 생각하겠지?
그의 미소를 마주하며 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지만…”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아주 겁이 많은데다가 숫기가 없습니다. 그리고 하북에 가본 적이 한번도 없어… 조금 두렵습니다. 하북과 중원은 나름대로 거리가 멀고 사람들간의 생활양식이나 문화가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중원에서는 당연한 일이 하북에서는 해서는 안되는 일이기도 하겠지요. 그런 것을 모르는 채 하북으로 갈 생각을 하니 이거 참…”
떨떠름히 말하며 다시 한숨을 내쉬자 전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땅덩어리가 큰 만큼 각 지방만의 고유 문화가 있었고, 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적응을 하지 못한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원공과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제가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청컨데… 원공을 따르는 이들 중 가장 강한 이를 저에게 보내주시겠습니까? 혹여 제가 원공을 모시는 다른 분들에게 무례를 저질러 원망을 살까 두렵습니다.”
“잠깐… 그 말은.”
전풍의 표정이 딱딱히 굳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눈치를 챈 것이다.
“그렇지! 원공의 상장이신 안량님이나 문추님 정도면 아주 좋겠군요. 아니면 두 분 다 오셔도 좋고. 그 분들은 오래 전부터 원공을 모셔왔으니 그분들과 먼저 친분을 다지며 원공과 함께 하는 이들에 대해 듣고, 또 원공에 대해 알 수 있다면 제가 원공께 실례를 저지를 일이 적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차후 제가 하북에 갔을 때도 그 분위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 말씀은 원공의 부하를 볼모로 삼으시겠다는 겁니까?”
역시 똑똑한 사람이랑 얘기를 하니까 아주 좋다.
이렇게 빙 둘러 얘기해도 한방에 알아차리지 않는가.
아주 훌륭하다.
“볼모라니요. 그럴리가요! 어찌 그리 험한 말씀을 하십니까.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닥쳐라! 이놈!”
내 말의 진의를 눈치챈 것은 전풍 뿐만이 아니었다.
고람은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뽑았고 그 순간 요화는 빠르게 검을 움직여 그의 검을 쳐냈고 감녕은 그대로 그의 어깨를 베었다.
“큭!”
어깨를 베인 고람이 자신의 어깨에 손을 가져가자 전풍은 이를 악물었다.
그런 그를 향해 난 조용히 웃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는 것이지요. 어린 나이에 아는 것도 적은데다가 제가 말을 잘 하지 못하여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십니다. 그러니 원공께서 신뢰하시는 아주 강한 분께서 저에 대해 알아주시고, 그 분께서 제 곁에서 지켜주신다면 원공의 곁으로 가도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겠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원공 휘하의 분들은 모두 친절하신데다가 사소한 말실수로 오해를 하는 그런 분들이 아닙니다. 모두 덕이 넘치며 이해심이 깊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덕이 높은 원공을 따르시는 분들이니만큼 저따위보다는 훨씬 이해심이 높으시겠지요. 허나 어찌합니까. 제가 워낙 어린데다가 경험이 일천하고, 또 아는 지식도 별로 없고 겁이 많아 알지 못하는 곳에 발을 뻗을 정도로 용기가 넘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전 선생께서 조금 수고를 해주신다면… 저도 전 선생께서 찾으시는 문서를 찾기 위해 노력해드리지요. 그 문서가 무엇이길래 그리 찾으십니까? 혹 동평군수에게 반란을 일으키라는 명령서입니까? 대가는 병조종사 정도의 자리를… 준다고 하고? 허어. 행여나 이런 문서가 발견된다면 원공께도 아주 큰일이겠군요.”
“…빠득.”
신난다~
이 갈았다~
전풍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리 없을 것이다.
나는 이미 그 문서를 보유하고 있다 라는 의미를 말이다.
“마치 보신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혹시 가지고 계십니까?”
“음? 설마 진짜 그런 문서가 있는 겁니까? 허… 이거참. 명망높으신 원공께서 그런 치졸한 수를 쓰신다라… 혹시… 중치 어르신께선 그것 때문에 동평군을 찾으셨던 것입니까? 허어.. 설마.”
“그럴리 없잖습니까. 동평군수와 원공께서는 일찌기 인연이 있는 사이였습니다. 그 자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중치를 보낸 것 뿐이지 진 현령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지 입으로는 절대 말 못하겠지.
원소가 기주를 얻기 위해서 한복을 죽였고 조조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 동평군수에게 반란을 일으키게 했다는 것은.
전풍이 애써 표정관리를 하는 것을 보며 난 고개를 끄덕이고 내 입술을 손으로 찰싹찰싹 때렸다.
“아이고. 제가 또 이렇습니다. 항상 이렇게 망측한 상상만 하면서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드니. 정말이지 두렵습니다. 물론 전 선생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 공명정대하시며 청류파들의 희망이고. 나아가 한 황실을 다시 세워 한이라는 나라의 기상을 되돌리실 분인 원공께서 그런 치졸하고 야비하며 치사한 짓은 하지 않으셨으리라 믿습니다. 누가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